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리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보통 금융 자산 3000만 달러 이상 초초고액자산가(UHNWI)를 가리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세계 슈퍼 리치는 63만명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가 슈러 리치의 증가를 이끌고 있다

[커버스토리]
비바 테크놀로지 2023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연합뉴스.
비바 테크놀로지 2023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금융업에서 부자는 금융 자산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백만장자’, ‘HNWI(High Net Worth Individual)’라고도 칭하며, 부자 중에서도 순자산 3000만 달러(약 414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UHNWI(Ultra-HNWI)’로 구분한다.

‘슈퍼 리치’는 나라별 공통적인 자산 규모 정의가 있는 표현이 아니며 대개 UHNWI 이상을 슈퍼 리치로 본다. 영국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2024년 ‘더 웰스 리포트(The Wealth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매일 70여 명의 슈퍼 리치가 새롭게 탄생했다. 2023년 말 기준 슈퍼 리치는 약 63만 명으로 2022년 대비 4.2% 증가했으며 전 세계 인구의 0.01%를 차지한다.
늘어나는 전 세계 슈퍼 리치…매일 70여 명 탄생
지역별로 보면 북미, 아시아, 유럽 순으로 슈퍼 리치가 많았다. 슈퍼 리치는 향후 5년간 28% 더 증가할 것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38%)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측되는데, 아시아 슈퍼 리치의 증가는 연 7~8%대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는 인도를 중심으로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가 슈퍼 리치 증가 주도

블룸버그가 일간 단위로 집계하는 억만장자 지수(billionaire index)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총자산 2640억 달러(약 366조 원)를 보유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1971년생) 최고경영자(CEO)다. 10위권 내 미국 국적이 아닌 슈퍼 리치는 프랑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1949년생) 회장이 유일하며, 11위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1957년생) 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월 3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아들 결혼 사전 행사에 참석한 인도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가운데). 사진 연합뉴스.
지난 7월 3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아들 결혼 사전 행사에 참석한 인도 억만장자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가운데). 사진 연합뉴스.
슈퍼 리치는 기본적으로 투자 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으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를 하고,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또한 투자 전략에 있어 절세를 매우 중시하며 투자 지식 수준이 상당하다.

나이트 프랭크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 리치는 자산의 절반가량을 주택(평균 3.72채 보유)을 포함한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 18%, 채권 12%, 사모펀드·벤처캐피털 6%, 부동산 펀드·리츠 8%, 실물자산(금·예술품·와인·자동차 등) 5%, 가상자산 1% 등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2024년 슈퍼 리치들의 자산관리 방향이 부의 보존에서 성장으로 전환됐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5명 중 1명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층 연구 및 데이터 제공 회사인 웰스엑스(Wealth-X)의 2023년 ‘월드 울트라 웰스 리포트(World Ultra Wealth Report)’에 따르면 슈퍼 리치는 부의 원천에 따라 크게 자수성가형, 자수성가+상속형, 상속형으로 분류가 가능하며, 자수성가형이 73%로 가장 많고 자수성가+상속형이 21%, 상속형이 6%를 차지한다.

슈퍼 리치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하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투자에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개인의 취향과 안목을 드러내는 예술품, 와인·위스키, 시계, 보석 등에 대한 투자를 말한다. 총자산의 약 3% 정도를 예술품 등으로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술 시장의 호황으로 예술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슈퍼 리치의 예술품 투자 수요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예술품은 가치 상승, 절세, 네트워킹 등 투자 자산으로서 매력을 갖추고 있어 역사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슈퍼 리치를 포함한 부자의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금리 인하 기대감, 고수익 대체투자에 관심
늘어나는 전 세계 슈퍼 리치…매일 70여 명 탄생
슈퍼 리치의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의 말에 따르면 슈퍼 리치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서는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부가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재정적 부가 서비스로는 투자 관리를 가장 중시하며 상속 자문, 절세 컨설팅, 은퇴 설계, 부동산 투자 조언 등에 대한 서비스 니즈가 크다.
비재무적 부가 서비스 영역에서는 독점 이벤트, 파인다이닝 우선 경험 등 맞춤 컨시어지 서비스에 대한 호응도가 높고, 차별화된 네트워킹 기회, 법률 상담, 라이프스타일 관리 솔루션 제공 등이 슈퍼 리치와의 관계 강화에 매우 효과적이다. HSBC는 컨시어지 서비스 제공 업체인 퀸티센셜리와 제휴해 슈퍼 리치 손님에게 개인 섬 예약, 개인 항공, 고급 식당 예약 등을 포함한 맞춤형 지원과 럭셔리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국내 슈퍼 리치는 금융 자산 100억 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으로 정의하는데 부동산을 포함한 이들의 총자산 평균은 약 323억 원이다(2022년 기준).
일반 부자와 비교해 슈퍼 리치는 부동산보다 금융 자산의 비중이 높다. 일반 부자는 42%를 금융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반면 슈퍼 리치는 총자산의 50%가 금융 자산이다. 금융 자산 중에서도 현금과 채권 비중에서 차이를 보인다. 슈퍼 리치는 총자산의 13%를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며 일반 부자 대비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채권의 경우 슈퍼 리치와 일반 부자가 각각 총자산의 4%, 2%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

채권 투자 늘리는 국내 슈퍼 리치
늘어나는 전 세계 슈퍼 리치…매일 70여 명 탄생
슈퍼 리치를 포함한 국내 부자들은 해외 부자와 비교해 채권 보유율이 낮은 편이나, 지난해 절세 목적의 저쿠폰채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국내 슈퍼 리치의 채권 보유율이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영리치를 중심으로 벤처캐피털,사모펀드를 통한 대체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국내 슈퍼 리치는 글로벌 슈퍼 리치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인 절반가량이 향후 부동산 매입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은 경기 침체나 인플레이션 등 경기 변동 시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선호하는 투자 자산 중 하나이긴 하지만, 국내 부자들은 부동산을 자산의 종착역으로 여길 만큼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가 특히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매입 계획이 있는 부동산 유형으로는 빌딩(50억 원 이상), 대형 아파트, 중소형 아파트 순으로 많이 고려하고 있었다.
늘어나는 전 세계 슈퍼 리치…매일 70여 명 탄생
국내 슈퍼 리치들도 총자산의 2%가량은 금, 예술품 등 실물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지만 글로벌 슈퍼 리치처럼 보석이나 와인·위스키, 자동차 등으로까지 활성화되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슈퍼 리치 10명 중 4명 정도가 현재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2명 중 1명은 향후 예술품을 추가로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 국내 금융 회사들은 이와 같이 슈퍼 리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슈퍼 리치의 다양하고 광범위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고 상속 자문, 절세 컨설팅, 네트워킹 기회 제공 등 금융·비금융 부가 서비스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국내 5대 시중은행 모두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고 특화 점포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슈퍼 리치는 미술품 등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투자에도 열정적이다. 지난 4월 비엔나 미술품 경매에서 441억 원에 낙찰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리저 양의 초상'. 사진= 연합AFP
슈퍼 리치는 미술품 등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투자에도 열정적이다. 지난 4월 비엔나 미술품 경매에서 441억 원에 낙찰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리저 양의 초상'. 사진= 연합AFP
하나은행은 프리미엄 자산관리 브랜드인 클럽원(Club1)과 하나패밀리 오피스&트러스트 서비스를 통해 슈퍼 리치 및 가문의 종합자산관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관련 조직을 개편한 바 있고, 우리은행도 최근 자산관리 전문 은행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앞으로 자수성가한 젊은 슈퍼 리치의 증가, 베이비붐 세대 슈퍼 리치의 자산 상속 가속화 등으로 슈퍼 리치의 금융 욕구가 더욱 깊고 다양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자산관리 시장 차별화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