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100세 시대’ 신중년의 현실 : 신중년 설문]
-재취업 희망 월급 200만원…청년층과 경쟁하며 아르바이트 사이트도 기웃
[신중년 설문] 준비없는 퇴직… “채용정보 부족하다”
(사진) 한 고령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오랜 기간 준비를 거쳐 전략을 세운 뒤 퇴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퇴직하게 된다.

50·60세대를 칭하는 신중년 층이 재취업 시장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반의 대비를 하더라도 열기 어려운 게 취업 시장의 문이다.

그러면 신중년 층은 어떻게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고 재취업할 때 받고 싶은 보수는 얼마나 될까. 또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까. 설문 조사를 통해 신중년 층의 재취업 실태를 알아봤다.

◆구직 과정에 다양한 걸림돌

먼저 퇴직한 경험이 있는 50대 이상 남녀 총 1000명 가운데 현재 일하지 않고 있지만 ‘재취업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만 설문을 진행했다. 어떻게 신중년 층이 재취업을 준비하는지 조사하기 위해서다.

자의든 타의든 퇴직한 신중년 층은 어떻게 재취업을 준비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력을 살리고 싶지만 자신에게 맞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원하는 채용 공고가 나올 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다. 막상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이전 같지 않은 몸 상태에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실제로 재취업을 준비하는 신중년 층에게 걸림돌이 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질문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이들이 ‘기업들의 채용이 부족하다(33.3%)’고 응답했했다. 건강(24.6%), 취업 정보 부족(17.5%), 경력(13.1%), 연봉(7.9%), 학력(3.6%)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의 채용이 부족하다’는 응답률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차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50~54세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21%로 나타났지만 55~59세는 37%, 60~64세는 40.7%, 65세 이상은 56%로 집계됐다. 나이가 더 들수록 취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신중년 설문] 준비없는 퇴직… “채용정보 부족하다”
그렇다면 왜 신중년 층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확히 말하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라며 가장 큰 원인으로 비용 문제를 꼽았다.

일본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퇴직자들의 재직 당시 연봉을 감안하면 이들을 데려올 때 기업들은 상당히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은 퇴직자들을 채용하기보다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싼 청년층 채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신중년 층을 채용하더라도 생산성을 보장할 수 없는데다가 조직에 안착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제시한 원인이다.

신중년 층이 구직 정보를 얻는 방법은 청년층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해서였다. ‘재취업을 알아보는 방법(복수 응답 가능)’을 물었더니 59.1%가 민간 기업에서 제공하는 채용 정보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채용 정보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54%였고 가족이나 지인들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본다는 응답자도 46.4%나 됐다.

인터넷을 통해 재취업을 알아보고 있는 신중년 층은 고용노동부에서 운영 중인 워크넷(17.4%)을 가장 많이 이용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인 알바몬을 이용하는 이들이 14.1%로 워크넷에 이어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신중년 설문] 준비없는 퇴직… “채용정보 부족하다”
오랜 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기다리는 구직자들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 사람인(12.1%)·잡코리아(8.7%)·알바천국(7.4%) 등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재취업 절반 이상이 “월급 부족해”

다만, 대부분의 신중년 층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채용 정보를 얻고 있었지만 만족도는 낮은 편이었다. 채용 사이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보통’이라는 응답률이 36.9%로 가장 높았다.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한다는 답변도 25.5%를 기록했다.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0.1%에 불과했다.

이처럼 열심히 재취업 활동을 하는 이들이 원하는 월급은 2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2.9%다. 200만~300만원(40.5%), 300만~400만원(11.9%), 400만~500만원(2.8%), 500만원 이상(2%) 순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재취업에 성공한 신중년 층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퇴직한 경험이 있는 50대 이상 남녀 총 1000명 가운데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설문을 진행해 이들의 삶을 물어봤다. 가장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단연 월급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신중년 층의 30.2%가 한 달에 200만~300만원을 번다고 응답했다. 26.7%가 월수입 100만~200만원이었고 300만~400만원은 15.9%로 집계됐다. 500만원 이상을 번다고 한 응답자도 12.1%나 돼 눈길을 끌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신중년 층도 자신의 월급에 만족하지는 않았다. 월급이 부족하다는 데 절반이 넘는 58.7%의 응답자가 집중됐다. 30.2%는 보통이라고 밝혔고 만족한다는 이들은 10명 중 1명꼴(10.9%)이었다.
[신중년 설문] 준비없는 퇴직… “채용정보 부족하다”
종사하는 직군은 의외로 사무직이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43.1%가 사무직에 종사했고 기술직 18.0%, 자영업 15.3%, 생산직 13.4%, 전문직 10.2%였다. 다만, 연령이 높을수록 사무직에서 일하는 비율이 낮았다. 65세 이상은 기술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27.3%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에서 일하는 비율은 18.2%로 조사됐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하루가 멀다고 대책이 쏟아질 만큼 사회적 이슈가 된 청년층 고용 문제와 다르게 신중년 층 일자리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 정부 들어 다소 변화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신중년 층의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신중년 인생 3모작’ 지원을 위한 고용 서비스 개선 방안을 들 수 있다. 50대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 ‘재취업 일자리’를 구한 뒤 은퇴를 앞두고 ‘사회공헌 일자리’에서 일하는 것을 ‘3모작’으로 비유했다.

이를 위해 중·장년(34~69세)은 중위소득 이하인 구직자만 이용할 수 있었던 취업·직업 훈련 지원 프로그램인 ‘취업 성공 패키지’를 중위소득 이상인 신중년(50~69세) 구직자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취업 성공 패키지’란 취업 활동 계획에 따라 ‘진단·경로 설정→의욕·능력 증진→집중 취업 알선’에 이르는 통합적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하면 ‘취업 성공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노동시장 진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종합적인 취업 지원 체계다.

또 노년플래너·전직지원전문가 등을 활용해 신중년 층에 적합한 직무를 개발해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1년간 월 60만원 수준으로 고용 창출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 정책만으로 신중년 층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체는 결국 기업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신중년 층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바람직하지만 실효성과는 별개다.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 즉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이 고용을 잘할 수 있도록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기업은 노동자를 비용 혁신이자 생산성의 주체로 받아들이면서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문 개요]
조사 기간 : 2017년 10월 13~16일
조사 대상 : 퇴직 경험이 있는 50대 남녀 1000명
조사 방법 : 모바일 조사
표본 오차 :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 오차 3.1% 포인트
조사 기관 : 한경비즈니스·글로벌리서치
[신중년 설문] 준비없는 퇴직… “채용정보 부족하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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