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20년 평균으로 본 공급 물량 증가 폭은 좁아…건설사 보유 택지도 소진
주택 공급과잉의 진실
[아기곰 부동산 컬럼니스트] 현재의 시장은 공급과잉이며 2017년이 되면 입주를 못하는 집들이 늘어나면서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그럴 듯한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주택 시장에 얼마나 많이 공급됐는지 또 그 영향은 어찌될 것인지 살펴보자.

은 국제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아파트 공급량이다. 한눈에 보더라도 2015년과 2016년의 인허가 물량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의 수도권의 월평균 인허가 물량은 1만3697가구에 불과했는데 2015년에는 65%, 2016년에는 16% 증가했다.

지방은 더욱 심각해 2015년 76%, 2016년 89% 증가했다. 전국 평균으로 환산하더라도 2015년과 2016년 각각 70%와 51% 정도 공급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증가율에는 과장이 섞여 있다. 비교 대상을 2008년부터 잡은 것이 문제다. 이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주택 시장은 정상이고 2015년이나 2016년 시장은 비정상인 것처럼 느끼도록 유도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조금 더 시점을 넓혀보자.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간 인허가 물량을 살펴보면 월평균 3만883가구에 이른다. 이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평균치인 2만6150가구에 비해 18%나 많은 수치다.

이처럼 20년 평균을 기준으로 2015년과 2016년 인허가 물량을 환산하면 공급이 각각 44%와 28% 늘어난 것에 그친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2008년 이후와 비교했을 때보다 25%포인트 정도 낮다.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심각성이 달리 보인다.

◆ 과장 섞인 주택 공급과잉
주택 공급과잉의 진실
왜 이런 차이가 나고 어느 자료를 인용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공급이 비정상적으로 적었던 시기다. 2008년에 있었던 국제 금융 위기의 여파도 있었지만 그 이전인 2008년 초부터 인허가 물량이 급감하게 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건설사는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급을 기피한다. 이익이 확실히 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단지 외에는 분양을 기피한다는 뜻이다. 2015년부터 공급이 대폭 늘어난 이유도 2015년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둘째, 그 시기에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실시됐기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은 2009년부터 실시됐다. 민간 건설사는 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공급받는 데 비해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 등에 짓기 때문에 땅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

결국 보금자리주택의 경쟁력은 싼 땅값에 있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 민간 건설사가 이익을 줄여 아무리 싸게 공급하고 싶어도 땅값에서 극심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역사상 미분양 재고가 가장 많았던 시점이 2009년 3월이었던 점도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되니 민간 건설사에서는 분양을 기피하고 이에 따라 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셋째, 수요 측면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에도 아파트 공급이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수요자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므로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다 경기가 살아나면 수요가 다시 몰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국제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이후에도 벌어졌다.

◆ “공급과잉 사태, 반드시 온다”

결국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분양가 상한제, 보금자리주택,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비정상적으로 공급이 적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므로 이 시기를 기준으로 현재의 공급이 많은지 적은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고 지난 20년 평균치와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시장은 공급과잉일까. 단순히 지난 몇 년에 비해 공급이 늘어났다고 공급과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공급이 그동안 부족했던 공급을 채우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미분양 재고는 5만7709가구에 달한다. 이는 미분양 재고가 가장 적었던 2015년 4월의 2만8093가구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이것만 보면 미분양 물량은 상당히 심각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고점이었던 2012년 11월의 7만6319가구나 역사상 최고치였던 2009년 3월의 16만5641가구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미분양이 급증했던 작년 12월 이후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면 앞으로 공급과잉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까. 지역에 따라 공급과잉 사태는 반드시 벌어진다. 시장경제의 특징 때문이다.

공급과잉을 우려해 어떤 건설사만 공급을 자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 건설사만 손해일 뿐이다. 이에 따라 시장경제 체제에서 공급을 자제하라는 소리는 공염불에 불과하고 실제로 시장에서 물건이 팔려나가지 않을 때까지 공급이 계속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분양 재고가 쌓이고 일부 건설사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공급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장을 이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건설사에서 아무리 아파트를 공급하고 싶어도 땅(택지)이 없으면 공급할 수 없다.

지난 1~2년 동안 공급이 많았던 것은 과거에 확보해 놓고도 보금자리주택과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집을 짓지 못했던 재고 택지에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런 건설사 보유의 택지 재고가 점점 소진되면서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2014년 ‘9·1 조치’ 때 더 이상 대규모 택지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정부에서 공언한 바 있다. 건설사는 아파트를 더 공급하고 싶어도 지을 땅이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작년보다 인허가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건설사들이 공급을 자제해서라기보다 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허가를 받을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