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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의 대유행, 각자도생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 [EDITOR's LETTER]
우리 몸에 있는 세포는 수십조 개에 달합니다. 세포들은 죽고 새로 나며 활발한 교체를 반복합니다. 다른 세포와 달리 교체가 활발하지 않은 세포가 뇌세포입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죽는 세포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얼마 전 후배들에게 식당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 거기 있잖어. 누구지 걔들이랑 같이 갔던 시내 음식점 거기 말이야.” 음식점 이름은 생각나지 않고 말은 해야겠고. 10년 전에 그들도 총명했습니다.“그 이혼당하고 제주도 가서 사는 영화”라고 했을 때 “아 건축학개론”이라고 알아듣던 녀석들. 이번엔 달랐습니다. “형 그게 노화의 증거래, ‘거시기할 때 거시기했던 그 거시기지?’란 표현하고 똑같잖어.”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싸가지 없는 $$, 답답한 건 난데. 너는 안 늙을 줄 아냐?’노화의 증거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현상. 글 쓰는 사람에게 치명적이지요. 고민하던 차에 귀에 확 꽂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달리기를 많이 하는 집단 가운데 뇌과학자들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달리기를 하면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라는 게 분비된다고 합니다. 이 물질 덕분에 새로운 해마와 뉴런의 생성과 연결이 일어나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뇌과학자들이 달리기를 하는 것은 BDNF를 얻기 위한 것”이란 말이 나온 배경입니다.관심을 갖자 주변에서 온통 달리기 얘기만 하는 듯했습니다.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사람을 찾기 어렵지 않았고, 좋은 연주를 위한 체력 유지가 필요해 달린다는 음악가 얘기도 들렸습니다. 한강뿐 아니라 대학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러닝크루들을 보며
2024.11.04 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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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계에 닥친 위기의 원인, 리더십의 실종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때로는 찬사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불안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 찬사가 쏟아지는 시점이 정점이 아닐까?’지난 8월 1일 세계은행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서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선진국이 되려면 투자, 기술 도입,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을 예로 들며 ‘성장 슈퍼스타’라고 추켜세웠습니다. 이어 “한국 경제 발전사는 개도국 정책 입안자의 ‘필독서’”라고 소개했지요.두 달 후인 10월 1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소프트파워 지수가 세계 1위를 기록했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상업성, 문화, 디지털, 교육, 세계 영향력, 제도 등 6개 주요 항목을 분석한 결과였습니다.이어진 노벨상 시즌에도 한국은 뜨거웠습니다. 노벨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수상한 것은 K컬처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이자 선진국에 제대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노벨경제학상에서도 한국은 주인공이었습니다. 수상자들은 남북한 경제발전의 격차는 제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며 한국을 예로 들었습니다.연이은 찬사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오늘의 찬사는 어제의 성공에 대한 보상일 뿐 오늘과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 ‘삼성 위기론’이 터져나왔습니다. 여기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세상의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유튜브에는 삼성전자 위기와 관련된 수백 개의 동영상이 떠돌아 다닙니다. 기자들도 낯설었던 삼성의 2인자는 블라인드나 젊은이들이 찾는 커뮤니티에서 익숙한 이름이
2024.10.28 08: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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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귀환에 대한 몇가지 생각[EDITOR's LETTER]
[EDITOR's LETTER]탄소·수소·산소·질소, 이 네 종류의 원소로만 이뤄진 분자는 도파민입니다. 이 분비물이 책과 독서를 얘기할 때도 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2022년 무더웠던 여름날. 책을 손에서 놓은 지 몇 개월째. 그날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녁을 먹고 가방을 가지러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시원했습니다. 에어컨의 힘. 집에 가기 싫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책을 집어들었습니다.100페이지가량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행복감이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지식이 전달되자 보상이라도 하듯 기쁨의 호르몬이 뇌에 살포되고 있다는 그 느낌. 나중에 알았습니다. 실제 그 시간 뇌에는 도파민이 왕창 분비됐다는 사실을. 그런 경험 때문일 겁니다.‘독파민’이라는 새로운 용어에 거부감이 전혀 없습니다. 책을 보면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말입니다. 몽테스키외는 이를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독서처럼 값싸고 영속적인 쾌락은 없다.”그렇다고 오래전부터 책을 좋아한 것은 아닙니다. 기자들은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할 때가 가장 똑똑하다고 합니다. 기자가 되면 책보다는 술과 가까워지며 뇌세포는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존경하는 컨설턴트들과 대화를 했습니다. 장소는 한 컨설턴트의 사무실.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장에는 책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지요. 책 사이사이에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습니다. 대화에서도 책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책에서 필요한 케이스를 찾아내 차곡차곡 뇌에, 그리고 메모장에 저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때 활용했습니다.컴퓨터 폴더에서 파일을 불러내듯 뇌에서 케이스를 불러냅니다.
2024.10.21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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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꿀오소리 같았던 한국 대기업 창업자들[EDITOR's LETTER]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동물이 있습니다. 큰 고양이 정도 크기지만 그 무모함은 비할 동물이 없습니다. 자신의 몇 배가 되는 사자, 하이에나, 들개 또는 그 무리와 만나도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길을 막는 동물이 있으면 무작정 달려듭니다. 물리고 채이고 밟혀도 ‘닥치고 공격’이 유일한 전략입니다. 길이 수미터의 비단뱀과 코끼리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동물은 벌꿀오소리입니다.거대한 발톱, 강한 턱, 질긴 가죽 그리고 ‘더러운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습니다. 벌꿀을 좋아하고 독사를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뱀에게 물리거나 독사를 먹어 죽은 줄 알고 보면 몇 시간 후 해독을 시킨 후 다시 돌아다닙니다.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란 프로그램에 벌꿀오소리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프로그램 중 유명 셰프(백수저)와 무명(?) 요리사(흑수저)가 요리 대결을 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백수저 한 사람이 지정되면 그와 겨루고 싶은 흑수저가 ‘내가 맞서 보겠다’고 달려 나옵니다. 여러 명이 자원하면 백수저가 상대를 결정합니다. 그중 한 흑수저가 백수저가 나올 때마다 계속 해보겠다고 덤벼들었습니다.3명의 백수저는 그를 거부했고 네 번째 지원해 맞대결이 성사됐습니다. ‘요리하는 돌아이’란 이름으로 출전한 흑수저는 자신을 “옆에 사자가 있어도 호랑이가 있어도 자기 갈 길 가는 벌꿀오소리처럼 유명 셰프한테 쫄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슐랭 1스타 등급을 받은 요리사와 경쟁했습니다.결과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심 그를 응원한
2024.10.14 0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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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 당신은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EDITOR's LETTER]
명동에 가면 외국인이 넘쳐납니다. 일본인이나 중국인만 보이던 2000년대와는 다릅니다. 국적도 피부 색깔도 다양합니다. 홍대앞, 연남동 풍경도 비슷합니다.대학 캠퍼스 곳곳에서는 다양한 외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음식점·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속초 중앙시장에서 막걸리빵을 파는 청년도, 농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도,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부도 외국인이 상당수입니다.공장지대에 외국인이 넘쳐난 지는 이미 오래됐습니다. “이삿짐은 몽골 사람이 옮기고, 가사도우미는 필리핀 사람이 하고, 속초 닭강정은 네팔 사람이 판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국가가 된 듯합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60만 명, 전체 인구의 5%를 넘어 다문화 사회로 들어섰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한국이 동남아 국가에는 ‘동경의 땅’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코리안드림이지요. 네팔이 대표적입니다. 수도 카트만두에만 한국어 학원이 800개가 넘고, 한국어 시험 응시자가 연 1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지자체 선거에서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생활한 사람 중 여러 명이 시장에 당선되며 코리아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고 현지인들은 전합니다. 네팔 언론들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한국보다 더 진지하게 보도합니다. 스리랑카에서는 한국어가 제2 외국어 시험과목입니다. 몽골에도 한국행을 원하는 청년들이 넘쳐나 현지어를 몰라도 여행이 가능할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에 7만~8만 명의 유학생을 보내놓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국이 인구감소에서 작년에 증가로 돌아선 것도 이들
2024.10.07 08: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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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먹는 나라에서 벗어나 개를 버리는 나라로?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 2022년 5월 눈부시게 맑은 날이었습니다. 늦은 저녁 집 앞은 은은한 꽃향기와 기분 좋은 봄바람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현관문을 열자 12년간 그랬던 것처럼 그 녀석은 문 앞까지 나와 꼬리를 흔들며 맞아줬습니다. 안고 입 맞추는 의례를 마치고 소파에 앉았습니다. 녀석도 옆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다른 날과 달랐습니다. 안아달라고도, 예뻐해달라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끄러미 꽤 긴 시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눈빛은 슬퍼 보였습니다. 녀석은 아마도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뇌병변으로 쓰러지고 병원을 오가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동안 온 식구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깊은 슬픔의 근원을. 인간과 개의 관계를 조금 공부한 후에야 헤어지는 게 이렇게 힘든 이유를 알 듯했습니다. 개는 인간이 최초로 사육한 동물입니다. 다른 동물과 달랐습니다. 인간이 잡아들여 사육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먼저 인간을 찾아왔습니다. 도태된 회색 늑대 무리가 먹이를 찾아 인간을 찾아왔고 인간은 그들에게 먹이를 줌으로써 수만 년 동행이 시작됐습니다. 그중 인간에게 친화력 있게 다가온 늑대가 개로 진화한 것이지요. 개들이 대부분 선한 눈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 아닌가 싶습니다. 먹이를 주자 개는 인간을 위해 일했습니다. 사냥도 돕고 농산물도 지키고 쥐도 잡았습니다. 그래서 개는 서양미술사에서 충절과 신뢰의 상징으로 종종 그림에 등장합니다.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갑자기 화려한 그림 한 점이 툭 튀어나옵니다. 1400년대에 그려진 얀 반 에
2024.09.30 07: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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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셰일혁명과 유럽의 몰락…한국의 미래는?[EDITOR's LETTER]
[EDITOR's LETTER]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셰일 혁명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린 에너지가 화두가 되고 있던 시기였기에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습니다. 당시 조 바이든, 카멜라 해리스 등도 부정적이었습니다.하지만 오바마는 유연했습니다. 미국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가 석유에서 나온다는 것을 간파하고, 셰일 혁명을 밀어붙였습니다.그 결과 미국은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1위 산유국이 됐습니다. 석유에서 자유로워지자 중동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수 있었고, 중국과 패권전쟁을 벌일 여력도 생겼습니다. 이외에도 셰일가스와 오일은 유가를 안정시켰고, 이는 미국 제조업 부활의 기반이 됐습니다.오바마가 이런 유연성을 기반으로 미국의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할 때 EU(유럽연합)는 반대로 갔습니다. 친환경 에너지에 더욱 집착했습니다. 그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100년만에 가장 뜨거운 올해 여름만 봐도 기후변화 대응은 미룰 수 없는 숙제인 것은 분명합니다.하지만 유럽은 대안이 없었습니다. 부족한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해야 했고,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자마자 유럽의 심장 독일부터 흔들렸습니다. 위기에 처하자 유럽은 다시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고 부활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도그마는 그렇게 유럽을 궁핍한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재정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헬리콥터 벤’이 등장했습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총재가 헬리콥터로 달러를 살포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2020년까지도 경제회복을 위해 금리를 크게 올리지 않았지요. 코로나19가 터지
2024.09.23 0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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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생, 그들은 은퇴하지 않는다[EDITOR's LETTER]
[EDITOR's LETTER]그들이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 반에는 70명이 공부했습니다. 겨울에는 해가 질 무렵 등교하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3부제 수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점심 시간 운동장은 새까매졌습니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축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공은 단 3개. 그래도 공을 찾아 골을 넣었습니다.대부분 가난했습니다. 놀거리도 별로 없었습니다. 돈 안 드는 놀이를 배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놀았습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그들에게는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삶이었기 때문입니다.중학생 시절은 까까머리에 까만 교복을 입고 보냈습니다. 선생님들의 구타는 일상이었지요. 그래도 윗세대와 달리 트로트와 가요에서 벗어나 팝송이란 걸 듣는 아이들도 꽤 있었습니다.고등학교때도 나름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대학도 적었고 대학 진학률도 30%대밖에 안 됐습니다. 하지만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 할 만했습니다. 애초에 대학 갈 생각이 없던 친구들도 많았고, 공부 잘하는 일부는 일찌감치 상위권 상고와 공고로 빠진 이유도 있습니다.대학 때는 데모 한번 안 해본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 대학생의 본분이라고 느꼈을까. ‘민중과 지식인’은 필독서였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시위 때는 주역이었습니다. 국민들이 독재정권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 그들은 취업전선에 나섰습니다.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기였습니다. 인력 수요도 많았습니다. 1988년 건강보험공단은 반기에 대졸 직원을 5000명씩 뽑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에 합격했다고 하면 “뭐하러 그런 데를 가냐”고 하던 시절이
2024.09.09 07: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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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총재의 대입 지역할당제 주장이 반가운 이유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미국 노년층은 1950년대를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80년대에 대해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하는 장년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미국 모두 오늘이 그때보다 훨씬 풍족합니다. 그런데 왜 못살던 시절을 그리워할까. 집단적으로 기억 왜곡 현상인 무드셀라증후군에 걸린 것일까요. 과거를 기억할 때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현상 말입니다.어쩌면 당시가 지금보다 더 평등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도 계층 간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가난했지만 다같이 잘살아 보려고 했었습니다.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또 다른 이유로 SNS를 꼽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끔은 타인의 SNS를 보고 자신의 처지와 비교합니다. ‘다들 잘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비교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SNS에서 보는 것은 타인의 편집된 삶입니다. 남편 또는 아내와 싸웠다고, 애들 대학 떨어져 재수한다고, 여행 중 동반자와 싸워 손절 직전까지 갔다고 SNS에 올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스타에는 멋진 장소, 좋은 일들만 넘쳐납니다.물론 이런 타인과의 비교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때가 있었습니다. 강원도 춘천 서면에 ‘박사마을’이란 곳이 있습니다. 가난한 서면 사람들은 강 건너 부자 마을에 과일, 민물고기 등을 팔아서 생활했습니다. 1960년대 그들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자식 교육에 투자했습니다. 악착같이 일해 아이들을 명문대에 보냈고 박사를 만들었습니다. 단위 면적당 박사가 가장 많이 나온 동네라 ‘박사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
2024.09.02 08: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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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에 실패하는 5가지 부류의 사람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너만 알고 있어. 그 주식 좋대.”참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물론 진실은 다릅니다. 여의도에서 ‘너만 알고 있어’란 말이 나오면 최소한 1000명은 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말만 들으면서 홀라당 주식을 사버리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몇 년 전 후배들이 이들을 ‘경이로운 소문형’이라고 분류했습니다. 이렇게 투자해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다음은 카지노형. 연 10% 수익률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이들입니다. 하루 10%면 모를까. 한 방에 팔자 고칠 주식을 찾아 헤맵니다. 하지만 손절에 손절을 거듭하다 팔자를 고치는 게 아니라 투자금의 앞자리가 계속 바뀌곤 합니다. 팔고 나면 오르는 호구형도 있습니다. 주식을 사고 일주일, 길면 한 달 기다려보다 떨어지면 냅다 던져버리지요.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 팔 때 얘기해 줘.” 이 밖에 나름 공부도 하고 대화할 때 아는 체는 하지만 실제 수익은 거의 내지 못하는 방구석 매니저형도 있습니다.종합하면 주식으로 큰돈 번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벌기는커녕 퇴직금 중간정산한 돈까지 작전주에 들어가서 14일 하한가를 맞고 손 끊은 친구, 빚내서 투자했지만 물려 팔지도 못하는 타의에 의한 ‘존버’를 하는 친구도 봤습니다.이들과 비교하는 게 이상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모니시 파브라이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뭐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1990년대 초 그는 IT 컨설팅 업체를 차려 100만 달러 정도를 벌었습니다. 어느 날 공항에 앉아 워런 버핏의 책을 읽었습니다. 수십 년간 연평균 30%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에 감동받았습니다.그는
2024.08.26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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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배회하는 쌍팔년도식 유령[EDITOR's LETTER]
‘쌍팔년도’란 말이 있습니다. 1988년이라고 많이 얘기하지만 실은 단기 4288년, 즉 1955년을 말합니다. 그래서 1970년대 소설에도 쌍팔년도란 표현이 등장합니다. 지금은 그냥 ‘오래된 관습이나 시스템’을 말할 때 “쌍팔년도식이네”라고 하면 다 알아듣습니다.요즘 한국 사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쌍팔년도란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 사회의 곳곳이 수명을 다한 구시대적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최근 논란을 일으킨 한국배드민턴협회 등 스포츠 협회가 대표적입니다. ‘선수보호’보다는 협회의 이익, 자유로운 경쟁보다는 상명하복, 실력보다는 관계가 중시되는 시스템이 드러났습니다. 새로운 세대와 어울리지 않는 ‘88 올림픽’을 겨냥해 만들어진 시스템은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세영이 이를 터뜨린 것이지요.또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 쪽도 한번 볼까요. 누차 얘기했듯 한국이 자랑하는 건강보험은 1977년 시스템입니다. 정부가 의료보험은 도입하기로 했는데 국가에는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민간의료를 공공보험 체제로 끌어들이는 편법으로 시작한 시스템입니다.1998년과 2000년 직장과 지역의료보험을 통합하면서 그럴듯한 외양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공공병원, 공공의료의 역할은 크게 확대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77년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의 의식 속에는 이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박혀 있습니다.그런 의사들에게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폭탄을 던져버렸습니다. 의사들은 반발했고 의료붕괴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수가인상 등을 통해 민간으로부터 빌려쓰는 시스템에 대한 개
2024.08.19 06: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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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저씨와 키다리 아저씨 그리고 올림픽[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처음부터 개저씨가 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냥 애들이 좀 아프다고 해도 정신력으로 버티라고 했을 뿐입니다. 요즘 애들이 엄살이 좀 심하잖아요.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출장 갈 때 젊으니까 좀 불편한 좌석에 타고 가게 하는 거고요. 나이 든 사람들은 좀 편안하게 오고 가고 그런 거지요. 사람 쓸 때도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이 더 편하고 효율적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정성평가를 하는 거고요. 실력보다 윗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게 많거든요.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요? 실무자들이 책임져야지요. 그런 일로 윗사람 문책하면 윗사람이 일을 못해요. 그 문제로 애들하고 일일이 말싸움해서 뭐하겠어요. 부딪치기 싫어서 다른 교통편 이용하는 거고요.파리 올림픽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며 개저씨를 떠올렸습니다. 기대치 않았던 많은 메달로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준 젊은이들, 기뻐할 사이도 없이 염장을 지르는 각종 협회의 아저씨들.이 파장이 생각보다 큰 것은 개저씨 프레임과 연관돼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흑수저론까지 한국 젊은이들을 지배하고 있던 정서는 ‘체념’이었습니다.하지만 대략 8, 9년 전 개저씨란 단어가 등장한 이후 그 정서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이브와 민희진 사태에서도 개저씨 프레임이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배경입니다.부상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딴 22세 젊은이와 그를 메달 사냥의 도구 취급하며 비즈니스석을 타고 돌아다닌 아저씨들. 사실관계가 약간은 달라질 수 있어도 이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는 사건입니다.그러나 양궁을 돌아보면 세상이 꼭 그
2024.08.10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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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징후를 모두 무시한 티메프 사태, 책임자는 누구일까[EDITOR's LETTER]
[EDITOR's LETTER]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경쟁했습니다. 초기 전문가 대부분은 힐러리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징후는 뜻밖의 곳에서 포착됐습니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은 그해 5월 한 콘퍼런스에서 “최근 15년간 백인 45세에서 55세 저학력층 사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겹친다”고 발표합니다. 사망 원인은 과거 우범지대 흑인들을 묘사할 때 등장했던 스트레스, 비만, 약물중독 등이었습니다. 일각에서 이는 히스패닉 등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민주당 지지자인 블루컬러 노동자들이 “구해달라”고 보내는 구조신호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하지만 힐러리는 이 신호를 무시했습니다. 러스트벨트 가운데 한 곳인 위스콘신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힐러리는 위스콘신을 비롯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러스트벨트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대통령 자리는 트럼프 차지였습니다.징후를 무시한 또 다른 예는 챌린저호 폭발 사건입니다. 1987년 발생한 이 사고로 미국 우주비행사 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발사 전 엔지니어들은 과거 통계를 근거로 발사를 반대했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안전장치가 이상을 일으킨다는 통계가 있었지만 NASA는 이를 무시하고 발사를 강행하고 비극을 자초했습니다.국내에서 1997년 말 터진 IMF 외환위기 때도 온갖 경고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연초부터 한보그룹, 기아자동차가 부도가 나고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달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노무라증권도 “비상벨이 울린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2024.08.05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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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미국 대선, 사라진 한국 외교[EDITOR's LETTER]
미국은 올해 7월 2주 연속 역사적인 주말을 경험했습니다. 첫째주 전직 대통령은 암살 직전까지 갔다 살아 돌아왔고, 일주일 후 현직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재선을 포기하고 반세기 정치 경력을 마감했습니다. 불행과 불운으로 보이는 두 개의 역사적 주말에 대한 양당 지지자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한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환희(exultance).” 순교(?)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은 급등했습니다. 공화당은 하나로 뭉쳤고, 지지자들의 분노는 이내 환호로 바뀌었습니다. 상대방도 비슷했습니다.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자 민주당 지지자들의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흥분은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정치자금 세례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해리스와 트럼프는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습니다. 역동성이란 단어가 빅테크가 이끄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도 미국의 차지가 된 듯합니다. 이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1945년 이후 지속된 미국 중심 자본주의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일까, 아니면 미국 중심 자본주의 시즌2를 알리는 것일까. 궁금증은 깊어갑니다. 한국인들이 미국 대선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과거 대부분의 시선은 외교·국방 문제에 머물렀습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때 약간 다른 차원의 환희를 느낀 것을 제외하면 사실 남의 일이었습니다.이번엔 다릅니다. 미국인들의 분노와 절망이 기쁨과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마다 시장이 요동쳤습니다.국내 수많은 투자자들은 무슨 자산을 들고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엔
2024.07.28 0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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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모여드는 나라, 빠져나가는 나라[EDITOR's LETTER]
[EDITOR's LETTER]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입니다. 미술 시간에 배운 원근법을 발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피렌체의 상징인 유명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두오모 성당의 아름다운 지붕을 완성한 것으로 더 유명합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무대가 되는 곳, 이탈리아 여행의 필수 방문지입니다. 그가 이 건축물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만든 빛나는 요소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1401년 피렌체시는 흑사병 퇴치를 기념하기 위해 산 조반니 세례당 청동문을 제작하기로 합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경쟁입찰을 진행합니다. 브루넬레스키도 참여했습니다. 뛰어난 작품성임에도 경쟁자인 로렌초 기베르티에게 밀리고 말았습니다. 기베르티가 제작한 이 세례당 청동문에 대해 미켈란젤로는 “천국의 문”이라고 극찬했지요.경쟁에서 밀린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유학을 떠납니다. 로마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피렌체로 돌아온 그에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옵니다. 100년 넘게 지붕이 없던 두오모 성당을 완공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심사위원들은 공정한 심사를 거쳐 브루넬레스키에게 이 공사를 맡깁니다. 한 영화에는 브루넬레스키가 날 계란을 깨서 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두오모 성당의 큰 돔을 어떻게 올릴지 원리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 아래 브루넬레스키는 1437년 피렌체의 상징을 완성합니다.천재들의 공정한 경쟁, 패자부활의 기회,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 최대의 후원자인 메디치 가문까지. 당시 피렌체가 갖고 있던 이 보이지 않는 시스템은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기반이 됐습니다.이 시스템이 왠지 낯익지 않으신지요. 그렇습
2024.07.24 13: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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