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인프라가 인공지능(AI),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메가 트렌드에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정책적 수혜,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 주기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어디일까.
[INSIDE ETF]전력 인프라, ‘미래 먹거리’ 열쇠 쥐었다
전기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다음 쇼티지(부족)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줄곧 AI와 전기차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전기’ 부족에 대해 경고해 왔다. 전력 인프라는 기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기와 교류 전압을 원하는 값으로 변환하는 변압기, 전기의 공급처에서 수요처까지 전기를 전해주는 송배전(케이블)까지를 포함한다.

전력 인프라 산업은 일정한 수명과 교체 주기를 가지며, 기술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을 보유한다. 또한 해당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은 공정 자동화가 불가능해 쇼티지가 발생하게 되면 그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우리가 전력 인프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전력 인프라가 AI,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메가 트렌드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며 중장기 관점에서 정책적 수혜,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 주기에 따른 수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 인프라 투자 포인트
① 메가 트렌드(AI·전기차·신재생에너지)의 핵심 요소

AI 메모리 반도체 개발, 자체 AI 소프트웨어 개발 등 빅테크들의 AI 산업 경쟁이 뜨겁다. 지금은 AI 자체를 개발하는 기업보다 엔비디아같이 AI 개발에 필요한 도구인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데,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결국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기 위한 서버가 필수적이며, AI 모델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워크 로드가 증가해 전력 사용량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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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ChatGPT)로 검색할 경우, 구글 검색 대비 약 10배 가까운 전력량을 필요로 한다. 이후 AI 가동을 위한 고성능 처리장치 수요의 증가로 데이터센터의 랙(rack)당 전력 사용량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이 되면 전기차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보조금 삭감 및 충전 인프라 부족 이슈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지만, 2023년까지의 전기차 판매량 비중을 살펴보면 전기차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일관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2.2%이던 전기차의 점유율은 2023년 기준 15.8%까지 상승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요국의 연비 규제와 내연기관차 대비 저렴한 유지비용을 감안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50만 개 이상의 전기충전소 수출 목표를 수립했고 테슬라는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인 슈퍼차저(supercharger)를 이용, 포드와 제너럴포터스(GM)를 시작으로 전기 충전 인프라를 개방하며 북미 표준 전기차 급속 충전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 각국 정부 및 에너지 당국은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을 통해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대비 가동이 불규칙적이고 시차 및 지리적 한계로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너지를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한 전력의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태양광발전소 및 풍력발전소의 위치와 전기의 수요처인 도심 간 거리가 있기 때문에 발전 전력을 저장한 후 소비 중심지로 전달해야 하는 관점에서는 장거리 송배전(grid)이 필요하다. 지리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발전이 용이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국가에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 간 전력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 시설을 건설하는 국제 송전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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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정책적 수혜와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
미국의 공급망 재편(리쇼어링)에 따른 미국의 재산업화는 장기적인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3년 10월 전력망 개선 및 확충을 위해 35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해당 투자는 2021년 제정된 초당적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에 의한 것이며 전력망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직접투자다.

2022년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지원금을 통해 전력망 확충 작업을 촉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관련 프로젝트 집행에 따른 본격적인 매출 발생은 2024년 후반으로 예상된다. IIJA 및 IRA 발표 후 미국 내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변압기 수입 금액은 2억4600만 달러에서 5억 달러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2022년 이후 중국산 변압기 수입을 배제하면서 국내 변압기 수출 금액도 증가했다.

IRA에는 75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인프라 확대 프로그램 및 보조금이 포함돼 있다. 이 중 50억 달러는 고속도로 50마일(약 80km)마다 충전소를 보급하는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프로그램(NEVI)에 사용된다. 나머지 25억 달러는 대체 연료, 전기차 인프라 구축 재량 보조금(CFI) 투입이 예정돼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도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은 2023년 11월 그리드 투자 촉진을 위한 법안을 승인했고, 유럽연합(EU) 또한 2023년 11월 녹색 전환의 핵심인 전력망 효율화 및 확충을 위한 전력망 행동 계획(Grid Action Plan)을 발표했다.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전력망의 교체 수요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신규 수요가 더해지며 전력 인프라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변압기의 수명은 25~30년으로 미국 전력 발전소 변압기의 70%는 설치된 지 25년 이상이 지난 상황이다. 미국에너지청(DOE)에 따르면 송배전 증설의 3~5배 가속화가 필요하며 25년 이상 된 케이블 및 변압기의 교체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 인프라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OE는 2030년까지 60%, 2050년까지 송배전을 3배 확장할 계획이며, 민간 유틸리티 기업 차원에서 송배전망의 투자 금액(CapEx)은 매년 증가하는 중이다.

전력 인프라의 밸류체인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전력망은 크게 송전(transmission)과 배전(distribution)으로 구성되는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변전소를 거쳐 송전되고, 마지막 변전소에서 가정·공장(수요처)까지 배전되는 형태다.

원활한 송배전을 위해서 전압을 원하는 값으로 변환하는 변압기와 전기가 옮겨지는 전선(케이블)이 필수적이다. 전력 수송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압을 올리는 승압 과정이 필요하다. 승압과 최종 소비자인 가정과 산업체로 가는 강압(전압을 낮추는) 단계에서는 전압을 변화시키는 변압기가 필요하다. 변압기는 일반적 제조업과는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제조되며 기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이 점유하던 미국 변압기 시장에 2022년 이후 한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변압기 수요 증가에 따른 이익 증가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초고압직류송전(High Voltage Direct Current·HVDC)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 전력을 직류로 변환시켜 송전하는 방식으로 장거리 대용량 송전의 핵심 기술로 송전 효율이 높고 안정도가 뛰어나며 다른 주파수 교류 계통 간 연결이 가능하다. 여러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계통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연계 프로젝트 혹은 국가 간 전력망 연계 사업에 채택될 수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 중요해지면서 HVDC 기술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HVDC 관련 높은 기술력을 보유 중이다.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성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고금리와 피크아웃 우려로 상대 성과가 좋지 않았던 국내외 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지난 2월 AI 관련 테마 수혜 및 양호한 변압기 수출 데이터로 연초 이후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변압기 수출 데이터의 경우 월별 변동성이 큰 편이며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는 특징을 가지는데, 재생에너지 발전과 국내외 전력기기들의 기업들 모두 외형 성장과 이익 개선이 진행되는 중이다. 기업들 대부분의 추가 증설이 2026년에나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AI 산업 성장에 따른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수급 불균형 흐름이 한동안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에 상장돼 있는 대표적인 전력망 기업으로는 이튼 코퍼레이션(Eaton·ETN)과 콴타 서비시스(Quanta Services·PWR)가 있다. 이튼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법인을 두고 미국에 설립된 종합 전력 솔루션 업체로 전력 밸류체인 전반의 사업을 영위한다. 콴타 서비시스는 송배전망 설치 및 유지보수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 기업으로 지난 1년 동안 이 두 기업의 주가는 각각 70%, 50% 이상 상승했다. 이튼은 AI 산업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 및 데이터센터 운영관리 소프트웨어 등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 전력 인프라 기업들은 전력선과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며, 전력 관련 공사를 진행한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압 케이블 및 변압기를 개발하며 이와 관련해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송배전 관련 기업으로 LS전선아시아, 대한전선, LS 마린솔루션 등이 있으며, 변압기 관련 대표 기업들은 효성중공업, 제룡전기, HD현대일렉트릭 등이 있다. 국내에 상장돼 있는 전력 인프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는 하나로 CAPEX 설비투자 아이셀렉트(HANARO CAPEX 설비투자 iSelect·454320)가 유일하다.

주요 편입 종목으로는 HD현대일렉트릭, 한국전력,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 LS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신재생, 전선 관련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약 9% 수준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 미국에 상장돼 있는 대표적인 전력 인프라 ETF로는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 에지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스트럭처 인덱스 펀드(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Smart Grid Infrastructure Index Fund·GRID)가 있고 주요 보유 종목에 이튼과 콴타 서비시스를 포함한다.
[INSIDE ETF]전력 인프라, ‘미래 먹거리’ 열쇠 쥐었다
미국 데이터센터 관련 광케이블 수요 및 전력 설비 관련 케이블 수요 성장으로 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수혜가 이어지고 있다. 니케이225 지수의 구성 종목 중 연초 대비 수익률 1위 기업은 통신 광섬유와 케이블 등의 전선 케이블 제조업체인 후지쿠라(5803 JP)로 코로나19 이후 미국향 매출이 120% 성장하는 등 미국 밸류체인으로 자리 잡았다. 대만의 변압기 기업인 화청전기(Fortune Electric)는 2023년 초 대비 주가가 11배나 상승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는 미국 에너지 인프라 정책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IRA가 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세액공제 등 세부적인 지침에 대한 정책 변경은 가능하다. 트럼프 후보자가 환경보다는 경제성을 우선하는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 관련 수혜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미 대선을 앞두고 관련 기업들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 교체는 이미 진행 중이며, AI 관련 전기 수요 확대를 고려하면 전력 인프라의 구조적인 성장에 집중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력 인프라 구축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뿐 아니라 화석연료 중심의 체계에서 벗어나기 원하는 중동, 글로벌 제조업에서 중국을 대체하기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에서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력 인프라의 성장성은 글로벌 시장 확대에 힘입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다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