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번은 독신 생활을 하며 26년간 로마사를 연구한 끝에 필생의 대작을 완성했다. 그가 찾은 로마제국의 강성 비결은 거센 바다의 폭풍우 같은 역경을 이겨낸 응전과 도전의 힘이었다. 로마가 멸망한 것은 이 같은 역경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도는 해수면의 강한 바람에서 생긴다. 그래서 풍파(風波)라고 한다. 파도의 가장 높은 곳은 ‘마루’, 가장 낮은 곳은 ‘골’, 마루와 골 사이의 수직 높이는 ‘파고(波高)’다. ‘파장(波長)’은 앞 파도 마루와 뒤 파도 마루 사이, 골과 골 사이의 수평 거리를 뜻한다. 뱃사람들은 파고와 파장을 눈으로 재면서 파도가 얼마나 세게 밀려올지 판단한다.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배가 부서지고 목숨을 잃는다. 서양인들이 “전쟁에 나가게 되면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가게 되면 두 번 기도하라”고 했듯이 바다는 전쟁터보다 더 위험했다.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다른 능력과 지혜를 겸비해야 했다.
유능한 뱃사람은 엄청난 폭풍과 태풍이 오기 전에 바다가 ‘우웅’ 하고 우는 소리를 먼저 듣는다고 한다. 태풍이 올 때 선원들은 바다가 아니라 선장을 본다. 그만큼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고두현 한국경제 문화에디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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