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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로테스크한 겨울을 보내며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반 고흐, 카라바조. 알 만한 이름들입니다. 카라바조가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3대 화가로 꼽히는 유명 화가입니다. 이들로 인해 지난겨울은 기대감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위대한 화가들의 전시회가 서울에서 동시에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클림트와 고흐, 카라바조가 동시에 서울에 오다니…’라는 생각만으로도 약간의 떨림이 있었습니다.유럽에 가면 한 작품, 한 작품을 보기 위해 도시를 옮겨 다녀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그림들. 이를 한 도시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서울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수조원어치에 달하는 그림을 보유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아무 도시에나 그림을 전시하도록 내주지는 않습니다.그 즈음 나가본 명동 거리. 관광객들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관심받는 도시가 된 서울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전성기 때 홍콩의 느낌이랄까. 그 풍요로울 것 같았던 겨울은 작년 12월 3일 밤,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습니다. 시대착오적이며 여당도 국무위원들도 대부분 반대한 계엄령이 터졌습니다. 이후 대통령은 조사도 거부하고 총 든 경호원을 앞세워 구인을 막았습니다. 국민들은 이를 생중계로 봐야했습니다. 현재 대통령은 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형사 법정과 탄핵심판대에 서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률 추락에 대한 경고는 이어졌고, 계엄령 이후 자영업자들은 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또 한국 경제의 심장과 같은 삼성전자의 부진에 대한 우려의

    2025.02.24 07:00:08

    그로테스크한 겨울을 보내며 [EDITOR's LETTER]
  • 경제에 울리는 경고음을 무시한 비극적 결과는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연애편지를 써본 기억이 있으십니까. 이메일이나 메신저가 없던 시절 편지는 중요한 통신 수단이었습니다. 집집마다 우체통이 있던 그 시절. 한 청년이 좋아하는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연애편지를 썼습니다. 대략 400통 정도.편지를 받은 여성은 결국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상대자는 편지를 쓴 청년이 아니었습니다. 편지를 배달한 집배원이었습니다. 심리학 용어인 ‘단순 노출 효과’를 설명할 때 쓰이는 에피소드입니다. 많이 보면 좋고 가까운 감정이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파리의 흉물이었던 에펠탑이 사랑받는 랜드마크가 된 ‘에펠탑 효과’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이와 달리 폭력 등 문제적 장면을 계속 접하다 보면 감각이 무뎌지는 심리학 용어는 ‘탈감각화’입니다. 개구리를 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고통을 못 느끼고 삶아진다는 ‘끓는 물속 개구리 효과’도 비슷합니다. 이외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 등이 무뎌진 감각이 가져다주는 참혹함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신체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경보장치가 있어 치료가 가능합니다. 몸에 문제가 발생하면 당장 불편하니 병원을 찾아갑니다. 이와 달리 정신적 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기에 더 무서운 증상입니다. 어느 순간 문제적 현상과 부조리를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 사회의 몇 가지 지표를 보면 사회적 감각이 마비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몇 해 전만 해도 가로수길이나 종로에 붙어 있는 ‘임대’ 안내문은 충격이었습니다. 적막한 경

    2025.02.17 08:50:42

    경제에 울리는 경고음을 무시한 비극적 결과는 [EDITOR's LETTER]
  • 딥시크 쇼크, 드러난 IT 강국 한국의 수준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우린 계속 뛰어야 한다.” 인기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 나온 대사입니다. 극중 의사들은 계속 달립니다. 뛰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쳐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와 극적 요소, 직업윤리와 소명의식까지 갖춘 주인공 등을 감안하면 이 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끈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아이러니하게 이 시기 국내에서는 중증외상 전문의를 양성하는 중증외상수련센터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예산이 삭감된 영향입니다. 서울시도 나서고 여야가 추경예산을 편성할 때 해당 예산을 살린다고 하니 지켜볼 일입니다.국내에서 벌어지는 일만 해도 버거운 요즘, 해외에서도 충격적인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관세맨’ 트럼프는 돌아오자마자 관세란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습니다. 적국도 우방국도 가리지 않고 뭔가를 뜯어내고 있습니다. 그 칼날이 한국으로 향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설 연휴를 강타했던 또 다른 이벤트는 ‘딥시크 쇼크’입니다. 미국이 독주할 것만 같은 인공지능(AI) 판에 중국이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을 먼저 쏘아올린 충격과 비슷하다고 해서 ‘제2의 스푸트니크 쇼크’라는 말도 나옵니다.딥시크 쇼크에 대한 국내 반응은 미묘합니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범용 AI 시장은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뒤처져도 크게 나무라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왜? 미국이니까.그러나 중국이 치고 나오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언제 중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일까. 물론 일부는 외면합니다. 왜? 중국이니까. ‘베꼈겠지&rsquo

    2025.02.10 08:06:59

    딥시크 쇼크, 드러난 IT 강국 한국의 수준 [EDITOR's LETTER]
  • 삼성전자가 놓친 이건희의 경영지침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시계 산업은 초기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정밀 산업이었다. 그러나 디지털화되면서 양산 조립업으로 변했다. 이후 패션업으로 변모했고 최근에는 보석 산업에 가깝게 됐다.”30년 전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업의 본질에 대해 말하며 시계 산업 예를 들었습니다. 업의 본질을 알아야 승부처를 찾아낼 수 있고, 같은 산업도 시대에 따라 본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쉼없이 그 본질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얘기였습니다.지난해부터 삼성전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옵니다. “재벌 걱정이 가장 부질없는 짓”이라고 했지만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의 위기이기에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을 통해 현재 삼성 반도체의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업의 본질’은 현재를 설명하기에 딱 맞습니다.엔비디아가 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가 되고, 퀄컴은 반도체의 상징이었던 인텔 인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퀄컴은 공장이 없는 회사입니다. 반도체 패권 경쟁의 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갔다는 뜻입니다.삼성은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명함도 못 내밀고 있습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급속히 떨어지는 이유입니다.다음은 수주산업에 대한 이건희의 말입니다. “수주업은 자기가 먹던 감이라도 내어줘야 한다.”입에 있는 것이라도 내주는 ‘을’의 자세가 있어야 수주를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삼성이 100조원을 투입했다는 파운드리 산업의 본질은 수주업입니다. 기술력 중심인 메모리 반도체와는 완전히 다릅니다.일감을 얻으려면 자세를 낮추고, 고객이

    2025.02.03 08:21:56

    삼성전자가 놓친 이건희의 경영지침 [EDITOR's LETTER]
  • 더 강해진 트럼프, 거래의 기술로 본 시나리오[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세계경제 무대를 누비는 사람들은 협상 테이블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까지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끝까지 싸우는 그런 전투적이고,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투사’들이다. 미국에 필요한 사람은 이런 사람들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트럼프가 미국 47대 대통령에 취임합니다. 전 세계는 그를 경계합니다.그가 벌일 관세 전쟁은 지극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취임 전 느닷없이 덴마크 땅인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했습니다. 2019년 그가 그린란드를 얘기했을 때는 그냥 해보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또 하는 걸 보니 진심인 듯합니다.평화롭게 운영되고 있는 파나마운하도 미국이 가져야겠다고 했습니다. 덴마크와 파나마 국민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싶습니다. 하긴 지난 임기 때 갑자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북한에 보내고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날 때 우리도 이게 뭔 일인가 싶었습니다.돌아온 트럼프는 더 강해졌습니다. 사상적으로 무장한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 등 기업인들이 그를 뒷받침하고 충성스러운 협상 전문가들을 내각에 포진시켰습니다. 우방이란 단어는 그의 사전에 없습니다.한국에는 무엇을 요구할까? 당연히 방위비를 대폭 올려달라고 할 것입니다.트럼프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큰 거래가 성사되도록 만드는 유능한 협상가일 뿐이다.” 그는 곧 협상하자고 달려들 것입니다.어떻게 할 것인가.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렛대를 사용하라. 남이 갖고 있지 않은

    2025.01.20 08:04:51

    더 강해진 트럼프, 거래의 기술로 본 시나리오[EDITOR's LETTER]
  • 위기가 온다, 빌런이 아니라 리더가 필요하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정치 권력은 모든 사람이 자연 상태에서 가지는 권력을 사회에 양도한 것이다.”근대의 시작을 알린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 중 일부입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탄생, 그리고 그들의 ‘권한 위임’은 현대 모든 조직의 기초가 됐습니다. 근대 이전 왕이나 영주가 갖고 있던 절대권력과 다른 점입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들로부터, 기업의 CEO와 임원은 주주·직원·고객 등으로부터 결정권을 위임받은 것이지요.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권력이 위임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듯합니다. 위임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편의상 리더로 표현하겠습니다.2025년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리더가 중요한 시간을 맞았습니다. 높아지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배에서 큰 파도가 밀려오면 선원들은 파도가 아니라 선장을 쳐다본다’고 합니다. 선장의 표정에서 자신의 운명을 읽는 것이지요. 직장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들은 벌써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습니다. 올해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회사의 CEO, 임원, 부서장 등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위기는 시스템으로 극복된 사례가 없습니다. 사람만이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어느 때보다 절절히 느끼는 문제를 너무 길게 얘기했네요.얼마 전 대기업 임원이 된 후배가 찾아왔습니다. 이 친구는 “형 내가 임원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뭘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순간 ‘아 이거 내 전공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줄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읽은 짐 콜린스의 ‘좋은 리더를 넘어 위대한 리더로’란 책의 도움도

    2025.01.13 11:53:26

    위기가 온다, 빌런이 아니라 리더가 필요하다 [EDITOR's LETTER]
  • 공감능력 없는 컨트롤타워 없는 게 낫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늦게나마 지면을 빌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유가족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위로의 말조차 생각나지 않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사연은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 것 같았습니다. 트라우마를 또 쌓을까 겁도 났습니다.지금도 사우나를 가면 냉탕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2014년 차가운 바다에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남긴 메시지가 떠오르고, 고통이 전달되는 것 같아서입니다. 이태원을 가도 그 골목 앞은 여간해서는 지나가지 않습니다. 취업준비를 위해 찍은 사진이 영정사진이 된 장면이 생각나 온몸에 힘이 빠집니다. 비행기 사고의 희박한 가능성을 통계로 얘기했던 경박했던 자신을 탓해 보기도 합니다. 피하려 해도 이번 항공기 사고는 한국 사회에 또 다른 트라우마를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새해의 기분도 느껴지지 않는 2025년 1월입니다. 일상이란 게 이토록 소중했나 싶습니다. K팝과 K드라마의 성공비결을 얘기하고, 세계화의 미래를 논하고, 푸바오의 애교를 보며 잠들던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집니다. 결식아동을 위해 “눈치 보지 말고, 금액에 상관없이 먹고, 나갈 때 미소 한번 지어주고, 매일 와도 괜찮다”고 써붙여 놨던 파스타 가게 주인 얘기를 기사로 쓰며 눈시울이 불거졌던 때도 기억납니다. 후배들과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트렌드에 대해 얘기하고, 톡톡 튀는 커버스토리로 써보면 어떨까 토론했던 날들도 많았습니다.이런 일상을 모두 뺐기고 지난 12월과 1월 초를 보냈습니다. 누가 ‘비교적’ 평화롭던 일상을 빼앗아 갔는지는 새삼스럽게 얘기할 필요가 없을 듯

    2025.01.06 07:00:04

    공감능력 없는 컨트롤타워 없는 게 낫다 [EDITOR's LETTER]
  •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와 리더십이라는 돌연변이를 기다리며[2025키워드, 한국인①]

    [신년기획 커버스토리 : 2025 위기극복 키워드 '한국인' ①][편집자주]1987년부터 10년 간격으로 한국 사회는 크게 흔들렸다. 큰 사회적 변혁기이거나 국가적 재난의 시기였다. 이를 극복한 원동력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나선 이름 없는 시민들이었다. 누군가는 이들을 보며 ‘의병(義兵)’이란 단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영어로는 제대로 번역할 단어도 없는 의병. ‘army raised in the cause of justice’로 번역해봐야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는다. 그들의 세계에는 없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한국 사회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현장에 등장했다. 임무가 끝나면 묵묵히 삶의 현장으로 돌아갔다. 2025년은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고 한다. 올해도 위기에 강한 한국인 DNA가 발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각목과 화염병, 최루탄과 곤봉이 난무하는 시가지. 1980년대와 1990년대 외국인들은 한국이라고 하면 이런 장면을 떠올렸다. 이뿐 아니었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까지 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였다. 내부적으로는 정치와 사회는 불안정했다. 경제는 매년 10% 가까이 성장했지만 정치와 사회체제의 변화는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은 이 속도의 차이가 균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제적 성장은 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부채질했다. 대학생이 앞장서고, 넥타이 부대가 함께하며 ‘대통령 직선제’를 스스로 얻어냈다. 결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주의는 불완전했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10년 후인 1997년 한국 경제는

    2025.01.01 06:50:02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와 리더십이라는 돌연변이를 기다리며[2025키워드, 한국인①]
  • 과거와 미래가 충돌한 2024년을 보내며[EDITOR's LETTER]

    [EDITOR's LETTER]현재는 과거와 미래가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과거는 변하지 않기 위해 저항하고, 미래는 자신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투쟁합니다. 현재가 항상 마찰과 갈등으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갈등이 극대화되는 지점은 무모한 과거형 사고가 현재의 시계마저 거꾸로 돌리려 할 때입니다. 때로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현재가 과거를 소환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2024년이 한국 사회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서 어떻게 부딪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정치는 과거가 지배했습니다. 1월에 벌어진 사건들은 12월을 예견한 묵시록 같았습니다. 야당 대표는 흉기에 습격당했고,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도 시작됐습니다. 대통령 부인이 관심을 기울였다는 개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1월입니다. 야당 정치인 테러, 권위주의적 정부, 대통령 부인의 국정 개입 등은 과거의 표식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양당은 포퓰리즘적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정부가 선거용으로 내놓은 의대 2000명 증원은 근거도 없었지만 한국 의료의 퇴행을 가져오는 데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등을 숨기려 했던 행태까지 더해져 4월 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습니다. 9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명태균 게이트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렸습니다. 대통령과 야당은 대화라는 미래적 방식이 아니라 거부권과 관료 탄핵이라는 과거형 무기를 각각 20여 차례씩 행사하며 맞부딪쳤습니다. 한국 정치가 과거 속을 헤매고 있을 때 세계의 시계는 과거와 미래를 자유롭게 오가며 대한민국을

    2024.12.23 08:23:28

    과거와 미래가 충돌한 2024년을 보내며[EDITOR's LETTER]
  • 한국 사회에 남겨진 세 가지 상처, 그리고 희망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한순간에 나라가 쑥대밭이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초현실적이라고 해야 할지,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괴담은 상당수가 현실이었다는 점을 간과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그 비용은 어마어마 합니다. 단순히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한국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 말입니다.한 조사 결과를 본 적 있습니다. 군비 축소를 발표하면 벌어지는 일입니다. 물리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지만 군인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10% 정도의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는 결과였습니다. 이번 사태로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한국은 분단국가입니다. 군대는 평화를 지키는 자산입니다. 이번 사태의 주범은 군 최고통수권자였습니다. 군 면제에 부대 ‘열중 쉬어’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별 중의 별 국방부 장관은 내란의 모든 것을 주도했고 수십 개의 별들이 내란 피의자로 낙인찍혔습니다. 그들이 국회에 끌려 나와 눈물을 짜는 광경도 전 국민이 목격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젊은 직업 군인들은 어땠을까. 그들은 꿈이 빼앗긴 순간이었습니다.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적군에게 치명타를 안겨야 하는 암살 부대가 국회의원들을 잡기 위해 투입됐습니다. 참수 부대장이 양심선언을 하며 공개해서는 안 될 얼굴까지 드러냈습니다. 비상시 전쟁 지휘부가 될 비밀 벙커의 위치와 구조도 까버렸습니다.5·18 이후 계엄군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벗으려 했던 공수부대 또한 수십 년 쌓은 탑을 한꺼번에 무너뜨렸습니다. 국회에 투입된 젊은 군인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상처 난 군을 재정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

    2024.12.14 07:00:05

    한국 사회에 남겨진 세 가지 상처, 그리고 희망들 [EDITOR's LETTER]
  • 한덕수·최상목·추경호,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문화가 반드시 우리의 운명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우리의 운명이다.”김대중 전 대통령(DJ)이 한 말입니다. 그는 1994년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와 유명한 ‘아시아적 가치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해 봄 리 총리는 미국 정치학술지 포린어페어스와 인터뷰했습니다. ‘문화는 숙명이다’라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그는 “민주주의는 서구의 문화적 토대에서 발전했다. 아시아의 문화적 특수성에 비춰보면 서구적 민주주의는 동아시아에 부적합하다”고 했습니다.야인이었던 DJ는 이에 대한 반론을 겨울호에 게재했습니다. “민주주의에 가장 큰 장애 요소는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지도자들과 변명을 하려는 이들의 저항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동시에 도입한 나라는 부유를 누리는 반면, 민주주의는 빼고 자본주의만 채택한 남미 국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운명이다”라고 했습니다.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보며 이 말을 떠올렸습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도 아니고 허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정치제도 가운데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듭니다.민주주의가 왜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했을까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아마도 민주주의가 정치의 시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입니다.정치 시장에서 상품은 후보자와 정책입니다. 득표율과 지지율은 시장점유율이라고 보면 됩니다. 상품성을 내세워 소비자와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원리도 같습니다.지난 총선 때

    2024.12.06 06:00:09

    한덕수·최상목·추경호,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EDITOR's LETTER]
  • 회장직은 승계할 수 있지만 신뢰는 승계할 수 없다[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오늘 나는 내 자식을 신뢰하지만 내일도 신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캄프라드 가문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케아가 계속되어야 한다.”이케아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한 말입니다. 오너도 실력을 입증해야 CEO에 오르는 북유럽식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는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기업승계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가족기업이 많은 유럽에서 2대로 가면 30%가 생존하고 3대에는 14% 정도밖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니까요.한국에서는 어느새 오너 3, 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1980년, 1990년대생들이 임원 또는 대표로 책임을 맡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전 세대 경영자들과는 좀 다른 듯합니다. 과거를 잠시 돌아볼까요.한국의 1세대 창업자들의 동기는 결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주영 현대 창업자는 가난이 싫어서 소 한 마리를 훔쳐 무작정 가출한 것을 계기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제조업을 시작한 것도 결핍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제조업이 없으면 영원히 후진국에 머물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제일제당을 세워 제조업에 진출했습니다. 무언가 부족한 상태를 채우려는 동기가 이들을 기업가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작은 결핍이 해소된 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했고 격차, 즉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했습니다.이를 물려받은 2세대에 주어진 미션은 추격이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경쟁의 무대는 세계가 됐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앞에는 내로라하는 미국, 일본, 독일 기업들이 즐비했습니다.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뿐 아니라 다른

    2024.12.02 10:04:10

    회장직은 승계할 수 있지만 신뢰는 승계할 수 없다[EDITOR's LETTER]
  • 3인의 민족변호사와 변호사업의 본질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변호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정서는 엇갈립니다. 좋아하는 사람 반, 욕하는 사람 반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국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변호사를 나쁘게 그린 작품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처음에 악인처럼 등장해도 종국에는 정의의 편에 서는 서사가 만들어집니다.“문화는 대중의 욕망을 투영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명제에 비춰보면 한국인들의 변호사에 대한 코드는 여전히 ‘키다리 아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능력을 기반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물론 일관되게 정의롭게 그려지는 것 자체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간극을 보여준다는 반론도 일리 있습니다.궁금해졌습니다. 한국에서 변호사의 기원 혹은 원형은 무엇이길래 이런 코드가 자리 잡았을까. 현대사에서 존경받는 변호사들 이전에는 어떤 변호사들이 있었을까.한국의 변호사 제도는 1905년 대한제국 변호사법이 공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1907년 첫 변호사 시험이 치러졌습니다.1호 변호사는 허헌이었습니다. 한 논문에는 “1908년 허헌 변호사가 시장의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판사와 법적 다툼을 벌인 일화는 바람직한 변호사의 표상을 제시한다”고 서술돼 있습니다. 대한민국 변호사의 원형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변호사들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표현입니다. 허헌 변호사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만해 한용운 선생과의 일화도 갖고 있습니다.1930년 만해와 허헌은 항일 민중대회 모의 혐의로 유치장에 함께 갇혔습니다. 만해는 변론도 받지 않고 보석도 거부하는 강경파였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상남자 스타일이었습니

    2024.11.26 09:10:31

    3인의 민족변호사와 변호사업의 본질 [EDITOR's LETTER]
  • 리더십 붕괴와 또다시 각자도생 [EDITOR's LETTER]

      연말이면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궁금해합니다. 쏟아져 나오는 트렌드 서적, 경제 전망서를 한 권이라도 읽지 않으면 뭔가 뒤처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올해도 그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과거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입니다. 새해를 맞는 흥분은 없습니다. 시대를 꿰뚫는 새로운 단어도 없습니다. 소비와 사회 트렌드 모두 경제 상황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그만큼 쉽지 않은 2025년을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는 말 그대로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대중들의 동물적 감각은 벌써 이 혼돈의 시간을 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의 핵심 키워드는 리더십의 동시적 붕괴로 표현해도 될 듯합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자유진영의 수호자였고 리더였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은 리더의 자리를 내던질 것 같습니다. ‘America first’를 넘어 ‘America only’가 그의 정체성을 표현합니다. 여파는 간단치 않습니다. 한국 시장은 그의 당선 직후부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환율은 상승하고 주가는 하락 중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엔솔 등 대표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관세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계획도, 대만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적 감정도 모두 한국에는 악재입니다. 조선업, 방위산업, 원전 정도가 버텨줘도 그 위력이 아직은 미미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 리스크 인덱스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나라가 큰 타격을 받을지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이런 현상은 기존 질서의 파괴자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트럼피즘과

    2024.11.18 08:31:13

    리더십 붕괴와 또다시 각자도생 [EDITOR's LETTER]
  • 트럼프의 컴백, 집토끼는 계속 집에 머물지 않는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1960년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에서는 리처드 닉슨이, 민주당에서는 존 F 케네디가 출마했습니다. 여당 후보 닉슨의 당선이 유력했습니다. 미국 선거 역사상 처음 TV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 전날 닉슨은 정책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반면 케네디는 상당한 시간을 피부를 검게 그을리는 ‘선탠’에 썼습니다. 새로운 미디어인 TV를 통해 젊고 강한 인상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유권자들은 닉슨의 손을 들어줬지만 TV를 본 미국인들은 케네디에 환호했습니다. TV로 토론을 본 사람이 훨씬 많았고 케네디는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이미지 전술의 승리였습니다.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이기고 당선됐습니다. 1960년 케네디의 선거전략을 떠올린 것은 트럼프의 이미지 메이킹이 해리스를 압도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7월 총격을 받고 성조기를 배경으로 피를 흘리며 손을 치켜든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이에 더해 그 이면에 지지층과 텃밭 지역이 바뀌는 거대한 꿈틀거림도 닮아 있었습니다.1960년 선거는 민주당 텃밭이었던 남부에서 지지층이 이탈하고 북동부가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층으로 편입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계속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층인 노동자와 미국 사회에 정착한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이 등을 돌렸습니다. 경합주인 러스트벨트 지역을 트럼프가 모두 가져간 것도 그 영향입니다. “집토끼는 계속 집에 머물지 않는다.”궁금증은 남았습니다. 바

    2024.11.09 07:56:09

    트럼프의 컴백, 집토끼는 계속 집에 머물지 않는다 [EDITOR's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