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SC제일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에 입사한 박 행장은 2015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으로 선임됐다. 박 행장은 취임 2년 만에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0억원 넘는 적자에 시달리던 SC제일은행은 2016년 2245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 과감한 구조조정, 디지털 혁신 등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개선한 덕분이다.
지난해 1~3분기에도 누적 당기순익 2009억원을 올리는 등 견고한 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게다가 올해 글로벌 본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에서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본사 투자다. SC그룹은 2005년 당시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2008년까지 초기 투자 명목으로 증자를 이어 왔지만 이후 10년간은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적자를 낸 2014년을 포함해 꾸준히 고액 배당을 받아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번 투자를 통해 박 행장이 SC그룹으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지털 금융·WM 강화 박 행장은 디지털 금융 선도자로 꼽힌다. SC제일은행은 2018년 1월 스마트폰 키보드에 지정된 버튼만 누르면 송금과 계좌 조회가 가능한 ‘키보드 뱅킹’ 서비스를 내놓았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모바일 메신저 대화창에서 키보드에 미리 설정해 놓은 SC제일은행 로고 버튼을 누르면 모바일 뱅킹과 바로 연결된다. 2017년 7월에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셀프뱅크’를 선보였다.
은행권 최초로 공인인증서 없이도 본인 인증이 가능한 앱을 만든 셈이다. 여세를 몰아 올해 은행 앱에서 역외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 펀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이어 간다는 전략이다.
박 행장은 올해 소매 금융 강화를 위한 3가지 전략으로 디지털 강화, 자산 관리, 예대마진을 강조했다. 우선 SC제일은행은 올해 자산 관리(WM)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체 수익에서 10%대인 WM 부문을 키워 향후 25%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특히 박 행장은 “모든 고객이 WM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며 특정 프라이빗뱅크(PB)센터를 중심으로 집중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은행과 달리 영업점마다 PB 전담 직원을 배치했다. 어떤 고객이든, 어느 영업점이든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박 행장은 올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년 타운홀 행사에서 “3년 내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내걸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C제일은행의 ROE는 5.58%로 10%대 초반인 다른 시중은행보다 낮다. 수익 개선과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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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14호(2019.03.04 ~ 2019.03.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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