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증시 하락을 대비해 빅테크 주식을 매도하고 풋옵션을 확대했다. 동시에 블루오션 산업에서 스머핏 웨스트락과 사렙타 테라퓨틱스를 신규 매수하며 투자 방향을 전환했다.
[마켓]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증시 하락장을 점치고 있다. 빅테크가 무섭게 견인하고 있는 활황장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판단에서 투자 전략에 미묘한 변화를 주고 있다.또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 산업을 공략해 '원석' 같은 신규 투자처를 적극 물색하고 있다. 아직 경쟁 강도가 거세지 않은 데다 연계 사업 확대가 용이한 친환경 포장재 시장 등으로 재빨리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주가 뜨는 스머핏 웨스트록 '선점'
소로스펀드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4년 3분기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운용 자산 1억 달러 이상 기관 분기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소로스펀드는 스머핏 웨스트록 주식 689만6971주를 신규로 사들였다.
이전까진 스머핏 웨스트록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었는데 3분기에 집중적으로 사들여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단숨에 4.92%를 기록했다. 3분기 상위 매수 종목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스머핏 웨스트록은 골판지 상자나 용기 보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포장재 업체다. 종이로 만드는 다양한 포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식음료, 전자상거래, 일반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에 걸친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투고백처럼 액체나 반고체 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백을 담은 박스인 백인박스도 핵심 제품이다.
스머핏 웨스트록은 두 업체의 합병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당초엔 스머핏 카파와 웨스트록의 별도 업체였지만 글로벌 포장 시장에서 완연한 선두로 올라서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 스머핏 카파는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웨스트록은 북미 시장에서 입지가 강했기 때문에 합병 시너지를 크게 내고 있다. 연간 2400만 톤의 종이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또 연간 1500톤의 재활용 섬유를 활용하고 있다. 세계 40개국에서 10만 명이 넘는 직원이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 포장 기술을 갖추고 있어 순환경제에 적합한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부각되고 있다. 스머핏 웨스트록의 주가는 50달러대 중후반으로 형성돼 있다. 최근 한 달간 스머핏 웨스트록의 주가는 20% 이상 뛰었다. 친환경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어 스머핏 웨스트록의 성장 가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브라질에 신규 공장을 세우고 새로운 골판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계와 전자상거래 포장 관련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와 함께 미국 제약 업체 사렙타 테라퓨틱스 주식 역시 20만6583주를 사들였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7%이 됐다. 사렙타 테라퓨틱스는 희귀 근육 질환 치료제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희귀 근육 질환 치료제 사용 확대를 점차 추진 중이다.
알파벳 등 빅테크는 팔아치워
아울러 빅테크들이 이끄는 상승장에서 시장 흐름과 반대되는 투자도 단행했다. 증시가 고점에 이르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풋옵션을 대거 매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SPDR S&P 500 ETF 트러스트 풋옵션의 경우 2024년 2분기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3%에 그쳤지만 3분기엔 훌쩍 뛰어 17.60%까지 확대됐다. 투자 비중을 3개월간 14%포인트 이상 늘렸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러셀 2000 ETF 풋옵션도 새로 사들여 투자 비중을 2.55%까지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빅테크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판단도 눈에 띄었다. 소로스펀드는 2분기에 보유하고 있던 아마존 지분을 대거 매도했다. 3분기에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주식을 39만7052주 팔았다. 알파벳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2.99%에서 3분기 1.24%로 낮아졌다.
소로스펀드는 통상 빅테크들이 급락할 때 사들이고, 치솟을 때 대거 내다파는 투자 전략을 보여 왔다. 실제 빅테크 주가가 급락하던 2022년엔 아마존과 알파벳 주식을 저가에 잇따라 사들였다. 포트폴리오에 없던 테슬라 주식을 새로 매수하기도 했다. 알파벳 주가는 2024년 들어서만 30% 가까이 뛴 상태다. 시장 독점 이슈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구글이 자사 브라우저인 크롬을 매각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승차 공유 업체 우버 주식도 일부 팔았다. 소로스펀드는 3분기에 우버 주식 7만2363주를 매도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직전 2분기 0.91%에서 3분기에 0.68%로 축소됐다. 우버 역시 2024년 들어 20% 가까이 주가가 뛰었다.
우버는 3분기에 111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주당순이익은 1.2달러였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매출 109억8000만 달러와 주당 순이익 0.41달러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 역시 "핵심 사업에서 강력한 실적을 거둬 새로운 제품과 기능에 장기적인 도움이 되는 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총 예약액이었다. 3분기 총 예약액은 409억7000만 달러로 월가의 전망치인 412억5000만 달러에 못 미쳤다. 이 때문에 우버의 주가에 거품이 끼었단 전문가들의 지적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오로라 이노베이션 주식도 적극 매도했다. 3분기에 오로라 주식 301만6650주를 팔았다. 이 때문에 소로스펀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오로라 이노베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2분기 0.33%에서 3분기 0.31%로 줄었다. 오로라 이노베이션은 최근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 시기를 기술검증 등을 이유로 내년 4월로 미뤘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