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서울의 웬만한 동네보다 좋다고 하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서울보다 낫네, 철산
서울보다 낫네, 철산
경기도이지만 전화번호 국번 ‘02’를 쓰는 수도권 지역이 몇 곳 있습니다. 그중 한 곳이 여기 광명인데요. 그만큼 서울과 가깝고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라는 뜻이기도 하겠죠. 특히 광명시 철산동은 서울의 웬만한 지역보다 집값이 훨씬 더 비쌉니다. 경기도 서부권의 대장 역할을 하는 지역입니다.

철산이 부동산 시장에서 굳건하게 버티는 이유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직주근접, 둘째, 대단지 신축밭, 마지막 주거 여건입니다. 철산 위에는 서울시 구로구가, 오른쪽엔 서울시 금천구가 위치합니다. 경기권에서 손에 꼽힐 만큼 단연 좋은 입지죠.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지하철 7호선과 1호선이 관통하고 서부간선도로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산디지털단지와 구로디지털단지는 10분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여의도는 30분대 주파가 가능하고, 강남은 1시간 안에 충분히 갈 수 있죠.

경기도지만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를 1시간 안에 출퇴근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인천이나 부천, 시흥, 안산 같은 주변 수도권에서도 철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고 그 인기가 시세에도 반영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대다수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도시의 전반적인 자족 기능이 부족해 베드타운 성격이 강합니다.

오랫동안 차근차근 성장한 곳이라 편의시설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여기 철산역이 광명 내 교통허브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철산역 근처가 유동인구가 많고, 시청과 경찰서 같은 각종 관공서도 몰려 있습니다. 광명 주민들은 이곳을 ‘상지’라고 부릅니다. 철산상업지구의 줄임말이예요. 맥도날드 광장을 중심으로 해서 아래쪽엔 유흥상권이 형성됐고, 위쪽엔 식당가가 몰려 있는데 조금 더 가면 학원가도 나옵니다.
철산역
철산역
안양천 옆 철산동

롯데몰과 이케아, 코스트코 등 쇼핑 시설도 있습니다. 주민들은 가산디지털단지가 가까워서 가산 쇼핑몰도 자주 이용합니다. 녹지도 풍부한 편입니다. 서울 사이엔 안양천이 흐르고, 도덕산과 광덕산도 아름답습니다. 상급병원은 성애병원이 있지만, 서울로 진료 보러 가는 주민들도 많은 편입니다.

광명 최고의 입지라고 하는 단지는 철산동 철산 주공 13단지입니다. 철산역에서 걸어왔는데 아주 가깝습니다. 초역세권 위치뿐 아니라 안양천이 옆입니다. 가산디지털단지 및 구로디지털단지도 가깝습니다. 게다가 ‘초품아’입니다. 광성초등학교가 단지 안에 있고, 철산중학교에 배정됩니다. 철산중학교는 학업성취도 및 진학 실적이 높은 광명 내 인기 중학교로 꼽힙니다. 1986년 준공됐고 2460가구의 대단지입니다.

면적은 전용 73·84·121㎡으로 구성돼 있는데 국평이라고 하는 전용 84㎡가 가장 많습니다. 전용 84㎡의 시세가 상승장 때는 11억 원을 넘겼다가 지금은 9억 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중층이고 15층입니다. 중형만 계단식 구조이고 나머지는 복도식입니다. 구축 아파트의 크고 작은 불편함은 감안해야 합니다. 주차가 많이 힘든 편이고, 단지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많이 노후했습니다.

정비사업 상황은 어떨까요. 광명시가 이곳 철산동과 아래 동네인 하안동까지 묶어서 단지별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했습니다. 특히 철산 주공 13단지가 포함됐습니다. 지금은 2종 일반주거지역인데, 향후 3종으로 종 상향이 가능해진 겁니다. 각종 조건을 맞추면 용적률을 330%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높이 제한도 완화합니다. 가구수가 늘면 재건축 사업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사실 재건축은 초기 단계입니다.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이거든요. 정부가 관련 기준을 완화해준 덕분입니다. 철산 주공 13단지의 용적률은 170%, 건폐율은 13%이고 평균 대지지분은 약 17평(56.1㎡) 정도입니다.

말 나온 김에 철산 주공 다른 단지의 재건축 상황은 어떨까요. 1단지는 광명 e편한세상센트레빌, 2단지는 철산 푸르지오하늘채, 3단지는 철산 래미안자이, 4단지는 철산 센트럴푸르지오, 7단지는 롯데캐슬&SK뷰 클래스티지가 됐습니다. 5단지와 6단지는 결번이고, 붙어 있던 8단지와 9단지는 철산 자이더헤리티지로 공사 중인데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또 붙어 있던 10단지와 11단지도 철산 자이브리에르로 짓고 있습니다. 12단지와 13단지만 고층이고, 나머지는 저층입니다. 그래서 진작에 재건축을 완료했죠.
철산 자이더헤리티지 공사 현장
철산 자이더헤리티지 공사 현장
준서울 마지막 대규모 분양

철산 주공 13단지에서 길 하나 건너면 철산 주공 12단지입니다. 두 단지 모두 철산역 초역세권 좋은 위치입니다. 1986년 준공했고 1800가구입니다. 규모는 13단지보다 좀 작죠. 면적 역시 전용 53·60·73·84㎡로 13단지보다 작은 편입니다. 전용 84㎡의 시세가 9억 원대에서 형성돼 있어요. 용적률이 159%이고 평균 대지지분은 14평(46.2㎡)대 예상합니다. 이곳 역시 재건축은 초기 단계입니다. 안전진단을 통과했습니다.

철산은 특히 지난 상승기 때 많이 신났습니다. 하지만 하락장 때 조정을 받았고, 분양 시장도 주춤했죠. 하지만 반격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올림픽파크포레온(구 둔촌 주공)의 입주가 끝나면 광명이 준서울 입지에선 마지막 대규모 분양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군 건설사의 브랜드가 다 모인 신축밭으로 재탄생하거든요. 재건축과 광명뉴타운까지 합치면 규모가 5만 가구에 달합니다. 이 일대가 어떻게 변신할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철산 래미안자이
철산 래미안자이
철산 래미안자이
철산 래미안자이
철산의 대장 단지를 꼽자면 철산 래미안자이일 것 같습니다. 철산역에서 걸어왔는데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역세권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위치입니다. 철산 주공 3단지를 재건축해서 2009년에 입주한 2072가구 대단지입니다. 평지이고 땅 모양도 반듯합니다. 건너편에 광덕산 공원이 있고, 안양천도 가깝습니다.

사실 철산에서 이만한 단지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초품아’, ‘중품아’거든요. 철산초등학교와 철산중학교가 단지 후문과 연결됩니다. 또 길 하나 건너면 진성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진성고는 명문고로 유명하죠. 또 철산중학교 역시 공부 잘하는 인기 학교입니다. 그러다 보니 철산초등학교는 이 일대에서 유명한 과밀 학교입니다.

교통망 확충·뉴타운 ‘주목’

단지를 쭉 둘러보고 있는데 조경을 잘 조성했습니다.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아이 키우는 가정이 다수입니다. 놀이터도 여러 군데에 있고 테마도 다양합니다. 면적은 전용 59·84·116·134·166㎡인데 전용 84㎡가 가장 많습니다. 국평 시세가 지난 상승장 때는 13억 원을 넘었다가 요즘 11억 원대에서 형성돼 있습니다.

철산의 교육 환경은 어떨까요. 철산중과 진성고를 비롯해 광명북고, 소하고 등 우수한 학교들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학원가는 철산역 주변에 일부 형성됐지만 대규모는 아닙니다. 도시의 전반적인 학구열과 교육열이 높은 편입니다. 또 서울 목동이 멀지 않아서 목동으로 학원을 보내거나 목동 학원가의 셔틀버스가 오기도 합니다.

아마 철산은 향후 더 업그레이드될 전망입니다. 크고 작은 호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월판산과 신안산선 , 제2경인선 등이 예정돼 있어 교통망이 더 보완될 예정입니다. 11개 구역이나 되는 광명뉴타운도 중요합니다. 광명 시흥테크노밸리 역시 빼놓을 수 없겠죠. 철산의 부족한 점인 자족 기능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조희재·이문규 한국경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