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2기'의 확장적 정책 기조는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확실성, 탈세계화 등 리스크를 감안해 금, 미국 주식, 하이일드 채권 등 자산 배분 전략을 신중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투자 인사이트]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선거본부의 구호는 여전히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주장이 무색하게, 지난 10년간 미국은 위대함(greatness)을 단 한순간도 놓친 적이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미국을 위협했던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하며 경제, 국방, 인공지능(AI)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부흥, 기술 혁신, 규제 완화를 필두로 동맹국보다 자국을 우선시하는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줄 것이다. 2017년 트럼프 첫 임기 당시에는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었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다수의 미국인들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공감하고 있다. 이는 의회의 주도권마저 트럼프와 공화당에 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정책 장악력을 갖게 된 트럼프 정부 2기는 자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2025년 기업 이익 14.9% 성장 전망
이러한 배경하에서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향후 12개월 관점에서 주식과 금에 대해 ‘비중 확대’, 그리고 채권에 대해 ‘중립’ 의견을 각각 제시한다. 트럼프의 당선이 무조건적인 위험자산 강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경제 연착륙은 채권보다 주식 성과에 더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해줄 것이다. 특히, 주식 자산 내에서 미국에 대한 비중을 가장 크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 경제는 다양한 산업에서 위대함을 보이고 있으며, 시장은 이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미국과 미국 외 지역 간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정책들을 통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기에 더해, 다시 돌아온 트럼프는 레거시(legacy)를 남기기 위해 연착륙 중인 미국 경제에 추가적인 자극을 줄 가능성이 높다. 재정 지출은 확대될 것이고,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는 채권 자산에는 불리할 수 있지만, 주식 자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미국 주식은 비싼 국면에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12개월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 수준으로 닷컴 버블과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의 강세장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높아진 밸류에이션이 단기 변동성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지속될 기업이익 성장세가 가격 부담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미국의 기업 이익은 전년 대비 14.9%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주요국 증시와 견주어봤을 때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여기에 트럼프의 공약대로 법인세를 15%로 인하하게 된다면, 이익 성장률은 20%까지도 높아질 수 있다. 업종 관점에서는 여전히 정보기술(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섹터를 가장 선호하지만, 전술적으로 일부 초대형주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S&P500 동일가중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금 비중 확대…중앙은행들의 수요 견조
채권 내에서는 선진 시장 하이일드 채권을 가장 선호한다. 2024년 하이일드 채권시장을 지켜봐왔던 투자자라면, ‘지금 하이일드 채권을 투자하기에는 늦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신용 스프레드 수준을 감안할 때, 미국 하이일드 채권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고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 시장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기업들의 신용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한, 하이일드 채권의 밸류에이션은 상당 기간 높게 유지돼 왔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은 미국 경제를 연착륙 또는 무착륙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총수익 관점에서 국채 또는 투자등급 회사채 대비 하이일드 채권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 한편, 미국의 무역정책을 감안할 때 신흥국 현지통화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 탈세계화는 신흥국 통화의 약세를 유발할 것이며, 이로 인해 금융당국이 쉽게 금리 인하에 나서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시대 최대의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이다. 무역 정책, 재정 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높아져, Fed의 통화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가 추구하는 경제 정책 방향이다. 그는 바이든 정부 시절에도 방만한 재정 운용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감세 정책을 어느 정도 중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높아질 수 있겠지만, 스콧 베센트의 에너지 가격 인하 정책 및 고용 시장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 상반기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도 금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최근 금 가격 상승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주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매수세가 주춤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매수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는 금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하는 가장 큰 배경이다.
트럼프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 금융 시장의 복잡성은 점점 심화되겠지만, 트럼프 정부의 확장적 정책 기조는 미국 주도의 경기 모멤텀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확실성, 탈세계화 등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위험 요소들은 관리하고 대응해야 할 변수이지, 투자를 중단해야 할 이유는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트럼프 카드의 패를 잘 활용한다면, 투자라는 게임을 지속하며 승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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