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황제주 엔비디아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개당 수만 달러인 엔비디아 GPU는 지금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해 6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선 엔비디아는 불과 1년 만에 3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됐다. 장기적으로는 시총 5조 달러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커버스토리]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AFP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AFP
지난 6월 생성 인공지능(AI)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가 처음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생성 AI 열풍을 타고 초고속 성장을 해 온 엔비디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거대 기술 기업의 철옹성을 뚫고 시총 최상단에 자리 잡은 것이다. ‘AI 황제주’로 불린 엔비디아의 화려한 대관식이었다.

엔비디아는 AI 훈련 및 추론에 필수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 칩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개당 수만 달러인 GPU는 지금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과 강한 AI 칩 수요, 액면분할 등 호재에 힘입어 수직 상승했다. 지난 6월 10일 10대1의 주식 액면분할을 한 이후에도 상승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74% 올랐다. 1999년 나스닥 상장 이후 주가 상승률은 59만1078%에 달한다.
경쟁자 없는 ‘AI 황제주’…엔디비아 독주, 어디까지 이어질까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일부 조정이 나타나며 하루만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전망을 살펴보면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하다. 엔비디아 시총이 최대 5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생성 AI 시장이 범용인공지능(AGI)까지 발전하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커질 것이며, 엔비디아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일각에선 최근 1년 만에 기업 가치가 2조 달러 넘게 불어난 것을 두고 과속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시총 세계 5위인 아마존 몸값을 넘어서는 가치가 1년 새 더해졌으니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AI 산업혁명’ AI 주도로 전 산업 재편

지난 6월 5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새로운 역사가 기록됐다. 엔비디아 주가가 전날보다 5.16% 상승한 1224.40달러를 기록하며 시총 3조 달러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시총이 불어난 속도는 역대 1위다. 발단은 2022년 11월 등장한 챗GPT(ChatGPT)였다. 그리고 챗GPT를 구동하는 거대언어모델(LLM) GPT를 학습 및 추론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지난해 6월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엔비디아는 8개월 후인 올해 2월 2조 달러로 내달렸다. 그리고 3개월여 만에 다시 3조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66일 만이다. 가장 먼저 3조 달러 클럽에 입성한 애플의 경우 2조 달러에 진입한 후 719일이 걸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50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 시총 2조 달러에서 3조 달러까지 걸렸던 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했다. ‘AI 산업혁명’이 본격화한 만큼 엔비디아의 시총 1위 등극이 ‘삼일천하’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경쟁자 없는 ‘AI 황제주’…엔디비아 독주, 어디까지 이어질까
생성 AI가 모든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생성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는 생성 AI의 핵심 하드웨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오픈AI의 GPT 모델 등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엔비디아 GPU가 필수적인 역할을 하면서, AI 연구와 상업적 활용이 급증했다.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 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AI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GPU는 기술 분야의 금 혹은 석유와 같다”고 평가했다.

GPU부터 쿠다까지 강력한 생태계 구축

엔비디아가 AI 황제주로 등극한 가장 큰 동력은 GPU다. GPU는 고성능 컴퓨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며 AI,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그래픽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연구·개발(R&D)에 전사의 역량을 쏟아부어 업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엔비디아의 전체 직원 수는 3만 명이다. 이 중 70%가 엔지니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초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테크 엑스포 ‘컴퓨텍스 2024’에 참가해 세계 최초로 차세대 GPU ‘루빈’을 공개했다. 당시 업계에선 루빈의 깜짝 등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월 연례 개발자 회의인 ‘GTC 2024’에서 컴퓨팅 성능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끌어올린 차세대 GPU ‘블랙웰’을 공개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그다음 세대 GPU까지 공개했기 때문이다.

B100은 엔비디아의 이전 제품 크기의 칩 2개를 가져와 단일 칩으로 묶은 형태다. 새로운 칩에는 208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탑재돼 있다. 이는 이전 칩인 H200의 800억 개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루빈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탑재될 예정이다. 차세대 HBM4를 사용하는 첫 번째 GPU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황 CEO가 AI 칩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을 상대로 ‘초격차 벌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황 CEO는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플랫폼 ‘쿠다’가 대표적이다. 엔비디아는 2006년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투입해 쿠다를 구축한 뒤,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했다. 무료 배포는 대부분의 AI 제품이 쿠다 사용을 전제로 개발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줬다.

쿠다를 활용할 때 AI용 딥러닝 모델을 가장 빠르게 구동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을 높였다. 또한 엔비디아 제품이 아닌 다른 그래픽카드에선 쿠다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기업은 쿠다를 사용하기 위해 엔비디아 GPU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서로 맞물리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이다.

-----
쿠다
쿠다(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CUDA)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GPU용 병렬 프로그래밍 언어다. 개발자들이 GPU를 사용해 고도의 병렬 컴퓨팅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쿠다는 무료로 공개됐지만 엔비디아 이외의 그래픽카드에서는 동작하지 않는다. 쿠다 덕분에 엔비디아 GPU는 대량의 연산이 필요한 생성형 AI의 필수재가 됐다.
----

30살 청년의 도전, 시총 3조 달러 기업을 만들다

엔비디아는 최근 옴니버스, 니모 등 기업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대거 업그레이드했다. 의료 정보를 학습해 원격 진료 및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AI 휴먼 ‘다이애나’를 선보였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장을 디지털 트윈 방식으로 구축한 ‘프로젝트 그루트’도 공개했다. 가상세계에서 로봇이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고 물리법칙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앱트로닉, 어질리티로보틱스 등 엔비디아 플랫폼을 쓰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를 겨냥한 서비스다. 엔비디아가 AI 칩 개발을 넘어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견고하게 갖춘 ‘AI 종합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자 없는 ‘AI 황제주’…엔디비아 독주, 어디까지 이어질까
엔비디아는 1993년에 설립한 올해로 31살짜리 기업이다. 게임용 PC에 들어가는 GPU를 만들어 온 엔비디아는 반도체 시장에서 비주류로 여겨졌다. 하지만 AI 붐을 타고 4차 산업혁명의 앞단에 선 혁신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 AMD에서 반도체 디자이너로 일하던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이 만들었다. 9세 때 대만에서 미국으로 가족들과 함께 이민을 간 젠슨 황은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반도체 명문 기업 AMD에 입사했다. 이후 그래픽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커티스 프리엠, 전자기술 전문가 크리스 말라초스키 등과 함께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했다.

1993년 창업전선에 나섰을 때 젠슨 황의 어머니가 “다시 취업하라”고 혼을 낸 건 실리콘밸리에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다. 젠슨 황 등 3명의 창업가는 처음에 사무실도 없이 시작했다.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커피를 주문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아 사업 구상을 했다. 음식도 주문하지 않고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젠슨 황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PC 그래픽 시장에 주목했다. 게임 마니아인 젠슨 황은 PC 기술이 발전할수록 3차원(3D)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는 반도체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는 초창기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1997년 ‘NV3’라는 GPU를 내놓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2년 뒤인 1999년 초기 엔비디아 성장의 주역인 ‘지포스’ 제품군을 내놓으면서 성장했고, 그해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엔비디아는 이후 게임용 GPU 시장에서 분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는 벽과 창문은 물론 바닥 타일까지 모두 삼각형으로 구성돼 있다. 3D 그래픽의 기본 구성 요소인 삼각형을 건물 전체에 적용한 것이다.
지난 3월 산호세 SAP 센터에서 열린 연례 Nvidia GTC 인공 지능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AFP
지난 3월 산호세 SAP 센터에서 열린 연례 Nvidia GTC 인공 지능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연합AFP
이후 엔비디아는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8년 비트코인 열풍이 불자 코인 채굴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이들이 비트코인을 채굴할 때 필요한 것이 복잡한 수학식을 빠르게 풀어주는 GPU였다. 이어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PC 수요 급증으로 실적이 대폭 늘고,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기도 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폭발적 성장의 계기는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개발한 생성 AI 챗봇 챗GPT의 등장이었다. 챗GPT를 구동하는 LLM GPT를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초기에는 게임과 그래픽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전용 하드웨어로 시작했으나, 이후 병렬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AI와 데이터 분석 분야로 확장됐다. 특히, 딥러닝 알고리즘의 학습에 GPU가 필수적인 역할을 하면서 컴퓨팅 성능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챗GPT 등 생성 AI 개발에 쓰이는 GPU에 대한 빅테크들의 주문이 빗발치면서 주가에도 날개가 달렸다. 엔비디아 시총은 2022년 말 이후 현재까지 1년 반 동안 9배 넘게 불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의 본사를 둘러보면 황 CEO의 소통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우주선처럼 보이는 두 건물은 실리콘밸리의 명소 중 하나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인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 ‘엔데버’와 ‘보이저’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2017년에 완공된 엔데버에 들어서면, 지상에서 천장까지 뚫린 개방형 공간이 이목을 끈다. 가장자리에는 업무 공간이, 내부에는 개방형 미팅 공간이 배치돼 있어 모든 직원이 자연광을 맞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있는 우주선을 닮은 엔비디아 본사. 사진=한국경제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있는 우주선을 닮은 엔비디아 본사. 사진=한국경제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사진=연합뉴스
내부에는 3층까지 이어지는 지그재그 계단이 있고, 엘리베이터는 단 4개뿐이다. 이는 황 CEO의 ‘끊임없는 소통’을 장려하기 위한 설계다. 계단을 이용하면서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 건물 보이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완공됐다.
내부를 단층처럼 구성한 것도 수직적 구조를 타파하려는 의도다. 4층 높이인 보이저의 2층 중앙에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된 무대가 있다. 이곳에선 분기에 한 번씩 황 CEO가 전 직원과 소통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이 대화 시간은 종종 4~5시간까지 이어진다. 황 CEO는 별도의 사무실도 없다. 주로 회의실에서 일하며 임원들의 보고를 받는다. 황 CEO와 직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엔비디아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독주를 막아라’ 엔비디아의 도전자들

엔비디아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후발주자들도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탈 엔비디아’를 목표로 연합전선까지 구축하며 ‘1강 체제’에 균열 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경쟁자 없는 ‘AI 황제주’…엔디비아 독주, 어디까지 이어질까
현재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80%로 추산된다. AMD가 19%이며, 인텔이 1% 정도다. 리사 수 AMD CEO는 지난 6월 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테크 엑스포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최신 칩 ‘인스팅트 MI325X’를 올해 4분기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AMD는 지난해 12월 엔비디아 H100을 겨냥한 MI300X를 출시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5월부터 MI300X를 탑재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인텔도 지난 4월 최신 칩 ‘가우디3’를 공개하고 3분기 출시를 알렸다. AMD와 인텔 모두 자사 칩이 H100보다 성능과 효율이 높다는 점을 앞세웠다.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리사 수 AMD CEO. 사진=연합AFP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리사 수 AMD CEO. 사진=연합AFP
엔비디아에 맞서 기업들이 손을 맞잡는 사례도 있다. AMD,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은 지난 5월 30일 ‘울트라 가속기 링크(UA링크) 프로모터 그룹’을 결성했다.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AI 칩 간 데이터 연결을 원활하게 하는 개방형 표준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AI 가속기로도 불리는 AI 칩은 GPU 등을 조합해 만든다. 이 그룹은 올해 3분기 UA링크 1.0 표준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NV링크’에 대항한 움직임이다. NV링크는 엔비디아의 AI 칩 간 연결성을 높여주는 기술로 업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 관련 앱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 쿠다와 함께 엔비디아 생태계의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인텔, 퀄컴, ARM, 구글 등은 지난해 9월 통합가속재단(UXL)을 설립해 엔비디아 쿠다 플랫폼에 맞서 다양한 AI 칩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나섰다.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연설하는 팻 겔싱어 CEO. 사진=연합AFP
지난 6월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연설하는 팻 겔싱어 CEO. 사진=연합AFP
다만, 이런 움직임이 실제로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영향을 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를 들어 AMD는 지난해 말 GPU MI300 시리즈와 함께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ROCm6’도 출시했다. 하지만 코딩의 난이도가 너무 높고 호환성, 범용성이 쿠다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혁신적인 기술력과 황 CEO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높은 주가 상승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엔비디아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고려할 때, 당분간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여전히 매력적, 시총 5조 달러 간다

특히 아시아와 중동, 유럽에 있는 국가들이 자국 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AI 투자를 앞다퉈 확대하는 것도 엔비디아에 호재다. 각국 정부의 목표는 자국 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국어를 이용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첨단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국립 슈퍼컴퓨팅 센터를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캐나다는 최근 자국의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을 위한 국가 컴퓨팅 전략의 일부로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도 자국의 AI 컴퓨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7억4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케냐는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AI 기업 G42와 1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27% 급증한 2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전체 매출(260억 달러)의 86%에 달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거대 기업들의 엔비디아 칩 선점 경쟁도 당분간 치열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38조5000억 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선 엔비디아의 GPU 수백만 개를 확보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엔비디아 칩 구매에 올해 30억~4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머스크 CEO는 자신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 현존하는 GPU 클러스터보다 4배 이상 큰 ‘기가팩토리 오브 컴퓨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올해 연말까지 GPU를 34만 개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월가의 애널리스트들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앞다퉈 올려잡고 있다. 한스 모세만 로젠블라트 증권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종전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올렸다. 이는 월가에서 지금까지 나온 최고치다. 주가 200달러면 시총이 5조 달러에 가까워질 수 있다. 모세만은 “향후 10년간 전체 매출 구성에서 소프트웨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투자 회사 서스케한나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45달러에서 160달러로 올렸다.

대니얼 아이브스는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진 가운데 엔비디아의 GPU는 본질적으로 기술 분야의 새로운 금 또는 석유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리퍼트 배런 캐피털 부사장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까지 제공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와 기술 개발 생태계가 독점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쟁자 없는 ‘AI 황제주’…엔디비아 독주, 어디까지 이어질까
다만, 주식 시장의 변동성과 기술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유례 없는 주가 상승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간에 시총 1위까지 오른 엔비디아의 추정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나스닥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현재 1년 추정 PER이 52배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38배, 애플은 33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3.3배다. 엔비디아와 시총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멀티플을 고려해도 엔비디아의 수치가 높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블룸버그가 엔비디아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조사한 결과 매수 64건, 보유 7건, 매도 1건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AI 산업이 팽창하는 만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한 엔비디아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미국)=최진석 한국경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