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동산
한문도 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

인플레이션이 2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내년 성장을 발목 잡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년 경제 불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이러한 전망은 내년도 투자 시계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경 머니는 채권을 시작으로 주식, 환율, 국제유가, 부동산, 대체투자 등 자산별 내년 전망과 투자 시 확인해야 할 체크사항들을 전문가를 통해 살펴봤다.
[big story] “총선 이후 집값↓…고점 대비 35% 하락 시 매수 고려”
한동안 상승세를 보였던 부동산 시장에 다시 한파주의보가 불고 있다. 시장의 온도를 체크하는 주요 지표인 거래량이 감소했고 상승세도 주춤해진 모양새다. 이처럼 본격적인 관망세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인 한문도 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그동안의 (집값 상승은) 인위적인 수요 확대 정책의 결과였다”면서 “내년 총선 이후 집값이 차근차근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한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진단한다면.
“정부가 지난 1월 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놨다. 투기 조장 가능성이 있는 수준의 높은 시장 활성화 대책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집값이 주춤해지면서 다시 꺾이던 순간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까지 나왔고, 이런 정책 효과가 주택 가격을 떠받쳤다.

지금은 정부도 가계 부채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해, 뒤늦게 대출을 일부 규제하는 쪽으로 갔다. 그 영향은 곧바로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7월부터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결국 그동안의 (집값 상승이) 인위적인 수요 확대 정책의 결과였다는 뜻이다. 자연적인 수요 증가 현상 속에서 집값이 상승했던 요인이 하나도 없었다고 본다. 집값을 떠받치는 요인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회귀 현상, 즉 데드 캣 바운스(일시적 상승 후 하락)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올해처럼 정부의 강력한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나온 경우, 통상적으로 평균 주택 거래량은 예년 평균을 상회한다. 그런데 지금은 평균 거래량이 예년의 절반에서 70% 정도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적정 주택 가격 범위와의 갭이 너무 벌어졌기 때문에 정책의 힘이 지금 수준에 그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앞으로의 시장 흐름은 어떻게 되겠나.
“3년 뒤에 집을 매수하려던 이들도 정부의 대출 정책으로 인해 미리 집을 살 수 있었던 상황이다. 그럼 앞으로 1~3년은 그 수요가 일단 소진된다.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 이상 수요가 더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 정책이 있는 상황에서도 거래되지 않는데, 대출을 받을 수 없으면 어떻게 되겠나. 수요가 더 줄어든다. 그런 시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95% 이상이다. 올해는 그렇게 정리가 돼 가는 것 같다.”

내년 집값은 어떻게 될까.
“정부가 내년에 ‘신생아 특례대출’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그 힘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번 시장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연초에 반짝 상승하고 총선 이후에는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을 떠받쳤던 정책적 효과가 기능을 거의 다했다. 떠받친 집값이 총선 전까지는 유지되겠지만, 내년 총선은 결과와 무관하게 집값 하락의 기점이 된다고 본다. 기본적으로는 차근차근 집값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시장이 다시 한번 조정을 제대로 겪어야 그다음부터 다시 올라가기 시작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위험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몇 개 있어, 그 부분이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내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보다도 경기 상황이다. 경제가 안 나아지면 부동산 시장은 가라앉게 돼 있다. 예전에는 저금리가 시장을 떠받쳤지만, 미국이 급하게 1~2%씩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 한 금리가 빠르게 낮아지기 쉽지가 않다. 이미 미국과의 금리 차가 큰 상황이다. 매수자 입장에서 금리를 조금 내린다고 해서 주택 시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내년 총선 이후 주택 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금리가 내려간다면 일부 매매하려는 수요가 잠시 존재하겠지만, 시장의 향방이 갑자기 상승으로 돌아설 정도의 힘이 6개월~1년씩 지속되는 상황은 없을 것 같다.”

이미 부동산 가격은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도 있는데.
“2차 바닥은 아직 모른다. 향후 2030세대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바닥까지 갈 수 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60~70%다. 지금의 주택 시장은 거품이 쌓일 데까지 쌓였다. 대출을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시장이 이어질 수 있는데 지금은 없지 않나. 여전히 주택 가격대가 정상적이지는 않다.”

내년 투자 전략을 세워본다면.
“기본적으로 내년에는 매수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여러 시나리오 중에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된다면, 고점 대비 35%까지 떨어진 물건은 큰 손해를 볼 일이 없으니 매수해도 된다. 수도권은 40~50%까지 떨어진 물건을 보길 바란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