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기적을 만드는 최강의 혁신팀27] 아모레퍼시픽 미래기술랩
[아모레퍼시픽 미래기술랩]건조 해결한 튜브형 마스카라, 쭈쭈바에서 아이디어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쭈쭈바(아이스크림)와 마스카라. 이 둘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혁신은 둘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아모레퍼시픽이 쭈쭈바에서 영감을 받아 출시한 ‘헤라 리치 스퀴즈 마스카라’는 4월 17일 ‘제12회 미래패키징 신기술 정부포상’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았다. 2015년 출시된 ‘헤라 리치 스퀴즈 마스카라’는 업계 최초로 개발된 실리콘 튜브 형태의 용기로 만들어졌다.


기존 마스카라의 문제점 70% 해결


제품 개발자는 정해원 아모레퍼시픽 미래기술랩 부장이다. 정 부장은 새로운 마스카라를 개발하기 전 고객 클레임을 살펴봤다. 가장 많은 고객 불만은 “마스카라를 조금만 사용해도 내용물이 건조돼 못 쓰겠다”였다. 정 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조돼 수거된 마스카라를 반으로 잘랐다.

그러자 내용물의 50% 이상이 벽면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마스카라는 속눈썹에 부드럽게 발리되 빠르게 건조돼 속눈썹을 고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용액 점도가 높다.

또 시장에 나와 있던 모든 마스카라가 길고 얇은 플라스틱 용기로 구성돼 있었다. 용기 디자인상 마스카라 솔이 오고가는 부분에만 내용물이 사용되고 벽면에 묻은 용액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정 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길에서 쭈쭈바를 먹던 아이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보는 순간 ‘아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쭈쭈바는 주무르는 강도에 따라 내용물을 짜먹을 수 있잖아요. 냉동 상태에서도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로서 손색이 없고요.”


문제는 디자인이었다. 아모레퍼시픽 내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헤라 마스카라를 쭈쭈바 파우치로 만들면 자칫 저렴한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주방 가구 전시회에서 얻었다.

“우리 팀은 타 산업분야 전시회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전자든 완구든 식품이든 모든 전시회는 다 찾아가죠. 한번은 주방 가구 전시회에서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진 도마와 냄비를 봤는데 인체 안정성뿐만 아니라 색감이나 디자인 요소까지 너무 예뻤어요. 그 길로 바로 실리콘 업체로 달려갔죠.”


이후에도 수많은 실패와 연구를 하며 지금의 마스카라를 내놓을 수 있었다. 기존 건조 문제는 70% 이상 해결됐다. 마스카라 사용 기간과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최소 1.5배 늘어 제품 지속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용기를 주무르는 힘에 따라 마스카라 볼륨력을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함도 강화됐다. 이 같은 노력은 국내와 미국·일본·중국·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특허·실용신안 출원으로 이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퀴즈 밀폐 구조 제조 기술을 다양한 화장품 용기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브랜드별 연구 벗어나 개방형 융합 과제에 집중


정 부장이 속한 미래기술랩은 아모레퍼시픽 ‘어벤저스’팀으로 통한다. 지난해 12월 아모레퍼시픽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들만 모아 미래기술랩을 꾸렸다.

전동 마스카라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정 부장뿐만 아니라 인공 피부 전문가, 뷰티 디바이스 개발자, 3D 프린터를 활용한 ‘테일러드 솔루션’ 개발자 등 기초과학부터 응용과학 전문가까지 이공계 전 영역을 포괄하는 석·박사 수십 명이 일하고 있다. 기존 연구소가 기능별 연구를 해온 반면 이들은 다양한 주제 위주의 개방형 기술융합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기술랩은 혁신적인 아이템을 발굴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다.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탄탄한 기반 연구와 기술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는 게 목표다.

정 부장은 “낯섦보다 익숙함을 택하는 소비 특성상 혁신 제품 초기 매출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최초의 제품과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 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 의지는 서성환 창립자 때부터 이어져 왔다. 서 창립자는 1954년 화장품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개설하고 1957년부터 매년 연구원들을 유럽과 일본으로 보내 선진 기술을 습득하게 했다.

R&D 의지가 남다른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미래기술랩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에어쿠션과 같은 제품 혁신으로 시장을 선점해 왔듯이 또 다른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모레퍼시픽 어벤저스팀의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kye0218@hankyung.com

[커버스토리=기적을 만드는 최강의 혁신팀 27 기사 인덱스]
파트1. 쉼 없는 혁신 열정
-GS건설 프리콘팀
-아모레퍼시픽 미래기술랩
-롯데백화점 인플루언서커머스프로젝트팀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본부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
-빙그레 데어리팀
-넥슨 콘텐츠사업팀
파트2. 누구도 상상 못한 신사업
-이마트 피코크개발팀
-세정 미래유통콘텐츠팀
-SK텔레콤 오픈콜라보센터
-CJ대한통운 W&D본부 환경사업팀
-GS칼텍스 위디아팀
-웨스틴조선호텔 RSP팀
파트3. 차별화로 고객 감동
-BMW코리아 드라이빙센터팀
-하나카드 마케팅프로그램실행팀
-아시아나항공 캐빈특화팀
-LG유플러스 고객언어혁신팀
-롯데호텔 ACE팀
파트4. 디지털 전환의 최전선
-효성ITX R&D센터
-신한은행 빅테이터센터
-NH투자증권 디지털본부
-스타벅스 코리아 디지털기획팀
-현대중공업 ICT기획팀
-롯데제과 AI팀
-농협중앙회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
-현대상선 PI추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