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시들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적대적인 세력들과 맞서면서 형성된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도시 계획과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김시덕 도시문헌학자가 지난 6월 27일 한국경제매거진이 주최한 '한경 머니콘서트 2024'에서이같이 말했다. 김 박사는 올해 1월 출간된 ‘한국 도시의 미래’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심도 있는 분석과 전망을 제시했다.
먼저 김 박사는 대서울권 개념으로 서울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단순히 서울시만으로 정의될 수 없으며, 서울만을 쪼개서 보면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며 “대서울권은 교통망을 통해 길게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서울과 경기도의 경제적 상호작용을 통해 대서울권이 형성되며, 각 지역이 체인처럼 연결돼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동남권 메가시티는 포항부터 여수, 순천, 광양까지 포함된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이 지역은 군사적, 국제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의 마지노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경기도를 넘어 천안, 아산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안, 아산 지역은 외국 바이어가 드나들고 있으며 신도시가 형성되고 있다”며 “마치 1960년대 강북이 강남으로 확장된 것과 같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천안, 아산 지역은 반도체 후공정에 있어 중요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는 전력과 물이 지역 개발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김 박사는 “전력망과 물 공급이 해결되지 않으면 공장만 지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경기도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물과 전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또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GTX-A 노선은 삼성역 부지 문제로 인해 유찰이 계속되면서 착공이 미뤄지고 있으며, 2028년 개통은 매우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GTX의 효과가 미미한 이유에 대해 “이용자들 입장에선 역에서부터 집까지 어떻게 이동하며, 이때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역에서 집으로까지 연결되는 세부 라인까지 계산해야 교통망을 설계해야 하는데 이걸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또한 “철도 지하화는 선거철 이슈로 부상했지만, 1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부정적이다”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민자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모델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사회적 변화가 도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한국이 이미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변모했으며, 화성의 구도심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며 한국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로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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