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오프라인 엮어 최적의 해결책 제시…최고 유망 투자 분야로 각광
‘불편’에서 기회 찾는 O2O 서비스들
가끔씩 택시를 이용할 때가 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굳이 길거리에서 덜덜 떨며 택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휴대전화의 택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구동해 택시를 부르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잠시 후 어느 운전사가 언제쯤 도착할 것인지 알려준다. 택시비도 얼마가 나올지 미리 알 수 있다. 택시에 올라타고 운전사에게 아무런 말도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가야 할 행선지를 미리 입력해 놓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무척 편리했다. 그래서 택시 탈 때면 언제나 택시 앱을 이용한다. 택시 앱을 사용해 봤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필자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에 카카오 택시에서 이용자 만족도를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1600여 명의 카카오 택시 이용자 중 무려 87%가 호평했다. 부정적 의견은 1% 정도에 불과했다.

이 정도 결과라면 향후 택시 앱 이용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플랫폼에 자동 결제와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가 추가된다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 배달도 매우 편리해졌다. 이 역시 배달 앱을 이용하면 된다. 국내 배달 앱의 선두 주자는 ‘배달의 민족’이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의 발표를 보면, 작년 한 해 이 앱을 이용한 거래 금액이 약 1조1900억원이다.

이 앱의 시장점유율이 50% 정도라고 하니 배달 앱을 통한 전체 거래 금액은 2조원이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외식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 음식 시장의 규모는 약 10조원이다. 그러면 배달 앱을 통한 거래 규모는 20% 정도다. 이 서비스가 시작된 지 이제 불과 몇 년이다. 이에 비해 비율이 결코 낮지 않다.

그런데 더욱 주목할 것은 배달의 민족의 경우 작년의 거래액이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부터 연평균 87% 성장률이다. 다소 수그러들기는 하겠지만 이러한 성장률을 감안한다면 외식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도 역시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가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비즈니스를 ‘O2O(Online to Offline)’라고 한다.
‘불편’에서 기회 찾는 O2O 서비스들
“모바일 결제, 연평균 42.2% 성장”

O2O라는 개념은 2010년 IT 분야의 온라인 매체인 ‘테크 크런치’가 소셜 커머스의 급속한 성장에 주목하며 처음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다양한 업체들이 이 비즈니스에 뛰어들면서 점차적으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2015년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유망 투자 분야 조사 결과에서 O2O 비즈니스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KT경제경영연구소의 10대 주목할 만한 이슈에도 선정됐다. 이제는 투자자들 사이에 이 비즈니스가 향후 가장 유망한 투자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 보면 정확한 추정 자료는 아직 없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은 향후 오프라인 커머스 시장 전체가 대상이 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한국의 커머스 시장은 약 1000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 중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약 51조원, 오프라인 시장이 약 93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글로벌 O2O 시장도 역시 확장세다. 블룸버그는 중국 O2O 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는데, 2017년 1조1300억 달러(약 1238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O2O 시장의 성장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 모바일 결제 시장인데, 가트너는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42.2%씩 성장해 2016년 모바일 결제 거래액이 6169억 달러(약 71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은 O2O 비즈니스의 성장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일차적으로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핀테크의 확산에 따라 간편한 결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롱텀에볼루션(LTE)·와이파이·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무선 통신과 센서 기술이 발달해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정보 검색과 사용자 식별 등이 매우 간편해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우호적인 O2O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고정된 위치에서 PC로 이뤄지는 전자 상거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든다. 예를 들면, 온라인 쇼핑몰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배송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물건을 받아 보기 전까지는 실물도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O2O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 대시 버튼, 누르기만 하면 바로 배송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서비스도 이러한 차원이다. 일반적인 도서는 온라인 쇼핑몰이 10% 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원하는 책을 바로 볼 수 없다.

바로드림 서비스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그 즉시 스마트폰으로 서점 앱에 접속해 주문하면 된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서점 내에 있는 ‘바로드림 존’에 가서 주문한 책을 찾으면 된다. 서점이 집이나 사무실 근처에 있다면 역시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지정한 서점에서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O2O 비즈니스의 전개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기존의 커머스 업체에서 온·오프 연계를 구축하는 방향이다. 다른 하나는 O2O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을 O2O로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는 온라인 커머스 업체로, 오프라인 영역 확장을 통해 온·오프 융합을 추구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대시 버튼(Dash Button)’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는 손가락 크기 정도의 단말기로 어디든 간편하게 부착할 수 있는 형태다.

이를 스마트폰과 연결한 후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해당 제품이 배송되게끔 만들어 놓았다. 주로 교체가 빈번한 생필품이 대상이다.

예를 들어 세제를 보관하는 수납장에 부착해 놓는다. 그리고 세제가 떨어졌을 때 대시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아마존에 주문이 이뤄지고 결제와 배송이 한 번에 이뤄진다. 이처럼 아마존은 대시 버튼을 통해 주문과 결제를 오프라인 환경에서 가능하도록 구축했다.

2015년에 출시한 아마존 홈 서비스도 O2O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아마존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과 다양한 생활 서비스 전문가를 중개해 주는 것이다. 가사 도우미, 배관 수리, 잔디 깎기, 가전제품 수리, 가구 설치, 자동차 관리 등이 해당된다.

알리바바도 O2O 비즈니스 확대에 매우 적극적이다. 마윈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알리바바가 오프라인 업체와 융합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다. 알리바바는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와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69%를 장악하고 있다. 또한 자체 메신저 서비스인 ‘라이왕’과 알리페이를 연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QR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불편’에서 기회 찾는 O2O 서비스들
완다그룹, 바이두·텐센트와 손잡아

알리바바는 작년에 ‘커우베이’라는 생활 서비스 O2O 기업을 설립했다. 커우베이는 식당 등 각종 예약, 의료 서비스 등의 온·오프라인 시장을 통합한 형태인데 온라인으로 검색·주문·결제를 완료하면 오프라인으로 상품을 받거나 이용할 수 있다.

중국 2위 유통 업체인 ‘쑤닝윈상’과는 상호 지분 보유를 통해 전략적 제휴했다. 쑤닝윈상은 중국에서 1600여 개의 대형 가전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상호 지분 확보에 투입된 비용이 8조원이 넘는 중국 유통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커머스 업체로선 오프라인 융합을 통해 O2O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오프라인 커머스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빠른 속도로 O2O 시장을 공략하면서 가장 위협을 느낀 곳은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업체다. 완다그룹은 중국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 업체다. 이 회사는 대형 쇼핑몰을 94개, 백화점 84개, 호텔 60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완다그룹이 작년 8월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 중 2곳과 합자해 ‘완다 e-커머스’를 설립했다. 완다 e-커머스에 참여한 인터넷 기업은 ‘바이두’와 ‘텐센트’다. 완다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네트워크에 바이두와 텐센트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결합해 인터넷 결제와 빅 데이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의 ‘옴니채널’ 전략도 온·오프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이의 일환인 ‘스마트 픽’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고객이 지정한 오프라인 점포나 편의점 내 설치된 24시간 로커에 물건을 보관하고 고객이 편리한 시간에 찾을 수 있게 한다.

또한 고객의 매장 안내를 도와주는 ‘스마트 비콘’ 서비스, 사은 행사 등의 쇼핑 정보를 알려주는 앱도 제공한다. 이러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고객에게 쇼핑 경험에 대한 만족도를 극대화한다.

O2O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구축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모델은 ‘우버택시’, ’에어비앤비’ 등과 같은 중개 플랫폼이다.

우버택시는 차량 정보를 공유하고 온라인 앱을 통해 차량을 소유한 사람과 차량을 이용할 사람을 연결해 준다. 현재 세계 30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매출은 약 20억 달러다.

에어비앤비는 온라인 숙소 중개 서비스다. 앱을 통해 빈방이 있는 집 소유자와 숙소를 필요로 하는 여행객을 연결해 준다. 현재 190여 개국 140만 개 이상의 숙박 시설이 등록돼 있다.

이와 유사한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배달의 민족도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비즈니스다. 이러한 비즈니스가 등장하기 전에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전단지를 찾아야 하고 현금으로 결제해야 했다.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일일이 전단지를 찾는 수고도 할 필요가 없고 현금이 없어도 얼마든지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하게 만든 것이다.

상식 뛰어넘는 O2O 모델 나올 것

이 밖의 O2O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의 온라인 플랫폼에 오프라인 서비스를 붙이는 것이다. 카카오 택시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카카오는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O2O 서비스의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다음과 합병하면서 ‘O2O 기반의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기업’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카카오 페이’와 같은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고 ‘김기사’ 인수를 통해 위치 기반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처럼 O2O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인 결제·위치·커머스 기능을 확대하며 국내 O2O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검색 포털 네이버는 국내보다 일본에서 O2O 비즈니스를 본격화했다. 역시 SNS 서비스인 ‘라인’을 기반으로 택시와 간편 결제 등 O2O 비즈니스를 수행했다. 이제는 점차적으로 국내 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로서의 입지가 워낙 강력해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결제 시스템인 ‘네이버 페이’는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네이버 아이디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모바일로 네이버에 접속하는 방문자가 하루 평균 2400만 명이라고 한다. 이 중 61%가 자동 로그인 상태다. 무려 1500만 명이 네이버 페이를 사용해 네이버가 제공하는 O2O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망 고객이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보다 다양한 형태의 O2O 비즈니스는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O2O 비즈니스의 성공 요인은 기존 비즈니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O2O 비즈니스의 본질이 고객에게 좀 더 편리함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 유행을 좇는 것보다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불편함까지 찾아내 해결해 주는 것이 혁신”이라는 구글 CEO였던 에릭 슈미트의 말처럼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한 경험들을 찾아보는 것이 선행적인 활동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떠한 방법이 최적일지 고민하는 것이 그 다음이 아닐까 싶다.

강성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