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화 약세에 금리 인상 겹치며 브라질 국채 수익률 뚝뚝 떨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있는 '단기채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목 집중탐구]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브라질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진 데다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면서다. 2023년 수익률이 30~40%대에 육박했던 3년 만기 브라질 채권은 2024년 4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헤알화 가치가 폭락하기 전 장기채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수년째 마이너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표면이율 10% 이상 고금리에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은 간과해선 안 된다고 투자 전문가들은 말한다. 브라질중앙은행(BCB)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신흥국 채권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비과세 혜택에 고금리로 주목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 중앙정부가 발행한 국채다. 브라질 중앙정부가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빌리기 위해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돈을 빌린 차용증서다. 국가가 발행한 채권으로 부도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보다는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브라질 국채는 금리 변동성에 따라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만기에 따라 1·3년 만기 단기채와 10년 만기 장기채로 나뉜다. 표면이율 연 10%의 고정금리 장기채에 투자하면 6개월마다 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2024년 12월 13일 기준 브라질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3.9%, 3년물은 14.95%다.
국내에선 10년 만기 고정금리채가 많이 팔렸다. 2024년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증권사를 통해 사들인 브라질 채권 매수금액은 약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높은 수익률을 보이자 2024년 판매액이 급증했다.
브라질 국채가 고소득 자산가들 사이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채권의 장점을 누리면서 이자소득세가 비과세인 절세 상품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채는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만기 전 매도해 매매차익을 누릴 수 있다. 채권을 매입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해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양도소득세가 없다.
또한 한국과 브라질 간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이자는 금액에 제한 없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데, 이 경우 지방소득세를 제외하고 세율이 15~45% 가까이 뛰는 누진 소득과세 대상이 된다. 국민건강보험료, 노인장기요양보험료도 상승한다. 그러나 브라질 국채를 활용하면 금융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서 이자도 받고 보험료 인상을 막을 수 있다. 월 소득이 없는 은퇴자는 이자소득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제외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았다.
문제는 이런 장점을 모두 상쇄할 만큼 헤알화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1년 700원대였던 헤알화 환율은 현재 230원대로 70% 가까이 폭락했다. 여기에 채권표면 금액의 1% 안팎인 수수료와 환전수수료가 더해지면 실제 수익률은 더 하락한다. 변동성이 큰 장기채의 경우 채권 가치가 반토막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할 때 환율 변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연내 14% 전망
금리 방향성도 채권 투자 때 눈여겨봐야 할 지표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2월 통화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25%로 100bp 인상했다. 2024년 9월 25bp, 11월 50b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한 직후 인상 속도가 빨라졌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로 평가됐다. 당초 75bp 안팎으로 예상됐던 인상 폭이 100bp로 훌쩍 뛰었다는 점에서다. 경제 성장과 노동 시장 호조,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이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다.
중앙은행은 물가 리스크가 커졌고 경제활동과 고용지표의 확장 사이클이 가속하며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서비스 물가가 오르고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브라질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87%로 중앙은행이 목표로 한 상단 4.5%를 넘어섰다.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전월 대비 0.83% 상승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의 재정 정책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고 있어서다. 2025년 브라질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4.59%로 중앙은행 목표를 상회했다.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향후 투자 환경에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대내외 요인이 악화하자 추가 긴축 가능성도 시사했다. 지난 11월 회의에선 향후 관련 지표 결과에 따라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12월엔 시나리오가 예상과 부합하면 차기 2개 회의에서 이번과 동일한 100bp 인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준우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실질 기준금리는 낮아지기 때문에 브라질 중앙은행은 그만큼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향후 브라질 금리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안정을 찾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CB의 예고대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14.25%까지 높아질 수 있다. 2010년 고점에 육박하는 수치다.
다만 빠른 인상 속도를 감안할 때 2025년 3분기엔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가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고 인플레이션도 하향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백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브라질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10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역 캐리 현상이 자주 관측된다"며 "이를 감안했을 때 2025년 하반기 중 브라질 10년물 국채금리가 13% 전후에 안착해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헤알화 박스권 예상…3분기 매수 타이밍
일부 채권 전문가들은 헤알화 가치가 더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로 브라질 국채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0년 이후 헤알화의 변동성은 정치 불확실성에서 기인했다. 2024년브라질 원·헤알 환율도 룰라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270원대에서 230원대로 떨어지며 약세가 지속됐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페르난두 아다지 브라질 재무장관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재정 지출 감축 대책을 시장에 내놨고 그 결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라질 신용등급을 Ba1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2024년 10월 브라질 지방선거에서 룰라 정부가 패하고 중도 우파가 약진하는 등 정부 재정 정책의 신뢰가 깨진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도 헤알화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조치가 본격화하고 무역 분쟁이 심화할 경우 중국과 미국에 높은 수출 비중을 가진 브라질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헤알화 가치의 하락보다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더 크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내 수출 의존도는 40%로 브라질의 15%보다 높아 보호무역 정책에 따른 교역량 저하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원화의 상대적 약세로 달러·헤알 환율 대비 원·헤알 환율이 우호적인 흐름을 보인다면 브라질 국채에 원화로 투자할 때 환차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원·헤알 환율이 200~260원 내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당분간 브라질 국채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보다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는 단기채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브라질의 풍부한 금리 인하 여력과 높은 이자율을 고려했을 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이 크다는 것이다. 지 연구원은 "극심한 헤알화 변동성을 경험한 2010년대에도 브라질 국채는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안정적인 연평균 수익을 안겨준 상품"이라며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금리 인상 중단 기대가 형성되는 2분기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장기채 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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