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어 가는 자산 가치를 바라보는 개미 투자자들의 포모(FOMO: 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 심리도 짙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혼란스러운 시장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자산을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개인투자자가 성공할 수 있는 키워드는 ‘글로벌’과 ‘자산 배분’, ‘장기적 관점’이라는 조언이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MZ(밀레니얼+Z) 세대나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소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개인이 시장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비법으로 꼽혔던 글로벌 분산투자와 장기 투자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며 “한두 번 큰 수익을 내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인이 투자 시장에서 10년, 20년씩 살아남으며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이다. 크게 잃고 떠나버린 투자자가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도 ‘장기전’에 주목해야…
변액보험 옥석 가리기
무엇보다도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키워드는 해외 투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3월 1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30억743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영향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억6294만 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에도 서학개미의 활약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개인투자자 해외 증권 투자 특징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 증권 투자 잔액은 771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민간 부문의 해외 증권 투자 중 개인 투자 비중은 2019년 말 7.3%에서 지난해 말 20%로 크게 늘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2020년 이후 미국 주식, 2023년 이후 미국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표상원 한국은행 국제국 외환분석체계개선반 과장은 “포모 심리의 작용과 과잉 확신, 군집 거래 등의 투자 행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금융 시장 테마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편중되는 모습이 두드러졌고, 공격적 투자 성향도 강하게 보였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에 관심을 두더라도 특정 자산의 단기 급등을 노리는 투자 방식을 지양하는 쪽을 권한다. 물론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장기 투자에 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상장지수펀드(ETF),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은 펀드 상품을 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장기전’을 주특기로 삼는 보험 업계의 변액보험 상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변액보험은 보험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사업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고, 수익이 나면 이를 가입자에게 나눠주는 실적배당형 보험 상품이다. 변액보험의 순자산 규모는 증시 하락 여파로 2022년 12월 말 97조 원에 그쳤지만, 선진국 증시 상승에 힘입어 점차 순자산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 변액보험 순자산은 102조 325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만큼, 변액보험을 선택할 때도 ‘글로벌 자산 배분’에 얼마나 강점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척도로 떠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소수의 생명보험사 상품을 제외하면 글로벌 투자에 무게를 싣는 상품이 아직 많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변액보험을 선택할 때도 적극적인 옥석 가리기를 하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 변액보험 펀드 자산의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 투자형이 77%, 해외 투자형이 17%, 국내외 투자형이 6%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3분기에는 국내 투자형이 79%, 해외 투자형이 16%, 국내외 투자형이 5%였던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 투자의 비중이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변액보험 업계 전반적으로 여전히 국내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 모습이다.
글로벌 자산 배분, 업체별로 양극화…
해외 투자 규모 1위 미래에셋생명
해외 투자를 대하는 변액보험 업계의 시각차도 뚜렷하다. 각 생보사별 변액보험 순자산 비중을 살펴 보면 각 사별로 해외 투자 규모의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액보험 자산의 과반수를 해외 투자에 집중한 생보사가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국내 투자 성향을 고수하는 곳도 존재한다. 올해 2월 말 기준 국내 변액보험 업계에서 해외 투자 규모가 가장 컸던 생보사는 미래에셋생명이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순자산(12조1224억 원) 중 76%인 9조2254억 원이 해외 투자, 24%인 2조8970억 원이 국내 투자로 분류됐다.
삼성생명은 17%인 4조5441억 원을 해외 자산으로 투자해 2위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메트라이프생명(3조3081억 원·29%), 신한라이프생명(1조3173억 원·22%), DGB생명(1조1131억 원·93%) 순으로 해외 투자 규모가 컸다.
대형사인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변액보험 순자산 규모만 따지면 각각 15조861억 원, 14조7174억 원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3위의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반면 해외 투자는 교보생명(9102억 원·6%)과 한화생명(4512억 원·3%) 모두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아울러 변액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상품인 만큼 최소 3~5년 이상의 중장기 수익률을 살펴보는 것이 각 보험사의 운용 능력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길이다. 자산 규모 30조 원 이상 생보사의 변액보험 펀드 유형별 5년 수익률을 보면, 해외 투자에 강점을 보인 미래에셋생명이 전 부문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차지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주식형(58.0%), 주식혼합형(38.1%), 채권형(6.5%), 채권혼합형(22.4%) 등 변액보험 펀드 모든 유형에서 1위를 기록했다.
개별 변액보험 펀드의 연간 수익률을 따져봐도 국내 주식형에 비해 해외 주식형 상품이 좋은 성과를 보이는 추세다. 변액펀드 중 수익률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펀드들은 최근 40% 이상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산업, 반도체 등으로 인해 성장세를 보인 글로벌 증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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