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전국 농수특산물 활용해 대표 제품 생산…종자 개발·친환경 비료 지원도
‘계약재배·스마트팜 지원’…농가·기업 ‘윈윈’ 바람
(사진) 경북 영천의 한 농민이 미니 사과를 들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이 미니 사과를 케이크 장식으로 활용한다. /SPC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식품·프랜차이즈업계가 계약재배 등을 통해 농가와의 상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농수특산물을 활용해 대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계약재배 농가에 ‘스마트 팜’ 구축을 지원해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커피 전문점에서 발생한 커피 찌꺼기를 친환경 비료로 가공·지원해 농가의 비료 구매비용 절감과 토양 개량에 도움을 주는 사례도 있다.

CJ제일제당은 고령화 이슈 등에 직면한 농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자 전문 법인인 CJ브리딩을 설립했다.

CJ브리딩은 2014년 이후 지속적인 종자 개발을 통해 지난해 3개의 종자를 개발, 총 12개 품종을 확보했다. 2015년 2개 품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6배 늘어난 셈이다. 개발된 종자는 CJ제일제당 주요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CJ브리딩은 종자의 상품화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농가 소득 기여를 위해 노력 중이다.

CJ브리딩은 두부 제품 등에 사용하는 콩과 햇반 등 가정간편식(HMR)의 원료인 벼의 안정적 공급처 확보를 위한 계약재배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총 7개 품종에 대한 계약재배를 실시했고 계약재배 면적도 2015년 214만㎡에서 지난해 381만㎡까지 확대했다”고 말했다.
‘계약재배·스마트팜 지원’…농가·기업 ‘윈윈’ 바람
◆CJ프레시웨이, 1000여 개 농가와 계약재배

CJ그룹의 식자재 유통, 단체급식 전문 기업인 CJ프레시웨이는 올해 전국 11개 지역, 1000여 개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계약재배 면적은 축구장 2500개에 달하는 1800만㎡로, 연간 4만여 톤의 농산물을 구매한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구매 금액은 약 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CJ프레시웨이는 올해 전북 익산의 쌀과 강원 강릉의 배추, 제주의 무 등을 계약재배하는 등 전국에서 10개 품목의 농산물을 수매한다.
‘계약재배·스마트팜 지원’…농가·기업 ‘윈윈’ 바람
(사진) CJ프레시웨이와 계약재배 중인 충남 서산의 한 농민이 햇양파를 들고 있다. /CJ프레시웨이 제공

전북 익산시 황등면의 서상권(61) 씨는 “계약재배를 실시하기 전에는 가을에 재배한 쌀을 절반도 판매하지 못할 때가 허다했지만 계약재배를 시작한 후부터 판로 걱정 없이 안정적 소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배지환 CJ프레시웨이 신선농산팀 상품기획자(MD)는 “계약재배는 농가의 판로 확보는 물론 기업이 고품질 농산물의 물량 확보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호 윈-윈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도 지역 산지와의 직거래 규모 등을 확대하고 있다. 2012년부터 경북 영천의 미니 사과, 경남 산청의 딸기, 전북 익산의 찹쌀, 전남 강진의 파프리카 등 전국 16곳, 17개 품목의 제철 농산물을 활용한 베이커리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파리바게뜨의 농가 협업 제품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영천 미니 사과다. 영천 농가는 2007년부터 보통 사과의 7분의 1 크기인 미니 사과를 재배했지만 소비자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아 시장에 나오면 불량 사과로 취급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2012년 SPC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니 사과가 파리바게뜨 케이크 장식으로 쓰이면서 영천 농가들이 연평균 8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SPC그룹은 올 5월 말 경남 하동군과 녹차 공급에 관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파리바게뜨 등 계열 브랜드 매장에서 하동 녹차 및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하동군과 함께 자체 녹차 브랜드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심, 아카시아꿀 생산량의 25% 구매

농심은 국내 최대 다시마 산지인 전남 완도군 금일도(금일읍) 일대에서 다시마를 전량 구매한다. 뛰어난 품질의 완도 다시마를 넣어 흉내 낼 수 없는 ‘너구리’만의 풍부한 맛을 구현했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은 매년 평균 400톤의 금일도 건다시마를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35년 누적 구매량은 1만4000톤에 달한다. 농심이 한 해에 구매하는 400톤의 다시마는 국내 식품업계 최대 규모로, 이 지역 연간 건다시마 생산량의 15%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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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남 완도군 금일도의 건다시마 경매 현장. 농심은 이 다시마로 ‘너구리’ 등의 제품을 만든다. /농심 제공

농심은 매년 1만 톤 이상의 국산 감자를 구입하기도 한다. 농심은 국내 감자 농가의 소득 증가는 물론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의 감자 스낵을 제공하기 위해 2010년 6월 국산 수미 감자로 만든 ‘수미칩’을 출시했다.

수미감자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재배하기도 쉽다. 1년에 초여름과 초가을 두 번 수확할 수 있고 당분 함량이 높아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 국내 감자 농가 재배량의 70% 이상이 수미 품종이다.

농심은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포테이토칩’에 쓰이는 대서 품종 감자 공급을 위해 지역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해 왔다. 농심은 전국 600여 곳의 계약재배 농가를 연 3~4회 방문해 농업 기술 향상과 수확량 증대, 농가 소득 증대를 돕기 위한 영농교육 등도 지원한다.

농심은 매년 아카시아꿀을 구매해 ‘꿀꽈배기’에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농심의 연간 아카시아꿀 구매량은 170여 톤으로, 국내 연간 아카시아꿀 생산량의 25%에 해당한다. 46년간 누적 구매량은 약 8000톤에 달한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농심 등 각 기업에서 국산 꿀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사례가 늘면 3만 여 양봉 농가의 안정적 판로 확대와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 관계자는 “꿀꽈배기 개발 당시 인공 사양꿀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제품의 맛과 품질을 위해 천연 벌꿀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대상은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 ‘정원e샵’에 농수축산물 전용 판매 코너인 ‘산지에온(ON)’을 구축해 쌀·고구마·과일·한우 등을 판매하며 지역 농가의 판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대상은 특히 지난해 7월 전남 목포와 MOU를 맺고 국내 최초 ‘해조류 검사센터’를 구축,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목포 해조류 검사센터는 단백질 함량과 수분·맛·식감·색깔 등 대상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11가지 품질 평가 항목에 따라 김을 분석하고 품질 등급을 나눠 관리하는 시설이다.

대상은 해조류 검사센터를 운영하며 기존 양적 위주의 생산 방식에서 탈피해 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김 생산 패러다임을 바꿔 가고 있다. 기존의 김은 여러 업체에서 대량으로 양식한 물김을 경매사로부터 별도 등급 없이 경험에 의존해 구매한 후 가공, 판매해 왔다.

대상은 원초(물김)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 고품질의 김을 생산하고 해조류 검사센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품질관리 시스템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중이다. 지난해 대상의 국내 김 매출은 163억원으로, 2014년 대비 13% 증가했다. 수출 실적은 113억원으로, 2014년 대비 70.3% 성장했다.
‘계약재배·스마트팜 지원’…농가·기업 ‘윈윈’ 바람
(사진) 대상의 목포 해조류 검사센터 직원들이 김 제품의 품질을 평가하고 있다. /대상 제공

이상민 대상 청정원 마케팅본부 수산가공팀장 겸 해조류 검사센터장은 “2020년 200억원 이상의 해외 매출을 목표로 글로벌 해조류 선도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알에스, 친환경 비료 지원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커피 등을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는 최근 제주 농가 판로 확대를 위해 동반성장위원회 등과 함께 ‘동반 성장 상생 협력 협약식’을 가졌다.

롯데지알에스는 이를 통해 엔제리너스커피 매장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로 친환경 유기질 비료를 생산, 제주 농가에 지원한다. 제주 농가에서 생산하는 한라봉 등 농특산물을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커피에서 확대 출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는 “연간 240톤 정도의 커피 퇴비를 지원함으로써 매년 16억원 상당의 비료 구매비용 절감은 물론 토양 개량에 따른 고품질 작물 수확 가능성을 높이는 등 농가의 직접적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푸드가 의성군과 협력해 출시한 ‘의성마늘햄’도 대표적 지역 상생 사례로 꼽힌다. 롯데푸드는 의성마늘햄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매년 100여 톤의 마늘을 경북 의성의 농가에서 수매한다.

롯데푸드는 제품을 활용한 지역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0년부터 매년 ‘의성마늘햄 캠프’를 열어 의성군의 지역 명소를 알리고 의성장학회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상생 관계를 이어 오는 중이다.
‘계약재배·스마트팜 지원’…농가·기업 ‘윈윈’ 바람
(사진) ‘의성마늘햄 캠프’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매년 100여 톤의 마늘을 경북 의성의 농가에서 수매한다. /롯데푸드 제공

롯데푸드 관계자는 “의성마늘햄 브랜드는 출시 직후인 2006년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540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오리온, 감자 농가에 스마트 팜 지원

오리온은 국내 500여 개 감자 농가와 계약, 연간 2만 톤의 감자를 ‘포카칩’과 ‘스윙칩’ 등 감자 스낵 생산에 사용한다. 1989년부터 계약재배를 통해 감자를 조달 중이며 ‘감자연구소’를 통해 우수 감자 종자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 재배하게 하고 전량 수매한다.

오리온은 1988년 소비자에게 좀 더 맛있고 좋은 품질의 스낵을 제공하기 위해 ‘오리온감자연구소’를 세웠다. 우수한 감자칩을 생산하기 위해 전용 종자 개발과 저장, 선별 기술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활동을 끊임없이 이어 가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SK텔레콤을 비롯해 지능형 관수·관비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인 ‘스마프’와 함께 감자 계약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노지형 스마트 팜’ 구축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노지형 스마트 팜은 비닐하우스 등으로 덮이지 않은 밭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시설을 설치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 자동 관리하는 농장을 의미한다.

3사는 경북 구미와 전북 정읍의 감자 계약재배 농가에 스마트 팜 솔루션을 설치, 시범 운영한다. IoT 기술을 활용해 온도·습도·강수량 등 감자 생육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최적의 수분과 비료 투입량을 산출해 낼 계획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데이터를 확인하고 적정량의 물과 양분을 토양에 자동 공급하는 원격 관리도 가능하다.

오리온은 이를 통해 생산량 증대는 물론 노동력과 영농비용 절감 등 농가 소득의 실질적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약재배·스마트팜 지원’…농가·기업 ‘윈윈’ 바람
(사진) 지능형 관수·관비 솔루션 운용 모습. 오리온은 SK텔레콤 등과 감자 계약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노지형 스마트 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오리온 제공

정태조 오리온 마케팅부문 팀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대기업과 스타트업·농가가 손잡고 기존 영농 방식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생 협력 사례”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음료가 지난해 12월 처음 선보인 검정보리 차음료 ‘블랙보리’도 기업·지자체·공공기관의 상생 노력이 집결된 제품이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제품 출시에 앞서 검정보리 주 재배지인 전남 해남 및 전남농업기술원과 ‘검정보리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검정보리는 농가 소득 활성화를 위해 농촌진흥청이 2011년 개발한 보리 신품종이다. 일반 보리에 비해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을 4배 정도 함유하고 식이섬유가 1.5배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가공성이 좋아 빵·커피·차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돼 왔다. 일상에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음료화한 제품은 블랙보리가 처음이다.

블랙보리는 출시 이후 올 5월 초까지 누적 판매량 1300만 병(340mL 환산)을 돌파하며 국내 차음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블랙보리의 인기에 따라 올 3월 전북 고창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함께 둘째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고창산 검정보리 원료 공급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등 농가 소득 증대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하이트진로음료는 블랙보리 라인업 확장을 위한 추가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성 하이트진로음료 마케팅기획팀장은 “기존 보리차 음료와의 차별화를 위해 최고 품종의 보리 원료를 찾던 중 맛과 품질이 우수한 검정보리를 발견해 주원료로 활용하게 됐다”며 “블랙보리로 국산 보리의 우수성을 알리는 등 국내 보리 산업 활성화와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