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어떻게 자산을 불렸을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KB금융지주가 각각 ‘대한민국 부자 보고서’와 ‘2023 한국 부자 보고서’를 통해 부자들의 투자 성향에 대해 분석했다. <글 이미경 기자>
[WM써머리] 부자들, 돈 어떻게 불리나 봤더니
고금리 흐름이 지속되면서 부자들의 재테크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확정 수익 상품에 투자는 더 늘리고 부동산자산 투자는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이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은 예·적금(24%)과 주식 투자(21%)를 늘리려는 의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큰 만큼 채권(5.8%) 투자를 확대한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예·적금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의 비중은 전년(84.5%) 대비 약 10%포인트 늘어난 94.3%를 기록했다. 채권에 투자한 부자들의 비중도 한 해 동안 22%에서 26.8%로 뛰었다.

이외에도 실물자산인 예술품에 투자한 부자 비중은 18%에서 24.8%로 증가했다. 1년 이내 고수익 투자처로는 주식(47.8%)과 거주용 주택(46.5%)을 꼽았다.

안전자산인 금·보석(31.8%)과 거주용 외 주택(31%)도 유망하다고 답했다. 3년 이상 장기 유망 투자처도 단기와 마찬가지로 거주용 주택(44.3%), 주식(44%), 금·보석(32%) 순이었다. 금·보석 선호도는 2022년(26.8%)에 비해 상승했다.

주식 투자의 경우 기간은 1~3년 미만, 수익률은 연 24%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부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부자 10명 중 3명(30.6%)은 ‘미술품 투자를 한 적이 있거나 현재 미술품을 보유·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2년(25.4%)에 비해 5.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작품당 최대 지급 의향 금액도 ‘6000만~1억 원 미만’이 24.2%로 가장 많았다. 2022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1000만~3000만 원 미만’(27.3%)과 비교해 액수가 3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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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전통 자산, 부동산 비중 가장 높아

한국의 부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이 보유한 총자산의 55%는 부동산이 차지했다.

부자의 95%가 자가를 보유했고, 추가 부동산을 보유한 비율도 절반을 웃돌았다. 최근 10년간 주택 가격이 약 40% 상승했고 부동산 펀드 규모도 7배 이상 성장한 것을 고려할 때, 부동산 투자가 부를 일구는 데 한 축이 됐다는 분석이다. 부자들은 부동산이 자산을 유지하는 데 가장 적합한 투자처이고 수익률도 상당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서 아파트로 관심이 옮겨 가는 모습도 나타났다.

부자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 비중도 15%에 달한다. 해외 부동산 투자 의향이 높아진 것은 부동산 정책이나 금리 등에 따라 선호하는 부동산 유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부자의 소득 원천을 보면 근로소득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재산소득 비중은 감소했다. 부자 10명 중 6명이 상속형 부자인 셈이다. 상속·증여 규모는 과거보다 더 많거나 적어져 양극화되는 모습이었고, 수령 시점은 2018년까지 40대 이후로 늦어지는 추세였으나 팬데믹 이후에는 미성년자 주식 보유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일부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2021년 다주택자 대상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증여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등 세금 공제한도와 자산 가치 변화 등을 고려해 이전 시점을 계획하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대표적인 상속·증여 자산의 유형은 부동산이었지만 최근에는 현금, 예금 또는 신탁 상품을 활용한 증여도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가족 간 분쟁 없이 안전하게 상속재산을 가족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한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