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보스가 아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시대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이나모리 가즈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교세라 창업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10살 때 집에서 불이 났고, 그 영향인지 결핵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공부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가고 싶던 의대 진학에 실패하고 가고시마대 공대에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 대기업 취업에 실패하고 중소기업에 입사했습니다. 한마디로 결핍투성이였습니다.하지만 그는 이 결핍을 모두 긍정의 에너지로 바꿔놨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몸을 함부로 굴리지 않았으며,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인맥 대신 실력으로 승부했습니다. 창업한 회사가 작은 중소기업이었기에 다른 회사가 포기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끝없이 도전했습니다. 그가 창업한 교토세라믹이란 소기업이 교세라라는 세계적 기업이 된 비결입니다.결핍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을 말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능력을 발휘하는 힘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현대 뇌과학은 이를 증명했습니다. 프랑스 한 연구소에서 쥐 실험을 했습니다. 쥐에게 허기를 느끼는 호르몬을 주사했더니 뇌세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미로를 더 빨리 찾고 후각 능력도 향상됐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는 수십만 년간 단백질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리하게 사냥을 해야 했고 뇌의 능력은 향상됐습니다. 그 DNA가 우리 몸속에 남아 있다는 게 학자들이 밝혀낸 결핍의 힘입니다.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한국의 100대 CEO를 다뤘습니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직장인 최고의 자리에 오른 CEO들은 모두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들임이 분명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
2025.06.30 06:30:08
-
일본 쌀값 해결한 고이즈미로부터 배울 점[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얼마 전까지 일본은 쌀값으로 난리였습니다. 1, 2년 새 쌀값이 급등했습니다. 일본인들은 한국 여행을 와서 쌀을 사갈 정도였습니다. 기후가 변했다느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먹어서 그렇다느니 분석이 나왔습니다.하지만 최근 일본 내 쌀값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졌습니다. ‘느린 행정’의 대명사인 일본 정부에서 일어난 이례적 사건입니다. 이를 실행한 주인공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입니다.그는 취임 직후 비축미를 풀어 쌀값을 잡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발과 빈축이 이어졌습니다. 같은 자민당 내에서 농업법인들과 연결된 원로들은 반대했습니다. 야당은 동물이나 먹을 쌀이라고 빈정거렸습니다.고이즈미는 굴하지 않고 현미를 도정해 일주일 만에 쌀을 반값에 풀었습니다. 여차하면 미국 쌀도 수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반값 비축미는 품절이 됐습니다. 그동안 창고에 숨겨져 있던 쌀도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고이즈미는 한발 더 나갔습니다. “쌀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농산물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이지만 자민당 내 비주류입니다. 국내에서는 ‘펀쿨섹’으로 유명하지요. 쌀값 급락으로 그의 인기는 치솟았습니다. 단숨에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그가 던진 질문은 간단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국내 얘기를 해볼까요. 안개가 걷히니 폭풍우가 남기곤 간 흔적이 모습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나니 사람들 눈에 경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신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30평대는 60억원
2025.06.22 12:44:54
-
이재명 정부에서 아파트값 대책이 필요할까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경제는 정치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2014년 펴낸 책의 제목입니다. 경제 정책을 둘러싼 모든 결정의 이면엔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해관계자들의 힘겨루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의 표현입니다. 그의 말대로 경제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숫자와 그래프 이면에는 욕망이 있고, 이해가 있으며, 결국은 권력이 있습니다.신자유주의 시대 많은 이들이 이 현실을 외면했습니다. 경제는 정치로부터 독립된 질서라며 시장은 스스로 작동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화였습니다. 이 신화를 단번에 무너뜨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이었습니다. 그의 정치에서 경제는 도구가 아니라 목적이었고, 경제의 영역 한가운데 정치를 배치했습니다. 자유무역이라는 세계화 시대의 경제적 균형도 파괴됐습니다.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선거 역시 경제와 정치가 분리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서울 수도권의 아파트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서울에서 아파트 평당가가 가장 낮은 도봉, 금천, 강북, 중랑, 노원, 구로 등 6개 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 50%를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전체 평균 득표율(약 47%)보다도 높았습니다. 성북, 강서, 성동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거나 양극화가 심한 지역에서도 50% 이상 득표했습니다. 반면 평당가가 가장 높은 강남과 서초에서는 각각 33%, 32% 수준을, 송파와 용산에서는 40% 초반에 그쳤습니다.아파트값과 민주당 지지율은 완벽한 역의 관계를 보였습니다. 계급이 아니라 아파트 가격이 투표 성향을 결정하는 ‘아파트 정치’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집은 말이 없지만 표를 던진다.”그런데 여기서 한
2025.06.16 06:30:03
-
생존주의자 이재명의 두 가지 전략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브랜드는 독특합니다.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엇갈립니다. 그래서일까. 정치인 이재명의 생각과 경제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강력한 호불호라는 장벽이 이해로 가는 길을 막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을 듯합니다.그래서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찾아보게 됐습니다. 좋건 싫건 1700만 표 이상을 얻었고, 5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를 지켜본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과거에 했던 인터뷰와 책도 참고했습니다.한 정치 컨설턴트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만 놓고 보면 노무현은 이상주의자, 문재인은 도덕주의자, 이재명은 생존주의자라고 표현할 수 있다.” 생존. 그 단어에 꽂혔습니다. 생존은 그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14세에 공장 생활을 시작하고, 가난과 고통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그였습니다. 정치에 발을 들인 것도 서민의 생존과 관련된 의료시설 건설이 계기가 됐습니다. 성남시장에서 대통령까지 오는 길에서도 그는 정치적, 법적 생존문제에 부딪혔습니다. 물론 테러도 당했습니다. 그를 생존주의자로 만든 것은 삶 그 자체였습니다.정치인에게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치인 이재명은 지지율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합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다른 정치인은 정책을 바꾸지만 그는 생각을 바꾼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뀐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지지율에 독이 되겠다 싶으면 방향 전환도 빠르다는 평가입니다.이런 생존주의자가 택한 전략이 실용주의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진보가 어딨고 보수가 어딨냐”란 말은
2025.06.09 07:00:01
-
고슴도치와 여우, 리더의 자격[EDITOR's LETTER]
[EDITOR's LETTER]1990년대 중반. 필립 테틀록 교수는 UC버클리에서 심리학과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학자, 비평가 등 전문가들이 1980년대와 1990년대 일어난 세계적 사건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된 대형 사건인 소련의 몰락, 일본 부동산 거품, 걸프전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실증적 연구를 마치고 2005년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이란 책을 내놨습니다.결론은 전문가들의 예측이 동전 던지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특히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패널들의 예측이 많이 빗나갔다고 했습니다.테틀록은 정치철학자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의 비유를 빌려 전문가 유형을 설명합니다. 고슴도치는 거대 담론, 핵심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스타일입니다. 카를 마르크스 계급투쟁, 프로이트 무의식, 말콤 글래드웰 티핑포인트 등이 그것입니다.반면 여우는 많은 사소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합니다. 또한 뉘앙스의 차이와 복잡성 등을 수용하는 스타일입니다. 고슴도치는 큰 먹잇감 하나를 노리는 사냥꾼, 여우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수집하는 채집가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방송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까요. 당연히 고슴도치류입니다. 명쾌한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도 순발력 있고 과감한 발언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여우는 신중합니다. 많은 경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닐 수 있고, 이것일 수도 있고, 저것일 수도 있다’고 답하며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고슴도치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중요한 변수들은 제거될 확률도 높아집니
2025.06.02 08:16:09
-
대통령을 만든 슬로건, 그 속에 숨겨진 전략들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못살겠다, 갈아보자.”지지리 가난했던 1956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 야당 후보 신익희가 내건 슬로건입니다. 직관적인 데다 행동 지침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시대상, 정체성, 유권자들과의 교감이라는 좋은 슬로건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 지금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신익희 후보가 선거기간 중 급사해 당선되진 못했지만 슬로건만은 남았습니다. 이에 응수한 여당 후보 이승만의 슬로건은 “갈아봤자, 더 못산다”였습니다. 변명 같지만 위트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선거철입니다. 머리도 쉬어갈 겸 한국과 미국 대통령 선거의 전설적 슬로건을 돌아볼까 합니다. 어떤 슬로건이 생각나시는지요.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여당 후보 노태우는 ‘위대한 보통사람의 시대’를 내걸었습니다. 군사반란의 주역이라는 과거를, 친근함이라는 이미지 전략으로 덮어버렸습니다. 그 덕에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손꼽히는 슬로건으로 평가받습니다.외환위기 와중에 치러진 1997년 대선. 김대중 후보는 “경제를 살립시다”를 내걸었습니다. 더 강조한 구호는 “준비된 대통령”이었습니다. 4번째 대권 도전이라는 약점을 ‘경험이 풍부한’이란 이미지로 전환한 역전의 슬로건이었습니다. 좋은 스토리가 구전되듯, 좋은 슬로건은 다시 부름을 받습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이를 차용,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내걸었습니다. 19대 때 문재인 후보도 “준비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썼습니다.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기억나는 슬로건도 몇 개 있습니다.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
2025.05.26 06:30:03
-
산모를 죽게 한 의사의 손, 사회를 병들게 한 권력자의 손[EDITOR's LETTER]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농담처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마 한국 남성들이 역사 이래 가장 손을 열심히 씻은 시절일 거야.” 마스크 착용, 단체모임 중단과 함께 손씻기는 당시 3대 생활수칙이었습니다. 사소한 손씻기가 과거 수많은 사람을 살린, 의학계에서는 위대한 혁신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1840년대 후반 헝가리 출신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는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 산부인과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산모들이 시도 때도 없이 죽어나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산파들이 돌보는 병실보다 의대생이 산모를 돌보는 병실에서 훨씬 많은 사망자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의사들의 동선을 살폈습니다. 상당수가 해부학 실습을 하다 산모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의사가 균을 옮긴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소독 처리한 물통을 설치했습니다. 의대생들이 산모를 돌보기 전 손을 씻도록 했습니다. 18%가 넘던 사망률은 수개월 만에 2%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는 이를 정리해 책을 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의료계 정설은 공기를 통한 감염이었습니다. 논란이 되자 빈 종합병원은 그를 해고했습니다. 제멜바이스의 주장이 나오고 수십 년이 흐른 후에야 산부인과에서 소독과 손씻기가 일반화됐습니다. 이 스토리를 떠올린 것은 사회를 오염시키는 권력자들의 손 때문입니다. 우리는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너무 많은 이상한 손을 목격했습니다. 수백만원대 명품 가방을 아무렇지 않게 받는 대통령 부인의 손, 누군가에게 이권을 주기 위해 서류에 서명하는 손,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새벽 3시에 대통령 후보를 등록하게 하
2025.05.19 08:07:37
-
“구질구질하지 않게, 태풍에 맞서라”…김재철 동원 회장이 말하는 리더십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아라.”동원그룹 창업자 김재철 명예회장의 말입니다. 삶과 경영을 대하는 태도는 이 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산더미만 한 파도, 거센 풍랑을 만나면 죽음이 눈앞에 와 있음을 느낀다. 사투 끝에 죽음의 영역을 벗어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한 번 더 사는 인생,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아야겠다.” 원양어선 어부로 시작해 평생 바다와 함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그는 결심대로 산 듯합니다. 1990년 ‘세금 다 내는 사람은 바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도 세금을 완납하고 자식들에게 지분을 넘겨 신문에 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초 “김재철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줬다”고 주장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까지 벌여 승소했습니다. 국내 어부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연안에서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않았습니다.1934년생인 김 회장이 91세에 새로운 책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을 냈습니다. 과거 그의 은퇴 기사를 썼던 인연으로 책을 정리하는 데 참여했습니다. 리더들이 귀 기울일 만한 노 회장의 발언을 추려봤습니다.최근 사회와 기업을 엉망으로 만든 리더들을 보니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라”는 그의 말은 더 울림이 있습니다. 어떤 경영자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정도를 걷다 간 경영자로 남고 싶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리더의 무게에 대해 그는 “폭풍권에서 사투를 벌일 때 선원들은 파도를 보지 않고 선장의 얼굴을 본다”고 했습니다. 선장 얼굴에 확고한 자신감이 보이면 선원들은 안도하고 명령을 따르지만 불안감이 어른거리면 선원들은 불
2025.04.28 08:33:21
-
무지가 만든 비극, 질문하지 않는 미개함[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지쳤던 것 같습니다. 시작은 작년 12월 계엄이었습니다. 탄핵이 마무리되면 좀 나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습니다. 관세 폭탄을 투하해 시장에 풍파를 일으켰습니다. 밤에도 미국 시장을 지켜봐야 했습니다.적응이 좀 되자 한덕수 대통령 대행이 느닷없이 선출된 대통령 행세를 하며 헌법재판관 지명이라는 돌멩이를 연못에 던졌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짓누르고, 불확실성을 키우는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현안을 따라가기 위해 운전하거나 휴식할 때는 유튜브를 켜놨습니다. 앉으면 뉴스를 뒤적였습니다. 며칠 전 잠시 멈춤 버튼을 눌렀습니다.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유튜브와 인터넷을 중단했습니다. 대신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이라는 ‘낯선’ 실체가 돌아왔습니다. 그 생각의 대부분은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음악을 주로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은혜를 입고도 잘 돌아보지 못한 분들은 없나? 우리 조직은 잘 돌아가고 있을까? 내 삶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인데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잠시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디지털 디톡스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슈라는 급류에 떠밀려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을 게을리한 것에 대한 반성과 함께.그리고 책장을 둘러봤습니다. ‘무지의 역사’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며 눈에 들어오는 문구들을 에버노트에 옮겨 적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존 F 케네디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유권자 한 명의 무지가 모두의 안전을 해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
2025.04.21 07:30:01
-
대통령 파면, 2025 헌법의 풍경은 ‘미완성’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아이러니를 느낍니다. 헌법에 대한 한국 사회 엘리트들의 인식과 최종 순간 작동하는 헌법의 질서 사이의 괴리 같은 것 말입니다. 한국 엘리트들에게 헌법은 무엇일까. 사실상 자신들의 통치를 치장하는 장치물에 불과합니다. 헌법을 들먹거리지만 별반 신경 쓰지 않습니다. 헌법을 제대로 이해한 자도, 읽어본 자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 위헌, 위법으로 헌법재판소가 결론 낸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대표적 사례입니다.또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다가 갑자기 대통령 몫 재판관까지 한꺼번에 임명해 논란을 자초한 한덕수 총리에게도 헌법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헌법은 ‘레토릭’ 정도일 것입니다. 야당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법안을 만들고 밀어붙이면서 헌법에 대한 세심한 고려를 한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그럼에도 이들의 최종 운명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탄핵도 되고, 파면도 되고, 기각도 되는 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그래도 헌법입니다. 물론 군대를 동원한 쿠데타를 성공시켰다면 헌법은 더더욱 안중에 없었을 것입니다.이런 이중성은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비롯됩니다. 한국 민주주의는 채 40년이 안 됩니다. 박정희 정권이 폐지한 헌법재판소도 1988년에 부활했습니다. 헌법이 사회 작동의 기본원리로 튼튼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배경입니다. 한국 사회 엘리트 집단이 평소 헌법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백 년 쌓아온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헌법적 질서가 유지됐다는
2025.04.05 08:28:54
-
트럼프와 푸틴이 깨운 인간 바이러스[EDITOR's LETTER]
[EDITOR's LETTER]2016년 여름 시베리아 야말반도에서 순록 23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탄저균이었습니다. 이상고온으로 영구동토층이 해빙되자 그 속에 묻혀 있던 탄저균이 되살아나 지상으로 올라와 순록들이 감염된 것이지요. 인근에 사는 소년 한 명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미래의 단면을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이 사건은 영구동토층에 잠자고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도 불러왔습니다. 수만 년 전 동토에 묻힌 바이러스가 지구온난화로 다시 살아나면 인류에 어떤 해를 입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실제 2014년 수만 년 전 시베리아에 묻힌 피토 바이러스가 얼음이 녹으며 살아난 기록이 있어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묻혀 있던 바이러스가 자연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인간 사회에도 묻혀 있던 바이러스 같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구어가 된 줄 알았던 제국주의란 단어가 다시 등장하고, 전쟁과 독재, 혐오의 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영구동토층에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를 깨웠다면 인간 사회에서 이 바이러스들은 어떤 이유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을까.우선 제국주의. 1980년대 대학가에서 많이 들었던 단어를 2020년대 다시 듣게 됐습니다.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지배를 뜻하는 단어를 현실에서 실현한 것은 트럼프와 푸틴입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집권 후 캐나다와 그린란드, 파나마운하를 미국 것으로 만들겠다는 야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는 전쟁을 지원할 테니 희토류를 내놓으라며 약탈적 압박까지 합
2025.03.31 06:50:01
-
한국형 '로브 바이러스'의 탄생, 민생 놓고 헛발질하는 정치 [EDITOR's LETTER]
‘로브 바이러스’.“당파적 정치 조작에 전념하지 않는 뇌의 모든 부분을 파괴하는 바이러스”란 뜻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치인이나 컨설턴트는 선거에서 이길 수 있으면 무슨 짓이라도 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2000년대 초 많이 등장한 용어지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칼 로브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그는 2001년 9·11 테러의 공포조차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특기는 갈라치기. 2004년 부시의 재선 가능성이 떨어지자 로브는 느닷없는 공약을 들고 나옵니다. 동성애자 결혼 금지를 위한 헌법 개정. 실현 불가능한 허위공약이었습니다. 민주당이 반대할 게 뻔했습니다. 개헌 정족수(상·하원 3분의 2)를 채우지 못할 게 분명했지만 밀어붙였습니다.선거에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 공약은 기독교 우파를 결집했고 부시는 백악관에 입성했습니다. 당선 후 부시는 공약을 이행했을까. 전혀 아닙니다. 부시는 집권 기간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단 한 번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로브 바이러스의 핵심 요소는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국민을 갈라치기 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챙긴다는 것입니다. 요즘 국내 정치권 돌아가는 것을 보며 로브 바이러스를 떠올렸습니다. 로브 바이러스는 전략이라는 것을 동반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특정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치인들에게는 전략조차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우선 오세훈 서울시장. 한국에서 부동산, 구체적으로 아파트는 정권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아파트 공화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봅니다. 이런 아파트 시장에 최근 오세훈 시장
2025.03.24 08:49:44
-
변신 선언한 독일,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EDITOR's LETTER]
오늘의 주제는 독일입니다. 독일은 전차군단, 히든 챔피언, 모범 국가, 유럽의 엔진, 자동차 강국 등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여행지로는 그다지 인기가 없습니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비해 선호도가 낮습니다. 아마 평야 지대가 많고 지중해에 접하지 않은 자연환경 탓이 클 것입니다.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독일이 ‘음악의 나라’라는 특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여행은 보는 것이 중요한데 음악은 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독일은 음악의 나라입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헨델, 베토벤, 멘델스존, 바그너, 브람스, 슈만 등이 모두 독일 출신입니다.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미술로 더 유명합니다. 현대미술의 아버지 세잔, 마티스, 들라크루아, 반 고흐, 고갱, 렘브란트, 쿠르베, 뒤샹 등이 모두 두 나라 출신입니다.독일 문화가 다르게 진화한 배경은 종교개혁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1517년 마르틴 루터는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며 종교개혁에 불을 붙였습니다. 면죄부는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해 발행된 것입니다. 루터는 호화롭게 성당을 장식하는 미술품과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부패의 원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독일 교회에 성화 장식을 금지했습니다. 미술품의 강력한 수요처가 사라지며 화가가 설 땅도 좁아졌습니다. 독일 교회는 미술품 대신 영적 기운을 불어넣을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음악이었습니다. 바흐는 종교음악의 대부였습니다.종교개혁 이후 독일 문화에서는 이성과 합리, 철학적 사고, 질서 등이 중요한 키워드가 됩니다. 이런 나라가 유럽에서 벌어진 큰 전쟁을 대부분 일으킨 당사자란 점은 약간 아이러
2025.03.17 08:41:09
-
홈플러스 법정관리, MBK 약탈자 본능의 발현? [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론스타, 골드만삭스, 칼라일 등 세계적 사모펀드들. 2000년대 초 그들이 보여준 기술은 현란했습니다. 부실채권이란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 그들은 부실채권을 사들여 수천억원, 수조원을 벌었습니다. 기업을 인수할 때도 큰돈 들이지 않았습니다. 인수한 회사의 자산을 팔아 인수자금을 갚는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매각 차익은 고스란히 이익이었습니다.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세금을 안 내는 기술도 보여줬습니다.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던 한국은 외자유치인 줄 알았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아니었습니다. 메시가 동네 축구에 들어와 실컷 가지고 놀고 떠난 듯했습니다. 국부 유출을 넋 놓고 바라봐야 했습니다. 한국인들의 머릿속에는 “사모펀드는 기업사냥꾼, 약탈자”란 이미지가 각인됐습니다.사모펀드에 대한 경계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5년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의 지원군 역할을 할 것 같은 사모펀드가 하나 등장합니다. 토종 사모펀드를 표방한 MBK였습니다. 외국계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컸습니다.이후 MBK의 활약은 화려했습니다. 코웨이와 ING생명을 인수한 후 가치를 높여 매각해 막대한 이익을 냈습니다. 시장에 부족한 자본을 공급하는 윤활유, 기업의 ‘후원자’로 포지셔닝하는 듯했습니다. 다른 국내 펀드들도 사냥꾼 이미지를 피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논란이 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습니다.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도 적대적 분위기는 없었습니다.시선이 달라진 것은 2023년. 한국타이어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MBK가 뛰어들면서부터입니다. 소수 지분을 가진 장남 편에 선, 현 경영진(차남
2025.03.07 17:00:03
-
버핏의 마지막 편지, 최대 세금 납부자의 자부심[EDITOR's LETTER]
[EDITOR's LETTER]미국인들의 부자에 대한 코드는 ‘자유’라고 합니다. 미국의 선조들은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이주했고, 영국과 전쟁을 통해 독립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부자가 된다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입니다.또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대한 미국인들의 코드는 스코어라고 합니다. 스포츠에서 점수를 얻는 것처럼 성취를 의미하는 스코어. 창업으로 큰돈을 벌어도 회사를 창업하고, 또 창업하며 스코어보드 점수를 높여가는 기업인이 미국에 많은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미국에서 부자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 없는 것도 성취와 자유라는 코드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그런 부자 가운데 한 명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입니다. 엄청난 성취를 이뤘지만 절제된 삶을 살며 사회적 의무를 강조했고, 남들도 돈을 벌게 해준 인물입니다. 94세인 그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주주 서한을 썼다기에 꼼꼼히 읽어봤습니다.서한 앞부분에서 버핏은 ‘사람과 신뢰’에 대해 얘기합니다. 어쩌면 그가 인생 전체를 돌아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칭찬은 이름을 밝혀서 하고 비판은 전체 카테고리로 하라는 조언에 따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올해 서한에서도 자신의 후계자가 될 그레그 아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성과를 추켜세웠습니다.반면 부진했던 사업을 다룰 때는 경영자를 거명하지 않습니다. 칭찬을 통해 사기를 북돋고, 잘못된 것은 시스템을 통해 바꿔야 한다는 버핏의 철학과 벅셔해서웨이의 조직문화가 녹아 있는 말이었습니다. 기업문화를 고민
2025.03.04 09:06:29
![낡은 보스가 아닌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시대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D.40970775.3.jpg)
![일본 쌀값 해결한 고이즈미로부터 배울 점[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D.40894524.3.jpg)
![이재명 정부에서 아파트값 대책이 필요할까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D.40827126.3.jpg)
![생존주의자 이재명의 두 가지 전략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D.40755983.3.jpg)
![고슴도치와 여우, 리더의 자격[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5/AD.40692340.3.jpg)
![대통령을 만든 슬로건, 그 속에 숨겨진 전략들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5/AD.40615076.3.jpg)
![산모를 죽게 한 의사의 손, 사회를 병들게 한 권력자의 손[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5/AD.40537541.3.jpg)
![“구질구질하지 않게, 태풍에 맞서라”…김재철 동원 회장이 말하는 리더십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D.40304652.3.jpg)
![무지가 만든 비극, 질문하지 않는 미개함[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D.39836645.3.jpg)
![대통령 파면, 2025 헌법의 풍경은 ‘미완성’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D.40056223.3.jpg)
![트럼프와 푸틴이 깨운 인간 바이러스[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993867.3.jpg)
![한국형 '로브 바이러스'의 탄생, 민생 놓고 헛발질하는 정치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912543.3.jpg)
![변신 선언한 독일,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836645.3.jpg)
![홈플러스 법정관리, MBK 약탈자 본능의 발현? [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D.39737854.3.jpg)
![버핏의 마지막 편지, 최대 세금 납부자의 자부심[EDITOR's LETTER]](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D.39696781.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