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계 업계의 화두 역시 인공지능(AI)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일찍이 독자적인 AI 기술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그 가장 앞단에 서 있는 삼정KPMG AI센터의 전략과 경쟁력을 들어봤다.

[최강 혁신팀] 삼정KPMG AI센터
(왼쪽부터) 이덕화 과장, 오재균 과장, 김용신 과장, 서주안 과장, 윤희상 부장, 김태정 과장, 신혁 부장, 이동근 센터장, 이성진 대리, 이병규 과장, 조용호 이사, 최정우 과장, 김우진 과장, 양서원 과장, 이동환 차장
(왼쪽부터) 이덕화 과장, 오재균 과장, 김용신 과장, 서주안 과장, 윤희상 부장, 김태정 과장, 신혁 부장, 이동근 센터장, 이성진 대리, 이병규 과장, 조용호 이사, 최정우 과장, 김우진 과장, 양서원 과장, 이동환 차장
2024년에 이어 새해 핵심 키워드 역시 인공지능(AI)이다. 지난해가 AI 시스템과 인프라로 다양한 분야에 AI 적용 가능성을 실험해본 해였다면, 2025년은 그것들을 토대로 실질적인 서비스 및 수익 창출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자체 AI 개발을 시작, 활용해 온 대형 회계사들 역시 업계 ‘AI 리더’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중 2023년 12월 업계 최초로 ‘AI센터’를 출범한 삼정KPMG의 독보적인 AI 광폭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들의 핵심 니즈는 ‘성과’

삼정KPMG AI센터는 기업들의 AI 도입 및 활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AI 서비스를 엔드투엔드(end-to-end)로 제공하고자 설립됐다. AI센터는 서비스 및 산업별 AI 전문가들을 매트릭스 형태로 구성해 AI 도입 전략부터 사례 발굴, AI 구축 및 실행, AI 거버넌스 수립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생성형 AI 출현 이후 기업들은 새로운 AI 기술을 기술검증(Proof of Concept·PoC) 관점에서 업무에 시범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AI 도입을 통해 회사가 어떠한 경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AI센터의 리더인 이동근 삼정KPMG 전무는 “최근 AI 관련 기업들의 고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며 “AI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적용한 회사는 AI 서비스가 난립되지 않으면서 AI 리스크를 최소로 하며 AI 활용 가치를 지속하고 싶어 하고, AI 서비스를 일부 적용한 기업들은 AI 서비스 적용 범위를 전사 차원으로 확대해 AI 성과가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그러면서 “반면, 이제 막 AI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검토 단계에 있는 회사들은 선도사, 경쟁사 사례를 참고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AI 효과를 빠르게 체감하려는 게 특징”이라며 “세 경우 모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비즈니스 성과다. AI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업무에 AI 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서 어떤 성과를 얻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최근 기업들의 핵심 니즈”라고 설명했다.

삼정KPMG AI센터는 기존 업무에 AI를 접목해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해 왔다. 내부통제 업무에 AI를 접목한 AI 내부통제, 재경 업무에 AI를 접목한 AI 파이낸스(금융), 전통적인 프로세스 혁신 활동에 AI를 접목한 AI 상시 PI(프로세스 혁신) 등이 대표적이다 .

최근에는 ‘KPMG AI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들이 AI 과제를 정의하고, 신속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KPMG AI 플랫폼에는 산업별, 업무별 다양한 AI 서비스와 기술이 탑재돼, 생성형 AI뿐 아니라 머신러닝·딥러닝 등 분석형 AI, 시각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등 다양한 AI 기술을 KPMG AI 플랫폼에서 융합해 고객 맞춤형 니즈를 신속히 구현할 수 있다.

삼정KPMG는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AI 시장이 본격 성장할 것에 대비해, ‘KPMG AI on SAP’를 2025년 2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KPMG AI on SAP는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인 SAP 시스템 내에 AI 에이전트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사용자 편의성을 증대하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감사 플랫폼에 생성형 AI 도입

또한 자사 스마트 감사 플랫폼 ‘KPMG 클라라’에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클라라에 도입된 AI는 많은 문서를 빠른 속도로 검토하고, 초기 위험 요소를 식별하는 기능을 갖췄다. KPMG의 회계감사 방법론을 학습해 감사인이 기업에 적합한 감사 절차를 설계하고 수행할 수 있게 도와준다. 회계감사 조서를 요약하고 개선 사항을 제시하는 기능도 들었다.

이준기 삼정KPMG AI센터 상무는 “앞으로는 생성형 AI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라며 “챗GPT처럼 감사 지침에 대해 질문을 하면 AI가 답변하는 대화형 AI 서비스로 감사인의 가상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센터의 인력 라인도 탄탄하다. 센터 내 약 20여 명의 파트너들은 컨설팅뿐만 아니라 감사, 세금, 협상 분야의 업무 전문가들과 AI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매트릭스 형태로 협업하고 있다. 가령, 기술 엔지니어들이 고객의 니즈를 전달해주면 AI센터에서 직접 PoC를 통해 고객에게 신속하게 해결책을 제공한다. 글로벌 AI 조직에서 추진하는 AI 솔루션 및 노하우를 국내로 전파하는 역할을 전담으로 수행하는 별도 인력도 포진돼 있다.

이동근 전무는 “AI센터는 기업들의 신뢰받는 AI 파트너로서 시장을 선도하고,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주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AI를 어떤 목적으로 어떤 업무에 도입할 것인지 방향성을 설정하고, 실제 적용을 통해 효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업의 니즈를 지원하기 위해 삼정KPMG AI센터는 AI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및 가치를 창출해 국내 AI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AI 도입, 비즈니스 혁신으로 이어져야”
이동근 삼정KPMG 전무
도입부터 성과 창출까지…기업의 만능 AI 해결사
대형 회계사들이 수년째 AI 감사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AI가 감사인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돕게 되면 궁극적으로 회계 산업 전체를 재구성하는 패러다임 전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AI 감사 서비스가 확대되면 감사인은 감사 고위험 영역과 특정 산업별 위험·과제 등 더 주요한 업무에 보다 많이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22년 하반기 챗GPT3.5가 출시되면서 AI 기술에 대한 티핑 포인트를 촉발했다. AI 기술 수용 및 활용에 대한 세상의 인식과 활용에 급격한 모멘텀이 발생했고, 앞으로 전 산업에서 기업의 모든 상품 서비스에 AI가 접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실질적으로 이윤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 ‘DT 열풍’을 참고할 만하다. DT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정의해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도입 그 자체를 목표로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회사는 전체 업무 개수 중에서 디지털이 도입된 업무 비중으로 성과를 측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DT를 디지털 기반 사업 전환(Digital-driven Business Transformation)으로 정의하면 어떨까. 비즈니스 혁신 자체가 목표가 되고, 디지털 기술은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AI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AI 도입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중심에 두고 기존 디지털 기술에 AI를 접목해 차별화해야 한다. 이에 삼정KPMG는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AX)을 인공지능형 디지털 기반 사업 전환(AI-powered Digital-driven Business Transformation)으로 정의하고 있다. AI가 다른 디지털 수단과 함께 비즈니스 혁신을 가속화하는 걸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인가.
“우리는 AI 비즈니스 혁신 유형을 알파, 플러스, 마이너스, 퍼센트로 나눈다. AI를 통해 기업이 신사업, 새로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알파, AI를 통해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제고해 매출 증대를 가져오는 것을 플러스, 기업이 AI를 활용해 오퍼레이션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마이너스, 마지막으로 AI로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잘하게 하는 것을 퍼센트로 보고 있다. 단, AI 기술만 도입한다고 비즈니스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AI 기반의 지속 가능한 경영 혁신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세스, 조직, 서비스 제공 방식, 기술, 데이터, 거버넌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AI를 추진하고, AI로 만들어진 성과를 측정해 이를 확대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기를 맞이할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국내 AI 기업들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트럼프 행정부는 AI 혁신을 촉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미국 중심의 AI 산업 성장을 지원하고, 국방 기술이나 안보 분야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같다. 모든 AI 밸류체인에서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AI 기업들에 필요한 전략은 ‘협업’과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자체 기술만으로는 대규모 투자와 핵심 인력을 싹쓸이하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KT가 마이크로소프트가 AI와 클라우드 분야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처럼 상호 ‘윈윈’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이 필요하다. 또한 AI 원천기술 경쟁이 어렵다면 특정 산업, 특정 업무에 AI를 적용해 만들어낸 AI 서비스 경쟁력 혹은 AI와 다른 기술 융합을 통해 만들어낸 AI 융합 기술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AI 기술과 로봇 기술이 융합된 거대언어모델(LLM) 로봇, AI 기술과 의료 기술이 융합된 AI 기반 의료 솔루션과 같이 AI 융합 기술로 AI 시장 경쟁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2025년에도 AI 투자 흐름은 견조하게 이어질까.
“매년 가트너가 발표하는 2025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에서도 에이전틱 AI (Agentic AI)와 AI 거버넌스 플랫폼을 첫 번째, 두 번째로 선정된 것처럼 2025년에도 AI 관심과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AI의 미래에 대해 무한 컨텍스트, AI 에이전트, 거대행동모델(Large Action Model·LAM) 등 세 가지를 강조했는데, 이는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고, 업무 프로세스가 정의되고, 이를 사람이 수행해야 한다. 미래에는 AI가 이 모든 것을 대체, 혹은 보완할 것 같다. 무한 컨텍스트에 의해 AI가 기업의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업무 프로세스가 AI 에이전트로 대체되고, LLM에서 LAM으로 전환되면서 AI가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세상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결국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AI 기술 변화를 어떻게 회사 업무에 적용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모델과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느냐가 될 것 같다.”

국내 AI 감사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법과 제도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12월 17일 법사위를 통과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안’이 연내 제정되기를 희망한다. 규제와 산업진흥이라는 상충되는 목표에 대해 적절한 균형이 잡힌 AI 기본법이 빠른 시일 내 제정된다면 AI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추진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AI 감사 서비스를 포함한 국내 AI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한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