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제 유가
오재영 KB증권 멀티에셋팀 수석연구위원

인플레이션이 2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내년 성장을 발목 잡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러한 전망은 내년도 투자 시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경 머니는 채권을 시작으로 주식, 환율, 국제유가, 부동산, 대체투자 등 자산별 내년 전망과 투자 시 확인해야 할 체크사항들을 전문가를 통해 살펴봤다.
[big story] “내년 국제 유가, 하향 안정화 가능성에 무게”
국제 유가 동향은 금리, 물가 상승률 등 국내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인 만큼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이 높다. 다만 최근 1~2년간 유가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상반된 변수가 동시에 작용한 탓에 전망이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재영 KB증권 멀티에셋팀 수석연구위원은 “국제 유가 전망에 대한 양쪽의 근거가 모두 적용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크게 빠지지도 않고 하단 60달러, 상단 70~80달러 정도에서 박스권을 오가는 상황이었다”면서 “내년에도 비슷한 추세로 이어지다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수석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

현재 국제 유가 상황을 진단한다면.
“사실 유가에 대한 전망은 1~2년째 갈리고 있다. 일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부터 ‘전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고유가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많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보통 ‘100달러 간다’, ‘150달러 간다’라는 의견이 지난해까지는 지배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동시에 발생한 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다. 경기 침체 시기에는 국제 유가가 보통 배럴당 40~50달러 정도까지는 빠진다. 그렇게 보면 지금 유가 수준이 높아 보이고, 전쟁을 고려하면 좀 낮아 보이는 상태가 지속되며 전망에 대한 의견이 상당히 갈리는 분위기였다. 올해 국제 유가는 하단 60달러, 상단 90달러까지도 잘 못 가고 70~80달러 정도에서 오가는 상황이었다고 보면 된다.”

내년 가격 전망은 어떨까.
“내년에도 여러 전망이 엇갈리는 사이클이 지속될 것 같다. 지난해 2023년 시장을 전망할 때 70~80달러대 박스권을 전망했는데, 내년 또한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80달러 언저리에서 70달러 후반대였다가, 하반기에 70달러 중반대로 조금씩 완화되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올해 연간 국제 유가는 평균 79달러 정도로 마무리될 것 같은데, 내년 또한 78달러 정도로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경기 충격이 오면 가격이 더 빠질 수는 있다.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빨리 꺾이거나, 긴축을 한 번 더 하는 등의 이슈가 생기면 변동성은 좀 있을 것 같다.”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중동 분쟁 이슈가 있지만 변동성을 보이다가 결국 많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아무래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차원의 감산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일간 100만 배럴 정도의 단독 감산을 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장기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이 내년에 축소되거나 추가 감산은 종료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유가의 하향 안정화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유가와 관련해 투자 전략을 세워본다면.
“이미 유가가 하반기에 올랐고, 이대로 조금 더 가격이 이어지다가 내년에 좀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가격이 크게 빠지는 시점이라면 매수 추천을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향후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라 크게 매수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원유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적어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확신을 가져야 매수 타이밍을 잡아볼 수 있다.”

유가가 다른 투자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원래는 지금 같은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는데 최근 2~3년 동안 그런 현상이 심해졌다. 과거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던 시절도 꽤 있었는데 그때는 유가가 다른 자산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지다 보니, 유가마저 오르면 인플레를 못 잡는다는 우려 탓에 유가 동향에 많이 민감해진 측면이 있다. 올 하반기에도 잠깐 90달러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자 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에 끼친 영향이 컸다. 시장에서 유가에 신경을 상당히 많이 쓰고 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