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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2억명의 선거와 새로운 세계화의 원년 [EDITOR's LETTER]
올 한 해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미국을 축으로 하나처럼 돌아가던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입니다. 싸거나 잘 만들거나 둘 중에 하나만 하면 세계 어디서나 팔리는 시대의 종말을 말하는 것이지요. 비교우위 이론에 입각해 설계된 글로벌 공급망 파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2024년을 코앞에 두고,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선거 때문입니다. 내년을 ‘지구촌 선거의 해’라고 합니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한국 총선, 미국 대선 그리고 러시아, 영국,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등 줄줄이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선거가 치러지는 나라의 인구만 42억 명에 달합니다. 이들 선거에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끝났다는데 왜 남의 나라 선거에 관심이 갈까.폴란드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 10월 폴란드에서 총선이 있었습니다. 폴란드는 축구 외에 노동자로는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탄 레흐 바웬사 정도밖에 관심 없는 나라였습니다. 이 나라 선거가 한국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권이 교체되자 한국 기업들과 맺기로 한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지요. 잘나가던 K방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소식이었습니다.폴란드가 이 정도면 다른 나라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1월 대만 선거는 한국 외교에 큰 고민을 던져줄 수 있습니다. 양안관계가 악화되면 한국은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한발을 들여놓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하이라이트는 11월 미국 대선입니다. 벌써 세계 곳곳에서는 트럼프 당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해관계는 모두 다릅니다. 트럼프는 바이
2023.12.11 08: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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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해결사들을 떠올리는 겨울[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벌써 2024년을 얘기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올해도 어려웠는데 내년은 좀 나아질까요.올 한 해 한국 경제는 쉽지 않았습니다. 작년 크게 내렸던 주가는 찔끔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수출은 마이너스의 연속이었습니다.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해 대출 이자 부담은 돈 빌린 사람들을 압박했습니다. 가계 수입은 줄고, 물가상승으로 교육비·교통비 지출은 더 늘었습니다.경제에서는 좋은 것을 찾기 힘든 한 해였습니다. 곳곳에서는 위기를 경고하는 신호음이 울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 정책 책임자들은 꽤나 담담해 보입니다. “세계경제가 좋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는 말을 많이들 했습니다. 물론 다 거짓말이지만.이럴 때 자연스럽게 과거 위기의 해결사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997년 겨울 외환위기가 터지고, 야인이었던 이헌재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외환위기에서 한국을 구해낸 1등 공신으로 불립니다.그가 외환위기 수습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기자실을 정비하는 일이었습니다. 국가 중대사에서 언론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참모에게 지시합니다. “기자 두 명 이상 모여 있으면 언제든 불러라. 내가 직접 설명하겠다.” 물론 언론인들의 조언도 들었습니다. 국내외, 직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찾아나섰습니다. ‘워크아웃’ 이란 솔루션도 이 과정을 통해 찾아냈습니다.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이 부총리는 “DJ는 믿어줬
2023.12.04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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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의 인류 위한 쿠데타? 남는 의문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미국은 젊은 국가다. 그래서 전쟁에 적극적이고, 변화도 빠르다.”미국 CIA 출신 인사가 했다는 말입니다. 미국의 역사는 짧고, 2차대전 이후 세계에서 일어난 대부분 전쟁에 관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파괴적 기술이 대부분 미국에서 나오는 것도 젊은 대륙의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벌어진 오픈AI CEO(샘 올트먼) 해임과 복귀 과정도 참 미국스러웠습니다. 오픈AI란 기업의 탄생부터 그랬습니다.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AI) 개발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법인 설립.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업에 일론 머스크 등 초기 창업자들이 1조원씩이나 내놓았습니다. 구글에서 두 배를 준다고 해도 큰돈 못 버는 비영리법인으로 옮긴 천재들도 있습니다. 미국 외에 어느 나라에서 가능한 일일까 싶었습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이 갖고 있는 꿈도 황당할 정도입니다. 그는 월드코인이라는 것을 내놨습니다. AI를 활용해 전 세계 돈을 다 빨아들인 후 세계인들에게 월드코인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가축화한 동물이 말입니다. 이후에 왜 다른 동물을 가축화하지 않았을까. 인간을 가축으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의 꿈은 모든 인류의 가축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니 섬뜩하기도 합니다. 미국 기업 이사회의 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를 한 방에 날려 버렸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속도도 놀라웠습니다. 올트먼 해임, 임시 CEO 2명 선임, 올트먼의 마이크로소프트(MS) 이직 확정, 그리고 오픈AI CEO 복귀
2023.11.27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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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고리를 강한 고리로…LG트윈스 강팀의 조건[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코로나19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농구가 아니라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축구를 약한 고리 스포츠라고 칭했습니다. 10명이 잘해도 수비수 한 명이 뚫리면 골을 먹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의미였습니다. 반면 농구는 슈퍼스타 한 명이 팀의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고리 스포츠에 가깝다고 했습니다.현재의 세계를 약한 고리 스포츠에 비유한 것은 코로나19 때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약한 고리는 마스크, 병상, 간호사 등이었습니다. 평소 의료시스템에서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던 부문의 부족이었다는 얘기지요.오늘은 진짜 스포츠 얘기를 하려 합니다. 프로야구가 막을 내렸습니다. LG트윈스가 통합우승을 했습니다. 올 시즌 LG트윈스 게임을 보며 야구도 어쩌면 약한 고리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해설자들은 1년 내내 LG트윈스에 대해 “거를 타순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1번부터 9번까지 숨 돌릴 틈이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LG트윈스는 통상 약한 고리로 불리는 7번, 8번, 9번까지 만만치 않은 타자로 채워 넣었습니다.불펜 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패전처리 투수조차 다른 팀에 가면 승리조에 합류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런 라인업은 LG트윈스를 리그에서 역전승을 가장 많이 하는 팀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지고 있었도 질 것 같지 않고, 이기고 있으면 이길 것 같은 팀’으로 변신했습니다. 과거 두산 등을 연상케 하는 강팀의 조건이지요.LG트윈스의 약한 고리를 강한 고리로 만든 선수들의 면면도
2023.11.17 14: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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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과 전쟁, 그리고 서울시 김포구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미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4선을 한 대통령이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는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었습니다. 트레이드마크는 노변정담(노변담화)이었습니다. TV가 없던 시절 라디오를 통해 딱딱하지 않은 연설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2월의 연설은 특별했습니다. 국민들에게 세계 지도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루스벨트는 연설 도중 여러 차례 “지도를 보십시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전쟁의 상황을 설명하고, 왜 다른 국가를 지원해야 하는지, 참전해 연합군과 싸우지 않으면 미국에 어떤 위협이 되는지를 상세히 설명합니다.세계지리 수업과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고립주의의 착각 속에 살 수 있다고 믿는 어떤 이들은 독수리가 타조의 전술을 모방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독수리를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높이 날고 강하게 공격할 것입니다.” 루스벨트는 이런 방식으로 전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루스벨트는 지정학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자발적 협력이 전쟁 승패에 중요한 조건임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승전 후 맥아더 장군이 패전국 일본을 접수한 뒤 정규 교육 과목에서 지리를 없애버린 것도 군국주의 부활을 막겠다는 취지였습니다.지정학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지리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가 있어야 정치와 정치의 연장선에 있는 전쟁을 이해하고, 잠재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그런 시대 말입니다.현대 지정학 얘기는 미국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요새 같은 대
2023.11.13 0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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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업 ESG 외칠때 반대로 질주한 카카오[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코로나19 이후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 카카오는 시장의 스타플레이어였습니다. 모든 것을 갖고 있는 회사로 보였습니다. 일상을 지배하는 플랫폼, 혁신, 잠재력, 팬덤 등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전 국민이 24시간 쓰는,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플랫폼 기업이 보여준 혁신은 박수를 받을 만했습니다. 선물하기 기능은 마음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고, 카카오뱅크는 불편하고 권위주의적인 기존 은행에 대한 불만을 해결해줬습니다.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못 할 게 없을 것 같은 잠재력도 인정받았습니다. 이태원, 홍대 등에 문을 연 카카오 굿즈 판매점은 하루 종일 젊은이들로 북적였습니다. 팬덤까지 더해졌습니다.하지만 현재 카카오에는 다른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문어발식 확장, 분식회계, 골목상권 침해, 통제받지 않는 경영자들, 주주를 무시한 경영,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이 그것입니다. 최근에는 ‘주가조작’까지 더해졌습니다. 과거 한국의 대기업들을 상징했던 불편한 표현이 모조리 카카오를 수식하고 있는 셈입니다.이 드라마틱한 변화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시간입니다. 지난 2년간 기업경영의 화두는 ESG였습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주주친화 경영을 넘어 사회 및 자연과 오랜 기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에 카카오는 반대 방향으로 질주했습니다. 그 결과는 ‘밉상 기업’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듯합니다. 경제적 범죄집단에 붙을 각종 타이틀을 모두 달아버리고 말았으니 말이지요. 아직 혐의 수준일지라도.누군가는 카카오의 변질에 대해 모두를 적으
2023.11.06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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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도 손 잡는 미국, 한국 수출에 필요한 역발상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전쟁터는 서로 알고 미워하면서도 서로 죽이지 않는 늙은이들이 내린 결정 때문에 서로 알지도 못하고 미워하지도 않는 젊은이들이 서로 죽이는 곳이다.”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의 말입니다. 이 말을 매일 떠올리는 요즘입니다.스탈린의 말도 새겨봅니다.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 하루에 수백 명씩 죽어나가는 소식을 담담히 받아들이지 않기 위함입니다.고대 그리스인들의 높은 수준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전쟁에서 잃은 아들의 머리를 찾겠다고 찾아온 철천지 원수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 그리스인들은 감정을 정화한다는 의미의 카타르시스란 단어를 만들어냅니다.한국 현대사도 전쟁을 빼고 말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더 그렇습니다. 제2차 대전 이후 미군이 직접 참전한 전쟁은 여럿 있습니다. 1950년대 한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직접 전쟁을 치렀습니다.미국의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시작된 원인과 상황은 달랐지만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질서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고, 민주주의라는 미국의 이상을 수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패전했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을 사막에서 희생시킨 9년의 이라크전쟁, 20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사실상 실패였습니다.미국이 직접 전쟁을 치른 나라 가운데 의도대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입니다.한국이 산업화를 이룬 원동력은 역시 수출이었습니다. 상상도 못 할 역발상으로 1980년대 조선, 1990년대 반도체, 2000년대 자동차를 세계적 수준에 올려 놓음으로써 한국은 수출 강국이 됐습니다.
2023.10.30 06: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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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천재들의 우주전쟁…한국은 밥그릇 전쟁[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지난 여름 충청북도 제천 어느 리조트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어릴 때 보던 하늘보다 별이 더 많았습니다. 뭔가 이상했지요. ‘밤하늘을 제대로 안 보는 사이에 별이 늘었나?’란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아니었습니다. 우주정거장, 희미한 위성들이 불빛이 없는 시골에서 별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하늘을 지저분하게 만든 주인공은 아시는 대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입니다.그가 쏘아올린 저궤도 인공위성은 통신용입니다. 기지국이 없어도 통신을 가능케 하는 위성. 이 위성이 전쟁에 활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러시아가 해킹으로 우크라이나 통신망을 붕괴시켰을 때 머스크는 재빨리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을 제공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머스크가 쏘아 올린 위성은 우주 전쟁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렸습니다.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는 물론, 많은 국가들이 저궤도 위성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머스크란 사람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아공에서 태어나 왕따에 학폭까지 당했던 미국 이민자가 전기차 시대를 열더니, 하늘의 모양을 바꾸고, 사람들을 우주로 끌어들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화성으로 지구인들을 이주시키고, 사람의 머리에 칩을 꽂아 인위적 진화를 이루겠다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었겠습니까.왜 그가 화성을 꿈꿀까 궁금했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책에 일부가 나와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먼저 기술발전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미국이 달에 착륙한 이후 새로운 발전이 없었다는 점, 이집트가 피라미드를 건설했지만 그 기술은
2023.10.23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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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대한 한국인 코드[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재미교포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세무조사 한번 받으면 사업을 접거나 감옥에 갈 확률이 높다.” 조세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미국에서는 상식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실제 미국 국세청 산하에 있는 범죄수사국(CID) 직원들은 총기를 소지하고 다니며, 이들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 80% 이상이 처벌을 받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 비율은 30%를 밑도는 것과는 다르지요.왜 이렇게 다를까. 힌트를 제공한 사람은 문화인류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입니다. 그는 “세금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는 보안관이다”라고 했습니다. 서부개척 시대 돈을 걷어 보안관을 사 공동체를 지키는 것에서 미국인들의 세금에 대한 코드가 형성됐다는 것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돼 강력한 처벌은 필연적이라는 말입니다.한국에서 세금에 대한 코드는 무엇일까. “세금 다 내고 어떻게 장사하냐”, “유리지갑인 직장인만 봉이다”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아마도 저변에는 “나라가 해주는 것은 없고, 뜯어만 간다”는 인식이 깔려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세금에 대한 코드는 ‘수탈’에 가깝지 않나 합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한국인과 미국인은 돈에 대해서도 다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엄청난 부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존경합니다. 그와 한 끼 식사 자리가 수십억원에 팔릴 정도니까요. 또 창업에 성공하면 다시 창업을 하고, 그 결과 큰돈을 모으면 박수를 받습니다. 미국인들의 돈에 대한 코드는 ‘성취&r
2023.10.16 06: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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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올해 프로야구 정규 시즌에서 LG트윈스가 우승했습니다. 29년 만에 우승이라니…. 한국의 중·장년층은 “종교는 바꿔도 야구 팀은 못 갈아탄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남몰래 한숨만 쉬었던 트윈스 팬들은 이번 가을을 만끽해도 될 듯합니다.우승을 했다기에 트윈스의 주전 엔트리를 들여다봤습니다. 1988년생 김현수, 1990년생 오지환, 1994년생 홍창기, 1997년생 문성주, 2000년생 문보경 등이 골고루 포진해 있습니다. 승리조 투수도 1984년생 김진성부터 2004년생 박명근까지 다양했습니다. 경험과 패기의 조화란 단어를 떠올립니다. 때로는 경험이, 어떤 때는 패기가 빛을 발했습니다.출신도 다양했습니다. 최고의 대접을 받고 프로가 된 1순위 지명 선수,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지명받지 못한 육성 선수 출신, 고등학교 졸업 후 원하는 구단이 없어 할 수 없이 대학에 진학했던 선수, 타 구단에서 방출돼 1억원만 받고 막차를 탄 베테랑 그리고 외국인까지…. 여기에 가장 많은 역전승을 일궈낸 근성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진 결과가 우승이었던 것 같습니다.조화와 균형은 야구 팀뿐만 아니라 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회 구성을 볼까요. 어떤 국가라도 인구학적으로 보면 청장년층이 두터워야 하고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이 많아야 안정적인 나라라고 합니다. 조화와 균형 때문입니다. 적당한 인구 비례가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이런 면에서 한국 사회는 위험한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는 위태로운 역피라미드 구조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급속히 줄어들다가 감소를 멈췄습니다. 다행입니다. 다만 계층 상승에 대
2023.10.09 07: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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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가 만드는 팬덤 이코노미, 실력 그 이상의 무엇[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여기 미친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적응자 혁명가 문제아. 사물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1997년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싱크 디퍼런트(think different)’ 광고를 직접 녹음했습니다. 이 광고에는 간디, 아인슈타인, 아멜리아 에어하트, 밥 딜런 등이 등장합니다. 식민주의, 뉴턴의 물리학, 성차별, 전쟁 등 인간에게 제약을 가하는 규범에 저항한 반란자들입니다.이 광고를 통해 애플은 1984라는 슈퍼볼 광고에서 시작된 자신의 반란자 서사를 확장합니다. 핵심 질문은 “당신은 창조적 반란자인가?”였습니다. 이 서사는 팬덤으로 이어졌고 애플 제국의 기초가 됩니다.팬덤과 서사의 관계 하면 역시 문화 산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해 전 TV에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김광석 버전이 아니었습니다. 발라드도 아니고 트로트도 아니 뭐가 섞여 있었습니다. 임영웅이란 가수였습니다. ‘누구지?’ 하고 지나쳤습니다.뒤늦게 그의 위력을 알게 됐습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톱 100곡을 틀어놓으면 계속 임영웅 노래가 나와 짜증이 날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콘서트 표를 구하기 위해 광클릭을 하고 대기 순번은 50만 번에 이르렀습니다. 티켓 한 장에 10만원만 잡아도 대기 자금이 500억원이라는 얘기입니다.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급등하고 그가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권하면 병원에는 수요가 넘쳐납니다. ‘히어로노믹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팬덤의 경제학을 다뤘습니
2023.09.25 14: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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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도시들과 대한민국 경제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빼앗긴 것은 되찾을 수 있어도 내어준 것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 유진 초이가 고종에게 한 고언입니다. 유진(이병헌 분)은 극중 이민자로 나옵니다. 미국으로 귀화해 미군 신분으로 한국으로 건너와 독립운동을 돕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작가의 상상으로 만든 허구의 인물이었지만 드라마 방영 후 유진의 모델이라고 할수 있을 만한 실존 인물이 등장해 화제가 됐습니다. 독립운동가 황기환 지사입니다. 그는 1904년 하와이로 들어간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인 이민의 시초가 된 7000여 명의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 가운데 한 명으로 추정하는 근거입니다. 미국은 당시 하와이에서 중국과 일본 노동자의 세가 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조선인을 불러들였습니다. 기근·역병·일본의 수탈 등으로 지옥 같았던 조국을 떠나 찾아간 하와이. 하지만 그곳에서도 조선인들은 노예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하와이는 한국과 경제적 인연을 맺은 첫 미국 땅이 됐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난 노동자들은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국이 아니라 미국 본토행을 택했습니다. 미국 서부 특히 로스앤젤레스(LA)에 많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썼습니다. 임시 정부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된 것이지요.LA가 한국 사회에 큰 의미를 갖는 둘째 도시가 된 계기는 1965년 미국의 이민법 개정이었습니다. 이민 제한을 풀어 미국에 부족한 전문직과 숙련 기술직을 받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미국의 황금 자본주의 시절이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한국인들은 1년에 약 3만 명씩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아메리
2023.09.18 07: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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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경쟁자가 된 K-방산, 그리고 한화그룹의 미션 [EDITOR's LETTER]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고,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어디서 들어본 문구지요? ‘히든 피겨스’란 영화 포스터에 붙어 있던 문장입니다.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있던 흑인 여성들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입니다. 주류인 백인 남성들이 틀에 박힌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흑인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창의적 방식으로 궤도를 계산해 냅니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옷 색깔이었습니다. 백인 남성들은 모두 짙은 색 바지에 와이셔츠, 마치 유니폼 같은 옷을 입었습니다. 흑백이었습니다. 반면 흑인 여성들은 노란색·보라색·연두색·파란색·녹색 등 다양한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감독이 이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다양성은 빛을 발하게 하고 획일성은 어둠을 드리운다.”기업 문화를 얘기할 때 가끔 인용하는 사례입니다. 다양성과 창의성의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전 기업을 취재할 때가 생각납니다. 먼저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실. 갈 때마다 뭔가 소란스럽고 북적거렸습니다. 수많은 대화가 오갔고 복장 자율화로 옷차림은 더 다양해졌습니다. 다음은 네이버. 여기는 대학 캠퍼스인 줄 알았습니다.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웃음소리도 들리고 밝은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두 회사는 이후 급성장했습니다.강북으로 건너오면 달랐습니다. 어느 날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화빌딩에 들렀습니다. 분위기는 축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조명은 침침했고 침묵이 흘렀습니다. 임원 뒤쪽에 ‘의리(義理)’라고 쓰인 큰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2023.09.12 13: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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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콘크리트 유토피아 [EDITOR's LETTER]
서울대역점·서울대입구역점·관악서울대입구R점·서울대입구역8번출구점.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4개 스타벅스 매장의 명칭입니다. 생기고 또 생겨도 가 보면 앉을 자리가 없습니다. 처음엔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과 문화를 판다는 스타벅스의 마케팅이 결합된 결과라고 해석했지요. 하지만 이내 공간에 대한 욕구와 관련 있다는 데 생각이 이르렀습니다. 비좁고 침침한 원룸, 꽉 막혀 있는 사무실, 온갖 가구들로 차 있고 식구들이 오가는 집구석에서 탈출해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선 이들이 자리 잡은 공간이 스타벅스란 얘기입니다.물론 한국인들의 공간에 대한 욕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아파트입니다. 아파트에 대한 욕망, 그 시작은 동부이촌동이었습니다. 1970년대 초 정부는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 단지를 이곳에 짓습니다. 선분양, 모델하우스도 여기에서 시작됐습니다. 한강맨션을 시작으로 아파트가 급속히 확산됩니다. 동부이촌동이 ‘주택 건설 사업의 경부고속도로’란 평가를 받는 배경이지요.1970년대 말,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아파트가 딱 한군데 있었습니다. 친구를 따라 가본 아파트는 충격이었습니다. 온수가 나오고 연탄을 갈지 않아도 따뜻했습니다. 단지 내에 가게도 있고 놀이터도 있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1970년대 한국 사회에는 아파트에 대한 욕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이후 아파트는 한국의 경제 개발 모델에 따라 지어졌습니다. ‘싸고 많이 그리고 빨리 똑같이.’ 빠르게 확산된 아파트는 한국의 주거 모델이 됐습니다. 이런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기 힘듭니다. 유럽인들은 한국의 아파트단지를 보고 군사 기지나 사회주의
2023.09.05 12: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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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쏜 휘어진 3개의 화살, 중국 경제를 위기로[EDITOR's LETTER]
‘청년 실업률 고공 행진, 부동산 침체로 대형 건설 업체 부도 위기, 반도체 수출 부진, 수출 증가율 마이너스 기록, 경제성장률 전망치 계속 추락 중, 급속한 고령화로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이에 따른 성장 잠재력 훼손, 사회적 불만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 아주 익숙한 현상이지요. 어떤 나라를 생각하셨습니까? 중국 이야기입니다. 최근 중국 경제와 관련해 나오는 단어는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디플레이션, 1억 채의 빈집, 청년 실업률 21%, 부동산 개발 업체 파산, 국가 부채 비율 급등 등이 그렇습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질주는 거침없어 보였습니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면 승패를 예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이랬던 중국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입니다.전문가들은 핵심 문제로 ‘3D’를 꼽습니다. 부채(Debt), 인구 변동(Demography), 디커플링(Decoupling) 등입니다. 코로나19 극복과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결과 중국의 부채는 급증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정부·가계·기업)은 282%에 달합니다.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며 성장 여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충돌에 따른 디커플링은 중국에 엄청난 타격을 줬습니다.동의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면 중국 자본주의와 정치 시스템의 마찰이라는 본질적 문제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게 보입니다. 한국과 중국 경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통 경제학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다 해가며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정부 주도의 계획 경제, 시장 개입,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발전 등이 그것입니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건설 중심의 ‘토건
2023.08.21 0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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