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글로벌 투자금이 몰리며 중국 증시가 수직 상승했다. 널뛰기 장세에 ETF 변동성이 커진 점은 유의해야 한다. 섹터별로는 부동산. 필수재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켓 트렌드] 중국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9월 말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 영향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중국 증시는 10월 급등락을 반복하는 널뛰기 장세를 지속했다. 중국 상장지수펀드(ETF)의 괴리율 변동성도 커졌다. 중국 증시 회복을 기다렸던 중학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일주일간 중국 지수와 관련 ETF의 수익률은 30% 가까이 치솟았다. 잇따라 발표된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정책 패키지의 영향이다. 그동안 중국 증시를 외면했던 글로벌 투자자들도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과 홍콩 주요 지수가 지난해 고점을 돌파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경기 부양 종합선물세트에 급반등
중국 증시가 반등한 것은 중국 당국이 재정정책 계획을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9월 24일 정책금리, 모기지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틀 뒤인 26일엔 중앙정치국 회의가 이례적으로 경기 부양 패키지를 공개했다. 이후 27일 0.5%포인트 지급준비율 인하가 단행됐고 후속 조치로 보조금, 지원금 지급 정책이 쏟아졌다. 지방정부는 소비쿠폰 발행에 나섰다.
10월에도 부양책은 이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10월 10일 95조 원(5000억 위안) 규모의 증권 안정화 기금인 ‘증권 펀드 보험사 스와프 창구(SFISF)'를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증시는 다시 들썩였다. 스와프 창구가 개설되면 금융기관들은 CSI300 편입 주식과 기타 자산을 담보로 인민은행의 국채, 어음 등 미국 국채와 같은 우량 유동성 자산을 이 창구를 통해 교환할 수 있게 된다. 금융 회사들이 주식 매입 자금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증시에 힘을 보태기 위한 조치로 해석했다.
부진한 중국 경기를 살리기 위한 부양 정책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자 기대감은 즉시 증시에 반영됐다. 글로벌 주요국 중 최하위 수익률을 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9월 12일까지 연초 이후 -9.1%, 8월 이후 -7.5%였던 수익률은 이후 2주간 수익률이 12.2%로 뛰어오르며 다우지수를 따라잡았다. 8월 이후 수익률은 13.5%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스와프 창구 개설이 발표됐던 10월 10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300선을 찍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이 지수는 6거래일간 24% 급등했다. 변동성 커지며 투자 경고까지
그러나 상승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제히 반등했던 선전종합지수와 홍콩항셍 지수, 홍콩H 지수 등은 10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하락했다. 상하이·선전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도 요동쳤다. 경기부양책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중앙정치국 회의가 이례적으로 재정정책 강화를 강조하며 언급했던 초장기특별국채와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화이트리스트 프로젝트 등의 부동산 부양 정책은 올해 연초부터 지속해서 제기돼 왔던 것들이다. 시장의 반응이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관련 ETF들의 괴리율 변동성도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초 'ETF 괴리율 초과 발생' 공시 134건 가운데 85건(63.4%)이 중국 관련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국경절, 중양절 휴일로 증시가 휴장한 것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다. ETF의 괴리율이 ±2%를 넘어가면 자산운용사는 괴리율 초과를 공시해야 한다. 괴리율은 ETF 시장 가격과 순자산 가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괴리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시장에서 ETF가 그만큼 비싸게 거래됐다는 의미다. 반대로 괴리율이 마이너스가 되면 싸게 거래됐다는 의미다.
'TIGER 차이나전기차레버리지(합성)'는 10월 7일 괴리율이 8.31%로 실제 가격 대비 비싸게 거래됐지만 같은 달 11일 -13.46%까지 떨어졌다가 14일 -2.9%로 줄었다. 10월 14일 기준으로 'SOL차이나태양광CSI(합성)'(-3.89%), 'KODEX 차이나2차전지MSCI(합성)'(-3.84%) 등 다른 중국 ETF도 비교적 괴리율 절댓값이 컸다. ETF 전문가들은 장중 등락률 격차가 커진 중국 지수 ETF 투자에 주의하라고 권고했다.
부양책 불구, 경기 침체 장기화 예상도
중국 증시가 지속해서 상승하려면 경기 반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 경기 방향성에 대한 시장참여자와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최근 중국 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반면 경제학자들은 중국 건설 경기 악화에 투자 수요 부진이 겹치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 발표 이후에도 올해와 내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컨센서스 추이를 유지했다. 비관적인 전망을 바꾸지 않고 견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9월 중앙정치국회의에서 강조했던 재정정책을 통한 정부 투자 확대 계획은 투자 수요 부진으로 인해 기대만큼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의 경기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집행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비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연초부터 지방정부 특목채의 집행 가속화를 주문했으나 지난 8월 기준 해당 채권의 누적 집행률은 올해 양회에서 제시한 목표치의 6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목표치가 3조9000억 위안인데 2조5800억 위안만 집행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같은 기간 중국 지방정부 특목채 누계 집행률이 80%인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더딘 편이다.
최근 중국 건설 경기 악화로 인한 투자 수요 부진이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중국 건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데이터 집계 이래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국 건설업 경기는 통상적으로 4분기로 갈수록 둔화하고 지방정부 특목채 집행 속도도 더뎌진다. 중국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신용등급 하락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 업계는 중국 증시가 단기적으론 냉·온탕을 오가며 박스권 내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뚜렷한 이익 개선세가 나타나기 전까지 향후 발표될 경제 데이터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중국 증시의 추가적인 상승 여력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다른 미·중 갈등 불확실성도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증권사들은 당국의 추가 부양책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이유로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홍콩H 지수가 최고 87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도 최근 홍콩H 지수 상단을 8500포인트로 100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추가 부양책이 나오면 장기적으로 활황세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MSCI중국·선전종합지수 상승 폭 커
중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어느 지수에 투자하는 게 가장 유리할까. 이번 중국 정부의 부양책 발표 이후 일주일간 상승 폭이 컸던 지수는 MSCI중국(30.5%), 선전종합(29%), H주(항셍중국기업·27.8%), CSI300(25.5%), 항셍(24.5%), 상하이A(21.9%), 상하이종합(21.9%) 순으로 나타났다. MSCI중국 지수에서는 경기 부양책의 수혜 기대감이 높았던 부동산(37.7%), 필수재(36.1%) 분야가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정보기술(IT·27.7%), 헬스케어(25%), 경기재(23.3%), 산업재(22.6%), 소재(21.8%) 섹터가 강세를 보였다. 금융, 통신, 에너지, 유틸리티는 10% 중반의 수익률을 보였다. 금융위기 때 부양책이 인프라 건설, 기업 지원과 관련됐다면, 이번 부양책은 소비와 주가 부양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과거와 현재 모두 실시했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과거에 부동산 개발, 건설, 재건축 위주의 정책을 펼쳤지만, 올해는 거래 활성화에 집중돼 있다. 그동안 농촌 기반 시설, 철로, 도로, 항만, 도시 인프라 등 인프라 구축 및 재건 관련 분야가 관심을 받았으나, 이번 부양책에서는 빠지면서 과거 대비 원자재, 소재, 산업재 섹터의 상승 폭이 줄었다. 대신 IT, 소비재 섹터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며 중국 증시를 주도했다.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6개 지수 중 IT, 소비재 비중이 높은 MSCI중국, 선전종합지수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배경이다. MSCI중국의 섹터는 경기재(32.8%), 통신(21.8%), 금융(16.8%) 등이 약 70%를 차지한다. 경기재와 통신 섹터 내에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이 다수 포진돼 있다. 비야디(BYD), JD.COM 등 소비재 기업도 포함돼 있다.
선전종합지수도 IT, 산업재, 소재 섹터의 비중이 높다. IT 장비 기업과 전기차, 2차전지, 소비재 관련 기업이 다수 분포해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 가능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필수재 섹터 상승률이 높았던 만큼 필수재 비중이 높은 상하이A· CSI300 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지수와 상관관계가 높은 국내 섹터로는 화학, 기계, 비철 목재, 철강, 건설 건축 운송 등이 꼽혔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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