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달러박스’라는 이름의 외환 서비스를 내놨다. 시장의 대세인 트래블 서비스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본질에 집중했다. 달러박스를 만든 카카오뱅크 외환캠프를 직접 만나 달러박스 출시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본다.
[금융가 혁신팀] 카카오뱅크 외환캠프
“달러박스의 첫 기획 단계부터 ‘대중화’는 무조건 챙겨야 할 키워드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카카오뱅크의 지향점이기도 하니까요.”
올 들어 은행권에서 외환 서비스를 강화하는 흐름이 거세진 가운데, 카카오뱅크도 환전부터 결제까지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외환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 6월 첫선을 보인 ‘달러박스’다. 달러를 입금하거나 원화로 출금할 때는 물론이고, 외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할 때도 수수료는 무료다.
카카오뱅크 외환캠프는 달러가 우리 일상에 보편적으로 스며들기를 꿈꾸며 달러박스를 만들었다. 외환캠프를 이끄는 오보현 서비스 오너(SO)는 “대중화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서비스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는 시기에 주로 쓰는 트래블 서비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특정한 목적성이 있을 때 달러로 환전하는 것보다는 일상적으로 달러를 들고 있을 수 있는 ‘돈통(계좌)’을 이 서비스의 본질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환전하는 것을 넘어, 일상 속에서 달러를 모으고 선물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기를 바랐다는 뜻이다. 카카오뱅크가 달러박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비단 ‘트래블 서비스’로 한정 짓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초 달러박스 서비스에 대한 대략적인 스케치를 그리던 시점부터 달러의 대중화에 방점을 찍었다.
오 SO는 “결국 카카오뱅크는 돈을 다루는 뱅킹 애플리케이션이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돈을 들고 있을 수 있는 ‘돈통’이라는 본질”이라며 “이용자가 돈통에 손쉽게 달러를 넣고, 장기적으로 모으고, 필요할 때는 ATM이나 카드를 활용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일상’이라는 코드를 바탕에 깔아 두고, 달러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돈통이 돼주자는 개념이다. 오 SO는 “오히려 기획 초기부터 ‘수신의 달러 버전’으로 생각했기에 상대적으로 레어한 ‘외환’이라는 영역에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향성을 바탕으로 카카오만의 특성을 살린 또 다른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달러 선물’이다. 계좌번호나 전화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 친구 누구에게나 달러를 선물할 수 있는 기능이다. 생일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선물 대신 달러를 보내며 축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선물할 수 있는 달러 한도는 하루 최대 500달러, 한 달 최대 5000달러까지다. 말 그대로 ‘일상 속 달러’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오 SO는 “과거에는 달러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 일상적으로 가능하리라고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지 않나”라며 “달러박스를 통해 달러를 선물받고 손쉽게 모으는 일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진 것이 신기하다. 이는 실제로 느껴보지 않으면 전달하기 어려운 가치”라고 말했다. ‘지식의 저주’ 경계…고객 눈높이에 ‘심혈’
달러박스를 준비하며 외환캠프가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이용자의 눈높이에 꼭 들어맞는 서비스 용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획이다. 여러 기능 중에서도 이용자가 가진 달러의 ‘평균 환율’과 ‘현재 환율’을 보여주는 ‘내 평균 환율과 한눈에 비교’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용자에게 환율 변화에 대한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도 직관적으로 상황을 이해시키는 UI를 만들기 위해 수백 번 토론했다.
무엇보다도 이용자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는 동시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주는 게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가 갖고 있는 달러의 평균 환율은 고정하고, 현재 환율은 위아래로 이동시켜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UI를 만들었다.
오 SO는 “우리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톤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다”며 “환율 비교를 통해 이용자에게 달러를 빠르게 사거나 팔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게 아니었다. 우리 고객들이 아직 달러라는 통화에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치 주식 투자를 하는 것처럼 긴박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봤다. 달러박스의 본질인 ‘돈통’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박스 UI에 적용된 용어 하나하나도 이런 토론을 통해 정해진 결과물이다. 결국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가장 친절한 서비스를 향해 달리는 과정이었다. 오 SO는 이처럼 이용자 친화적인 노력을 ‘카카오뱅크의 세계관’이라고 표현한다.
오 SO는 “서비스 기획 멤버들에게 늘 이야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저주에 빠지면 안 된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이용자들도 다 안다고 착각하면 서비스가 어렵게 나온다”라며 “오히려 금융 경험이 없는 멤버가 고객의 시각에서 어젠다를 잘 해석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외환캠프는 전통적인 금융업권에 머무른 적 없는 다양한 업계를 거쳐 온 구성원이 다수 속해 있다. 증권, 은행 등 금융 전문가들도 존재하지만, 게임, 커머스, 통신, 여행 서비스 등 금융과 무관한 산업에서 일했던 멤버가 상당수다. 외환캠프의 리더 역할을 하는 오 SO조차도 과거 게임 회사를 거쳐 네이버에서 ‘밴드’ 서비스를 만들었던 정보기술(IT) 서비스 기획자 출신이다. 오 SO는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설립 멤버로 합류해 입출금 계좌, 세이프박스, 미니(mini)에 이르기까지 은행 내 굵직한 서비스를 기획했다.
오 SO는 “기본적으로 카카오뱅크가 수평의 문화이기도 하지만, 좋은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경력이 많은 사람이 항상 정답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낀다”라며 “팀의 직군과 경험이 다양해서 그런지 아이디어가 굉장히 다채롭다. 여러 의견 끝에 결국 합의점을 도출할 때는 원팀이라는 마음이 들어서 찡할 때도 있다”고 회상했다. ‘전쟁’보다 ‘상생’…외화 생태계 확장 택해
카카오뱅크가 달러박스를 구상한 것은 최근 외환 서비스 붐이 일기 한참 전인 지난해 초다. 1년 6개월 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외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뜻밖의 시장 분위기가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오 SO는 “오히려 차별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자신을 갖고 임하자는 마음이 들었다”며 “우리만 트래블 서비스가 아닌 본업에 집중하는 서비스가 될 테니, 완성도를 더 올리자는 이야기를 멤버들과 나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달러박스가 해외여행과 관련된 서비스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환전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트래블월렛과의 제휴를 통해 기타 통화 환전과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달러박스에 모은 달러를 트래블월렛으로 충전한 뒤 유럽, 아시아, 북미 등 전 세계 총 70개국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트래블월렛 카드’를 이용하면 해외에서도 수수료 없이 결제, ATM 출금이 가능하다.
트래블월렛에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제작을 맡기는 방식으로 제휴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상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서 높은 기술력과 점유율을 가진 업체가 있는데, 단순히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해 전쟁에 참전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카카오뱅크가 자체 카드를 만들지 않고 타사와 협업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SO는 “이미 트래블 서비스만을 7년 이상 고민한 회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의 모양만을 흉내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그들과 같은 편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협업 파트너를 만들수록 우리 서비스가 큰 확장성을 갖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자체 아이디어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타사를 롤모델 삼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아이디어를 가진 타사와 협업하면 훨씬 파워풀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금융사뿐만 아니라 각종 제휴사들과 협업해 출금, 쇼핑, 해외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달러박스에 접목해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달러박스를 기반으로 외화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꿈도 꾸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카카오뱅크의 기존 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달러박스의 다음 스텝을 고민 중이다. 우선 달러박스에 모임통장 기능을 오픈하는 안이 유력하다. 해외여행을 대비해 지인들끼리 달러를 모은다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과 모임통장을 공유하는 등 쓰임새는 다양하다. 오 SO는 “혼자 쓰는 달러박스와는 달리 좀 더 소셜화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다”며 “적합한 기능을 접목해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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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은행권에서 외환 서비스를 강화하는 흐름이 거세진 가운데, 카카오뱅크도 환전부터 결제까지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외환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 6월 첫선을 보인 ‘달러박스’다. 달러를 입금하거나 원화로 출금할 때는 물론이고, 외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할 때도 수수료는 무료다.
카카오뱅크 외환캠프는 달러가 우리 일상에 보편적으로 스며들기를 꿈꾸며 달러박스를 만들었다. 외환캠프를 이끄는 오보현 서비스 오너(SO)는 “대중화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도 서비스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는 시기에 주로 쓰는 트래블 서비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특정한 목적성이 있을 때 달러로 환전하는 것보다는 일상적으로 달러를 들고 있을 수 있는 ‘돈통(계좌)’을 이 서비스의 본질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환전하는 것을 넘어, 일상 속에서 달러를 모으고 선물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기를 바랐다는 뜻이다. 카카오뱅크가 달러박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비단 ‘트래블 서비스’로 한정 짓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초 달러박스 서비스에 대한 대략적인 스케치를 그리던 시점부터 달러의 대중화에 방점을 찍었다.
오 SO는 “결국 카카오뱅크는 돈을 다루는 뱅킹 애플리케이션이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돈을 들고 있을 수 있는 ‘돈통’이라는 본질”이라며 “이용자가 돈통에 손쉽게 달러를 넣고, 장기적으로 모으고, 필요할 때는 ATM이나 카드를 활용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일상’이라는 코드를 바탕에 깔아 두고, 달러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돈통이 돼주자는 개념이다. 오 SO는 “오히려 기획 초기부터 ‘수신의 달러 버전’으로 생각했기에 상대적으로 레어한 ‘외환’이라는 영역에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향성을 바탕으로 카카오만의 특성을 살린 또 다른 기능을 추가했다. 바로 ‘달러 선물’이다. 계좌번호나 전화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 친구 누구에게나 달러를 선물할 수 있는 기능이다. 생일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선물 대신 달러를 보내며 축하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선물할 수 있는 달러 한도는 하루 최대 500달러, 한 달 최대 5000달러까지다. 말 그대로 ‘일상 속 달러’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오 SO는 “과거에는 달러를 선물로 주고받는 것이 일상적으로 가능하리라고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지 않나”라며 “달러박스를 통해 달러를 선물받고 손쉽게 모으는 일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진 것이 신기하다. 이는 실제로 느껴보지 않으면 전달하기 어려운 가치”라고 말했다. ‘지식의 저주’ 경계…고객 눈높이에 ‘심혈’
달러박스를 준비하며 외환캠프가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이용자의 눈높이에 꼭 들어맞는 서비스 용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획이다. 여러 기능 중에서도 이용자가 가진 달러의 ‘평균 환율’과 ‘현재 환율’을 보여주는 ‘내 평균 환율과 한눈에 비교’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용자에게 환율 변화에 대한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도 직관적으로 상황을 이해시키는 UI를 만들기 위해 수백 번 토론했다.
무엇보다도 이용자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는 동시에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주는 게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가 갖고 있는 달러의 평균 환율은 고정하고, 현재 환율은 위아래로 이동시켜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UI를 만들었다.
오 SO는 “우리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톤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다”며 “환율 비교를 통해 이용자에게 달러를 빠르게 사거나 팔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게 아니었다. 우리 고객들이 아직 달러라는 통화에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마치 주식 투자를 하는 것처럼 긴박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봤다. 달러박스의 본질인 ‘돈통’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박스 UI에 적용된 용어 하나하나도 이런 토론을 통해 정해진 결과물이다. 결국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가장 친절한 서비스를 향해 달리는 과정이었다. 오 SO는 이처럼 이용자 친화적인 노력을 ‘카카오뱅크의 세계관’이라고 표현한다.
오 SO는 “서비스 기획 멤버들에게 늘 이야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저주에 빠지면 안 된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이용자들도 다 안다고 착각하면 서비스가 어렵게 나온다”라며 “오히려 금융 경험이 없는 멤버가 고객의 시각에서 어젠다를 잘 해석하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외환캠프는 전통적인 금융업권에 머무른 적 없는 다양한 업계를 거쳐 온 구성원이 다수 속해 있다. 증권, 은행 등 금융 전문가들도 존재하지만, 게임, 커머스, 통신, 여행 서비스 등 금융과 무관한 산업에서 일했던 멤버가 상당수다. 외환캠프의 리더 역할을 하는 오 SO조차도 과거 게임 회사를 거쳐 네이버에서 ‘밴드’ 서비스를 만들었던 정보기술(IT) 서비스 기획자 출신이다. 오 SO는 지난 2016년 카카오뱅크 설립 멤버로 합류해 입출금 계좌, 세이프박스, 미니(mini)에 이르기까지 은행 내 굵직한 서비스를 기획했다.
오 SO는 “기본적으로 카카오뱅크가 수평의 문화이기도 하지만, 좋은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경력이 많은 사람이 항상 정답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낀다”라며 “팀의 직군과 경험이 다양해서 그런지 아이디어가 굉장히 다채롭다. 여러 의견 끝에 결국 합의점을 도출할 때는 원팀이라는 마음이 들어서 찡할 때도 있다”고 회상했다. ‘전쟁’보다 ‘상생’…외화 생태계 확장 택해
카카오뱅크가 달러박스를 구상한 것은 최근 외환 서비스 붐이 일기 한참 전인 지난해 초다. 1년 6개월 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외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뜻밖의 시장 분위기가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오 SO는 “오히려 차별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자신을 갖고 임하자는 마음이 들었다”며 “우리만 트래블 서비스가 아닌 본업에 집중하는 서비스가 될 테니, 완성도를 더 올리자는 이야기를 멤버들과 나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달러박스가 해외여행과 관련된 서비스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환전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트래블월렛과의 제휴를 통해 기타 통화 환전과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달러박스에 모은 달러를 트래블월렛으로 충전한 뒤 유럽, 아시아, 북미 등 전 세계 총 70개국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트래블월렛 카드’를 이용하면 해외에서도 수수료 없이 결제, ATM 출금이 가능하다.
트래블월렛에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제작을 맡기는 방식으로 제휴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상생’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미 업계에서 높은 기술력과 점유율을 가진 업체가 있는데, 단순히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해 전쟁에 참전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카카오뱅크가 자체 카드를 만들지 않고 타사와 협업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 SO는 “이미 트래블 서비스만을 7년 이상 고민한 회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의 모양만을 흉내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그들과 같은 편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협업 파트너를 만들수록 우리 서비스가 큰 확장성을 갖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자체 아이디어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타사를 롤모델 삼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아이디어를 가진 타사와 협업하면 훨씬 파워풀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향후 금융사뿐만 아니라 각종 제휴사들과 협업해 출금, 쇼핑, 해외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달러박스에 접목해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달러박스를 기반으로 외화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꿈도 꾸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카카오뱅크의 기존 서비스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달러박스의 다음 스텝을 고민 중이다. 우선 달러박스에 모임통장 기능을 오픈하는 안이 유력하다. 해외여행을 대비해 지인들끼리 달러를 모은다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과 모임통장을 공유하는 등 쓰임새는 다양하다. 오 SO는 “혼자 쓰는 달러박스와는 달리 좀 더 소셜화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다”며 “적합한 기능을 접목해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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