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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의 침묵하는 경고, 구강암을 예방하는 ‘골든타임’[김현종의 백세건치]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입안에 무언가 생겼는데 혹시 나쁜 병은 아닐까요”라는 걱정 섞인 문의다. 대개는 단순한 염증이나 양성 증식으로 판명되어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가지만 때로는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결정적 신호’를 마주하기도 한다. 바로 구강암으로 악화될 수 있는 전암 병소(Precancerous lesions)들이 보내는 경고다.구강암은 다른 암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발생 시 환자의 삶의 질을 무참히 파괴하는 질환이다. 음식의 맛을 느끼고 씹는 즐거움, 명확한 발음,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외모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 과정에서 턱뼈나 혀의 일부를 절제하게 되면 기능적·심미적 손상이 남아 일상으로의 복귀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발견 시기를 놓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초기 증상이 거의 없거나 통증이 미미하기 때문이다.구강암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 상당수는 일정 기간 전암 병소를 거치며 서서히 진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점막이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과 붉은색 병변인 ‘적반증’이다. 백반증은 문질러도 닦이지 않는 특징이 있는데, 대부분 양성으로 유지되지만 일부는 암으로 진행될 잠재력을 가진다. 반면 적반증은 임상적으로 악성 가능성이 훨씬 높은 위험한 신호다. 그물망 형태의 하얀 선이 나타나는 편평태선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 역시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잠재적 리스크다.이러한 병소들의 가장 큰 함정은 ‘통증이 없다’는 사실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없으니 별
2026.04.13 10: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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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의 페르시아를 닮아가는 미국 [배성빈의 워싱턴 인사이드]
인류 최초의 비극으로 알려진 아이스킬로스의 희곡 ‘페르시아인들’은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1세가 당시 압도적 전력만 믿고 오만함에 빠져서 전쟁을 일으켰다가 아테네의 좁은 살라미스 해협에서 궤멸되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인간의 한계를 망각하여 자신의 힘만 믿고 닥쳐오는 위험도 보지 못하는 휴브리스(hubris)에 갇히게 되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가르칠 때 자주 인용된다. 2500년이 지난 현재 미국은 과거의 페르시아를 닮아가고 있다. 미국은 과거 페르시아였던 이란에 비해 비대칭적일 정도의 압도적 전술 우위를 가지지만 이번 전쟁을 쉽게 끝내지 못하고 있다. 휴브리스에 갇히는 걸까.이란과의 전쟁 시작 후, 브렌트 유가는 배럴 당 최고 109.44달러까지 치솟았으며 미국 내 휘발유 값은 휴전 협상 소식에도 갤런 당 4.16달러를 기록하며 전쟁 이전보다 40% 상승했다. 이란이 중동지역 석유 유통의 숨통인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움켜쥐고 봉쇄한 탓이다. 중동전 장기화의 경제적 여파는 이제 미국 소비자에게 체감되기 시작했고,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 신호가 국채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중동 분쟁이 이제 미국인의 생계를 직접 위협하며 일상으로 다가온 것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은 이번 달 말까지 이란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미국 평균 유류비는 연말까지 $3.70선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종전의 영향이 물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의미다. 전쟁은 끝날 수 있어도, 한 번 시작된 인플레이션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3월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을 석 달
2026.04.13 08: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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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패권 시대, 대한민국의 생존 조건 네 가지 [김홍유의 산업의 窓]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을 통한 안보 강화와 중국을 통한 경제적 번영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수혜를 입어왔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이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 패권과 가치사슬의 분절로 이어지면서 이러한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경제가 곧 안보가 되는 지경학적 골드타임에 진입했음을 직시해야 한다.작금의 시대에 우리는 네덜란드의 ASML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는 미국의 강력한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압박 속에서도 자국 핵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과 끊임없이 협상하며 수출 품목의 사양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정교한 외교를 펼쳤다. 우리 정부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우리 정책 입안자들 역시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되 우리 기업이 구축해 놓은 글로벌 공급망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단칼에 잘려 나가지 않도록 하는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보조금법(CHIPS Act) 협상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공정 업그레이드 제한을 완화하거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의 수급처를 동남아시아와 호주로 다변화하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오직 국익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움직이는 유연함이 대전환 시대의 첫 번째 생존 조건이기 때문이다.정책의 성패는 거시경제 지표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삶터에서 결정된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혹하게 다가온다. 서민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건전성만을 외
2026.04.12 18: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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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산업용로봇–휴머노이드 분업 추구하는 일본[이지평의 경제 돋보기]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흐름 속에서 ‘로봇 강국’으로 불리던 일본은 의외로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일본은 공작기계, 반도체장비, 산업용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중심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열리는 흐름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피지컬 AI 혁신 속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약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 내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하는 등 관심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물론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시점에서 과연 산업 구조를 바꿀 ‘게임체인저’인지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들의 시각이 아직도 다소 신중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산업용로봇 기업들은 이미 각종 공장에서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작업을 수행하는 고정밀 로봇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휴머노이드가 인간 수준의 능력을 갖춘다 해도 고도로 자동화된 공장을 대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판단도 갖고 있다. 즉 휴머노이드가 산업용로봇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담당하던 비정형 작업을 보완하는 ‘제3의 작업자’가 될 것이라는 관점이다. 일본 기업들은 산업용로봇–인간–휴머노이드 간의 효율적 분업 구조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일본 제조업 특유의 현실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사실 일본에서도 휴머노이드 개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스타트업인 도넛로보틱스는 2026년 양산형 휴머노이드 ‘시나몬1’을 발표하며 AI와 독자적 제스처 제어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2026.04.12 18: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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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2주 휴전’…호르무즈 열린다지만[글로벌 현장]
갑작스레 시작된 이란 전쟁이 일단 2주간의 휴전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과 이란 모두 전쟁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양측은 4월 10일부터 이슬라마바드에서 본격적인 양자 협상을 시작한다. 두 나라는 모두 자국이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동의했다는 ‘협상의 기초’에 대해 엇갈리는 부분이 적지 않아 실제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7일 오후 6시30분경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휴전 계획을 밝혔다. 앞서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에 대규모 폭격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까지만 해도 트루스소셜에서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져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그가 폭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공포가 강해지면서 폴리티코는 워싱턴이 “칼날 위를 걷는 듯하다”며 “종말론적인 분위기”라고 묘사했다. ‘최후통첩’ 기한을 불과 90분 남기고 극적으로 휴전을 선언한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본인은 2주간 이란에 대한 폭격 및 공격을 유예하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또 “이는 양측 모두의 휴전”이라며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모든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고 초과 달성했으며 이란과의 항구적 평화 및 중동의 평화에 관한 최종 합의에 상당히 진전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트럼프 대통
2026.04.12 17: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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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무비 흥행 신화를 새로 쓰다…‘친근한 거장’ 장항준의 미학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대한민국 영화계에 전례 없는 흥행 돌풍이 불고 있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역대 흥행 최상위권 타이틀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특히 주목할 점은 거대한 경제적 성과다. 누적 매출액 1550억원을 돌파하며 이미 한국 영화 사상 최고 매출액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그 규모가 지금 이 순간에도 팽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실로 독보적이다.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단종과 마을 사람들의 교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전 세대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장항준식 휴머니즘’의 승리를 증명했다.과거 ‘스타작가 김은희의 남편’ 혹은 ‘입담 좋은 예능인’으로 소비되던 장항준은 이제 명실상부한 ‘매출 1위 감독’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저력은 단순히 흥행 성적에만 있지 않다.대중이 그를 향해 보내는 유례없는 호감도와 지지는 그가 오랜 시간 정교하게 구축해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자신을 낮추면서도 작품의 본질은 놓치지 않는 그의 유연함은 침체했던 한국 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됐다. Appearance 안경 너머의 소년미와 가죽 재킷의 야성, ‘무장해제’의 옷차림 전략장 감독의 외양적 이미지는 ‘권위의 해체’에 기반한다. 그가 대중 앞에 설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시그니처인 검은 뿔테 안경이다. 이는 지적이면서도 장난기 가득한 ‘스토리텔러’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한다.1300만 돌파 기념행사에서 보여준 검은색 그래픽 티
2026.04.12 0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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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한정 특약’ 설명 안 한 신탁사…법원 “설명의무 위반” [이인혁의 판례 읽기]
[법알못 판례 읽기]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건축물 준공 시점이 분양 당시 약속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입주 시기에 맞춰 이사 등 플랜을 세워둔 수분양자(분양 계약자) 입장에선 계획이 꼬일 수밖에 없다.이 때문에 준공일을 맞추지 못한 사업장에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수분양자들의 소송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부동산 개발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신탁사 등 사업 주체가 자신의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특약을 두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특약이 있다 하더라도 관련 내용을 수분양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사업 주체가 책임을 덜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입주 3개월 초과…분쟁의 씨앗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경남 창원의 한 오피스텔 수분양자 A 씨가 코람코자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위약금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코람코자산신탁은 2018년 3월 B 오피스텔 시행·시공사와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관리형 토지신탁이란 신탁사가 프로젝트 시행을 맡으면서 사업비를 위탁자 또는 시공사가 조달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를 통해 코람코자산신탁은 B 오피스텔의 시행사 및 분양자 지위를 승계했다.A 씨는 같은 해 이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 분양 계약서에는 ‘매수인은 매도인의 귀책 사유로 인해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해 입주가 지연된 경우 공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매도인 귀책 사유로 공급계약이 해제되면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분양가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규정도 있었다.그런데 B 오피스텔 개발을 맡은 코람코자산신탁은
2026.04.12 0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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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본 K드라마의 성과와 과제 [김희경의 컬처 인사이트]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 ‘미스터 션샤인’, ‘더 글로리’, ‘스위트 홈’, ‘폭군의 셰프’…. K컬처 열풍을 일으킨 콘텐츠이자 한국 드라마 시장의 성장을 이끈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과거 한국 드라마보다 훨씬 다채로운 소재와 장르, 탄탄한 서사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해당 드라마들이 없었다면 이토록 뜨거운 K드라마 열풍은 일어나기 어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오늘날 다수의 글로벌 인기작이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해당 작품들은 국내 1위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탄생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최초로 스튜디오 시스템을 도입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제작 방식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게 접목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K드라마 산업은 큰 성장을 이루게 됐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스튜디오드래곤이 걸어온 길이 곧 K드라마의 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한국 드라마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한 가운데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K드라마 산업의 성과를 톺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 봐야 하는 이유이다.K드라마 산업 기반 만든 스튜디오 시스템드라마는 상영 시간이 긴 만큼 시청자의 시선을 오랫동안 잡아둘 수 있다. 따라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입장에선 좋은 드라마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OTT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 시장의 중심축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옮겨간 셈이다. 이에 따라 드라마 부문은 글로벌 콘텐츠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되었다. 다행히 K드라마는 그 치열한 싸움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2026.04.11 17: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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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댕댕이, 나 없을 때 혼자 뭐 할까[서평]
내 강아지의 사생활앨리슨 프렌드 지음│한경arte│3만원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질문이다. 현관문을 닫고 나서는 순간 홀로 남겨진 우리 강아지가 집에서 무엇을 하며 주인을 기다릴지 궁금하다. 또 불안하게 문 앞을 서성이는 것은 아닌지, 혼자 밥은 잘 먹는지 걱정된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이 걱정이 결코 유별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영국 화가 앨리슨 프렌드는 이 질문에 그녀만의 사랑스럽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답한다. 신간 ‘내 강아지의 사생활’은 프렌드가 지금껏 작업해 온 강아지 유화 초상화 125점을 엮은 첫 아트북이다. 현관문이 닫히고 자동차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순간 강아지에게 하루 중 두 번째로 좋은 시간이 시작된다는 상상에서 책은 출발한다. 첫 번째로 좋은 시간은 물론, 반려인과 함께하는 순간이다.강아지들의 세계는 다채롭다. 루빅큐브로 두뇌를 단련하는 영재견 밋지부터 견생의 부조리함을 곱씹으며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리틀 루이스까지. 저마다의 사연과 개성을 품은 견공들이 독자를 맞이한다. 읽다 보면 “우리 집 강아지도 저럴지 몰라” 하는 미소와 함께 “어딘가 나를 닮았다”는 묘한 공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강아지를 키운 적 없는 사람조차 어느새 빠져드는 이유는 그녀의 그림이 단순히 동물을 의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밀한 일상과 감정을 거울처럼 비춰내기 때문이다. 프렌드의 작품이 특별한 것은 기법과 감성의 조합 때문이다. 고전 유화 기법으로 털 한 올, 눈빛 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주인공의 표정과 설명에는 현대적 위트와 유머를 자연스럽게 녹여
2026.04.11 13: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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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로 ‘파리의 심판’ 즐기기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67>‘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공식 시음회 투표 결과 레드와인 부문 1위는 나파 밸리의 스택스 립 와인 셀러 72년산이었으며 그 뒤를 샤토 무통 로칠드 70년산, 샤토 오 브리옹 70년산, 샤토 몽로즈 70년산이 이었다.’1976년 6월 7일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실린 내용 중 일부다. 세계 와인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 기사 제목은 그 유명한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 프랑스를 중심으로 구세계 와인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50년 전 일이다.당시 미국 와인은 ‘콜라 맛이 난다’며 조롱받던 시절. 현장 취재 기자였던 조지 태버는 기사를 송고하면서 빈티지 표기에 오류를 범하긴 했다. 믿을 수 없는 결과에 그 자신도 당황해서였을까? 공식 기록에 따르면 우승한 레드 와인의 빈티지는 기사와 달리 ‘1973년’인 것으로 밝혀졌다.과연 ‘스택스 립’ 와인의 맛과 향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까. 현재 이 와이너리에서는 파리의 심판에서 우승한 ‘S.L.V.’ 외에도 ‘FAY’와 ‘CASK 23’을 생산하고 있다. 모두 카베르네 소비뇽 기반의 프리미엄급 레드 와인이다.며칠 전 와인 실력이 상당한 병원 관계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파리의 심판 50주년을 맞아 당시 분위기를 느껴보기로 의기투합한 것. 고민 끝에 ‘아르테미스 카베르네 소비뇽(2021)’을 시음 와인으로 결정했다. 이유는 ‘스택스 립’ 시그니처 와인의 세컨드 브랜드 성격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쉬운 대표 상품이기 때문이었다.가장 먼저 짙은 루비 컬러가 신비롭게 다가왔다. 식탁에 깔린 흰 천 위에 잔을 올려놓고 찬찬히 살펴봤다. 가장자리에서
2026.04.11 07: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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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장의 비밀병기 ‘스타링크’, 우주 인터넷 시대 열까[테크트렌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 여파로 이란과 중동 국가들의 기간 시설들이 황폐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 시설 피해도 커지고 있다.물리적 파괴를 차지하고라도 이란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는 전쟁이나 내부 반정부 시위 발생 시 내부와 외부 정보 유출을 우려해 인터넷 연결을 차단하고 정보를 통제한다. 따라서 전쟁 기간에 이란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식이나 정보를 정확히 알기는 매우 어렵다.하지만 모든 통신 인프라가 차단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을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항공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다. 국경 없는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스타링크는 전 세계에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위성 인터넷망 구축 프로젝트다. 고도 약 550km의 저궤도 위성을 사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약 1만 개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600개는 휴대폰과 직접 연결되는 다이렉트 투 셀(Direct-to-Cell, D2C) 기술을 사용한다. 스타링크 모바일 사용자는 1600만 명이 넘으며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1000만 명에 달한다. 올해 말까지 MAU가 2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도 2025년 12월 4일 공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스타링크는 우주 상공에 떠 있는 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상 시설이 초토화돼도 위성 안테나와 배터리만 있으면 인터넷망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스타링크는 이란 내 인터넷 차단을 우회해 공습 실태를 외부에 알리고 시민 안전을 확
2026.04.11 07: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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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戰 뒤 미국 일극 패권 흔들릴까 [홍영식의 이슈 워치]
사라예보 총성이 제1차 세계대전의 ‘트리거(방아쇠)’가 됐다는 것은 다 알려져 있다. 다만 전쟁은 트리거만 있다고 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총알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1차 대전이 비슷한 국력의 나라들 간 총력전으로 번진 것은 그렇게 되도록 국제질서의 판이 짜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한 강대국이 없는 세력균형은 본질적으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성을 지닌다는 사실은 1차 대전 발발이 여실히 보여줬다. 결국 막판 미국이 참전하면서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전후 미국은 영국·프랑스의 요청을 뿌리치고 유럽에서 군대를 모두 철수시키면서 국제질서의 축(軸) 역할을 스스로 마다했다. 대신 국제연맹이라는 국제기구를 통한 질서를 유지하려 했으나 찢겨진 다자주의 속 전체주의 부상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고립주의 전통을 이어가던 와중에 맞은 대공황은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됐다. 국제질서를 잡을 ‘호랑이’의 부재로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떠밀려 갔다.2차 대전 이후는 판이했다. 미국의 힘에 의해 결정된 전쟁 결과는 세력균형에 의해 간당간당 유지되던 그간의 국제질서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은 서방이 더 이상 전체주의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국제질서 축 역할을 자임했다. 당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절반을 차지, 경제력도 뒷받침됐다. 냉전기 소련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동맹과의 체제·군비 경쟁을 감당하지 못하고 몰락했다. 냉전 해체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실패로 압도적 국제질서 유지자로서의 미국 영향은 움츠러들었다. 두 전쟁에서 퇴각한 뒤 미
2026.04.10 05: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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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매도보다 '공급'이 먼저다[권대중의 경제 돋보기]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과 올해 1·29 대책을 통해 주택공급 의지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 대책들은 중장기 주택공급 대책이다. 중장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착공 목표와 입주 물량은 다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시장에서는 지금 당장 입주 물량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가 관심이기 때문이다. 당장 들어갈 집이 없으면 매매 가격도 전세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한국부동산원이 밝힌 2026년 전국 주택입주 물량 전망치는 19만8583가구, 2027년은 21만6323가구로 예년 평균치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올해 입주 물량 전망치는 2만7158가구, 2027년엔 이보다 줄어든 1만7197가구에 그친다.국가데이터처에 의하면 2024년 전국의 결혼 건수는 22만2412건이며 2025년은 8월까지 15만7716건이다. 서울만 놓고 보면 2024년 4만2471건, 2025년 8월까지 3만1942건이다. 이를 근거로 보면 매년 결혼 건수 이상의 주택 입주 물량이 공급돼야 한다. 1~2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집이 필요하다.가구는 증가하는데 입주할 주택이 부족하면 전월세 가격부터 오르고 결국 주택가격을 밀어 올린다. 주택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입주 물량인 이유다. 입주 물량은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으로 이뤄진다.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주택수요의 증감과 유동성 자금(대출 규제와 완화, 이자율 등)이다. 수요의 증감과 유동성 자금은 경기 상황과 맞물려 변동성이 크고 심리적 요인까지 작용하는 만큼 지속가능한 정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당연히 다주택자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주택을 매도하는 게 맞
2026.04.05 15: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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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미안, 글로벌 넘버원 전선 거인 [돈 되는 해외 주식]
[돈 되는 해외 주식]프리즈미안(Prysmian)은 이탈리아 기반의 글로벌 전력·통신 케이블 1위 업체다. HVDC 케이블에서는 선두 사업자이며 미국 중저압 전력망 케이블에서도 1위 지위를 갖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전력 케이블과 광케이블을 함께 제안할 수 있는 업체다.이 회사의 특히 중요한 강점은 초고압 생산능력뿐 아니라 생산과 설치의 균형이다. 주요 경쟁사 다수가 케이블 생산 대비 설치 역량이 부족한 반면, 프리즈미안은 6척의 CLV를 보유하고 2028년까지 2척을 추가할 예정이어서 인터커넥터 확대 국면에서 설치 역량이 가장 높다.2024년부터 지속된 M&A와 포트폴리오 재편도 같은 방향이다. 앙코르와이어(Encore Wire) 인수를 통해 미국 전기화와 데이터센터향 노출을 키웠고 엑스테라(Xtera)로 장거리 해저통신 연결 역량을 보강했다. 반대로 YOFC 지분과 자동차 공장 3곳은 정리하면서 비핵심 자산을 덜어냈다.프리즈미안은 2025년 EBITDA 24.0억 유로, 2025년 4분기 EBITDA 6.2억 유로를 기록하며 컨센서스에 부합했다. 동시에 2026년 가이던스 중간값으로 27억 유로를 제시했다. 표면적으로는 전년 대비 3억 유로 증익이나 유로화 강세 영향을 고려하면 실질 증익폭은 약 3.8억 유로에 달해 올해도 큰 폭의 이익 개선이 예상된다.해저 초고압 제조·시공에 해당하는 트랜스미션 부문은 2025년 4분기 EBITDA 마진이 20.1%까지 올라 2028년 목표(18~20%)를 조기 달성했다. 이미 확보한 수주 물량을 고려할 때 2026년 또한 목표 상회 가능성이 높다.최근 주목받는 사업 영역은 데이터센터 케이블이다. 2025년 직접매출이 10억 유로까지 확대되었고 2026년에는 파워그리드(Power Grid) 부문 내 간접매출 약 5억 유로까지 합
2026.04.05 11: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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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현장]로봇 뒤잇는 격전지 中 '뇌 과학 굴기'…핵심 연구 거점 가보니
올 3월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이동해 도착한 창핑구 중관춘 생명과학연구단지. 이 단지 내에 자리 잡은 베이징 뇌과학·유사뇌연구소(CIBR)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지난해 12월 샤오탕산병원에서 퇴원한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이식 환자인 샤오루이(가명)의 재활 성과가 우수하다는 판단에서였다.그는 교통사고 후 회복이 어려운 마비 상태로 판정됐다. 그 후 지난해 4월 CIBR의 반침습형 무선 두뇌 이식체 ‘베이나오 1호’ 임상시험 참여를 결정했다. 꾸준한 신경재활치료를 통해 이제 생각만으로 마비된 팔에 장착한 로봇 손을 제어해 물 마시기와 간단한 식사 등 일상 동작을 일부 수행하고 있다는 게 CIBR의 설명이었다. CIBR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척수 손상 환자와 뇌졸중 환자를 포함해 총 7건의 ‘베이나오 1호’ 인체 이식을 완료했다”며 “첫 임상시험의 단계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최고 수준 뇌 과학자 ‘총집결’ 2018년 설립된 CIBR은 명실공히 중국 BCI 연구의 핵심 거점이다. 베이징시 주도로 중국과학원·베이징대·칭화대·중국의학과학원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독립법인이다. 중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 40명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중국계가 아닌 과학자도 7명 있다. 네이처·사이언스·뉴런 등 국제 주요 학술지에 총 472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7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하반신 마비, 뇌졸중, 중추신경성 통증 등 주요 질환 관련 17건의 임상시험도 승인받아 진행 중이다.CIBR과 함께 공동 연구 중인 리위안 베이징 신즈다신경기술회사 순환 최고경영자(CEO)는 “‘베이나오 1호
2026.04.05 09: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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