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의 저열한 행태에 대한 역겨움
[한경비즈니스=김진국 문화평론가·융합심리학연구소장] 미국의 동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에 따르면 까마귀는 동물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자신의 배부터 불리지 않는다.
먹잇감 주위에 내려앉아 다른 동료들부터 부른다. 베른트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했다. 4년 동안 겨울이 오면 여러 동물의 사체들을 까마귀 근처에 가져다 놓고 관찰한 것이다.
과연 사체를 발견한 까마귀는 매우 흥분해 큰소리로 다른 까마귀들을 불러 모았다. 소리를 듣고 모여드는 까마귀는 계속해 바뀌기 때문에 동료를 부른 까마귀가 차후에 다른 보상을 바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 베른트의 분석이다.
◆최순실에게 느끼는 ‘도덕적 역겨움’
희생적 이타주의자인 까마귀들과 달리 침팬지들의 행동은 정반대다. 동물학자 마크 하우저에 따르면 침팬지는 코코넛과 같은 좋은 먹이를 발견하면 우선 주위부터 둘러본다.
지켜보는 동료가 없으면 코코넛 열매를 조금씩 떼먹는다. 까마귀처럼 자신들의 무리들에게 새로운 먹이의 발견을 알리는 침팬지는 뜻밖에도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런 이기적인 침팬지를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니다. 비도덕적 행각이 드러난 침팬지는 동료들의 도덕적 분노와 이에 수반되는 거친 보복을 감수해야 한다.
“배가 고파 먹이를 구걸하다가 동료들에게 얻어맞는 지경에까지 이른 부류들은 과거에 자신의 ‘부’를 ‘어려운’ 동료들과 나누지 않고 독식한 침팬지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얌체 침팬지에 대한 다수 침팬지의 분노를 사람들이 느끼는 어떤 ‘도덕적 혐오감’이라고까지 확대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일 신문의 톱기사를 장식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가히 쓰나미 정국에서 태풍의 눈이다.
그런데 필자가 매우 궁금한 것은 엄밀하게 말해 최순실 게이트가 역대 대통령 주변에서 늘 벌어졌던 측근 비리와 유사한 데다 비리의 규모가 훨씬 작은 데도 불구하고 왜 이리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전 국민적인 분노의 그 너머에 똬리를 틀고 있는 도덕적 혐오감, 이 구역질나는 역겨움의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자 더글러스 켄릭에 따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잘 모르는 7개의 부분 자아(sub-self)가 있다.
그중 하나가 ‘질병 회피’ 부분 자아다. 사람들은 질병을 일으켜 생명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부패한 음식물, 배설물, 쓰레기, 타인의 재채기와 가래침 등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역겨움을 느낀다.
특히 상한 음식물을 자신도 모르게 먹었을 때에는 본능적으로 역겨움을 느끼고 구역질을 하고 실제로 이미 먹은 음식물을 토하기도 한다.
구역질은 상한 음식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생존 메커니즘인 것이다.
인류는 이런 역겨움과 구역질을 ‘부패한 음식물’에 대해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도덕률을 위반해 죄를 지은 ‘부패한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느낀다고 한다. 롤프 데겐은 이를 ‘도덕적 역겨움’이라고 부른다.
역대 정권의 측근 비리는 대통령의 친인척을 위시한 심복들에 의해 저질러졌고 그들의 엄청난 비리 규모나 극히 나쁜 죄질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분노를 유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태에 전인격적인 혐오나 도덕적인 역겨움을 느끼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주인공들의 몰상식함과 치졸함과 비도덕성이 심각하다는 데 있다.
융심리학적 용어로 말하면 35억원짜리 말(馬)을 태워 부정한 수단으로라도 딸을 대학에 보내고 말겠다는 3류 졸부의 눈물겨운 모성애는 어쩌면 ‘나도 돈만 있으면 그리하고 싶은’ 우리 ‘마음속의 어두운 그림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차마 그리하지 못하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고 스스로 위안이나 삼고 있어야 할까.
‘변칙 상속에 기반을 둔 천문학적 재산, 놀면서 호의호식, 가난한 사람 무시, 오만방자한 언행, 자식 명문대 부정 입학, 고교와 대학에서의 출석과 성적 조작, 공공기관 낙하산 투입(자식 취업), 정부 예산 빼먹기, 이권과 인사 개입(형편없는 측근 심기) 등.’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최순실 일당의 죄상을 이렇게 분류한다.
소위 돈에 눈이 먼 ‘듣보잡’들이 춘추전국시대도 아니고 21세기 대명천지에 ‘명예와 권력까지 움켜쥐려고 대통령과 최고 권부를 가지고 놀았다’는 황당한 사태 앞에서 우리 국민들은 내적으로 허탈하고 외적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수치스럽다.
부패한 인간 쓰레기의 악취에서 느끼는 우리 국민들의 이 도덕적인 역겨움을 대체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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