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AI에 열광하고 있지만 직접 투자는 여전히 리스크가 큰 선택이다. 특히 AI는 수많은 나라의 다양한 기업이 복잡한 밸류체인으로 연결돼 있어 투자자들이 관련 기업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살펴보고 투자 결정을 하는 게 쉽지 않다.

[ETF 심층해부]
미국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AI 등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사진=연합UPI
미국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AI 등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뉴욕증권거래소 내부. 사진=연합UPI
지난해 이어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관련 7개 기업으로 자금 쏠림이 지속되고 있다. 주식 시장의 대표적인 AI 수혜 종목으로 투자자의 큰 주목을 받은 M7 종목은 2023년 한 해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의 60%를 주도했다.
이런 쏠림 현상은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에서 매력적인 기술혁명 흐름에 합류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두려움(Fear of Missing Out·FOMO)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를 미국 경제 둔화와 주식 시장 하락을 예고하는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테마에 힘입어 올해 미국 3대 주요 지수(다우·S&P500·나스닥 지수)는 신고점을 경신했다.
ETF로 접근하는 AI 투자…국내외 수익률 톱 펀드는
ETF로 접근하는 AI 투자…국내외 수익률 톱 펀드는
치열한 AI 경쟁, 치솟는 빅테크 주가

2022년 11월 출시와 함께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오픈AI의 GPT 3.5는 여러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AI 투자에 뛰어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생성형(generative) AI 시장의 활성화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시장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AI 소프트웨어를 구현하기 위해선 하드웨어(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반도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는 4년마다 2배씩 증가하며 2025년에는 약 1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NTT 데이터 설문조사 결과(글로벌 선두 업체 800여 개 기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5%가 사업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향후 3년 이내 적극적인 AI 투자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업종으로는 금융업과 제약·헬스케어 업종이 AI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는 정보기술(IT)·자동차·유통·유틸리티 업종이 AI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AI에 대한 관심은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AI 관련주들의 주가 움직임은 대형주 중심으로 높은 수익이 나타났는데, 엔비디아(+155%)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팔란티어(+67%),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52%), HBM 메모리 수혜주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49%), ASML(+41%), 메타 플랫폼스(+38%) 순으로 수익률(출처: 블룸버그 7월 16일 기준)이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유아이패스, 다이나트레이스, 액센추어, 인포시스 등은 모두 부진한 주가 수익을 기록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높은 영업이익률과 주주 환원을 기반으로 자기자본이익률 수준도 시장(S&P500)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주가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AI의 심장, 반도체…2030년 1조 달러 시장

반도체 시장은 크게 4단계를 거치며 성장하고 있다. 1기는 개인용 소형 PC(1980~1990년), 2기는 인터넷(1990~2002년), 3기는 모빌리티·클라우드(2002~2020년), 4기는 인공지능(2020~현재)으로 나뉜다. 인공지능 모델이 본격화된 2022년 반도체 시장 매출은 573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2030년까지 1조 달러 규모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AI 반도체는 AI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중심이며,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려 주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있어야 AI 연산에 필요한 AI 반도체 칩이 완성된다. 그 결과 챗GPT의 출현을 계기로 확대된 AI 투자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HBM의 폭발적인 수요를 유발시켰다. HBM은 여러 개의 D램(RAM)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대역폭 반도체로, 초거대 AI 모델 추론에 용이하다. HBM은 엔비디아 등 주요 GPU 제조처에 납품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AI 모델과 AI 가속기를 개발하면서 HBM 수요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HBM 시장은 2023년 5.5조 원에서 2027년 28.6조 원으로 연평균 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3년 이후 주요 글로벌 21개 기업의 AI 관련 총 투자 건수는 100여 개가 넘고, 이 중 일부는 최종 인수 또는 지분 투자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8년 이후부터 증가세를 보인 AI 관련 투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대기업 위주로 이뤄졌으며, 2020년 이후 AI를 응용한 업무 개선 기술에 주로 투자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지난 2019~2021년 동안 약 30억 달러를 투자했고,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챗GPT는 생성형 AI 솔루션으로 광대한 사용 범위와 넓은 확장성을 갖고 있는데,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성능이 개선된 챗GPT 4를 출시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이터센터 에너지 확보를 위해 브룩필드자산운용과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헬스케어 산업에도 눈을 돌려 의료용 클라우드와 AI 음성인식을 보유한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하는 등 다양한 AI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AI 분야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주로 AI, 머신러닝에 특화된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에 투자해 왔다. 2019년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 설계 기업 멜라녹스 인수를 통해 고성능 슈퍼컴퓨터와 클라우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고, 이후 다양한 기업 인수를 진행하며 AI 경쟁력과 GPU 워크로드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기도 했다. 동종 기업인 AMD 역시 반도체 설계 기업에 투자하며 시장 내 입지를 넓힌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트프 연례 개발자 회의에 샘 알트먼 오픈AI CEO(왼쪽)가 깜짝 등장했다. 사진=연합AFP
지난 5월 마이크로소트프 연례 개발자 회의에 샘 알트먼 오픈AI CEO(왼쪽)가 깜짝 등장했다. 사진=연합AFP
ETF로 접근하는 AI 투자…국내외 수익률 톱 펀드는
고성능 GPU와 함께 HBM 급성장

AI의 핵심 기술은 패턴 분석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GPU의 역할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기존에는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의 중요성이 컸으나, 3차원(3D) 기술이 도입되며 대량의 복잡한 이미지와 비디오를 처리하는 데 있어 CPU가 혼자 처리하기에는 점차 한계가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CPU의 코어 수를 늘려야 하고, 따라서 그만큼 전력 소모도 증가하게 된다.

반면, GPU는 병렬 구조 방식으로 순서에 상관없이 한번에 많은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직렬 구조의 CPU보다 AI 패턴 분석에 더 뛰어나다. 또한 본래 개발 목적이 그래픽 처리인 만큼 CPU보다 빠른 사칙연산 특징을 바탕으로 AI 기술에 우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AI 밸류체인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하드웨어는 고성능 GPU(엔비디아 블랙웰·AMD MI300X)를 중심으로 HBM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HBM 관련주로는 종합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외에 패키징 및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극자외선(EUV) 전문 제조 업체 ASML, 실리콘관통전극(TSV) 식각·도금 장비 공급 업체 램리서치 등이 있다.

반도체 공정은 8단계로 구분되는데, 첫 단계인 웨이퍼 제조를 시작으로 산화, 포토, 식각, 증착, 연마, 세정을 거쳐 최종 검사 단계를 마쳐야 한다. GPU의 또 다른 핵심은 범용 컴퓨팅 처리용 GPU(General-Purpose computing on Graphics Processing Units·GPGPU) 소프트웨어다. CPU가 하는 일 중 일부를 GPU로 분산해 작업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즉, 하드웨어 가속을 위한 필수 기술로써 CPU와 GPU가 동시에 일하며 연산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개념이며, AI의 학습과 추론은 GPU(병렬연산)로 이뤄지는 만큼 GPGPU는 AI 산업에 핵심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GPU(H100· H200·블랙웰 등)는 거대언어모델(LLM) 방식의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하도록 설계된 칩으로 대형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을 넘어선 수요가 지속됨에 여전히 기존 모델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가격도 높아 칩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공급 부족 현상은 동종 기업인 AMD가 출시한 MI300X를 통해 일정 부분 상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중 AMD와 계약을 체결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AI 인프라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선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 업체는 TSMC, SK하이닉스 등이 있고, 주요 고객사는 알파벳,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으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슈퍼컴퓨터 등에 엔비디아 반도체를 이용하고 있다. AI 인프라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AMD도 TSMC를 주요 공급처로 두고 있고, 이외에 삼성전자와도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소니, HP 등이 있고, 고객사 중 하나인 메타 플랫폼스의 경우 AI 추론에 AMD MI300X를 이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TF 수익률 톱10 중 9개가 반도체
ETF로 접근하는 AI 투자…국내외 수익률 톱 펀드는
지난 5월 엔비디아가 개최한 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 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AP
지난 5월 엔비디아가 개최한 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 CEO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AP
AI 성장 테마의 핵심인 반도체 ETF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들은 앞서 ‘AI 밸류체인’에서 보았듯이 다양한 기업들과 세계 여러 나라에 걸쳐 분산돼 있어 투자자들이 관련 기업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ETF는 이런 관점에서 투자자에게 AI, 반도체 관련 종목에 투자하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섹터가 주도주로 자리 잡으며 관련 ETF의 수익률도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 1분기 국내 ETF 중 수익률 상위 10개 중 9개가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반도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수익으로도 이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내 상장 AI 관련 ETF들 중 연초 이후 성과를 비교해보면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가 64.6% 상승하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상품으로 반도체 대표 밸류체인에 포함된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 파운드리 등 4개 섹터의 대표 기업들에 각 20%씩 투자해 업황 전반에 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번째로 높은 성과를 기록한 KODEX 미국반도체MV는 AI 반도체 산업 특성상 특정 소수 기업이 선점하고 선도한다는 점에서 20여 개의 반도체 핵심 기업에 선별 투자하며, AI 반도체 대표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의 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연초 이후 51.4%의 수익률을 기록한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는 국내와 해외 기업에 걸쳐 인공지능 산업의 글로벌 리더를 엄선해 투자하며, 미국에 상장된 테슬라 이외에도 한국의 HD현대일렉트릭 등 글로벌 기업들을 포함한다.
ETF로 접근하는 AI 투자…국내외 수익률 톱 펀드는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선보인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는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주목받는 생성형 인공지능 테마에 투자하며 연초 이후 41% 성과를 달성 중이다. 인공지능 연산의 핵심 반도체, AI 데이터 인프라, 응용 소프트웨어로 분류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다만, 시가총액이 140억 원 수준으로 앞선 상품들 대비 규모가 작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 상장 ETF로는 VanEck Semiconductor과 iShares Semiconductor를 꼽을 수 있다. 두 ETF는 엔비디아의 높은 비중을 바탕으로 연초 이후 각각 56.5%, 36.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시가총액을 합산하면 한화로 약 50조 원을 상회한다. Fidelity Blue Chip Growth는 평균 이상의 성장 잠재력을 지닌 글로벌 대형주와 중형주에 투자하며 연초 이후 31%를 달성했다.

총 편입 종목 수는 200여 개에 달하지만 상위 5개 기업에 대한 편입 비중이 약 50%로 높은 투자 집중도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연초 이후 26.3%의 수익률을 달성한 Invesco AI and AI Next Gen Software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분야의 선도 기업에 투자하며, 편입 종목으로 어도비, 퀄컴과 인튜이티브 서지컬 등 다양한 기업을 담고 있다.
ETF 상품을 통해 국내외 상장된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지만,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는 경우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익이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점이다.


강정협 KB증권 WM투자전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