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대한 오해는 여전하다. 대부분 기술혁신의 산물인 비트코인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편견에서 출발한다. 미래 투자가치와 리스크 평가를 위해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커버스토리]
기술 혁신과 엄청난 잠재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가상자산 시장에는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소문과 통념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오해들은 투자자의 심리를 흔들 수 있고 시장 상황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의 여러 기회를 판단할 때에는 올바른 리스크 평가가 필수적이며, 이는 진실하고 타당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검토를 요구한다.
1.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변동성이 방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는 이 변동성 때문에 비트코인의 통화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거시경제 정책의 트릴레마(불가능의 삼각정리·The Impossible Trinity)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트릴레마는 정책 입안자가 통화 목표를 수립할 때 환율 안정(exchange rate management),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free capital mobility), 독립적인 통화 정책(monetary autonomy)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환율 안정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유지하려는 통화당국은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해야 하고, 독립적인 통화 정책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유지하려면 환율 안정을 포기해야 한다.
이 트릴레마를 통해 비트코인 통화 정책의 변동성이 당연한 결과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중앙은행과 달리 비트코인은 환율 안정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대신 비트코인은 화폐의 수량 원칙에 따라 통화 공급을 통제하고 자유로운 자본 흐름을 우선시한다. 그 결과 공급 대비 수요의 함수라 할 수있는 비트코인 가격은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고, 따라서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정책 선택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간주된다.

따라서 변동성은 비트코인의 가치 저장 수단 역할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
2. 비트코인은 희소성이 없다?
디지털 영역에서의 상품은 무형이고, 원본을 변경하지 않고도 쉽게 복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워드 문서를 여러 사람에게 이메일로 전송해도 원본 파일은 그대로 유지된다. 마찬가지로 수백만 명이 동시에 동일한 디지털 상품(예: 음악)을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작곡가들이 차별화된 사운드를 비슷하게 적용할 때 원본의 인지도(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물리적 세계의 상품에서는 불가능한 특성이다.
비트코인의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코드가 오픈 소스로 공개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만의 버전을 제작해서 ‘네트워크 포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혹자는 비트코인이 ‘복사’가 가능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라면 어떻게 희소성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포크하면 그 시점부터 새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는 독립적인 기록을 쌓아 가게 된다. 즉, 포크를 한다고 해서 기존 비트코인 수량이 늘어난다거나 시장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네트워크 시스템이 생겨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자국 통화(VES)를 인위적으로 늘린다고(인플레이션) 해서 미국의 통화 기반(monetary base)에 달러가 추가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비트코인을 포크한 네트워크는 포크 시점까지의 비트코인 기록을 공유하기 때문에 기존 비트코인 보유자는 새로 만들어진 네트워크의 고유 자산(native asset)에 대한 권리를 가지지만, 포크된 네트워크는 고유한 이해관계자가 지원하는 독립적인 규칙에 따라 운영된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기존 네트워크의 화폐 공급을 희석시키지 않고, 저비용으로 다양한 실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새로운 네트워크, 새로운 코인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고 혁신과 경쟁을 촉진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2100만 개가 비트코인 캐시(BCH)처럼 포크된 코인 2100만 개보다 더 가치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트코인 캐시의 가치를 비트코인의 가치와 동일시하는 것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소스 코드를 ‘포크’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들과 광고주들, 콘텐츠를 그대로 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비트코인과 페이스북의 가치는 소스 코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네트워크 효과에서 비롯된다. 블록체인 보안과 해시레이트의 상관관계, 비트코인의 전 세계적 유동성, 그 외 비트코인의 채택과 사용을 지원하는 인프라 등 모든 것이 네트워크 효과에 포함될 수 있다.
포크된 코인이 비트코인의 네트워크 효과를 희석시키려면 비트코인의 해시파워, 사용자,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독점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에서 포크된 코인들의 경우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대한 유의미한 영향이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3. 비트코인은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되거나 신뢰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결제 확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특수한 전용 하드웨어(ASICs)를 통해 비용이 많이 드는 계산을 수행했음을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현실 세계의 자원을 채굴에 할당함으로써 확실한 결제를 보장한다. 체인코드랩의 휴고 응우옌은 “작업 증명 채굴 방식은 전기를 소모해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에 블록을 추가한다. 이 과정에서 소모된 에너지는 블록에 실질적인 ‘형태’를 부여해, 블록이 물리적 세계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비트코인 채굴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비트코인 채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중 많은 부분이 재생에너지, 특히 수력 발전에 의해 공급된다. 채굴자들은 가장 저렴한 형태의 전기를 찾기 위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계속 몰려들 것이고 이는 해당 지역의 전력원에 대한 기본 수요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다. 결론적으로 채굴자들의 노력이 환경적 및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고립된 에너지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기여한다.
4. 비트코인은 범죄 활동을 조장한다?
비트코인은 범죄 활동을 조장한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사실 비트코인은 초기에 불법 마약 거래로 유명한 온라인 암시장 플랫폼인 실크로드에서 거래 수단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고, 이는 비트코인이 범죄에 사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곤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범죄 활동을 조장한다는 주장은 데이터와 사실에 근거해 반박이 가능하다. 먼저 유럽연합(EU) 집행기구인 유로폴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명품 등과 같은 전통적인 경로가 유럽 내 주요 범죄 네트워크에 의한 자금세탁의 주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가상자산은 전체 자금세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적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누구나 허가 없이 가치를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본질적으로 범죄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 자동차, 인터넷이 범죄 활동에 사용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술을 금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5. 비트코인은 버블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이 버블 우려가 있고 곧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은 내재적 가치가 없으며, 도박과 같은 투기이며,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려는 ‘더 큰 바보 이론’ 때문에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은 투자 가능한 자산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비트코인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를 창출하는 이유를 간과하고 있다.
주식의 자산 가치는 예상 현금흐름을 할인해 결정된다. 성장률과 투자 자본의 수익률에 따라 미래 현금흐름이 높아지면 주식은 주주 기반과 무관하게 가치가 상승한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가치를 보존 또는 향상시키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비생산적인 자산이다. ‘비생산적’이라는 말의 뜻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일종의 순환 논리에 따라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스웨스턴대 애덤 웨이츠 교수는 "돈은 공유된 환상"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돈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단순한 종이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에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치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돈의 가치는 사회적 합의와 신뢰에 기반한 것으로, 사람들 모두가 돈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교환 수단, 가치 저장 수단, 계산 단위로 사용함으로써 실제로 기능하게 된다.

디지털 금이라고도 불리는 비트코인은 금의 많은 특성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개선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내구성과 희소성이 뛰어나면서도 검증 가능하고, 분할 가능하며, 전송이 가능하고,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금보다 더 큰 수요를 촉진할 수 있으며 글로벌 디지털 화폐의 역할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비트코인의 네트워크 가치 또는 시가총액은 금의 7% 정도에 불과하다.
6. 양자 컴퓨팅이 도입되면 비트코인은 없어질 것이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과 같은 고전적인 컴퓨팅 기술에서는 데이터가 2진수 상태로 처리돼야 한다. 이는 컴퓨터 코드로 0 또는 1로 표현되며, 10억 분의 1초 만에 상태(state)를 전환할 수 있지만 얼마나 빨리 상태를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양자 컴퓨팅에서는 이론적으로 데이터가 동시에 여러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므로 처리 능력과 속도가 엄청나게 향상될 수 있고, 컴퓨터가 다수의 작업을 순차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양자 컴퓨터가 현재의 암호화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양자 컴퓨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술 중에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프라이빗 키 정보를 암호화하는 알고리즘인 SHA-256 알고리즘도 포함된다. 그래서 양자 컴퓨팅이 결국 비트코인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주장이 지난 몇 년 동안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양자 컴퓨팅이 비트코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먼저 양자 컴퓨팅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초기 버전의 양자 컴퓨터가 몇 가지 존재하지만, 현재의 암호화 기술을 위협할 만한 양자 컴퓨터는 아직 없다. 오늘날의 양자 컴퓨터는 매우 제한된 일부 작업만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비트코인의 암호화 알고리즘을 깰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양자 컴퓨터가 개발된다고 가정해보자. 온램프 인베스트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양자 컴퓨팅은 프라이빗 키의 보안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에는 퍼블릭 키와 프라이빗 키가 있으며, 퍼블릭 키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프라이빗 키는 소유자만 알 수 있다. 프라이빗 키를 통해 소유자는 해당 주소의 비트코인에 접근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다. 고유 문자열인 프라이빗 키에 함수 처리를 해서 퍼블릭 키를 추출하고, 퍼블릭 키를 재가공해서 비트코인 ‘지갑 주소'를 만들어내는데, 고성능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면 지갑 주소나 퍼블릭 키에서 프라이빗 키를 역산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고전적 컴퓨팅에서도 지갑 주소나 퍼블릭 키를 통해 프라이빗 키를 알아낼 수 있지만, 이는 천문학적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양자 컴퓨팅이 발전하면 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지갑 주소만으로 지갑 안에 들어 있는 비트코인을 훔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 지갑 보안에 대한 이론적 위협일 뿐, 누가 무엇을 소유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유지하는 기본 원장은 손상되지 않고 기능할 것이다. 즉, 양자 컴퓨팅은 거래 내역을 네트워크 수준에서 직접 조작하거나 네트워크의 운영 자체를 방해할 수는 없다.
또한 양자 컴퓨팅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은 악의적 행위자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보안 기술도 함께 발전하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팅이 현실적 위협이 된다면 비트코인 개발자는 양자 컴퓨팅이 지갑과 네트워크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양자 저항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이미 개발 중이다.
더 나아가 양자 컴퓨팅의 보안 위협은 가상자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일 당장 고성능 양자 컴퓨팅이 해킹에 이용된다면 이 세상 모든 디지털 시스템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은행 인프라, 전력망, 통신 플랫폼, 심지어 인터넷까지 모두 취약해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양자 컴퓨팅이 발전하면 비트코인만 취약해진다는 논리는 비약이라고 볼 수 있다.
양자 혁신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대응책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 아키텍처의 장점은 시스템이 이전 버전과 호환되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새로운 보안 이슈가 식별되고 발견됨에 따라 비트코인은 시대에 맞춰 계속 적응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면 새로운 방어 수단도 등장할 것이다.
7. CBDC가 가상자산을 대체할 것이다?

실제로 CBDC는 금융 포용성, 결제 시스템의 경쟁, 금융의 토큰화 등 각 국가가 우선시하는 목표에 따라 개발된다.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CBDC는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CBDC와 가상자산이 서로 대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늘날 다양한 통화와 결제 수단이 공존하는 것처럼, 미래에는 가상자산과 CBDC가 공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와 호주처럼 CBDC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강조하기도 한다.

최윤영·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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