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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위로에도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소통과 위로에도 ‘적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능한 한 다가가는 게 따뜻한 것 아닐까. 공감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타인과 세상을 보살피는 따뜻한 힘이지만, 과도하면 어깨가 무겁게 눌려 자신과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측은지심(惻隱之心)’은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착한 마음을 일컫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로 바꿔본다면 ‘공감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공감은 경험과 훈련에 의해서도 강화되지만 타고난 인간의 특징이기도 하다. 공감 능력은 인류 생존의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중요시된 지 오래다.좋은 리더십에 있어 공감 소통 능력은 핵심 자질로 여겨진다. 특히나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함께하는 것은 마음 입장에선 상당한 에너지를 쓰는 과정이다.타인의 신체적 통증을 공감할 때 공감자의 뇌 속 통증 센터도 함께 활성화된다는 연구도 있다. 제대로 공감하면 ‘아픈가 보다’ 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통증처럼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좋은 이들이 의외로 많이 하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타인을 더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을까”다. 공감 능력을 타고난 이들이 오히려 자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즐거울 때 떠오르는 친구와 지쳤을 때 떠오르는 친구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다. 내가 상태가 좋을 땐 공감보다는 유머 있고 흥겨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지쳤을 때는 간혹 나도 모르게 답답하다고 느꼈던 친구가 떠오른다. 삶의 통증이 공감 레이더를 작동해 공감 능력이 좋은 친
2022.04.05 11: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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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따스한 봄 기운이 찾아왔건만 마음은 불안하고 걱정은 커졌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그중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전 연령층에서 큰 상황이라 느껴진다. 주식 등 투자 관련 고민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가 ‘경제적 자유’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 연령대에서 경제적 자유에 도달해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이 상당하다.‘경제적 자유’는 도대체 얼마를 가지면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오너는 경제적 자유를 느낄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 대다수가 “아닐 것 같다”고 대답한다. 자산을 증식하면 경제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보편적 인식을 갖고 있기는 한데, 그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행복 중독’이라는 용어가 있다. 너무 행복하려고 집착하면 오히려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를 ‘행복’이라고 마음의 알고리즘에 설정해 버리면 삶이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슬픔, 외로움, 우울 같은 불편한 감정도 살면서 느끼는 중요한 삶의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행복의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더 강력한 즐거움만을 힘겹게 좇아서는 안 된다.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처럼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즐기는 여유, 그것을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 내 인생이란 영화의 신(scene)이 좀 우울할 수 있지만, 그 자체도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즐길 수 있다면 행복이다.완전한 행복, 사랑, 자유가 존재할까. 그것에 대한 갈망은 본능이지만 도달이 어려운 것 또한 팩트다. 삶의 지향점으로 의
2022.02.28 10: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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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소통에 대한 팩트 체크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상담 시간에 ‘팩트 체크’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사실이 아닌 편견에 사로잡혀 자기를 지나치게 비판하거나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에 그렇다. 예를 들면, 내향적인 성격은 외향적인 성격에 비해 성공하기 어려울까.내향적 성격은 성공하기 어려울까? 최근 승진을 한 리더가 일에 대한 열정은 크지만 내향적 성향이라 조직 관리나 인적 네트워킹 등에 자신이 없어 더 이상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고민을 전한 적이 있다. 실제로 고참 리더 그룹의 65% 정도에서 내향적인 성향은 리더로서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내향적 성격은 정말 성공에 불리한 걸까.꼭 그렇지만은 않다. 리더의 성격 특성 자체보다 케미, 즉 궁합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리더는 내향적인 구성원과 잘 맞고 내향적인 리더는 외향적인 구성원과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특정 식음료 회사의 130개 프랜차이즈 지점을 대상으로 리더와 구성원의 성향을 조사했다. 결과는 자기 소통에 다소 소극적인, 즉 내성적인 성향의 구성원이 외향적인 리더를 만난 곳은 평균치보다 수익률이 높았다.그런데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외향적인 구성원이 외향적인 리더를 만났을 때는 최고의 조합일 듯한데, 오히려 수익률이 평균치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또 유사한 연구에서 내향적인 리더가 자기 의견이 강한 구성원을 만났을 때는 오히려 업무 효율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존재한다. 리더의 외향적 성향이 내향적 성향에 비해 꼭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2022.01.2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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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다는 '질문'이 마음을 더 위로해준다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우울증이 찾아오면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울증이 심해지면 우울한 감정마저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이상한 색안경을 낀 것처럼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고 감정이 다 말라버린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마음속 감정을 느끼는 시스템이 멈춰버린 탓에 무감정의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우울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상태다. “가을의 파란 하늘이 느껴지시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에 여유로움이 존재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질문에 의외로 “가을이 온지도 몰랐고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답변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가을을 탄다’는 것은 계절에 내 마음이 반응하는 정상적인 감정 이다. 파란 하늘을 보면 너무 아름답다가도, 이렇게 좋은 날이 또 흘러가고 있기에 삶의 유한성이 주는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앞의 질문에 가을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다면 마음 상태가 괜찮은 것이지만, 아니라면 가을을 타보는 것을 권한다. 현대인은 행복의 기준을 좋은 감정으로만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오히려 우리 삶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희로애락은 삶의 자연스러운 감정 반응이다. 분노와 슬픔을 빼내고 기쁨과 즐거움만으로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설정해두면 삶이 오히려 우울해진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상적인 가을 타기의 우울도 불편하다고 밀어내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면 가을을 타는 묘미도 즐길 수 없고 오히려 계절의 변화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삶의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2021.08.31 1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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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누르는 몇 가지 방법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분노는 그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은 아니다. 우리 생존에 위협이 느껴질 때 공격성을 일으키는 중요한 감정 신호다. 그러나 과도한 분노는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상하게 하고, 가족을 포함한 사회적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 분노 조절을 위해 우리가 주로 쓰는 방법은 ‘억압’, 즉 찍어 누르는 것이다. 분노라는 감정도 일종의 에너지이기 때문에 나가는 것을 막으...
2021.05.31 1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