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편입 종목과 기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불붙은 혁신 동력까지 꺼지게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더 많습니다. 부족한 점은 개선하면 됩니다. 일본도 10년 노력 끝에 이제 막 결실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밸류업 논의를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밸류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최근 몇몇 우리 대표 기업의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런 판국에 무슨 밸류업이냐는 시니컬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사활을 걸어도 생존이 어려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외국인 투자자의 배만 불리는 행위라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밸류업의 본질이 아닙니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일본판 밸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속적 성장을 위한 경쟁력과 인센티브: 기업과 투자자의 바람직한 관계 구축 프로젝트’, ‘자본 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실천 방안’ 등 일본이 추진한 정책은 밸류업의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보다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절망감을 느낍니다. 다소 굴곡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믿음을 주는 종목을 찾기 어렵습니다. 돌고 돌아 제자리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래서는 장기 투자가 불가능합니다. 길어진 노후를 버틸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이들은 계속 늘어납니다. 국장 탈출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밸류업은 기업과 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핵심입니다. 경영자들은 소비자와 고객 못지않게 주주와 투자자에도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합니다. 주가는 변수가 많아 경영 지표로 삼기 어렵고 시장에 맡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입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설명회(IR) 무대에 직접 올라 스스럼없이 투자자들과 소통한 장면은 우리에게도 익숙합니다. 반면, 한국 CEO들은 올림픽에는 참석해도 실적발표회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CEO가 달라져야 밸류업도 가능합니다. 한경 머니가 총주주수익률(TSR)을 잣대로 국내 상장사 CEO 평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장승규 한경머니 편집장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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