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증강현실·360도 영상 콘텐츠 봇물…‘웰메이드’ 경쟁 시작돼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미디어업계는 시청자가 마치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같은 실감 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꾸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3DTV나 HDTV 그리고 UHDTV와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개발해 소비자들에게 소개했다. 실감 미디어라고 불리는 이러한 미디어의 기술적 발전은 최근 가상현실(VR)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의 ‘기어 VR’이나 골판지로 만든 ‘카드보드’를 통해 일반 사용자 역시 이를 경험할 기회가 빈번해졌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들은 가상현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아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게 됐고 최근에는 무료뿐만 아니라 유료 콘텐츠가 소개되면서 콘텐츠 장르나 범위 역시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 (사진) 플레이스테이션용 가상현실 게임 '섬머레슨'의 화면 캡처.
◆ 기대 모으는 VR 게임 ‘섬머레슨’
가상현실 콘텐츠가 인기를 끌 수 있는 분야로는 역시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은 이미 가상현실 기술의 주요한 타깃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어 가장 많은 콘텐츠가 소개되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용인 ‘이브 : 발키리(EVE Valkyrie)’, ‘불릿 트레인(Bullet Train)’, ‘더 클라임(The Climb)’ 등은 가상현실 게임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용 가상현실 게임인 ‘섬머레슨(Summer Lesson)’은 모든 게이머의 기대를 받고 있는 대표작이다.
미국의 유명 테마파크인 ‘식스 플래그(Six Flags)’는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미국 내 다수의 테마파크에 ‘가상현실 롤러코스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영국 테마파크인 ‘소프 파크(Thorpe Park)’ 역시 21세기 폭스와 제휴, 가상현실 어트랙션 ‘VR 고스트 트레인(Ghost Train)’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HTC의 바이브(Vive)가 사용될 예정이다.
가상현실 게임은 인디 개발자나 소규모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아직 큰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이런 면에서 밸브(Valve)의 스팀(Steam)은 큰 장점을 갖추고 있다.
스팀에서 지원하는 플랫폼은 윈도·맥·리눅스 등 세 개의 주요 운영체제를 모두 지원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바이브까지 지원함으로써 가상현실 플랫폼으로서의 자리까지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거대 플랫폼에서 인디 게임들은 사장되는 반면 스팀은 인디 게임에 친화적인 시스템으로 가상현실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이점을 갖고 있다. 또한 스팀은 바이브와의 사업적 제휴로 경쟁 플랫폼보다 압도적인 양적 우위를 통해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강화를 시도하며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 한다.
한국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심의 때문에 상업용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게임물 자율심의 확대법’으로 내년부터 큰 문제없이 ‘VR 게임방’과 같은 상업용으로도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 문신 도와주는 AR 앱
증강현실은 전용 기기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즐길 수 있다. 2014년에 제한적이나마 판매됐던 구글 글래스가 대표적 기기이며 최근 소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가 대중의 기대를 받고 있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보다 기술적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낮고 스마트폰은 위성항법장치(GPS)·카메라·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어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전달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또한 실시간으로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고 다양한 결과물을 높은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서비스가 제공 중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신라역사여행’이나 문화재청의 ‘고궁박물관’, 경상북도의 ‘경북나드리’, 창원시청의 ‘창원관광’은 이미 2011년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전자 상거래, 기업용 앱 등에도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소개된 대표적인 콘텐츠를 보면 올해 4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에 성공한 ‘큐리스코프(Curiscope)’는 티셔츠에 마킹한 코드를 읽음으로써 몸속 장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교육용 증강현실 앱을 소개했고 별자리를 소개해주는 교육용 앱인 ‘스타 차트(Star Chart)’, 문신을 새기는 데 도움을 주는 앱인 ‘잉크 헌터(Ink Hunter)’, 곳곳에 메시지를 남기고 이를 찾는 ‘왈라미(WallaMe)’, 범죄 발생 지역을 안내해 주는 ‘스폿크라임(SpotCrime)’ 등 많은 종류의 증강현실 앱을 선보이고 있다.
360도 동영상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미국의 넥스트VR(NextVR)은 스포츠 분야의 360도 동영상 제작 업체로 가장 앞서 있는데, 폭스스포츠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NBA·미식축구·나스카(Nascar) 등의 경기를 360도 영상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프로야구 경기를 가상현실 방송으로 중계방송을 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26~27일 열린 KT위즈의 시범 경기에서 1루와 3루, 포수석에 설치된 가상현실 촬영용 카메라 3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했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에 있는 앱을 통해 감상했다.
이처럼 스포츠와 연계해 방송사 역시 가상현실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대중 가수의 콘서트나 뮤직비디오도 활발한 분야인데, 지난해 5월에 선보인 아비치(Avicii)의 ‘웨이팅 포 러브(Waiting For Love)’는 세계 최초의 인터랙티브 뮤직비디오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가 ‘배드(Bad)’라는 곡을 360도 동영상으로 만들며 공식 뮤직비디오로 선보인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보급형 카드보드 HMD를 구독자에게 배포하고 360도 동영상 앱을 통해 360도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증강현실을 이용해 문신을 새기는 데 도움을 주는 앱 '잉크 헌터(Ink Hunter)'의 페이스북 이미지.
◆ 마케팅 활용 기업 늘어나
소셜 미디어 기반의 스타트업인 버지(Verge)는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인터뷰를 360도 혼합현실 동영상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동영상·이미지·그래픽·인포그래픽스 등 다양한 기법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증강현실 영상이 정보 전달로도 훌륭한 역할을 보여준 바 있다.
BMW는 자동차 업계로는 처음으로 컴퓨터 게임 산업에서 사용되는 장비만으로 구축한 증강현실 시스템을 개발해 차량에 도입했다. 이에 따라 차량 개발 초기 단계에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변경 사항을 빠르게 적용해 테스트할 수 있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그리고 360도 동영상이 갖는 혁신성과 호기심에 따라 최근에는 이러한 콘텐츠가 기업의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다.
산타클로스 애니메이션을 만든 코카콜라, 해피밀 박스를 카드보드형 가상현실 기기로 만든 맥도날드, 가상현실 영상으로 자사의 신차(XC90)를 테스트 드라이브할 수 있게 만든 볼보(Volvo), 신혼부부를 위해 멋진 허니문 여행지를 구경할 수 있는 텔레포터(Teleporter)를 만든 매리어트호텔 등의 동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콘텐츠의 양적 성장은 결국 질적 성장을 견인하게 되고 가상현실 생태계를 이루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가상현실 관련 콘텐츠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현재 디스플레이에 구현되는 영상 콘텐츠와 관련된 시장이 모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TV·모니터·모바일 기기 등 디스플레이에서 재생되는 영상 콘텐츠 분야는 이론적으로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은 가상현실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가상현실 롤러코스터’처럼 현존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가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의 투자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가상현실 콘텐츠의 적용 가능성은 우리가 예상하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결국 킬러 콘텐츠 또는 웰메이드 콘텐츠가 시장에 얼마나 공급되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실감 미디어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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