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뱅킹(PB)과 자산관리(WM)는 필연적으로 맨파워가 중요한 분야다. 여러 은행들이 스타급 자산관리 전문가 조직을 만들거나 다방면에서 유능한 PB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은행권의 자산관리 인재 전쟁을 들여다본다.

[커버스토리] 슈퍼 리치의 선택, 프라이빗뱅킹
사진=신한은행
사진=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안목으로 자산가들에게 정확한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전문가 풀(pool)이다. 스타 프라이빗뱅커(PB)가 이동하면 초고액자산가들의 수천억 단위 수신고가 함께 움직인다. 스타급 자산관리 전문가의 거취를 보고 자연스럽게 은행에 유입되는 신규 고객도 적지 않다. PB센터에서 직접 고객을 대면하는 일선 PB의 역량은 물론이고, 각 은행별 자산관리 영역의 간판이 돼 대외 활동을 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이 때문에 ‘걸어다니는 자산관리 브랜드’가 될 만한 전문가를 키우려는 은행권의 노력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전문 인력을 자체적으로 키우거나 타사에서 영입해 오는 데 드는 노력은 만만치 않다. 개인 자산관리 영역에서 위명이 높았던 씨티은행이 국내 리테일 영업을 접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은행은 물론이고 증권사까지 씨티 출신 인재를 잡기 위한 영입 경쟁이 일었던 것은 지금까지도 업계에서 회자된다.

당시 은행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우리은행이다. 자산관리 후발주자로 타행을 따라가는 포지션에 가까웠던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씨티은행 출신 인력을 무려 22명 영입했다. 이들은 현재 초고액자산가 특화 채널인 TCE 시그니처센터와 우리은행 자산관리그룹 포트폴리오 자문팀에 두루 포진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들어 투자 전략, 거시경제 등 분야별 대표 전문가들로 구성된 12명의 ‘자산관리 드림팀’을 발족하기도 했다. 이들은 고객 강연, 컨설팅, 언론 홍보 등을 전담한다. 특히 함영진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동산리서치랩장(전 직방 빅데이터랩장)을 영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함 랩장은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부동산 전문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그룹 내에 총 8개 부서가 있는데, 그중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는 세무,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배치했다. 또 투자상품전략본부에는 국내외 주식 시장,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시장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자산관리 드림팀을 꾸렸지만 그 외에도 수십 명의 인력이 각 분야별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 PB센터의 고객 상담 모습. 사진=한국경제
한 은행 PB센터의 고객 상담 모습. 사진=한국경제
분야별 전문가 조직이 PB 지원

다른 은행들도 본점 자산관리 조직 내에 전문가로 이뤄진 자문집단을 따로 두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PB라고 할지라도 고객의 모든 자산관리 고민을 PB 개인의 역량 안에서 해결해주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무, 상속·증여, 법인 자산 등 각 분야별 전문가의 고도화된 컨설팅이 필요한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PB가 어느 정도의 세무 지식은 가지고 있겠지만 완벽한 멀티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모든 세금에 대해 깊이 있게 꿰뚫고 있지는 못한다”며 “예를 들어 고객이 처한 상황에 따라 부동산 물건을 상속하는 게 유리한 고객도 있고 증여를 하는 게 나은 케이스도 있다. 고객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은행 본부에 속한 세무사가 고객 케이스를 스터디한 뒤 상담을 지원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는 인재가 경쟁력…“간판급 전문가 키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WM본부 내에 자산관리컨설팅센터를 신설했다. 과거 상속증여센터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조직을 자산관리 사업 강화를 계기로 재단장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PB를 체계적으로 서포트하는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부동산 전문가 6명, 세무·법률 전문가 10명, 애널리스트 1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KB국민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스타급 자문단을 일찌감치 운영해 왔다. 은행 소속 인력 외에도 KB금융그룹 계열 증권사, 생명보험사의 금융 전문가들이 KB WM스타자문단이라는 이름으로 자산관리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다. 언론, 각종 강연에 등장하며 KB의 자산관리 역량을 알리는 중이다. KB금융 측은 “WM스타자문단은 분야별 최상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그룹 내에서 엄선한 스타급 대표 전문가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본점 내에 전문가 조직인 WM추진부 패밀리오피스솔루션셀을 갖췄다. 자산 규모 100억 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와 거래하는 패밀리오피스센터, PIB센터는 이들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고객의 고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해준다. 특히 은행, 증권의 본부 소속 자산관리 전문가로 구성된 ICC(Investment Consulting & Counseling)를 통해 맞춤화된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개인 자산관리 외에 기업금융(IB) 솔루션, 가업승계, 세무에 대한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PB의 커리어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 지점에서 개인금융 경험을 쌓은 직원들이 PB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PB 조직도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IB와 같은 전문화된 영역을 경험한 직원이 PB로 영입되면 자산가의 니즈를 좀 더 다양하게 충족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자체적인 PB 양성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데, 다양한 부서에서 경력을 쌓은 직원을 PB로 양성해 현장에 배치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리테일 베이스로 커 온 직원들이 PB 커리어를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PB 채널도 DNA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라며 “IB나 기업여신 등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커리어를 쌓은 직원이 PB가 됐을 때 또 다른 시각으로 손님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는 인재가 경쟁력…“간판급 전문가 키운다”
정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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