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26년 6월 내놓은 ‘Korea Value Creators Report 2026’ 전문을 번역해 싣는다. 보고서의 모든 수치는 코스피가 8000선을 넘기 직전인 2026년 5월 4일 종가 기준이다. 이후 시장은 7월 급락과 8월 반등을 거쳤다. 그러나 "ROE 22%는 반도체 업황에 기댄 숫자이며 4대 섹터를 빼면 PBR은 1.0배"라는 5월의 진단은 오히려 그 하락으로 증명됐다. 상장사의 64%가 자산 가치 이하에 거래되는 구조는 지수가 어디에 있든 그대로다.

[스페셜] BCG 코리아 밸류업 리포트
서울 여의도 고층 빌딩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고층 빌딩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수년간 한국 자본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낮은 주주 환원,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할인을 적용해 온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2025년, 한국 증시는 그 오명을 단숨에 뒤집는 듯한 랠리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2024년 말 2400에서 2025년 말 4200, 2026년 5월 8000선을 돌파하며 불과 1년 반 만에 지수가 3배에 도달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코스피는 어느새 글로벌 5위 수준으로 도약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반도체·방위산업·조선·원자력발전 4대 섹터의 이익 및 멀티플 확장이 이 랠리를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잔치에 끼지 못한 기업들

그럼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를 선언하기엔 아직 이르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5년 말 기준 1.4배, 2026년 말 추정치 기준으로도 1.9배 수준으로, 미국(4.9배)·대만(4배) 등 주요 선진 시장은 물론 인도(2.8배)와 비교해도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게다가 이 랠리는 일부의 잔치에 가까웠다. 반도체·방산·조선·원전 4대 섹터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전체 상장사의 60% 이상은 여전히 PBR 1배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한 지난 7월  뉴욕 타임스스퀘어 아나몰픽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대표 제품 HBM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한 지난 7월 뉴욕 타임스스퀘어 아나몰픽 전광판에 SK하이닉스의 대표 제품 HBM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그리고 잔치에 끼지 못한 기업들의 상황은 오히려 더 엄중해졌다. 시장 상승이 가파를수록,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기업들에 대한 주주와 시장의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낮은 자본효율성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으며, 총주주수익률(TSR: 주가 상승 이익과 배당 이익의 합을 주식 취득가로 나눈 값) 개선이 지연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 이사회 재편, 사업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착시 벗어라”…코스피 2차 랠리의 조건

한국보다 10년 앞서 이 길을 걸었던 일본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 경영권 분쟁, 포트폴리오의 강제적 재편, 자산 매각, 역대 최대 수준의 상장폐지까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치른 대가는 결코 적지 않았다.

이 글은 2025~2026년 상반기 한국 증시의 성과와 현주소를 진단하고, 지속적인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할 핵심 과제를 제시한다.

2025년 한국 증시는 글로벌 주요 시장 대비 압도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피의 TSR 약 76%로, 주요 10개 글로벌 지수 평균(약 22%)을 크게 상회했다.
“반도체 착시 벗어라”…코스피 2차 랠리의 조건
이 랠리의 핵심은 배당이 아니라 주가였다. 전체 TSR 76% 중 75%포인트가 주가 상승에서 비롯됐으며, 배당 기여도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는 단순히 기업들이 이익을 더 많이 나눠준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저평가 시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한국 증시가, 이익 성장과 멀티플 확장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본격적인 재평가(re-rating)의 문턱을 넘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체 착시 벗어라”…코스피 2차 랠리의 조건
지난 2025년 10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최고치 경신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국경제
지난 2025년 10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최고치 경신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한국경제
PBR 1.9배·ROE 22%, 숫자의 이면

PBR은 기본적으로 자기자본수익률(ROE), 성장률(g), 자기자본비용(COE)의 함수로 결정된다(PBR=(ROE-g)/(COE-g)). ROE는 기업이 주주자본을 활용해 창출하는 수익률이며, COE는 투자자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대수익률이다. ROE가 COE를 지속적으로 상회할수록 PBR은 높아진다. 반대로 ROE가 COE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아무리 이익을 내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번 랠리에서 한국 증시의 PBR이 오른 것은, 시장이 한국 기업들의 ROE 개선 가능성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반도체 착시 벗어라”…코스피 2차 랠리의 조건
코스피 PBR·ROE 비교 도표는 이 변화를 숫자로 보여준다. 코스피 평균 PBR은 2024년 0.8배에서 2025년 말 1.4배로 상승했으며, 2026년에는 1.9배까지 리레이팅될 것으로 전망된다. ROE 역시 2024년 7%, 2025년 7.7%에서 2026년에는 22%로 상승한 후, 2027년에도 22%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간 지속돼 온 PBR 1배 미만 구간을 벗어난 것은 물론, 자본효율성 지표까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한국 기업에 적용해 왔던 구조적 디스카운트를 더 이상 당연한 전제로 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 숫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르다. PBR 1.9배와 ROE 22%라는 수치의 이면에는 반도체·조선·방산·원전 4대 섹터의 압도적인 기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나머지 시장의 실상은 이와 사뭇 다르다.

이번 PBR 상승은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였다. 첫째는 반도체·조선·방산·원전 4대 섹터의 실적 개선이다. 시총 비중이 높은 이들 섹터를 중심으로 이익 회복이 가시화됐고, 멀티플 확장이 지수 전체의 PBR을 끌어올렸다.

둘째는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핵심 어젠다로 내걸고, 밸류업 프로그램, 상법 개정, 세제 개편을 통해 거버넌스와 자본 배분 구조 개선을 본격화했다. 10년 앞서 같은 길을 걸었던 일본의 전례가 보여주듯, 이러한 정책적 전환이 가시적 변화로 이어질 때 시장의 구조적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한다. 한국 시장을 할인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는 기대가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7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7월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반도체가 지수의 절반을 가져갔다

이번 랠리를 이끈 핵심 동력은 4대 섹터의 실적 개선이었다. 2024년 대비 2026년 5월 기준 코스피 전체 시총은 약 3배 확대됐는데, 이 상승을 견인한 것은 특정 섹터에 집중된 이익 개선이었다. 반도체·하드웨어 섹터의 시총은 같은 기간 약 5배 확대되며 지수 내 비중이 29%에서 52%로 급등했고, 조선·방산·원전 섹터 역시 각각 3~6배 수준의 시총 증가를 기록했다.

이들 섹터의 상승은 단순한 시장 분위기의 반영이 아니라, 각각의 구조적 성장 동력을 반영한 결과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업황 회복이, 조선·방산은 글로벌 수주 사이클 회복이, 원전은 신규 원전 재개와 해외 수출 기회 확대가 멀티플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금융, 자동차, 헬스케어, 소비재, 미디어·엔터 등 나머지 섹터의 그림은 사뭇 다르다.

같은 기간 이들 섹터의 시총 증가는 대부분 2배 미만에 그쳤으며, 수익성 개선도 제한적이었다. 금융의 ROE는 8~9%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자동차는 오히려 11%에서 9%로 하락했다. 소비재와 미디어·엔터는 한 자릿수 중반의 ROE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대 핵심 섹터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의 평균 ROE는 약 7% 수준으로, 일반적 COE인 약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착시 벗어라”…코스피 2차 랠리의 조건

앞으로를 보면 격차는 더욱 선명해진다. 2026년 추정치 기준 코스피 전체 PBR은 1.9배, ROE는 22%까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숫자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반도체·하드웨어의 ROE가 60%까지 급등하고 시총 비중이 50%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이익과 밸류에이션이 반도체에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25년 44조 원에서 2026년 340조 원으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2025년 47조 원에서 2026년 248조 원(2026년 5월 4일 기준 증권사 컨센서스)으로 급증할 전망인 만큼, 2026년 ROE 22%는 사실상 반도체 업황 회복 시나리오에 크게 기댄 숫자다.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2026년 예상 PBR 추정치는 1.2배, 4대 섹터를 제외할 경우 1배에 불과하다. 지수는 올랐지만, 시장의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COE를 커버하지 못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이번 랠리는 전형적인 ‘집중형 리레이팅’이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지난 2025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진술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지난 2025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진술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관행에서 규제로…정부가 겨냥한 5가지

4대 섹터의 실적 개선과 함께 이번 랠리를 이끈 또 다른 축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 전반을 겨냥한 포괄적 정책 개편에 나섰다. 지배구조, 주주 환원, 자본 배분, 중복상장, 시장 공정성 등 수십 년간 묵인돼 온 관행들이 이제 하나씩 명시적인 규제와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정 이슈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이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 전반을 동시에 겨냥한 포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의 반응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정책의 방향성과 실행 의지가 확인되면서 한국 시장의 구조적 할인을 당연시하던 시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이번 랠리의 토대 중 하나였다. 이하에서는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별로 어떤 정책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대주주'에서 '전체 주주'로
– 기업 운영의 기준 자체가 바뀌다


한국 기업은 오랜 기간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하에서 운영돼 왔으며, 이사회의 실질적 견제 기능도 제한적이었다. 최근 상법 개정은 이러한 구조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전체 주주’로 확대한 것을 비롯해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3% 룰(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규정) 강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은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약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들이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자 입장에서 ‘내 자본이 주주 가치를 위해 사용된다’는 신뢰를 높이며,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완화로 이어지고 있다.


2) 주주와의 이익 공유 강화
– '유보하는 기업'에서 '돌려주는 기업'으로


한국 기업은 오랜 기간 이익을 창출하고도 이를 내부에 유보하는 경향이 강했다. 미국의 TSR이 70%, 일본이 60% 수준인 데 반해, 한국은 2025년 기준 37%에 불과하다.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배당소득을 종합과세 대상에서 분리해 별도 세율로 과세함으로써 투자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고, 배당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통해 투자자의 세 부담을 낮추고, 기존 대주주의 배당 유인을 높이는 한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한 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의 귀속이 ‘기업 내부’에서 ‘주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완화의 또 다른 토대가 되고 있다.


3) 비효율적 자본 배분 및 낮은 ROE
–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개선 압박 강화


창출된 이익이 주주 가치로 연결되지 못하는 자본 배분 구조의 문제를 겨냥해, 정부와 거래소는 밸류업 공시를 통해 기업들이 ROE 개선 목표와 실행 계획을 명시적으로 제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초기 반응은 더뎠으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과 밸류업 공시를 연계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2026년 4월 기준 공시기업 수는 714개로 급증했으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주가 억누르기 방지법’까지 더해질 경우 자본효율성 개선을 외면하기 어려운 환경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다. ROE 개선은 더 이상 기업의 자율적 선택이 아니다. 시장과 정책이 동시에 요구하는 필수 조건으로 전환되고 있다.



4) 중복상장 및 주가 억누르기 관행
– 구조적 디스카운트 요인에 대한 직접 규제


모회사·자회사 중복상장은 한국 시장의 대표적인 주주 가치 훼손 요인이었다. 미국의 중복상장 비율이 0.1% 미만인 데 반해 한국은 약 11% 수준으로, 구조적 문제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신규 중복상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주가 억누르기 방지법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이 주가에 불리한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이다.


5) 시장 공정성
– 솜방망이 처벌의 퇴장


적발돼도 처벌이 가볍고 집행이 지연되는 구조가 시장 신뢰를 갉아먹어 왔다. 2025년 7월 금융당국 합동 대응단 출범과 함께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이 도입됐다. 적발 시 부당 이득의 최대 2배 과징금, 계좌 동결, 임원 취업 제한이 동시에 적용되며, 중대 증권범죄에 대해서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 기준이 상향됐다. 한국 시장이 ‘공정성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시장’에서 ‘규율이 작동하는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는, 해외 투자자들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완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변화다.
일본 도쿄의 도쿄증권거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도쿄증권거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ROE는 세계 1위, PBR은 일본 아래

그러나 코스피의 PBR은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주요 시장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6년 추정치 기준 한국의 PBR 1.9배는 미국(4.9배), 대만(4.0배), 인도(2.8배)는 물론 유럽(2.2배)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다. 코스피 전체 상장사 중 PBR 1배 미만 기업은 2024년 553개에서 2025년 말 541개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의 64%가 자산 가치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올랐지만, 시장의 절반 이상은 아직 자산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착시 벗어라”…코스피 2차 랠리의 조건
주요 국가 PBR·ROE 비교 도표에서 한국의 위치는 역설적이다. ROE 22%는 주요국 지수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PBR은 ROE가 11~12%에 불과한 일본, 독일과 비슷하거나 낮다. 시장이 한국의 높은 ROE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4대 섹터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의 평균 ROE는 여전히 7% 수준에 머물러 있어, 투자자들은 현재의 ROE를 시장 전반의 구조적 개선이 아닌 특정 산업 사이클에 의존한 일시적 고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둘째, 제도적 변화는 시작됐지만 실질적인 주주 환원 증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아직 부족하다. 법과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기업 행동이 즉각 바뀌는 것은 아니며, 시장은 그 실행을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전반의 자본효율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PBR의 추가적인 정상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는 정책과 일부 섹터의 실적 개선만으로 완결되는 과제가 아니다. 정부의 제도적 전환과 4대 섹터의 이익 개선이 1차 리레이팅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나머지 기업들이 자본효율성 제고와 주주 가치 제고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 2차 리레이팅을 이끌 차례다.


TSR 제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업들이 TSR 관리에 나서야 하는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는 주식 시장의 위상 변화다. 현재 국내 가계 자산의 약 65%는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에 편중돼 있다. 정부는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국내 개인투자자 수는 2018년 500만 명에서 2025년 1400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주식 시장이 ‘국민 자산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TSR이 더 이상 일부 기관투자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광범위한 경제 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주주 행동주의의 부상이다. TSR 관리 실패는 단순한 주가 부진을 넘어 경영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더 이상 배당 확대 수준의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경영진 교체, 이사회 재편, 자산 매각 등 기업 운영 전반에 개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행동주의 캠페인 이후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이어지는 비율이 약 20%로, 시장 평균 CEO 교체율 12%를 크게 상회한다. 일본에서도 정부의 밸류업 기조 속 행동주의 확산으로 2022~2025년에 걸쳐 357건의 상장폐지가 이루어졌으며, 2025년 125건은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TSR을 높이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핵심은 이익의 규모가 아니라 자본효율성이다. 이익을 많이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같은 이익이라도 얼마나 적은 자본으로 창출했느냐가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기업들의 순이익 성장률은 연평균 4.9%로 결코 낮지 않았다. 그러나 동일 기간 ROE는 7.3%에서 7.7%로 0.4%포인트 개선에 그쳤다. 이익은 늘었지만, 과도한 현금 보유와 비핵심 자산 유지, 수익성 낮은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자본 투입으로 인해 자본효율성 개선은 사실상 정체된 것이다.


일본이 10년 앞서 증명한 것

일본의 궤적은 달랐다. 같은 기간 일본의 순이익 성장률은 4.7%로 한국과 거의 비슷했지만, ROE는 8.7%에서 10.8%로 2.1%포인트 개선됐다. 비핵심 사업 정리,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을 통해 같은 이익을 보다 적은 자본으로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한 결과였다.

시장은 이를 구조적 개선으로 인정했고, 니케이225 지수는 2013년 말 1만5000포인트에서 2026년 5월 6만2000포인트로 4배 이상 상승했다. 한국이 참고해야 할 선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에서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어떻게 이 전환을 이끌어냈는지 살펴본다.
지난 6월 16일 니케이 평균지수 7만 포인트 돌파를 축하하는 일본의 한 증권사. 사진=AFP연합
지난 6월 16일 니케이 평균지수 7만 포인트 돌파를 축하하는 일본의 한 증권사. 사진=AFP연합
1) 정부가 시작한 ROE 중심 경영

한국보다 10년 앞서 이 길을 걸었던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베 2기 정부는 자본시장 개혁을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기업들이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들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그 중심에는 자본효율성 개선, 특히 ROE 제고에 대한 강한 강조가 있었다.
“반도체 착시 벗어라”…코스피 2차 랠리의 조건
출발점은 2014년 '이토 리포트'였다. 아베 2기 정부는 자본비용을 상회하는 ROE(최소 8%)를 명시적 목표로 제시하며, 기업들이 자본 정책·거버넌스·투자자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재정렬하도록 유도했다. '이익 규모' 중심 경영에서 '자본효율성'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요구한 것이다.

이후 2014~2021년에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거버넌스 코드 도입이 병행됐다.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자본효율성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도록 유도됐고, 기업들은 ROE를 단순한 성과 지표가 아닌 자본 배분과 장기 전략의 핵심 지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이사회 책임 강화, 정보 공개 투명성 제고 등 거버넌스 개혁이 동시에 진행되며 투자자와 기업 간 신뢰 회복의 기반이 마련됐다.

2022년 이후에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시장을 프라임·스탠더드·그로스 체계로 재편하고, 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해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및 개선 계획 공시를 요구하며 시장 규율을 한층 강화했다. 단순한 권고를 넘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ROE 개선과 자본효율성 제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ROE는 일본 기업 경영 전반에 내재화된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고, 니케이225 지수는 2013년 말 1만5000포인트에서 2026년 5월 6만2000포인트로 4배 이상 상승했다. 일본의 이러한 경험은 한국 정책의 명시적 벤치마크가 됐다. 앞서 살펴본 상법 개정, 밸류업 공시 의무화 등의 정책은 우연이 아니라, 같은 성과를 목표로 한 의도적 설계의 산물이다.
일본 도쿄 히타치 본사에 설치된 회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 히타치 본사에 설치된 회사 로고. 사진=연합뉴스
2) 기업들의 자기 혁신

정부의 정책 변화와 투자자들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경영 목표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좋은 회사(great company)'를 만드는 데 집중했던 일부 선도 기업들은, 이제 '좋은 주식(great stock)'이 되는 것을 동시에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ROE와 주주 가치 제고를 핵심 경영 지표로 내재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본 배분 전략을 대폭 재편한 것이다. 그 과정은 단순한 재무 지표 개선에 그치지 않고, 사업 구조와 거버넌스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수준의 변화였다.

히타치는 그 상징적인 사례다. 20개 이상의 상장 자회사와 복잡한 사업 구조를 보유했던 히타치는,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상장 자회사를 전면 정리하고 핵심 사업인 디지털 인프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동시에 이사회 독립성을 대폭 강화하며 글로벌 수준의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ROE는 2009년 -29% 수준에서 2022년 +14%로 개선됐으며, 주가는 2009년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을 마친 2022년까지 약 5.5배 상승하며 시장의 재평가를 받았고, 2026년 5월 초 기준으로는 무려 20배 상승했다. 유휴자산을 정리하고 자본을 효율화하는 것이 곧 기업 가치 제고로 직결된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대일본인쇄(DNP)는 ROE와 PBR을 경영의 명시적 목표로 내건 사례다. 2023년 ROE 10% 및 PBR 1배 초과를 공개 목표로 제시하고, 인쇄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성장 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여기에 약 3000억 엔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병행하며 성장 투자와 주주 환원을 동시에 실행했다.

그 결과 해당 발표 전 10년간 평균 3.2%에 불과하던 ROE는 발표 이후 평균 8.3% 수준으로 개선됐고, 주가는 발표 전인 2023년 초 대비 현재까지 2.6배 상승했다. 사업을 바꾸는 것과 자본을 돌려주는 것을 동시에 추진해 ROE를 끌어올린 전략적 전환이었다.

두 사례의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지향점은 같았다. 히타치가 사업 구조의 근본적 재편을 통해 자본효율성을 높였다면, DNP는 명시적 재무 목표 설정과 주주 환원을 결합해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공통점은 경영진이 ROE와 주주 가치를 핵심 경영 지표로 받아들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을 수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일본의 밸류업이 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의 실행과 맞물렸을 때 비로소 시장의 재평가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에 지금 요구되는 것도 정확히 그것이다.

산업 순풍 없이 TSR을 올린 기업들

한국에서도 변화의 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년간 TSR 상위 50개 기업을 살펴보면, 반도체·조선·방산·원전 등 우호적인 산업 환경에 기대지 않고 자본효율성 개선과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스스로 TSR을 끌어올린 기업들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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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는 해외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것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수익성 회복을 기반으로 배당성향을 지난 2년 평균 150%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며, 이 과정에서 ROE는 14%에서 20%로 개선됐다. 실적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동시에 실행하며 자본효율성과 투자자 신뢰를 함께 높인 사례다.
충북 충주에서 위치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구개발(R&D) 시설 ‘현대 아산타워’.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충북 충주에서 위치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구개발(R&D) 시설 ‘현대 아산타워’.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제공
JB금융지주는 수익성 관리와 주주 환원을 일관되게 병행해 온 사례다. 니치 세그먼트 고객 공략을 통한 이자마진 확대와 대손비용률 개선으로 이익 체력을 꾸준히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했다. 그 결과 5년 연속 국내 금융지주 중 최상위권인 ROE 12%를 유지하며, 일관성 있는 자본효율 경영의 성과를 시장에 입증했다.

업종도 접근 방식도 달랐지만, 두 사례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같다. 자본 배분과 주주 환원을 경영의 핵심 축으로 삼았을 때,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직 일부 선도 기업에 국한돼 있지만, 한국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한 리레이팅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례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돼야 한다.

TSR 개선 7대 액션

TSR 제고는 사업·재무·투자자 전략이 유기적으로 정렬될 때 달성된다. 그 출발점은 자사의 TSR이 왜 낮은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저평가의 원인이 수익성인지, 자본 배분인지, 시장과의 소통인지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래 TSR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사 저평가의 근본 원인을 먼저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 과제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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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통해 자사의 저평가 원인과 취약 영역이 파악됐다면, 이제 그에 맞는 개선에 나서야 한다. 어느 영역에 더 집중해야 할지는 기업마다 상이하나, 다음 7가지는 실제로 많은 기업들에서 TSR 개선에 가장 큰 임팩트를 가져온 핵심 액션들이다.

[사업 전략] 저수익·저멀티플 포트폴리오 구조조정

1. 사업 정리·자산 매각
수익성이 낮거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자본을 묶어 두는 것과 같다. 단순한 확장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본이 가장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 비핵심 사업의 정리와 자산 매각은 ROE 개선의 가장 직접적인 수단 중 하나다.

[재무 전략] 자본효율성 개선과 자본 배분 최적화

2. ROIC 기반 투자 심의 및 사후 점검
모든 투자 의사결정은 자본비용(WACC·가중평균 자본비용)을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WACC는 5~8% 수준이며, 투자자본수익률(ROIC)이 이를 하회하는 투자는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 투자 심의 단계에서의 엄격한 기준 설정뿐 아니라, 투자 이후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3. 유휴 현금 및 비핵심 자산의 적극적 활용
과도한 현금 보유는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ROE를 희석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내 기업들은 비영업용 부동산, 영업상 당위성이 낮은 관계보유지분, 상장 자회사 등 다양한 형태의 비핵심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휴 현금과 비핵심 자산은 적극적으로 유동화해 성장 투자나 주주 환원으로 연결해야 한다.

4. TSR 극대화 방향의 자본 배분 결정
자본의 용처는 크게 두 가지다. 사업에 재투자하느냐, 주주에게 돌려주느냐.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을 관행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매 시점마다 TSR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ROIC가 WACC을 상회하는 수익성 높은 투자 기회가 있다면 과감히 투자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 특히 굵직한 투자 건에 대해서는 해당 투자를 통해 얼마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그 실현 시점이 언제인지를 투자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은 "그 돈으로 차라리 배당이나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투자 발표 자체가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5. 일관되고 가시적인 주주 환원 전략
주주 환원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다음 질문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중 어떻게 조합하느냐다. 저평가 구간에서는(1/선행 PER > COE)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수단이 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 기반에서는 배당이 적합하다. 감액배당(이익이 아닌 자본을 감소시켜 주주에게 환원하는 방식) 등 다양한 환원 수단도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단만큼 중요한 것이 일관성이다. 배당성향이 매년 크게 오르내리면 투자자는 미래 수익을 예측할 수 없고, 이는 밸류에이션 할인으로 이어진다. 3년 주기로 환원 정책과 목표 수준을 공표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투자자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지난 3월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한국경제
지난 3월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한국경제
[투자자 전략] 기업 성장 서사(equity story) 중심 소통으로 신뢰 제고

6. 구체적인 기업 성장 서사 소통
'왜 우리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시장에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성장 방향성과 자본 배분 계획을 반영한 기업 성장 서사를 구축하고, 매출·이익뿐 아니라 ROE를 포함한 정량적 목표와 함께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 목표가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할수록 밸류에이션에 반영된다. 인베스터 데이 등 연간 이벤트를 통해 C-레벨이 직접 소통하고, 이후 기업설명회(IR)에서도 목표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

7. 주주 가치 훼손 구조의 해소
중복상장,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밸류에이션 할인으로 이어진다. 신규 자회사 상장 최소화, 기존 중복상장 구조 재검토, 상장 자회사 지분 유동화를 통한 NAV 할인 축소,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의 조치를 통해 구조적 디스카운트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마인드셋과 시스템을 다시 짜라

개별 액션을 실행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들의 전략적 지향점, 조직 구조, 인센티브 체계가 TSR 제고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바뀌지 않으면, 개별 액션들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쉽다.

1. 전략의 지향점을 바꿔라
— '좋은 회사'에서 '좋은 주식'으로


이제 기업의 성과는 사업 실적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주가는 경영의 결과물이 아니라 경영의 목표가 돼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매출과 이익 성장을 경영의 핵심 목표로 삼아 왔지만, 앞으로는 '좋은 주식'이 되는 것, 즉 기업 가치 극대화도 하나의 명시적인 지향점으로 설정해야 한다.

밸류업은 중장기 전략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 중 상당수는 아직 체계적인 중장기 전략 자체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금 당장 수립에 나서야 한다. 중장기 전략이 있는 기업들도 사업 목표와 재무 목표가 분리돼 있거나, 자본 배분 계획이 아예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자본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투자에 쓸 것인지, 주주에게 돌려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전략 안에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이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핵심 지표가 ROE다. ROE를 중장기 목표치로 명시하고 추적하는 것, 그것이 밸류업 실행의 출발점이다.

2. IR은 CEO의 어젠다다

많은 기업들이 IR을 실적을 발표하는 수동적 창구로 인식하고 있다. IR 전담 조직이 없거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겸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IR은 본질적으로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도구다. 과거 실적을 사후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소통하고 그 이행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쌓아 가는 전향적 기능이다. IR 전담 조직이 없다면 지금 당장 셋업해야 한다.

그러나 IR 조직이 생긴다고 해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각 사업부와 재무가 각자의 계획을 만들어주어야 IR이 그것을 시장에 소구할 수 있는 기업 성장 서사로 엮을 수 있다. IR이 처음부터 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사업부는 성장을 원하고, 재무는 효율을 원한다. 그 계획들을 만들도록 조직을 움직이고, 충돌하는 방향을 하나로 수렴시키는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몫이다. CEO가 전사적 협업을 주도하고, 인베스터 데이 등을 통해 직접 시장과 소통할 때 비로소 IR은 밸류에이션을 움직이는 전략적 기능이 된다.

3. 인센티브가 정렬될 때
경영진과 주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고 CEO가 TSR 제고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조직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리고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핵심성과지표(KPI)와 보상 체계다. 경영진의 KPI가 매출과 이익에만 연동돼 있다면, 자본효율성 개선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린다. 사람은 측정되는 것을 향해 움직인다.

결국 TSR과 연계된 성과 지표와 보상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미국 등 선진 기업들은 장기성과급 비중이 보상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성과연계조건부주식(PSU) 등 주식 기반 보상과 함께 TSR을 핵심 성과지표로 활용해 왔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한화, SK,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주식 기반 보상을 도입해 왔으며, 경영진이 주주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조직 전체가 비로소 TSR 제고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김서하 BCG 코리아 MD 파트너 외 3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