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MZ’가 지목됐다. 하지만 진짜 큰손은 따로 있다. 바로, 뉴실버 세대다.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소비하는 이들의 라이프 트렌드를 따라가 봤다.
[big story]‘소비 큰손’ 뉴실버, 라이프 트렌드는
최근 기업의 눈이 MZ세대(1980년대 초~ 2000년대 초반 출생)를 향하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연일 이들을 언급하며 MZ세대를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역시 이들이 경제활동의 주력 세대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정말 강력한 소비력을 보유, 무섭게 팽창하는 세대는 따로 있다. 바로, 60세 이상이다.

이들은 현재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인구 역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유엔은 현재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50년 전 세계 인구의 16%는 65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른 고령인구 비중 추이를 보면, 2010년 65세 이상이 우리나라 인구의 10.8%에 머물렀지만, 2020년 15.7%로 늘어난 데 이어 2023년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에 달한다. 2025년에는 20.6%(1059만 명)로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와튼스쿨의 마우로 기옌 교수도 저서 <2030 축의 전환>에서 2030년에 이르면 전 세계 60세 이상이 35억 명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2020 세계 경제 대전망’에서 “젊은 노인의 시대가 도래했다(The decade of the ‘young old’ begins)”며, 더 건강하고 부유해진 시니어 세대가 앞으로 소비재, 서비스, 금융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인구층이 가장 두텁고 보유 자산과 소비력이 있는 세대는 새로운 시니어, ‘뉴실버’인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국민은 노후를 취미 활동(58.7%)이나 소득 창출 활동(17.2%)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 국민 여가 활동 조사’에서도 지속적인 여가 활동 비율이 60대가 52.1%로 가장 높다. 생산적 활동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여가 활동을 즐기려는 의지가 강한 세대다. 이들은 넉넉한 경제력과 왕성한 활동을 통해 가치소비를 지향하고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와 스마트폰에도 능숙하다. 자신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않다는 점도 이전 세대와의 차이다. 건강은 물론, 여행, 교육, 취미 활동에도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big story]‘소비 큰손’ 뉴실버, 라이프 트렌드는
2023년 5월 KB국민카드가 발표한 통계에서 50세 이상 연령층의 카드 매출액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시니어 세대의 온라인 카드 이용액 증가율도 두드러진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합친 온라인 매출은 50~64세에서 36% 늘어났고, 65세 이상에서는 57% 증가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을 수용해 온·오프라인 주요 업종에서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액티브·스마트 시니어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부각되며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비씨카드 데이터사업본부가 코로나19 전후로 최근 5년간 60대 이상 고객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고객 수와 결제액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8월 60세 이상 비씨카드 회원 기준(신규 고객 포함)으로 고객 수와 결제액은 2018년 동월 대비 각각 7.3%, 8.5%포인트 올랐다. 고객 수는 기존 고객 연령 증가 원인도 있지만 결제액은 꾸준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런 흐름에 따라 카드사들도 이들을 겨냥한 카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항공사, 면세점 이용 시 적립 혜택을 주는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시니어플러스’, 백화점 이용금액에서 청구 할인 혜택을 주는 KB국민카드의 ‘KB국민 위시 카드’ 등이 그 예다.

비싼 연회비를 내더라도 ‘프리미엄 혜택’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시니어를 공략하는 카드사도 있다. 현대카드는 상대적으로 시드머니의 규모가 큰 시니어 투자자를 확보하고자 연회비를 높이고 혜택을 늘렸다. ‘미래에셋 현대카드’는 시리즈 3종 중 2종을 프리미엄 카드로 구성, 고객에게 투자 관련 혜택을 비롯해 호텔, 골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나를 위한 투자, 소비에 ‘올인’
뉴실버들은 자기계발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에겐 경제력 외에도 은퇴 후 오롯이 자신을 위해 할애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중장년기에도 인간의 잠재력은 계속 계발될 수 있는 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우라고 충고한다. 특히, 뉴실버 세대의 경우 대개 풍부한 사회적 경험과 지식과 경륜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안목과 판단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만큼 자기실현의 작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지난해 30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61세 A씨는 요즘 매일같이 달리기와 산행을 병행하고 있다. 내년에 있을 해외 마라톤 대회 출전과 알프스 트레킹의 성지 투르 드 몽블랑(Tour du Mont Blanc) 트레킹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부터 달리기를 취미로 해 왔다는 그는 “20년 넘게 뛰고, 산행하는 걸 좋아했는데 은퇴 전에는 해외 대회에 참석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며 “은퇴 후 좋은 점을 꼽으라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도전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내년에 참석할 대회와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순간이 설렌다”고 말했다.
[big story]‘소비 큰손’ 뉴실버, 라이프 트렌드는
A씨처럼 자기계발을 위한 교육, 취미 활동에 몰입하는 뉴실버들이 늘어나면서 업계도 관련 맞춤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온라인 클래스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에 따르면 2022년 11월 대비 1년 새 플랫폼 내 뉴실버 세대의 수강이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수강한 온라인 강좌로는 ‘창업·부업’, ‘금융·재테크’, ‘디지털 드로잉’ 분야 순이었다.

로쉬코리아는 온라인 앱과 오프라인 클래스 공간을 기반으로 욜드족 대상 참여형 체험 및 취미,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북촌과 응암동에 오프라인 오뉴 하우스를 운영 중이며, 이곳을 통해 200개가 넘는 체험, 문화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브런치스토리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다수의 시니어를 위한 콘텐츠를 발행해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매월 온·오프라인으로 오뉴를 만나는 시니어는 약 1만2000명이며 그중 오프라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약 5000명에 달한다.

2023년 4월부터 ‘취미를 시작합니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5060세대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한 1인 1취미 갖기’를 제안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그림 △미식 △여행 △영화 △연기 △전시 △사진 △춤 △클래식 △책 등 12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클래스는 주 1회씩 4회 차로 진행된다.

중장년 라이프스타일을 개발하는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 ‘시놀’은 문화, 여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뉴실버들의 만남을 지원한다. 시놀이 개발한 5070세대를 위한 동명의 만남 주선 앱 ‘시놀’은 시니어 세대를 위한 데이팅 앱이다. 동일한 관심사, 희망 연령 등을 고려해 이성을 찾아주는 위치 기반 매칭이 호응을 얻고 있다. 2022년 서비스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 수 1만 명을 돌파하며 50대에서 80대까지 폭넓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월평균 이용자 수는 7000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