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2023년 개정 세법 중 상속 및 증여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개정 세법, 가업승계 분야 변경 '눈길'
올해 ‘상속 및 증여세법’ 개정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가업승계 분야의 변경이다. 가업승계와 관련해 ① 가업상속공제 또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대상 기업의 범위를 넓히고, ② 가업상속공제 또는 증여세 과세특례의 한도를 높이며, ③ 사후관리 기간을 단축하고, ④ 사후관리 의무를 완화하며, ⑤ 상속 또는 증여세의 연부연납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법이 개정돼 왔다. 2023년에도 이러한 방향성은 유지됐다.

개정 세법 주요 포인트는
첫째,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서의 증여세 최저세율이 적용되는 한도가 높아졌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증여재산가액 10억 원까지는 공제를 적용받지만(즉, 공제한도 10억 원), 10억 원을 초과하면 증여세를 납부하되 10억 원을 초과하면 일반 증여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종래에는 증여재산가액 1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60억 원 이하까지 10%, 60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최대 600억 원까지 20%의 증여세율이 적용됐다. 정부는 2023년 7월 증여재산가액 300억 원까지 10% 증여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회에서 ‘부자감세’라는 야당 반발에 부딪혀 증여재산가액 120억 원까지만 10% 증여세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둘째,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서의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이 늘어났다. 앞에서 본 바에 따라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으면 낮은 세율이 적용돼 납부할 증여세가 줄어들지만 이를 면제받는 것은 아니다.

종래 증여세의 경우 5년에 걸쳐 증여세를 분할 납부하는 ‘5년 연부연납’이 인정됐고,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서도 이를 달리 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2023년 7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경우에는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5년이 아닌 20년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역시 국회에서 야당 반발에 부딪혀 15년으로 최종 결정됐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 대한 15년의 연부연납 기간은 2024년 1월 1일 이후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내 연부연납을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받을 수 있다.

셋째,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기간 중 업종 변경이 가능한 범위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에서 대분류 내로 완화됐다. 이를 통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기업들이 산업 구조 및 기업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종래에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기업이 중분류가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것은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의무 위반에 해당해, 공제받았던 상속세와 그에 대한 이자까지 납부해야만 했다.

그런데 2023년 말 상증세법 개정을 통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기업들도 중분류가 다르더라도, 같은 대분류 내에서는 업종 변경이 가능하게 됐다. 이 내용은 법률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 개정 사항이므로, 국회에서의 야당 반발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으로 적용된다.
아울러 혼인 및 출산 관련 증여재산공제 신설 부분도 주목된다. 본래 거주자인 성인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게 되면 5000만 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었다
(즉,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증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 기존 5000만 원 공제 외에, 정부는 2023년 7월 혼인신고 전후 2년 이내, 거주자인 성인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는 경우 1억 원을 공제받는 소위 ‘혼인증여재산공제’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는 혼인증여재산공제 이외에 출산일 또는 입양일로부터 2년 이내, 거주자인 성인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는 경우 1억 원을 공제받는 소위 ‘출산증여재산공제’까지 신설했다.

이러한 혼인 및 출산증여재산공제에서 주의할 점을 몇 개 부연한다. 우선, 증여를 받는 사람이 ‘거주자’인 경우에만 ‘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비거주자는 5000만 원 증여세 과세가액 공제뿐만 아니라, 혼인·출산증여재산공제도 받을 수 없다. 또한 혼인과 출산이 각각 있더라도, 혼인증여재산공제와 출산증여재산공제를 합해 1억 원의 한도가 적용된다.
예컨대 A가 혼인 후 1년 내 출산하고 부모로부터 3억 원 현금을 증여받을 경우, 우선 혼인 및 출산과 무관하게 5000만 원을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받고, 이후 혼인 및 출산을 합해 1억 원을 공제받게 된다. 이 경우 5000만 원을 공제받고, 혼인증여재산공제 1억 원, 출산증여재산공제 1억 원을 받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제를 받는 횟수에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예컨대 거주자인 성인이 B와 혼인신고를 할 때 1억 원 혼인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았는데, 이후 B와의 이혼 또는 B 사망 등으로 다시 C와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C와의 혼인에 대해 1억 원 혼인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는 있다.

또한 증여재산공제는 증여를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고, 남편은 남편의 부모로부터, 아내는 아내의 부모로부터 각각 증여를 받더라도 이는 별개의 증여이므로, 결국 남편이 5000만 원+1억 원의 증여재산공제를, 아내가 5000만 원+1억 원의 증여재산공제를 각각 받을 수 있다. 신설된 혼인 및 출산증여재산공제는 2024년 1월 1일 이후 증여를 받는 경우부터 적용되고, 2024년 1월 1일 이후 혼인 또는 출산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예컨대 2022년 2월 1일 혼인(또는 출산)을 했다면 그로부터 2년 이내인 2024년 1월 증여를 받으면 혼인(또는 출산)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상으로 2023년 개정 세법 중 상속 및 증여에 관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한편,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상속세 개편안이 2023년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정부는 2023년 10월 중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은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표명했다.

유산취득세의 도입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상증세법의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고, 그 기회에 1999년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현행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의 조정도 기대할 수 있었다. 정부가 말하는 ‘사회적 재논의’라는 것은 결국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반발 등을 우려한 것일 수밖에 없다. 앞서 본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에서의 증여세 최저세율 구간과 연부연납 기간이 정부가 설계해 발표한 내용보다 축소된 것도 같은 이유다.

4월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된다면,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도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완화하려는 정부의 입장과 이를 적정하게 통제하려는 국회의 입장이 대립될 것이다. 이러한 대립이 계속된다면, 정부로서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 완화 방안 중 국회에서의 법률을 개정해 달성해야 하는 것은 추진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 및 상증세법 개정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을 추진하려 할 수도 있다. 앞서 본 것처럼, 2023년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중 업종 변경 범위 완화를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한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령을 개정해 상속세 또는 증여세 완화의 방안이 있을까. 필자는 현재 상증세법 시행령에서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포괄주의로 바꿈으로써, 가업상속공제 또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대상 기업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시행령에 열거된 업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고 열거돼 있지 않은 업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경우에는 아예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열거주의·네거티브 방식).

이를 시행령에서는 특별히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할 수 없는 일부 업종을 명시하고, 그 업종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경우에만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지 않되, 그 밖의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포괄주의·포지티브 방식). 우리는 수년간 매출액 또는 공제한도 등의 숫자에만 집착해 왔는데, 2024년에는 보다 근본적인 내용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접근해봤으면 한다.

글 이강민 법무법인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