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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드림,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코리안 드림[EDITOR's LETTER]
[EDITOR's LETTER]‘투표는 회고적일까, 전망적일까?’사람들은 과거를 근거로 투표하고, 미래가 바뀌길 원합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투표가 가져올 결과는 희망하는 미래와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올해 세계가 선거의 폭풍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들 했습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투표를 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 투표가 나하고 무슨 상관 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세계화의 종말’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치러지고 있어 큰 관심이 있겠냐 싶었습니다.하지만 대만, 한국은 물론 유럽 선거에서도 예상 밖 결과가 나오고, 금융시장과 모든 산업에 선거가 영향을 미치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클라이맥스는 최고령 후보들이 재앙적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 선거가 되겠지요. 1차 토론만 했을 뿐인데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시장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습니다.최근 선거는 유럽에서 치러졌습니다. 유럽,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에 대한 약간의 동경이 있었습니다. 미국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와 동의어로 각인됐습니다. 차가웠습니다. 약간은 따듯한 자본주의를 원하는 이들에게 특히 그랬습니다.한국에만 그런 정서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4년 세계적 석학인 미국의 제레미 리프킨은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책을 출간합니다. 유로화는 강했고 유럽 성장률이 미국보다 높았던 시절, 그 결과 세계 4대 은행 중 3개가 유럽 은행이었던 마지막 전성기였습니다.리프킨은 “유럽은 개인의 자율보다는 공동체의 관계를, 문화적 동화보다는 다양성을, 부의 축적보다는 삶의 질을, 물
2024.07.08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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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 저평가? 웃기는 얘기[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따상’, 신규 상장 종목이 거래 첫날 공모가의 두 배로 시작해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것을 말합니다. 2020년 등장했습니다. 구글 트렌드로 보면 2021년 말과 2022년 초 검색량이 급증한 후 금세 사그라드는 것이 보입니다.광풍이 불었습니다. 공모주 투자가 대박을 의미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기업들은 앞다퉈 계열사를 상장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1개도 없던 공모금액 1조원이 넘는 기업 상장이 6개나 있었습니다.한쪽에서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상장 주식 수가 일순간에 급증하면 물량 부담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이때 상장한 대표적 기업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입니다. 기업 상장은 자유이며 돈이 넘쳐나던 때였기 때문에 타이밍도 잘 잡았습니다. 하지만 모회사인 카카오와 계열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쪼개기 상장’이 시장의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결국 카카오 투자자의 99%가 현재 손실을 보고 있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LG에너지솔루션 상장은 ‘물적분할’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리해 상장한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반발했습니다. 핵심 사업을 빼내가는 것도 문제지만 같은 업종의 대형 회사가 상장되면 기관투자가들은 기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LG엔솔 상장은 카카오 계열사 상장과 함께 한국 자본시장이 소액주주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근저에는 지배구조 문제가 깔려 있기도 합니다.또 다른 논란의 회사는 남양유업입니다. 2000년대 남양유업은 항상 우량 자산주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순현금성 자산이 한때 시가총액의 80%에 육박했
2024.07.01 0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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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와 뒷것 김민기, 그리고 뒤틀린 목재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부와 권력. 이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가 누리면 세상은 당연하게 바라봅니다. 부와 권력을 누릴 능력이 없는 자가 누리면 사람들은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부와 권력을 누릴 능력이 있는 자가 스스로 누리지 않으면 어떨까요. 세상은 그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자신의 부와 권력을 나누는 것은 능력과 함께 말로 설명하기 힘든 또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얼마 전 우연히 다큐멘터리 한 장면을 봤습니다. 이인용 전 삼성전자 사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김한 전 JB금융그룹 회장이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 이들의 공통점은 1970년대 신정동에서 야학을 했다는 것입니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의무교육도 받지 못한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던 공간입니다. 이들은 한자리에서 신정 야학의 설립자이자 ‘아침이슬’의 작곡가 김민기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서울대 미대를 다니던 젊은 시절 김민기가 작곡한 노래들은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위 현장에서 불려졌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대중 앞에서 노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예외는 있었습니다. 1979년 후배들이 난곡에 유아원 설립 자금이 필요하다며 공연을 부탁하자 주저하지 않고 수락했습니다.“땅 위에는 조용필, 땅 밑에는 김민기”라는 말이 있던 1980년대를 지나 그는 1990년대 무대에 다시 등장합니다. 모은 돈으로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열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가수 김광석, 배우 설경구·황정민·조승우 등 700명이 이곳을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그럼에도 기획자 김민기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후배들의 성장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ldquo
2024.06.24 08: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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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것과 옛것의 공존이라는 가치[EDITOR's LETTER]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 종로3가로 향했습니다. 오래전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던 것을 기억하고, 그 시절 감성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포차거리로 들어선 순간, 나이든 감성이 발붙일 공간은 없었습니다. 도로 양쪽에 수십 개의 가게가 인도에 테이블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로 빼곡했습니다. 장관이었습니다. 포차거리는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야장’을 즐기는 핫한 거리가 돼 있었던 겁니다. 올해도 5월 말까지 유난히 좋은 날이 많았습니다. 낮에는 하늘이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고, 밤에는 몸을 감싸는 바람이 어딘가를 걸으라고 속삭였습니다.그래서일까. 한 트렌드 전문가는 올해의 키워드는 ‘야장’이라고 했습니다. 종로3가 포차거리뿐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야외에서 먹고 마시는 젊은이들로 가득했습니다. 성수동, 홍대, 이태원, 한남동, 용리단길, 연남동, 상수, 합정, 망리단길, 을지로 등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아파트와 고층 빌딩숲이 만들어낸 반작용인 듯합니다. 젊은이들은 공장이 있던, 또는 낮은 건물만 있는 낯선 골목에서 새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실제 젊은이들이 ‘힙’하다고 하는 길거리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자란 아파트 공간과 다릅니다. 낯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1960~70년대 태어난 사람들에게 핫플은 코엑스 같은 복합몰이었던 것도 아파트가 흔치 않던 시절 낯설다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또 하나 그 길거리의 공통점은 주변 건물의 층고가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높은 빌딩과 함께 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은 도시에 살다 낮은 건물들만 있는 곳에 가면 심리적 안정
2024.06.17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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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하는지 아십니까?[EDITOR's LETTER]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 나온 대사입니다. 새 떼에 부딪혀 엔진이 파괴된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비상착륙시켜 탑승자 전원을 구조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의 관심은 단 하나 승객들을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강에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결단을 하고 실행했습니다. 그는 승객과 승무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끝까지 비행기에 남아 있었습니다.물이 차오르고 있었지만 탈출하지 못한 승객이 있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구조됐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에도 승객들이 모두 안전한지를 물었습니다. 기장이라는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 설렌버거는 잘 알고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155명의 목숨을 책임졌습니다.요즘 한국 사회 돌아가는 것을 보며 이 영화의 장면들을 생각했습니다. 각계각층 책임자들이 그 자리의 무게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 것일까. 헌법 1장 7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최고위직 공무원은 대통령입니다. 봉사와 책임이란 단어가 대통령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길거리에서 젊은이들이 서서 죽어간 후에도, 수재 현장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해병대원의 죽음 앞에서도 진심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최근 느닷없이 들고 나온 동해 유전 사업을 놓고도 말들이 많습니다. 유전이 있다고 평가한 업체에 대해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라고 했습니다.하지만 그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는 1인 기업 수준이었습니
2024.06.10 09: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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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국 대표 기업들, 리더십은 어디에[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세계 최초로 전자사전과 개인용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한 회사를 아십니까. 모르신다고요? 그럼 세계 최초로 노트북 컴퓨터를 출시한 회사는 아시는지요.첫 번째 문제의 답은 ‘스미스코로나’입니다. 듣도 보도 못했지만 1906년 휴대용 타자기 개발을 시작으로, 1989년 휴대용 워드프로세서까지 수많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100년간 세계 제일의 타자기 업체로 군림했던 회사입니다.노트북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회사는 일본 도시바입니다. 지금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198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록도 있습니다. 이 회사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지요.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을 도시바에서 배웠고, 대한전선과 대우전자는 TV와 가전제품을 도시바 기술로 만들었으니까요. 도시바와 스미스코로나의 또 다른 공통점은 한때 세상을 주름잡았지만 순식간에 몰락했다는 것입니다.이들을 사지로 내몬 것은 새로운 기술의 힘이었습니다. 타자기는 PC에 그 자리를 내줬고, 도시바는 삼성의 높은 생산기술에 밀려 원전사업 등등을 전전하다 상장폐지 당했습니다.기술의 급격한 변화는 기업의 운명만 바꿔놓는 것이 아닙니다.미국이 세계 패권국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3명의 인물이 있습니다. 석유왕 록펠러와 철강왕 카네기, 그리고 자동차의 아버지 헨리 포드입니다. 이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자동차와 석유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유럽에 있던 세계경제의 패권을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가져오는 기반이었습니다. 이 패권은 100년을 이어왔습니다. 요즘 또 다른 100년이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 그리고 플랫폼 등 세
2024.06.03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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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배당을 하지 않는 이유[EDITOR's LETTER]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배당을 한 푼도 하지 않습니다. 미국이라는 주주자본주의 국가에서. 그럼에도 주주총회를 하면 본사가 있는 시골 동네 오마하는 축제의 장으로 바뀝니다. 버핏은 회사 설립 후 딱 한 번 배당했습니다. 1967년 주당 0.1달러. 그마저 버핏은 이후에 “실수였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배당을 하지 않는 버핏이지만 배당주는 좋아합니다. 지난해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한 회사들로부터 배당받은 금액은 7조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배당은 안 하지만, 배당주는 좋아한다.” 좀 이상하지요?2008년 벅셔해서웨이 주총은 그 답을 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12살짜리 투자자가 질문합니다. “당신의 멘토 벤저민 그레이엄은 배당을 믿는다고 했는데 왜 당신은 배당을 믿지 않나요?” 버핏은 “나는 배당을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설명합니다. 요지는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고 그 돈을 투자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주가가 오르면 주주에게 더 이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버핏은 수십 년간 연평균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밸류업’이 이슈입니다. 좋은 일입니다.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올리는 것에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국내 기업들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대만보다 배당을 적게 했으니 당연한 문제제기일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주주를 홀대한 것도 사실입니다. 현금을 쌓아놓는 비효율을 없애고 자사주를 대주주가 지배구조 개편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막는 것도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듯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미국에서
2024.05.27 10: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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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성, 리더십, 유연성…한국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현재 한국 사회에서 희망적인 면은 무엇이 있을까.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측면에서 말입니다.아마도 그동안 강점들이 사라졌거나 사회 변화로 약점으로 변질됐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부분 조직이 쇠락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한번 돌아볼까요?한국 사회가 갖고 있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역동성이었습니다. 산업화에 나선 지 60여 년 만에 경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역동성. 노동자와 빈농, 빈민의 아들이 사장도 되고 대통령도 될 수 있게 해줬던 그것. 이 역동성을 뒷받침해줬던 것은 높은 교육열과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이었습니다.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박정희 대통령은 가난을 극복하게 해줬고, 전두환 씨는 IT 인프라를 깔았고,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정책으로 새 시장을 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의 싹을 잘라버렸고,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한류의 싹을 틔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습니다. 그 뒤는 생략하겠습니다. 이런 리더십을 뒷받침했던 것은 뛰어난 관료들이었습니다.기업에도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한국만의 독특한 아버지의 코드가 어른거렸던 1세와 2세들. 그 리더십의 근저에는 도전과 모험 정신이 깔려 있었습니다. 우수한 국민들은 탁월한 팔로어십으로 리더십을 빛나게 하며 산업화의 주역이 됐습니다.외교적 유연성은 역동성과 모험적 리더십의 훌륭한 조력자였습니다. 1960~80년대 선진국으로부터 원조도 받고 기술도 받았습니다. 냉전 시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강점으로 활용했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을 가리지 않고 도움
2024.05.20 08: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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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태, 기업에 국가란 무엇인가[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몇 년 전 롯데가 중국에서 당한 일을 기억하시는지요. 롯데는 2016년 정부의 요구(?)에 성주 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부지로 제공했습니다. 당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롯데가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었습니다.하지만 중국은 모른 척하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물이 약간 새는 것 같다’는 등 온갖 꼬투리를 잡아 행정지도 명목으로 매장 문을 못 열게 했습니다. 문제 하나를 해결하면 만나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끌며 고사시켰습니다. 중국 내 롯데 매장은 하나 하나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결국 최근 선양 사업장을 헐값에 매각하며 중국 사업을 완전히 마무리했습니다. 쫓겨나다시피 철수한 것이죠.롯데가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너무 불합리했습니다. 이후 이마트도 철수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일입니다. 정부는 중국에 아무 말 못 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고 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에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한 CEO는 당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하면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철수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든다. 정부도 어려운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최근 네이버의 역작인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 사태를 보며 그 시절 롯데를 떠올렸습니다.일본 시장 얘기부터 할까요? 참 어려운 시장입니다. 스마트폰과 TV 세계 1위인 삼성전자도, 가전 1위인 LG전자도, 세계 3위에 오른 현대자동
2024.05.10 09: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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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이 쓴 계획적 혼돈이라는 전략에 대하여[EDITOR's LETTER]
[EDITOR's LETTER]K팝은 어떻게 세계적으로 성공한 상품이 됐을까. 오랜 기간 이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책도 보고 강의도 들으며 최근 나름의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주관적인 결론은 ‘레거시로부터의 자유와 조합의 힘’이었습니다.한국은 일제 식민지와 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됐습니다. 남아 있는 대중문화라고 해야 이후 트로트로 발전한 일본 엔카를 본딴 유행가 정도였습니다. 이외에 K팝 발전의 발목을 잡을 만한 거추장스러운 전통은 없었습니다.그래서 자유로웠습니다. 돌아볼까요. 1970년대 대중가요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포크와 록이 확산됐습니다. 이어 1980년대에는 조용필이 가요계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하드록, 펑크, 판소리, 오페라까지 필요한 것은 다 가져다 쓰며 왕국을 이뤘습니다. 또 K팝의 원초적 모습을 갖춘 부활, 들국화, 송골매 등 밴드도 등장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K팝의 아버지 서태지가 등장합니다. 그는 댄스 뮤직, 팝과 힙합, 국악, 가요 등 모든 장르를 흡수하며 새 시대를 알렸습니다. 1990년대 말 H.O.T.의 등장과 함께 아이돌 시대로 넘어오게 됩니다.이후 아이돌 육성도 한국적 스타일로 진행됐습니다. 오랜 연습생 생활, 멤버 간 역할 분담을 통한 약점 보완, 짧고 압축적인 활동, 격한 안무 등은 이후 K팝의 포뮬러가 됐습니다. 2010년대 K팝은 유튜브와 만나 세계적 히트 상품이 됐습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 문을 열었고, BTS와 블랙핑크는 정점을 찍었습니다.K팝은 한국을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로 만든 1등 공신이었습니다. 나아가 한글, 한식 등을 알리며 국격을 끌어올렸습니다.그 빛나는
2024.05.05 0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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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따위는 버리고, 문명화된 내전을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믿지 못할 성공은 때로는 불안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벨 에포크를 떠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유럽사에서 드물게 전쟁이 없던 시절,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고 문화가 꽃피웠다. 인상파 화가와 낭만주의 음악가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1차 대전 시작으로 아름다운 시절은 막을 내렸다. 지난 몇 년간 한반도에도 전쟁 위협이 없었다. 이 시기 K컬처, K배터리, K바이오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K컬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사라예보의 총성과 같은 변수는 없기를 바랄 뿐.”2022년 3월 썼던 칼럼입니다. 당시 외신에는 한국에 대한 기사가 넘쳐났습니다. 코로나19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 BTS와 ‘오징어 게임’으로 K컬처 붐을 일으킨 나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변신한 나라 등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주가는 3000을 넘어섰고 서울은 세계인들이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됐습니다.2년이 지났습니다. 2024년 봄 외신들은 한국을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나’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달라지지 않은 경제 및 산업구조. 성공적 모델이라 개혁이 어려운 딜레마, 높은 자살률, 가계부채와 정부부채, 고령화 등을 지적했습니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세계적 언론이 대놓고 지적하니 아팠습니다.블룸버그도 나섰습니다. “한국 ‘그림자 금융’의 약한 고리…PF 최악 상황 아직 안 왔다”였습니다. 제2금융권이 부동산 대출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024.04.29 0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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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의 습격, 선조의 실패와 차기 총리의 조건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조선 14대 임금 선조. 조선 왕조에서 가장 무능한 왕 1, 2위를 다툽니다.끝내 조선을 망친 붕당(朋黨) 정치가 그때 시작됐습니다. 선조는 붕당, 분열을 이용해 왕위를 지켰습니다. 임진왜란 때는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튀었고, 중국으로 도망갈 준비도 했지요. 이순신 장군 등 임진왜란 영웅들의 인기가 치솟자 파직 등으로 핍박했습니다. 사람 복은 있었던지 뛰어난 관료와 장수들이 많았습니다. 이황, 기대승, 서경덕, 이이, 정철, 유성룡, 이발, 이순신, 곽재우 등 조선에서 내로라하는 관료와 장수들이 한 시대에 튀어나왔습니다. 이들을 데리고도 수차례 전란을 겪고, 나라를 피폐하게 만든 것도 능력이다 싶습니다. 잘한 일은 딱 하나 생각납니다. 임진왜란 전 유성룡이 천거한 무명의 장수 이순신을 발탁해 전라좌수사로 임명한 것입니다.4·10 총선이 얼마 전 끝났습니다. 대형 이벤트가 끝나자 무언가 꿈틀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가격을 올려대기 시작했습니다. 쿠팡, 치킨업체, 편의점 등.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것에 대한 생각은 확실합니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이고 판단은 시장이 하면 그뿐이다.”하지만 총선 직후 터져나온 가격 인상은 쿨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왜 총선 직후, 그것도 여당이 패한 후 한꺼번에 나올까. 그동안 안 올린 것은 자발적이었을까, 눈치를 봤을까. 총선 때까지 기업의 가격 인상을 틀어막았던 그 분위기는 무엇을 말할까.’폭풍이 걷히고 나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됩니다. 경제 실상입니다. 한국 경제를 덮친 고금리·고유가&middo
2024.04.21 07: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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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과 탄핵 사이, 국민들이 그어놓은 절묘한 선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미국 의회 도서관은 ‘후회하지 말라(No Regeret)’라는 제목의 책을 50권 넘게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보문고 사이트에도 후회와 관련된 책이 수백 권 팔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후회를 부정적으로 다룬 책입니다.“후회하지 말라”는 말은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후회는 과거에 발목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심리학과 뇌과학은 다른 말을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6살 때까지는 후회를 이해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8살에 후회를 예측하는 능력이 발달한다고 합니다. 또 과거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도 기분 나빠지지 않는, 즉 후회의 기능을 잃은 사람들은 뇌손상을 입은 사람들이라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습니다.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이민 가야 겠다”, “야당이 200석이 안 돼서 이긴 것 같지 않다”, “개헌저지선을 지킨 것은 선방한 것이다”, “투표율이 조금만 높았으면…” 등등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의 결과는 놀랍지 않았습니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쓴 알 리스는 “시장에 일찍 들어가는 것보다 기억 속에 맨 먼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선거에 적용해볼까요. 이번 선거의 핵심 단어 ‘심판’이었습니다. 이를 선점한 것은 야당이었습니다. 여당이 뒤늦게 들고 나온 운동권 심판도, 이조 심판도 정권 심판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선거를 흔드는 중요한 3가지 요소로 인물, 바람, 구도가 꼽힙니다. 이 중 임
2024.04.12 09: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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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의 원칙, CEO의 자격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문득 정도전을 떠올렸습니다. 조선의 설계자, 조선의 1호 시민 정도전.역성혁명을 주도한 그는 ‘사대부의 나라, 재상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나라’를 꿈꿨습니다. 논리는 명쾌했습니다.“군주의 재능에는 어리석음도 있고 현명함도 있으며 강력함도 있고 유약함도 있어 한결같지 않다.” 왕은 세습되기 때문에 몇 대에 걸쳐 계속 능력 있는 왕이 나올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얘기였습니다.반면 재상은 선발과정이 있기 때문에 능력 있는 자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어 “군주의 임무는 한사람의 재상을 논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군주가 재상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00%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강력한 왕의 나라를 꿈꿨던 이방원과 대척점에 있었습니다. 결국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맞아 죽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주총 시즌이 마무리됐습니다. 한미약품 등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과 일부 무능한 오너들의 승진을 보며 왜 정도전이 생각났을까. 왕위를 상속받는 것과 기업 총수 자리를 상속받는 것이나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겁니다. 왕위가 잘못 세습되면 나라가 기울 듯, 후계자를 잘못 선택하거나 큰 분쟁이 나면 기업도 어려움에 처하기 마련입니다. 통계가 말해줍니다. 가족기업이 2세대까지 생존할 확률은 30%, 3세대까지 생존할 확률은 14%, 4세대로 가면 이 확률은 4%까지 떨어진다는 해외의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물론 기업환경과 높은 상속세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하지만 이 문제는 가족기업의 실패를 20%밖에 설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후계자 준비 및 능력부족, 가족 간 갈등,
2024.04.08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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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이 대만에 준 선물, 반도체 강국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빌 게이츠의 ‘악몽 메모’는 유명합니다. 그는 현역에 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위협 요소들을 끝없이 메모했습니다.이 악몽 메모가 유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지요. 메모에는 ‘이런 악몽은 현실이다’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프닝이었습니다. 이 일이 일어난 해는 1991년. 빌 게이츠가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전성기였습니다.위기의식과 절박함은 성공한 경영자들의 공통점인가 봅니다. 요즘 가장 핫한 경영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의 명언이 있습니다. “우리가 폐업하기까지 30일 남았습니다.” 파괴와 혁신을 멈추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침은 간명했습니다. “걷지 말고 뛰어라.”2000년대 초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내건 슬로건은 ‘타도 도요타’였습니다. 그는 “내부에 안주하며 도전하려 않기 때문에 완전한 글로벌 기업이 되지 못한다. 적은 도요타 안에 있다”고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한경비즈니스>는 이번 주 반도체 시장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대만에 대해 다뤘습니다. 엔비디아, TSMC, AMD, SMCI 등 현재 시장을 움직이는 반도체 기업의 창업자나 CEO가 모두 대만인입니다.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인들도 잘났는데 왜 대만계만 뜰까. 이민도 보낼 만큼 보내고, 유학도 대만보다 더 많이 갔는데, 왜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한국인 창업자는 드물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한발 한발 찾아 들어가다 마주친 단어가 ‘절박함’이었습니다.우선 대만은 나라 자체
2024.04.01 07: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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