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비트코인 반감기와 미 대선 결과가 만나 ‘비트코인 불장’을 만들었다. 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리는 오태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학과 겸임교수를 만나 현시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세계에서 주목할 맥락에 대해 물었다.
[커버스토리] 오태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학과 겸임교수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를 때만 관심을 갖죠. 이 때문에 고점일 때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어 긴 시간 고통을 겪습니다. 결국은 비트코인의 본질을 깨달아야 고통받지 않고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리는 오태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학과 겸임교수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기술이나 대체투자처로서의 기능을 넘어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 경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포스트 브레턴우즈(1944년 7월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발족한 국제통화 체제)’이자 새로운 ‘보편 질서’가 될 것이라는 게 오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비트코인이 미래에 없어져 버릴 현상이 아니라는 점은 세계적으로 명백히 합의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주목하고 있는 자산이지 않나.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타이밍”이라며 “비트코인으로 인해 지정학적 질서와 달러 질서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비트코인이 급등세를 보인 배경과 의미, 앞으로의 전망까지 오 교수와 함께 짚어봤다. - 지난 6월 ‘2024 한경 머니콘서트’에서 비트코인 매수 시점을 2024년 9월 전으로 예측했다. 현재 시장 흐름이 큰 틀에서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당시 전망의 근거는.
“상반기에는 2024년 9월 이전을 비트코인 매수 시점이라고 제시했는데, 실제로는 2024년 10월 전까지 매수했어도 좋은 타이밍이었다. 상반기 전망했던 시점에서 딱 한 달 정도 미뤄진 셈이다. 비트코인은 계단식으로 조금씩 오르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 아침에 급등해 있는 게 비트코인이다. 그 시기가 4년에 한 번씩 오는데 바로 비트코인 채굴량이 줄어드는 반감기다. 패턴상 2024년 말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2025년 초부터는 크게 뛰도록 돼 있었다. 다만 그 패턴이 미 대선으로 인해 조금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 미 대선 결과가 가상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앞서 설명했듯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시기에 도달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 대선이 하나의 트리거로 작용했던 것은 분명하다. 당초에는 미 대선으로 인해 비트코인 상승기가 4개월 정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쪽으로 큰 흐름이 형성되고 있었고, 9월쯤에는 그 흐름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굳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대선이 생각보다 혼조세를 보이면서 2개월 정도 앞당겨지는 데 그쳤다. 미디어에서는 미 대선을 혼조세로 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은 트럼프가 승리했고 이를 기점으로 비트코인 가격도 뜨겁게 올랐다.”
- 트럼프 당선인은 가상자산 규제 완화,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과 같은 공약을 내세웠는데, 어떻게 보나.
“처음에는 단순한 선거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가상자산에 대한 공부가 굉장히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대해 상당히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와 채굴은 연관성이 높다. 미국은 셰일가스가 얼마든지 나오는 나라다. 그런데 아무 데서나 나온다고 해서 경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넓은 땅에 송유관(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하는데 환경단체의 반대로 인해 추출 후 운반이 쉽지 않다. 버려지는 가스가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 가스가 버려지는 곳에 터빈을 달아서 물을 끓여 전기만 생산해도 비트코인 채굴이 가능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 채굴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하니 채굴업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 버리는 가스로 채굴을 할 수 있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 트럼프 당선인이 친가상화폐 정책을 예고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 달러가 위기다. 달러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바로 달러와 관련이 있는데, 현재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국 1위는 중국, 2위는 멕시코, 3위는 베트남이다. 따라서 미 장기채 수요는 가장 큰 무역흑자국인 중국이 소화해줘야 하지만 중국은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미 중앙은행(Fed)이 빅스텝을 밟는다며 이자율을 낮췄는데도 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늘지 않으니 장기 이자율이 안 떨어졌다. 국채와 이자율은 서로 반대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기채에 대한 수요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미 공화당과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에서 발생할것이라고 예측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업자들이 달러 기반으로 페그(연동)를 한다. 1달러를 받으면 토큰 하나를 내주고, 다시 토큰을 갖고 오면 1달러를 내주는 형태다. 만약 달러로 보유하고 있다면 이자가 제로(0)이기 때문에 이 자산을 미국채로 바꾼다. 결국 이들이 미국채의 수요처가 된다. 특히 유럽에서 유로 기반이 아닌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부분까지 모두 파악한 상태에서 공약을 내놨다.”
- 앞으로 가상자산이 달러의 위상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나.
“이제는 비트코인이 달러를 구축한다고 보고 있다.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본토에서는 전쟁이 안 벌어졌지만 미국은 동맹국들에 무기를 공급했다. 덕분에 유럽에 있던 금괴가 전부 미국으로 모였다. 한때 전 세계 금의 70%를 미국이 보유했을 정도다. 이를 기반으로 브레턴우즈 협정이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 미 공화당의 공약을 보면 ‘금’ 대신 ‘비트코인’이다.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비트코인이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모인다. 미래 어느 시점에 달러가 위기를 맞게 되면 비트코인으로 달러를 보장해줄 수 있다.”
- 달러의 위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올해 미국의 국채 이자 비용이 연간 국방비를 넘어섰다. 당초 미국 후버연구소는 그 시점을 2035년으로 내다봤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0년이나 앞당겨졌다. 중요한 것은 미국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이 국방비를 초과할 정도로 높아지면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그만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방비보다 부채에 대한 이자를 더 쓰는 상황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신인도가 앞으로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주장과 다 맞물리는 지점이다. 결국 비트코인을 이해하는 것은 달러를 이해한다는 뜻이고, 달러를 이해한다는 것은 미국의 채권과 무역, 브레턴우즈 시스템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이해한다는 뜻이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이런 맥락을 바탕으로 크립토 시장에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것을 계기로 비트코인의 위상이 달라진 것 같다. 특히 가상자산 ‘규제파’로 꼽혔던 게리 겐슬러 미 SEC 위원장도 최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당시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이 자금세탁 등 여러 문제를 갖고 있지만 승인해주겠다’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냈다. 승인해주면 안 되는 것을 승인해준다는 것처럼 읽혔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미 민주당(겐슬러 위원장 성향)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입장이었으나 ‘반크립토’까지는 아니었다. 크립토 시장에 대해 시속 50km 정도로는 달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와 비교했을 때 트럼프 당선인은 시속 150km로 더 밟겠다는 스탠스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방향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미 민주당만큼의 속도로도 안 달리고 있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정치권도 빠르게 적응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달러화 질서의 판이 다시 한번 바뀌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 최초의 역외 금융인 유로·달러 시장이 부상했던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이 자신들의 관할 밖에 있는 유로·달러를 규제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규제하지 않았다. 미국의 국익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 향후 비트코인 시장 전망은.
“2025년 상반기까지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 패턴상으로는 2025년 여름이나 초가을쯤 가격이 한 번 크게 떨어진 뒤 짧지만 어두운 겨울을 통과하게 돼 있다. 많이 오른 만큼 어느 정도 떨어지는 시점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비트코인을 오래 보유했던 투자자들이 10만~11만 달러를 기점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커 가격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비트코인과 관련해 상당히 진지한 정책을 펼친다면 시장의 양태가 바뀔 수 있다. 크게 가격이 폭락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는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과거에 반복됐던 4년 단위 패턴에서 어긋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2025년 시장의 전망은 단정짓기 어렵지만 적어도 연초까지는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현시점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도 괜찮나.
“지금은 크게 권하지 않는다. 2024년 상반기만 해도 자신있게 ‘지금 투자하라’고 매수 시점을 이야기했다. 비교적 안전한 시점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불장의 중반부다. 섣불리 투자를 이야기하기엔 다소 늦은 시점이다.”
- 향후 한 번 더 크게 가격이 떨어지는 시점에 투자하면 될까.
“그렇다.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다.”
- 리플 등 알트코인의 상승세도 가팔랐는데. 비트코인 외에 주목할 만한 가상자산을 꼽는다면.
“알트코인의 대표 주자는 늘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2~3배까지 쉽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더리움은 의외로 밑바닥이 없다. 사실 알트코인의 대다수가 그렇다. 지금은 리플이 굉장히 좋아 보이지만 다시 1달러로 내려온다고 해도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알트코인에 투자해서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 결국 가장 확실한 가상자산 투자 대상은 비트코인인가.
“이제 비트코인은 하나의 종목이 아니라 이 (가상자산) 세계의 지수다. 전체 가상화폐에서 비트코인의 비중 자체가 50~60%다. 비트코인 가격이 안 좋을 때 그 시류를 역행할 수 있는 코인은 거의 없다. 비트코인이 좋을 때 10배 오르냐, 100배 오르냐, 제자리에 있느냐의 문제지, 비트코인이 안 좋은 상황인데 알트코인으로 투자 이익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은 비트코인을 5년 이상 보유한다면 장기 수익이 10배는 될 것이라고 본다. 비트코인 가격이 10억 원까지 가면 그 구간에서 장기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월가의 목표가도 100만 달러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금의 시가총액이다. 그 시점에는 미국 내 기관이 비트코인을 40% 정도 장악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이 그 시점까지 버티느냐가 문제다.”
- 자산가라면 전체 자산의 어느 정도까지 가상자산을 보유해도 무방할까.
“유동자산의 10% 정도는 비트코인으로 담아도 된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슈퍼리치가 굉장히 좋아할 만한 자산이다. 그들은 자산의 가격이 크게 오르는 데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위기 때 손쉽게 유동화할 수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자산 중에서도 부동산은 빠르게 팔기 어렵지 않나. 비트코인은 그런 면에서 자유로운 유동자산이다.”
- 마지막으로 투자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비트코인은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현상이다. 동시에 투자적 관점에서는 다른 자산과 똑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크게 오르면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크게 오를 때에만 관심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그 시기에 투자 결심을 하고 시장에 뛰어들어 물려 버린 뒤 고통의 시절을 보낸다. 물론 이 시간을 단순히 버리는 시간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고통 속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다. 결국은 비트코인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미래에 없어질 존재가 아니라는 점은 세계적으로 명백히 합의되고 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주목하고 있는 자산이지 않나. 이제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타이밍이다. 꼭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공부’라는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중심에 놓고 세계를 다시 한번 이해해보길 권한다. 비트코인으로 인해 지정학적 질서와 달러 질서가 바뀔 것이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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