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2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내년 성장을 발목 잡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러한 전망은 내년도 투자 시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경 머니는 채권을 시작으로 주식, 환율, 국제유가, 부동산, 대체투자 등 자산별 내년 전망과 투자 시 확인해야 할 체크사항들을 전문가를 통해 살펴봤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한국경제 DB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한국경제 DB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 미니인터뷰

지난 2년여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환율의 변동성을 키웠다면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 전반의 불확실성 확대가 통화 시장의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주요국의 경기 불확실성과 통화 약세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환율의 하향 과정에서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내년 환율 투자를 통한 이익 극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달러화도 약세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달러화 약세와 함께 원화는 1200원대 중반 수준의 강세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적극적인 시장 모니터링 속에서 주요 변수들에 대한 정교한 예측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 수석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올해 환율 시장을 진단한다면.

“올 하반기 들어 제약적 수준의 금리 인상 효과가 미국 경기 둔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 완전히 빗나갔다. 이는 견조한 소비, 고용지표 등으로 연착륙 양상을 보인 것과 지정학적 위험 부각 등에 의한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환율 변동성을 키우며 1200원대 진입에 제약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동안 1300원대를 유지했다.”

-내년 환율 시장 변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물가가 내년에 점진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겠지만, 2%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흐름이 지속되면서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요국 통화 가치가 여전히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보이며 달러 강세를 지지할 수 있다는 점과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주요 지역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 미국의 재정적자 우려 등이 통화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환율 투자 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

“지난 2년간 환율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미국 인플레가 가장 컸다. 다만 내년에는 인플레가 다소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환율 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전반의 경기 침체와 주요국 경제 불확실성, 통화 약세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환율의 하향 과정에서도 변동성은 다소 높은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따라서 환율 투자를 통한 이익 극대화가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적극적인 시장 모니터링 속에서 주요 변수들에 대한 정교한 예측이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년 경제 전반과 달러화 전망은.

“올해 환율에 대한 다수 기관들의 전망은 ‘상고하저’ 또는 ‘상저-중고-하저’로 하반기 1200원대 후반 아래로의 진입을 예상한다. 인플레에 대해 여전히 목표 2%와의 갭 차이에 대응하는 미 Fed의 매파 성향과 이러한 인플레를 자극시킨 국제 유가 상승, 중동발 전쟁 요인 등으로 인해 오히려 하반기에 1350원을 상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반까지 전년도 후반 영향이 이어지며 1300원대를 유지하는 환율 흐름이 예상된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국제 사회의 우려를 반영해 장기 전환하지 않고 유가 급등이 제한적 영향을 받는다면 환율은 Fed의 통화정책과 미국 인플레에 영향을 주요하게 반영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거쳐 내년 Fed의 8회 금리 동결 기간을 거치면서 제약적 금리 수준 상황에서 고용과 소비가 통화정책의 시차적 영향을 반영할 것이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기적 측면에 따른 달러화 방향성은 내년 하반기 이후 약세 전환할 것으로 보이며 원화도 1200원대 중반 수준의 강세 되돌림이 나타날 전망이다.”

-내년 원화 움직임은 어떻게 예상하나.

“달러인덱스가 내년 하반기 약세 전환을 하게 되더라도 대내적으로 국내 경기 상황과 중국 성장률 하향 등의 높은 경제적 불확실성 수준에 따라 원화의 자체 모멘텀은 약세를 면치 못하는 현상이 대외적으로 반영되는 원화 환율 하락 압력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Fed의 통화정책과 미국 경제 상황, 대내적 경제 활력 모멘텀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원화 환율은 1240~1280원 수준의 1200원대 중반을 소폭 상향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은 2022년부터 주요 가격대를 형성한 1400원대에서 2023년 1300원대, 2024년 1200원대로 하향하는 국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높은 변동성 수준을 감안할 때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통화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