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ETF지만 처음 접하는 초보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의 첫발을 떼기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초보 투자자가 ETF 상품을 선택하기에 앞서 꼭 알아야 할 용어, 세금 지식을 총정리했다.
[커버스토리] ETF 200% 활용법 높은 상품 접근성과 투명한 정보 제공, 그리고 변동성 장세에 대비할 수 있는 장기 분산투자 전략. 개인이 시장에 지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를 내세우는 이유다.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과연 ‘어떤 점’이 좋은 걸까. 또 국내외 증시에 무수히 많이 상장된 ETF 상품 중 좋은 ETF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ETF에 투자하기 전 알아야 할 기초 정보를 한데 모았다.
일반 펀드·ETN과는 무엇이 다를까
‘상장지수펀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ETF 또한 펀드의 일종이다. 다만 여러 펀드 유형 중에서도 지수(인덱스)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라는 게 ETF가 가진 특징이다. 펀드매니저가 시장을 이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폭넓은 분산투자 효과를 누린다.
운용사가 펀드 운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지수의 큰 흐름에 몸을 맡기기 때문에 일반적인 펀드에 비해 운용 보수가 낮다.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데다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만큼 마치 주식처럼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TF와 종종 비교되는 상장지수증권(Exchange Traded Note·ETN)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지수를 추종한다는 점에서 두 펀드의 출발점은 유사하다. 하지만 상품의 성격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다른 점이 많다.
일단 ETN의 경우 신용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이 ETF와 결정적 차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데, 만약 자산운용사가 파산하더라도 보유 자산은 수탁 회사인 은행에 보관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반면 ETN는 증권사가 발행한다. 증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파생결합증권 상품이라, 발행 주체인 회사가 파산하면 투자금은 되돌려받기 힘들다.
상품의 구조적 차이도 존재한다. ETF는 10종목 이상의 종목에 투자하며, 상품의 만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와 달리 ETN은 5종목 이상만으로도 상품을 구성할 수 있고, 1~20년의 만기가 존재한다. 발행 후 만기까지 기초지수만큼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일종의 채권 상품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된다. 상품명으로 한눈에…ETF별 성향 파악하기
ETF를 처음 접하는 투자자들을 당황케 하는 것은 ETF의 상품명이 길고 복잡해 보인다는 점이다. 얼핏 어려워 보이지만 ETF 상품명에는 정해진 규칙이 있다. 오히려 상품명만으로도 해당 ETF의 모든 특징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게 ETF의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ETF 상품명에서 가장 먼저 표기되는 것은 해당 ETF를 만든 운용사의 ETF 브랜드명이다. 미국 블랙록은 iShares, 뱅가드는 Vanguard, 인베스코는 Invesco를 브랜드로 쓰고 있다. 국내의 경우 삼성자산운용이 KODEX,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KB자산운용이 RISE를 브랜드로 사용한다.
ETF 브랜드명 다음으로는 투자 지역이 표기된다. 해외 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 상품이라면 어느 나라에 투자하는 상품인지 알 수 있도록 미국, 중국(차이나) 등 지역명이 필수로 삽입된다. 다만 국내 자산에만 투자하는 ETF라면 지역명은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명 뒤에는 ETF의 기초지수를 표기한다. 해당 ETF 상품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투자 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DJIA, S&P500, NASDAQ100 등이 붙고, 한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KOSPI200, KOSDAQ150 등이 들어가는 식이다. 시장 대표지수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자동차, 에너지와 같은 업종 지수가 표기되기도 하고, 2차전지, 인공지능(AI)과 같은 테마 지수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채권, 원자재 지수가 붙기도 한다.
이처럼 ETF의 성격을 가장 크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세 가지 명칭이 조합되고 나면, 그 뒤로 ETF의 분배 여부, 기초지수의 추적 배수, 운용 방식 등이 순서대로 삽입된다. 우선 ETF의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라면 PR이,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상품이라면 TR이 상품명에 붙는다. 또 기초지수를 몇 배수로 추종하는지 알 수 있도록 ‘레버리지(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 혹은 ‘인버스(지수 일간 수익률의 역배수)’가 표기된다.
이어 ETF의 운용 방식도 구분해준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ETF는 패시브 성향을 띠는데, 일반적인 ETF 상품에 비해 적극적으로 운용하도록 설계한 상품이라면 상품명에 ‘액티브’를 붙이는 식이다. 또 실물자산을 직접 편입하는 ‘실물형’이 아니라 증권사와의 스와프 계약으로 운용하는 ‘합성형’ 상품이라면 ‘합성’이라는 단어를 넣어 구분한다. 끝으로 환헤지를 통해 환율에 따른 가격 변동을 없앤 ETF라면 ‘H’를 붙여준다. 좋은 ETF 찾는 법…괴리율 확인하기
ETF는 여러 장점을 지닌 펀드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ETF를 매수하려는 가격과 매도하려는 가격이 일치해야 시장에서 거래가 체결되는데, 해당 ETF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원하는 시점에 적정한 가격으로 매도하지 못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흔히 거론되는 개념이 바로 ETF 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유동성공급자(Liquidity Provider·LP)’다. 흔히 ETF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증권사를 뜻한다.
LP 역할은 ETF 시장의 원활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증권사가 져야 하는 일종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ETF의 호가 제출 의무를 지켜야 하며, 증권사가 이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 이 의무 덕에 수요가 현저히 적은 ETF라도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이런 보완점에도 불구하고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해 발생하는 ‘괴리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ETF의 단점이다. 괴리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ETF의 가격과 관련된 몇 가지 개념을 알아둬야 한다.
우선 NAV(Net Asset Value)와 iNAV(indicative NAV)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NAV는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ETF의 순자산가치로, ETF가 지닌 본질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일반 펀드의 기준 가격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NAV는 하루에 한 번 저녁마다 산출하며,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ETF의 특성을 반영해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인 iNAV도 제공해준다.
여기서 NAV와 투자자가 실제로 거래하는 ETF 시장 가격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을수록 괴리율이 작다고 표현한다. 괴리율이 잘 관리될수록 ETF의 가치에 맞는 적절한 거래가 이뤄지는 셈이어서 그만큼 운용 퀄리티가 높은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거래할 때 NAV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면 유동성과 호가가 잘 관리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ETF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괴리율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ETF 상품의 특성상 시차 등의 불가피한 원인으로도 괴리율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괴리율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라면 자산운용사는 이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ETF의 괴리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 한 분기 내에 반복된다면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는 규제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해당 ETF 괴리율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파악해보는 것이 좋다. 비슷한 맥락에서 NAV와 지수값의 수익률 차이를 ‘추적오차’라고 하는데, 이 오차 또한 크지 않을수록 적절하게 운용되는 ETF라고 볼 수 있다. 만약 괴리율과 같은 디테일한 숫자를 일일이 비교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각 ETF의 순자산과 거래량은 비교해본 뒤 투자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ETF의 자산 규모가 크고 거래량이 많을수록 어느 정도 검증된 ETF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분배금과 세금, 언제 어떻게 적용되나
ETF의 운용 과정에서 초과 이익이 생기면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을 지급한다. 주식으로 치면 배당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기초자산에서 발생한 이익뿐만 아니라 ETF 포트폴리오에 담긴 여러 주식 종목에서 발생한 배당금도 분배금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통상적으로 분배금은 1월, 4월, 7월, 10월의 마지막 거래일에 지급된다. 물론 상품에 따라 해당일에 분배금이 꼭 나오지는 않는다. 지급 기준일 다음 날로부터 7영업일 이내에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분배금 재원이 없다면 투자자에게도 지급하지 못한다. 상품 특성상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TR 상품도 존재한다. 세금 부과 기준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국내 주식형 ETF라면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된다. 반면 그 외 모든 ETF는 국내와 해외 중 어느 증시에 상장됐는지, 수익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따라 과세 방식과 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국내 상장 ETF라면 매매 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이 소득은 연 2000만 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된다. 해외 상장 ETF는 매매 차익의 250만 원까지는 기본공제를 해주지만, 초과분에 대해서는 22%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해외 상장 ETF와 국내 상장 ETF 모두 분배금에 대해서는 15.4%의 배당소득세를 적용한다.
결론적으로 연 250만 원 안쪽으로만 수익을 실현하는 경우라면 해외 상장 ETF가 유리하겠지만, 수익이 커질수록 국내 상장 EFT의 세율이 낮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규모와 예상 수익률, 매도 시점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일반 주식 계좌가 아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ISA 계좌 한도가 남아 있다면 중개형 ISA 계좌를 ETF 투자에 활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이자·배당소득 등을 통산해 200만 원까지는 비과세되며,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의무 가입 기간은 3년이지만 중장기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정초원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