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신 떡·치즈·매운고추·고구마·새우·불고기 등이 들어간 고품질의 어묵 요리들이 베이커리 형태로 포장돼 있다. 고객도 다양하다. 한국인은 물론 중국·일본·동남아·유럽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K어묵’의 매력에 푹 빠졌다.
◆‘어묵의 매력’에 푹 빠진 외국인들
겨울철 국민 간식 ‘어묵’의 위상이 달라졌다. 포장마차의 주 메뉴이자 가정의 반찬으로 소비되던 어묵은 최근 건강 어묵과 고급 어묵에 대한 소비자 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품질의 어묵 베이커리와 어묵면 등 간식용 어묵(즉석 조리, 소량 다품목)으로 관련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맛살과 어육 소시지를 포함한 어묵 산업의 매출액은 2007년 4150억원에서 2016년 8980억원으로 성장했다. 내수 부진으로 식품업계 전반이 정체되는 가운데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 어묵 시장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CJ제일제당·사조대림·동원F&B 등 국내 4대 어묵 제조사의 각사 대표 프리미엄 어묵 브랜드의 매출 총합은 2015년 280억원에서 2017년 491억원으로 약 75% 성장했다.
베이커리의 사업 모델을 본뜬 베이커리 어묵 시장도 어묵 산업의 성장세에 한몫했다. 베이커리 어묵은 베이커리처럼 제조 후 즉석에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말한다. ‘신선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간편 식품’으로 어묵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현재 삼진어묵·고래사 등 베이커리 어묵 브랜드들이 백화점·공항·기차역 등지에 입점해 활발히 영업하고 있다. 이 시장의 대표 주자인 삼진어묵의 매출액은 2013년 100억원에서 2017년 870억원으로 8배 이상 증가할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판로도 확장 중이다. 한국에서 생산된 어묵은 일본·중국·대만·태국 등 아시아권 외에도 미국·영국·독일·멕시코 등 미주·유럽으로 수출되면서 ‘식품 산업의 반도체’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어묵 수출액은 2008년 2200만 달러에서 2017년 5700만 달러로 2.6배 급증했다.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어묵이 육류를 대체할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수산물 수출의 첨병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 중 어육 소시지는 같은 기간 수출이 308배 급증할 만큼 ‘수출 효자 품목’이 됐다.
수출을 넘어 아예 브랜드가 통째 해외에서 둥지를 틀기도 한다. 유명 어묵 업체인 고래사는 부산 어묵 업체 중 최초로 중국과 미국에 매장을 열었다. 삼진어묵은 싱가포르에 첫 해외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도 매장을 열었다.
어묵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지표도 청신호다. 2007년 6500명에 불과했던 국내 어묵 산업 종사자는 2016년 1만255명으로 73% 급증했다. 연평균으로 셈하면 매년 6.3%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양적 증가와 함께 질적 개선도 이뤄냈다. 삼진어묵은 최근 5년간 종사자가 2013년 43명에서 2017년 586명으로 13.6배 증가했는데, 이 중 20~30대 청년이 207명으로 구성원의 35.3%를 차지한다.
◆어묵 산업 혁신으로 수산업 성장 견인 정부 또한 어묵 산업을 수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12월 19일 어묵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생산 기반 조성, 전문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어묵 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어묵 산업을 연간 2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 기반을 체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어묵 관련 산업 간 시너지를 높이고 지역별로 차별화된 어묵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5개 권역별로 어묵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어묵의 고장인 부산권역에서는 ‘혁신 수출 주도형’ 산업을, 제주권에서는 ‘고품질 특화 원료 생산형’ 산업을, 전북권과 전남권에서는 각각 ‘R&D 기반 일자리 창출형’과 ‘기능성 원료형’ 산업을, 강원권에서는 ‘관광·레저 연계형’ 산업을 진행한다.
K푸드로서 어묵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맞춤형 홍보도 진행한다. 대한민국 수산물 수출 통합 브랜드인 ‘K·FISH’에 어묵 상품 등록 확대를 추진하고 국제수산박람회(연 9회), 수출 상담회(연 4회) 등에 어묵 업체 참여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발전 방안을 통해 현재 약 1조원인 어묵 시장 규모를 2030년까지 2조원으로 확대하고 일자리 2만 개 창출과 어가 소득 증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현수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관은 “어묵업계가 국경을 뛰어넘어 힘차게 도전할 수 있도록 튼튼한 어묵 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묵 산업으로 수산 식품 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의 자랑’…어묵 업체 양대 산맥은
‘어묵의 고장’ 부산에는 어묵의 고급화와 브랜드의 대중화로 어묵 베이커리 시장을 이끄는 업체들이 있다. 이 중 삼진어묵과 고래사는 부산 어묵 시장의 양대 산맥이다. 반찬 역할에 머무르던 어묵의 틀을 깨고 신성장 산업으로 어묵을 조명한 어묵 업체를 소개한다.
▶삼진어묵 ‘어묵 베이커리의 원조’
부산 어묵 기업인 삼진어묵은 1953년부터 3대에 걸쳐 이어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브랜드다. 2013년 12월 국내 최초로 어묵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해 단기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어묵 고로케’를 비롯해 고추튀김어묵·땡초말이·김말이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그동안 반찬용 또는 국물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만 여겼던 어묵에 ‘고급 음식’ 이미지를 더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매출이 2013년 100억원에서 2017년 870억원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 70여 명이던 직원은 2018년 500명으로 늘었다. 점포는 기존 부산 본점 1곳에서 부산에 7곳, 대구에 2곳, 천안과 대전에 각 1곳, 수도권에 10곳 등을 신규 개설했다.
삼진어묵은 한류 열풍을 활용해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필리핀과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삼진어묵 매장을 열며 한국 어묵의 세계화에 도전하고 있다.
박용준 삼진어묵 대표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 세계인이 어묵을 즐길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래사 ‘어묵 R&D에 집중’
고래사는 1963년 어묵의 본고장인 부산에 설립된 이후 5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어묵 업체다. 기존의 반찬용 어묵이 아닌 간식용, 생선살로 뽑은 어(魚)면 등을 개발해 어묵 산업계의 지형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특히 고래사의 어묵면은 ‘미스터 어묵’으로 불리는 고래사의 김형광 대표가 10년 이상 오랜 시간을 투자해 탄생시킨 것으로 이 회사의 주력 메뉴다.
고래사 어묵의 특징은 기술력이다. 기계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어묵 공장의 위생 개념을 전환하기 위해 어묵 기름기를 제거하는 ‘흡입식 탈유기’를 개발하는데 9년 남짓한 시간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으로 어묵 산업의 발전을 선도해 왔고 미국·캐나다·유럽·중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 직영 매장을 연 뒤 미국 시애틀과 캐나다 밴쿠버에도 둥지를 틀었다.
김형광 대표는 “프리미엄 어묵 문화를 선도해 미국과 캐나다 등 글로벌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지속적인 혁신과 연구·개발을 통해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래사의 매출액은 2017년 기준 373억9083만원이다.
poof34@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5호(2018.12.31 ~ 2019.01.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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