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요즘 애들' Z세대, 미래 고객을 잡아라]
-자유로운 X세대 부모의 특징에 ‘다양성’ 장착…스스로 체득한 ‘디지털’은 자신의 일부
['요즘 애들' Z세대]640만 명의 ‘디지털 원주민’, 미래 소비지도 바꾼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시대는 세대를 낳고 세대는 시대를 만든다. X세대가 ‘신인류’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X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우상으로 삼고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1990년대를 주름잡았다.
2018년 X세대는 이제 기성세대가 됐다. X세대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어느덧 자라 성인이 됐다. 바로 ‘Z세대’다.

이들은 다가올 시대를 이끌어 갈 주역이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갈 주인공이다. 한경비즈니스가 Z세대 500명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냐고.
['요즘 애들' Z세대]640만 명의 ‘디지털 원주민’, 미래 소비지도 바꾼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도 요즘 애들에 대한 공통된 이야기가 있다. 기원전 1700년께나 지금이나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요즘 애들을 단지 ‘버릇없는 존재’로 치부하기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주역으로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소비 패턴에 변화가 생기면서 기업과 사회가 앞다퉈 ‘요즘 애들’을 분석하고 연구하기에 바쁘다.

최근 소비 트렌드를 분석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소비와 문화의 중심인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다가온 세대는 ‘Z세대’다. ‘Z’라는 글자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X세대’와 ‘Y세대(밀레니얼 세대)’의 다음 세대라는 뜻에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정확한 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없지만 한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1995년에서 2005년에 출생한 640만 명을 Z세대로 분류한다.

2020년까지 Z세대가 전체 소비자의 40%를 차지할 것이라는 조사가 나오면서 기업들은 ‘소비의 주역’이자 ‘시대의 주역’이 될 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나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지만 Z세대는 아날로그에 대한 경험이 없는 유일한 세대”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와 비슷하면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 Z세대의 특징은 뭘까.
◆“공부와 행복은 상관이 없다”
['요즘 애들' Z세대]640만 명의 ‘디지털 원주민’, 미래 소비지도 바꾼다

Z세대의 부모는 X세대(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세대)다. 이는 Z세대 가치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세기말 1990년대 X세대의 존재는 ‘신인류’였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세대가 기성세대와 뚜렷한 대비가 생기고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X세대부터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표되는 X세대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개성을 존중하고 표현하기 시작한 첫 세대였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이룬 베이비붐 세대거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386세대다. 이들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 왔다.

입학·입사·승진 등 끊임없이 남들과 경쟁해야만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또 기적 같은 경제·사회 발전을 이뤄 왔기 때문에 노력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도 있다.

경제성장이 멈춘 시대에 살며 스스로 ‘헬조선’을 살아간다고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노오력’의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가장 ‘진보적인 세대’로 불렸던 X세대는 어느새 Z세대의 부모가 됐다. X세대의 특성은 자녀를 키울 때도 발현됐다.

2005년 제일기획이 X세대에게 조사한 결과 X세대 주부 71.7%가 ‘아이와 남편보다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고 응답했다. 자녀의 직업에 대해서도 90.9%가 ‘꼭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 아니어도 좋다’고 답했다.
이 때문일까. Z세대는 직업을 선택할 때 일과 삶의 균형이나 일 자체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 Z세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거나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원한다.

Z세대는 X세대에게 물려받은 자유로운 가치관을 기반으로 다양성을 특히 존중한다.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인생의 패배자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세대다.

Z세대가 밀레니얼 세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디지털’이다. Z세대는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라면 Z세대는 디지털이 ‘당연한’ 세대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2011년이다. 2012년부터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됐을 때 밀레니얼 세대는 10대 후반이거나 성인이었다.
◆‘누가 쓰나’ 한마디에 기업 휘청
['요즘 애들' Z세대]640만 명의 ‘디지털 원주민’, 미래 소비지도 바꾼다
(사진) Z세대 카일리제너의 한마디에 스냅챗 주가가 폭락했다. / 카일리제너 트위터

반면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을 접했고 함께 성장했다. 2016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률은 97.6%, 모바일과 인터넷 이용률은 91.7%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을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Z세대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디지털을 체득했고 원하는 플랫폼에 들어가 원하는 정보를 선택해 본다.

Z세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막강하다. 미국에선 Z세대 아이돌 스타 카일리 제너(21)의 트윗 한 줄에 소셜 미디어 기업 스냅챗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조원 넘게 증발했다.

25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카일리 제너는 2월 트위터에 “스냅챗을 안 쓰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나. 나만 안 쓰나”라고 적었다.

미국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페이스북의 인수도 거절했던 스냅챗이 제너의 한마디에 한물간 유행이 됐다. 소셜 미디어와 함께 살아가는 Z세대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일화다.

사회적으로도 Z세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10대 Z세대는 미국 사회에 ‘총기 규제 강화’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미래 고객인 10대들의 눈치를 보는 기업들이 하나둘 미국총기협회(NRA) 지원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급식’이라고 불리며 비주류로 취급받던 청소년 문화가 이제는 주류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고등래퍼2’다. ‘자기과시’와 ‘욕설’로 도배돼 식상해지고 있던 힙합계에 고등학생들이 등장해 판을 뒤집었다. 방송이 끝나면 김하온(18)·이병재(18) 등 고등래퍼의 주역들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식했고 음원 차트 1·2위를 점령했다.

고등래퍼 주인공들은 기존 래퍼들의 방식을 따라하거나 래퍼들의 겉모습만 보고 힙합에 뛰어들지 않았다.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색깔로 무대를 그려 나갔다.
10대들의 은어 ‘급식체(급식 세대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도 사회 전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예수는 오지신 분(오지구요)/ 예수는 진리신 분(진리구요)/ 그의 능력친 만랩/ 한계가 없으신 클라스.’ 놀랍게도 이 가사는 CCM(현대교회음악) ‘오진예수’의 가사다.
10대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던 급식체가 TV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이를 넘어 종교계까지 퍼졌다. 기성세대도 급식체를 배우고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은 대중문화에 파고든 급식체를 활용해 젊은 소비자와 소통했다.

어느 시대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가 있었지만 비속어로 치부됐을 뿐 이처럼 사회 전반적인 유행이 되진 않았다. Z세대는 재치 있는 감각으로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냈고 기성세대가 긍정적으로 호응하며 생긴 현상이다.

이승윤 교수는 “과거에는 10대들이 주도적으로 소비할 수 없는 세대였다면 Z세대는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나 브랜드, 플랫폼이 뚜렷하다”며 “이를 통해 그들만의 팬덤이나 문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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