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니 면세점’ 운용…세계관세기구 “공항·항만 출국장에만 설치” (사진) 일본 도쿄 중심가인 긴자에 자리한 롯데면세점.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한국이 ‘면세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제도나 규제 측면에서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면세점업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면세점 제도나 운영 방법 등을 살펴보고 좋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면세점을 운영·관리하는지 살펴봤다.
◆대부분 ‘경쟁입찰’ 방식 선정
공항 면세점 사업자가 되기 위한 과정은 면세점을 운영하는 세계 국가들 모두 대략 비슷하다. 반드시 경쟁입찰을 거친 뒤 각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최근 국내에서 사업자 선정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시내 면세점은 다르다. 일부 동아시아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면세점 유형으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태국·싱가포르·호주·일본 등이 도심 내에서도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두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면세 사업의 수요가 폭증해 시내 면세점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추세인데 사업자 선정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국가들이 한국과 면세점 운영 환경이 비슷하지만 선정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일어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면세점과 관련한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은 면세점 시장에 대한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이 문제되자 2013년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면세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권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자동 갱신을 금지했다.
면세점 사업권을 연장하기 위해선 입찰 과정을 다시 거치면서 다른 업체들과 경쟁해야만 한다. 자칫하다가는 공들여 온 면세 사업 자체가 통째 날아갈 수 있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사업권을 새로 따내거나 지키기 위해 기업들은 로비도 불사하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시내 면세점을 도입한 국가들도 한국과 비슷한 허가제 형식으로 사업권을 부여받아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진입 장벽이 높긴 하지만 경쟁입찰이 없고 한 번 사업을 시작하면 제도적으로 영속성을 보장해 준다는 부분이다.
먼저 면세 시장점유율 세계 2위인 중국은 국영기업에만 면세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사업권 기간도 딱히 정해진 바가 없어 사실상 영구적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국영기업 또는 사업자 지분의 일정 부분 이상(태국 51%·말레이시아 70%)을 자국민이 보유한 상장사만 면세 사업을 허가 받을 수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따로 허가 기간을 두지 않는다.
호주와 싱가포르에서는 면세 사업권 허가를 따내기 위해선 정부에서 제시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두 곳 역시 따로 허가 기간을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번 허가를 받으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계속해 면세점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국장 면세점, 25개국 운영
일본은 위의 국가들과 조금은 차이가 있다. 시내 면세점 사업권에 대한 허가제와 함께 신고제도 운영 중이다. 일본에선 시내 면세점은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들에 사업을 허가한다.
허가 기간은 10년으로 한국보다 두 배 길며 갱신할 수 있다.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지역에 따라 면세 사업자를 다르게 선정하고 있는 것도 일본만의 특징이다. 이와 함께 일본에는 신고제로 운영되는 시내 면세점 형태인 ‘미니 면세점’도 있다. 일본은 2014년 면세점 제도 개선을 통해 시내 곳곳에 자리한 미니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즉시 8%의 소비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쉽게 운영할 수 있어 최근 그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니 면세점은 소상공인들에게도 면세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유용한 제도”라며 “국내에서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동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품 사재기와 세금 탈루 등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내 면세점을 도입하고 있지 않다. 세계관세기구(WCO) 역시 이런 문제점을 제기하며 공항·항만 출국장 외에는 면세점을 설치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시내 면세점을 찾아볼 수 없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국경 근처에 있는 면세점을 시내 면세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도시에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굳이 시내 면세점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들 국가에서도 공항 면세점 사업자가 되기 위해선 경쟁입찰을 거쳐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국은 관세 당국의 인가가 필요하고 미국은 재무부 장관의 면허 또는 승인이 있어야 한다. 사업권 기간은 제각각이다. 예컨대 면세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은 사업권 기간이 10년으로 길며 이후 갱신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나라들도 많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호주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만 25개에 달하는 국가들이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은 감시 행정 방해와 여객 혼잡, 과소비 조장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지 않는 상황이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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