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높은 세금을 꼽는다. 이에 정부가 가업상속공제라는 보조장치를 마련해 두긴 했지만 여전히 제도적 한계점들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할까.
갈 길 먼 가업상속공제, 실효성 얻으려면
중소·중견기업 오너 중에는 본인이 경영하는 회사 주식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현금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상속재산 30억 원 초과분에 대해 최고 세율 50%가 부과된다. 이처럼 과도한 상속세율은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그래서 일정 요건 충족 시 지원받을 수 있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와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관심이 쏠린다.

대상을 확대하고 한도를 상향하는 등 혜택을 늘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가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에 기여하도록 제도 혜택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부의 세습을 지원해 계층 간 갈등을 유발하므로 제도를 최소한 적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사회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현행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기업지배구조에 따른 가업상속공제 적용의 차별 문제다.

첫째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가업’ 요건에 관한 것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가업은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을 뜻한다. ‘10년 이상 계속 경영’에 대해 과세당국은 10년 이상 주업종이 바뀌지 않고 계속 유지된 것으로 해석한다. 주업종은 법인 하나가 여러 업종의 사업을 할 때 매출액이 가장 큰 업종을 말한다.

여기서 10년 이상 주업종을 바꾸지 않고 유지해야 하는 요건을 한번 짚어보자. 예를 들어,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10년간 하나의 법인으로 영위한 회사가 있다. 9년간 제조업 매출이 가장 컸으나, 도소매업 매출이 꾸준히 성장해 최근 1년은 제조업 매출을 추월하는 성과를 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이 회사의 주업종은 9년간 제조업이었으나 최근 1년은 도소매업으로 바뀐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주업종을 10년 이상 계속 영위하지 않아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수 없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모두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이기 때문에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별도 법인으로 영위했다면 두 법인 모두가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사업별로 별도 법인으로 운영할 것인지, 하나의 법인이 여러 사업을 영위할 것인지는 경영자가 사업적 판단에 따라 정할 문제다. 이로 인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여부가 달라질 이유는 없다.

둘째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에서 순수 지주회사의 오너가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순수 지주회사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자회사 주식을 보유해 그 회사를 지배 및 관리하는 것을 업(業)으로 한다.

지주회사 체제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한 회사의 부실이 연쇄적으로 관계사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차단해주는 등 여러 장점을 가진다. 경영자가 여러 제반 상황을 감안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기업지배구조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따르면 경영자가 제조업을 영위하는 법인 주식을 직접 보유하면 가업상속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제조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가진 순수 지주회사 주식을 보유한다면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주회사가 해당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피상속인이 자회사를 10년 이상 직접 경영했다 하더라도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제조회사 주식을 직접 보유해 경영하는 것과 순수 지주회사를 통해 간접 보유하며 경영하는 것에서 혜택의 차이가 생길 이유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경영자가 순수 지주회사 주식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영위하고, 경영자가 해당 자회사를 직접 경영했다면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 문제를 푸는 것은 쉽지 않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지주회사 관련 업종을 추가하는 등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배당수익만 있는 순수 지주회사에 대해 일반 기업의 가업 규모 요건(매출액 5000억 원 미만)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또한 지주회사가 여러 법인을 자회사로 뒀다면 가업 영위 기간은 어떻게 산정할지,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사업 관련 자산의 인정 범위를 어떻게 할지 등 가업상속공제 규정 전반에 대한 대대적 손질이 필요할 수 있다. 지주회사 형태는 기업이 경영상 필요로 선택할 수 있는 지배구조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가업상속공제가 형평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글 김운규 삼일PwC 고액자산가 세무자문그룹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