바야흐로 ‘팝업스토어’ 전성시대다. 올해 엔더믹과 함께 본격적으로 날개를 핀 팝업스토어 열풍은 이제 단순히 홍보 수단을 넘어 공간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코어 콘텐츠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식지 않는 팝업스토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special]팝업스토어의 진화, 고객 마음 잡았다
'동대문엽기떡볶이·버버리·노르웨이수산물까지?'

지난 10월 27일 오후 2시경 서울 성수동 거리는 그야말로 거대한 ‘팝업스토어 마을’ 같았다. 마치 가상공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형형색색의 공간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 특히 이날 엽떡 팝업스토어는 사전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로 매장 앞 긴 대기줄이 오후 내내 이어졌다.

친구와 함께 엽떡 팝업스토어를 찾은 20대 A씨는 “평소 엽떡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팝업스토어를 한다고 해서 주중에 왔다”며 “온라인 예약을 실패해서 30분 정도 기다리긴 했지만, 팝업스토어를 통해 몰랐던 엽떡 히스토리도 알게 됐고, ‘랜덤 뽑기머신’ ‘엽떡 네컷’, ‘스페셜 메뉴 시식’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서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special]팝업스토어의 진화, 고객 마음 잡았다
[special]팝업스토어의 진화, 고객 마음 잡았다
[10월 27일 오후 2시경 서울 성수동 거리에서 진행된 (위에서부터) 버버리 팝업스토어와 동대문엽기떡볶이 팝업스토어 모습. 사진 김수정 기자]

엽떡 팝업이 열리는 곳 바로 옆에는 같은 시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운영하는 ‘웰컴 투 씨푸드프롬노르웨이’ 팝업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 성수동 비컨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노르웨이 연어존과 고등어존 그리고 씨푸드프롬노르웨이존과 시식존으로 구성됐으며,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현장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특히 노르웨이 연어의 생애 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체험과 실제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영상 관람 등은 어린이 방문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각 존별 미션을 완료하면, 다양한 씨푸드프롬노르웨이 브랜딩 제품과 함께 노르웨이 연어와 고등어를 활용한 특별한 핑거푸드를 맛볼 기회가 주어졌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 담당 매니저 미아 번하드센은 “국내 수산물 파트너사들의 협력과 소비자들의 꾸준한 관심 덕분에 특별한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이번 팝업 이벤트를 통해 노르웨이 연어와 고등어의 우수성과 왜 노르웨이라는 원산지가 중요한지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팝업스토어 인근 거리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이는 성수동뿐만이 아니다. 연남동, 한남동, 신사동 등 흔히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지역마다 주중, 주말 구분 없이 팝업스토어가 쏟아지는 양상이다.

팝업스토어란 짧게는 며칠에서 최대 한두 달 정도 단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시장 특성상 패션·유통·식품 업계에서 주력 상품을 출시하거나 브랜드 경험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여행·금융·엔터테인먼트 기업뿐만 아니라 웹툰, 영화, 아이돌, 게임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지난 5월 캐릿 Z세대 서베이에 따르면 Z세대 283명 중 97.2%가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팝업스토어 방문 이후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답변도 81.6%에 달했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가리키는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자를 뜻하는 알파(Alpha)세대의 합성어다. 일명 ‘펀슈머’로도 불리며 소비에 있어 재미와 경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도 공간 속에서 브랜드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예가 ‘팝업스토어 성지’로 부상한 ‘더현대 서울’이다. 지난 2021년 개점 당시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뜨린 ‘미래형 리테일(유통시설)’로 주목받은 더현대 서울은 국내 유통시설에서 보기 힘든 매장과 콘텐츠를 연이어 선보이며, 경험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그 중심에는 팝업스토어가 있었다.

더현대 서울은 오픈 후 2년간(2021년 2월 26일~2023년 2월 26일) 321여 회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행사장을 운영했다는 의미다. 올해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유튜버 다나카, 트로트 가수 영탁, 레고 BTS 다이너마이트, 웹툰 <데못죽>(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등의 팝업 행사를 여는 등 2030세대들의 발걸음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시켰다.
[special]팝업스토어의 진화, 고객 마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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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의 2년간 전체 연령대별 매출 분석에서 20·30대 매출 비중은 55%로,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평균(24.8%)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 고객 집객 효과를 높이려면 단순히 팝업 횟수를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색적이면서도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발굴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러한 콘텐츠를 찾기 위해 바이어들은 매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패션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 등 발품을 팔고 있으며, 향후에도 MZ 고객들의 수요와 맞아 떨어지는 콘텐츠들을 업종 불문하고 다양하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팝업스토어, 핵심은 결국 콘텐츠
무엇보다 이제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판촉’을 위한 개념보다는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브랜드와 사람, 사람과 사람 간 관계를 맺는 곳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평소 오프라인으로 접하기 힘들었던 웹툰, 게임, 엔터테인먼트 관련 팝업스토어의 경우, 팬들의 반응이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8일 HDC아이파크몰 용산점은 ‘닌텐도 팝업스토어 인 서울(Nintendo POP-UP in SEOUL)’, ‘쿠키런: 브레이버스’ 팝업스토어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닌텐도 팝업스토어 인 서울’은 일본의 닌텐도 직영 공식 스토어인 ‘닌텐도 도쿄’와 ‘닌텐도 오사카’의 일본 전개 이후 아시아권 내 최초로 선보이는 팝업 스토어다.

‘슈퍼 마리오’나 ‘동물의 숲’, ‘젤다의 전설’, ‘스플래툰’, ‘피크민’ 등 국내에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오리지널 굿즈와 함께 닌텐도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를 활용한 팝업 테마 특별 굿즈도 만나볼 수 있어 일평균 1만 명이 몰리는 등 매일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쿠키런: 브레이버스’ 팝업스토어의 인기도 뜨거웠다. 특히, 이곳에는 MZ세대 외에도 해당 게임을 즐기는 어린 아이들부터 함께 온 부모들까지 다양한 세대 방문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홉 살 조카와 이날 행사를 방문한 40대 B씨는 “평소 조카가 쿠키런 게임팬인데 이렇게 직접 캐릭터를 만나 사진도 찍고, 일부 체험을 통해 마치 현실에서 게임을 즐긴듯 해서 무척 행복해했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수동을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만든 팝업 공간 ‘프로젝트렌트’의 최원석 대표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생각하는 오류가 팝업스토어를 MZ세대의 전유물로 보는 것”이라며 “유튜브가 그랬듯 팝업스토어도 초기 2030세대가 빠르게 반응했을 뿐 이는 점차 전 세대로 확장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날이 온라인 세상을 얘기하지만, 미래에도 결국 중심은 사람이 돼야 한다”며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관계를 맺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일련의 행위가 앞으로 더욱 마케팅에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팝업스토어의 본질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수정 기자 | 사진 한경 DB·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