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자문팀 과장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자문팀 과장
“급매물이 아니면 매수 문의가 없어요.”

2023년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약 1900건(2023년 12월 기준)으로 연평균 거래량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참담한 결과였다. 지난해 뜨거웠던 여름과 달리 언제 그랬냐는 듯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거래량 상승과 함께 가격 회복을 거듭하던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건 다름 아닌 가계 부채 정책과 금리였다.

2023년 9월 13일 가계 부채 대책은 정책대출(특례보금자리론) 종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중단 등 대출 한도 축소를 통해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하겠다는 규제 정책이었다. 충격과 공포의 2012년 하우스푸어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기와 예고된 대출 중단 악재로 시장참여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은 시장 분위기 악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가계 부채 대책 발표에 이어 미국의 고용 호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이벤트가 발생했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시장참여자들은 크게 동요했다. 2022년 금리 급등과 투매 현상으로 한 차례 가격 급락을 경험해서일까.

여전히 금리 상승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가운데, 단기간 보여준 금리 널뛰기 현상은 시장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가격 회복이 빨라 높은 시세를 형성 중인 수도권 선호 지역은 금리 변동성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내 집 마련, 언제가 좋을까
위기 속 투자 기회는 언제?

지금이라도 보유 부동산을 모두 매도하고 가격 폭락을 기다리는 것이 정답일까. 모든 일이 그렇듯 잠재적 위험이 있는 만큼 기회 역시 상존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위기 속 기회를 포착하고, 쟁취했을 때 그 결실은 무엇보다 달콤한 법이다.

다가온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에게 투자 기회를 가져다줄 만한 이벤트는 3가지다. 첫째, 전셋값의 상승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의 경우 전년 대비 66%가 감소한 규모인 2만2000가구가 줄어 최근 8년 이래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락에 따라 전세 신규 수요가 증가하고, 전월세 매물까지 줄어들며 전셋값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이 가시화될수록, 그동안 소외됐던 수도권 외곽 지역 또는 소형 평형 아파트의 투자금이 작아져 가성비 있는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정부가 주도하는 개발공급정책이다. 정비사업 관련 법안 개정을 통해 용적률 상향, 정비사업 절차 단순화 등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또한 소규모 정비관리구역(소규모 재개발·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그동안 사업성이 열악해 낙후됐던 소외 지역까지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과감한 정비사업 부양 정책으로 도시 개발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정책 수혜로 재건축사업이 가능해졌고, 높은 가격에 일반분양이 가능해 공사비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아파트라면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1월 29일 시행되는 신생아특례대출(정책대출)이다. 2023년을 돌아보면 거래량을 동반한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특례보금자리론 덕분이다. 특정 자격을 갖춘 수요자를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과 원리금에 따른 대출 가능 금액을 제한하는 것)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낮은 정책금리를 제공함으로써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입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됐다.

이와 같은 금융 지원 정책은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이 컸던 수도권 외곽뿐만 아니라 구축 아파트의 매수세를 견인했다. 향후 신생아특례대출은 기존 특례보금자리론의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크다.

3040세대 무주택자들이 선호할 만한 9억 원 이하의 신축 아파트가 밀집돼 있고, 가격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면서 신설 교통망이 착공되는 지역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향후 해당 지역의 분양 및 입주 물량이 적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변동성 장세일수록 가치에 집중해야

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 덕분에 아파트만 샀다 하면 돈을 벌었던 ‘부동산 불패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부동산 시장은 금융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냉탕과 온탕을 오고 가는 변동성 장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방향을 예측하고 선점하는 공격적인 투자보다,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 내 집 마련 또는 투자를 결심했다면, 시장 리스크(인플레이션·금리 상승·대출 한도 축소)로부터 영향을 덜 받아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하고, 전셋값 상승, 개발정책, 정책대출 등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입지와 상품이 무엇인지 우선 고민해봐야 한다.

지금은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한두 건의 거래로 가치와 상관없이 형성된 시세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한순간 시한폭탄으로 돌변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라고 해서 무조건 실수요층이 선호하는 상품으로 섣불리 오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보다 가격 회복이 더디지만, 상대적으로 입지가 우수해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지는 구축 아파트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글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자문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