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유통업계 '원톱' 주인공은?]
-혁신의 중심 된 유통·물류 유망 스타트업…배송 루트 최적화에서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롯데·신세계 위협할 ‘제2의 쿠팡’은 어디?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지난해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분야는 '유통/서비스'였다. 벤처스퀘어가 발표한 2018년 스타트업 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물류 분야에 2조6932억원이 투자됐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쿠팡이 2조원 넘게 투자 받았고 마켓컬리와 메쉬코리아 등이 급성장하며 가장 주목받는 업종으로 떠올랐다. 물류 관리, 라스트 마일,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 진화가 유통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공룡을 위협하며 제2의 쿠팡을 꿈꾸는 유통·물류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메쉬코리아-대기업이 손 내민 물류 스타트업

롯데·신세계 위협할 ‘제2의 쿠팡’은 어디?
현대차·네이버·미래에셋이 투자했고 CJ·카카오톡·BGF리테일이 손잡았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1000억원을 돌파한 물류 전문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이야기다.

대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진 것은 메쉬코리아가 갖고 있는 기술력 때문이다. 메쉬코리아는 1인 가구에 생필품을 대신 배달하거나 심부름하는 배달 대행 서비스 ‘부탁해’로 시작했다. 이후 배송과 배달 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5년 ‘부릉’으로 특허를 받았다.

메쉬코리아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앞세워 기존 배달 대행 회사들과 차별점을 만들었다. 물류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접목해 배송 루트를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구축했다. 부릉 자체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주문을 좌표로 전환해 효율적인 배차 순서를 알려주고 티맵과 구글맵을 활용해 최단 경로를 계산해 낸다.

부릉은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이륜차 물류를 전국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배송 운전사들의 쉼터이자 도심형 물류 거점인 부릉스테이션도 전국 250여 곳에 설치해 배달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메쉬코리아는 축적한 기술력을 활용해 배달 대행 서비스 외에 물류 관리 솔루션 ‘부릉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를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공차 운행을 줄이는 솔루션인 부릉 TMS는 이마트 등에서 실제 적용했고 지난해 12월 CJ대한통운과 배차 계획 최적화를 위한 복화 운송 엔진 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메쉬코리아는 현대글로비스·CJ푸드빌·카카오톡·BGF리테일 등과 배달 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해 B2B 물량을 대거 확보해 나가고 있다. 2018년 누적 매출은 7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월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라스트 마일’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메쉬코리아도 주목받고 있다. 라스트 마일은 ‘마지막 1마일 내외 배달의 최종 구간’을 말한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최종 소비자에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다.

현대차는 라스트 마일 시장에 대한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메쉬코리아에 투자했다. 메쉬코리아와 함께 라스트 마일 영역에 로봇이나 자율주행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물류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메쉬코리아의 최종 목표는 도심 물류 플랫폼이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이륜차뿐만 아니라 사륜차까지 범위를 확대해 고객 편의를 증대할 수 있는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며 “2019년에는 메쉬코리아가 기술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종합 물류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오앤코코리아-“뷰티업계 아마존 되겠다”
롯데·신세계 위협할 ‘제2의 쿠팡’은 어디?

‘뷰티업계 아마존’에 도전한 스타트업이 있다. ‘아이오앤코코리아(이하 아이오앤코)는 국내외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전자 상거래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 회사다. 풀필먼트는 아마존의 물류 혁신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아마존은 2006년부터 온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FBA : Fulfilment by Amazon)’이라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FBA는 자영업자가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 재고를 아마존 물류센터에 보관하면 아마존이 재고 관리부터 배송·반품·고객관리(CS)까지 물류 전 과정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여러 판매자의 다양한 제품이 하나의 창고에서 배송되기 때문에 재고관리가 용이하고 통합 발송과 소비자 빅데이터 구축 가능하다.

아이오앤코는 크게 B2B 유통 플랫폼인 ‘AFS몰(MALL)’과 물류 대행 서비스인 ‘AFS웍스(WORKS)’를 운영하고 있다. 또 플랫폼과의 관계를 활용한 중화권 마케팅 등 글로벌 유통과 관련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신세계 위협할 ‘제2의 쿠팡’은 어디?
아이오앤코는 2014년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립한 뒤 2015년 4월 한국 법인을 세우며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10년 이상 중국 유학 생활을 한 베이징대 출신의 전재훈 대표와 TBWA코리아·위메프를 거친 남건우 이사, 중국에서 10만 파워 블로거로 활동하던 심새나 이사가 힘을 합쳐 회사를 세웠다.

아이오앤코는 베이징에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발 빠른 현지화를 통해 브랜드 상품 소싱, 마케팅, 판매 서비스에 집중했다.

아이오앤코가 운영하는 B2B 유통 플랫폼 AFS몰은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슈(Red)’와 알리바바그룹의 ‘티몰(Tmall)’을 비롯한 10여 개의 대형 플랫폼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최근 베트남 대형 커머스 티키(Tiki)와 싱가포르 쇼피(Shopee)와 같은 동남아권 플랫폼까지 합세했고 미국 아마존 빅셀러 등 약 40개국에 400여 개 플랫폼에 뷰티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아이오앤코는 지난해 매출액 200억원을 달성했다.

설립 후 4년 동안 평균 2.5배의 매출 성장을 유지해 왔다. 지금까지 매쉬업엔젤스·하나금융투자·세종텔레콤에서 받은 누적 투자 금액은 40억원 이상이다.

성장의 배경에는 현지화와 국제 환경 변화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 있었다.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이슈로 K뷰티 상품 수출에 타격이 발생했을 때 아이오앤코는 해외 브랜드 소싱을 진행해 위기를 극복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슈와는 초창기부터 전략적 파트너사로 자체 몰 운영부터 화장품 브랜드의 브랜드관 운영 대행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남건우 이사는 “샤오훙슈에서는 우리 자체 몰의 판매 데이터를 참고해 대량으로 직매입을 진행하는 등 AFS몰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고 우리는 중국 진출을 원하는 브랜드에 유통은 물론 마케팅까지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기반으로 크로스 보더 전자 상거래 시장을 확장해 온 아이오앤코는 2018년 말 미국 IT 기업 ‘스리온(Threeon)’을 인수했다. IT 고도화에 집중하고 미주 국가에 대한 영업·물류 서비스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창고 관리 시스템(WMS)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스리온을 통해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의 관리를 체계화하고 업무를 자동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개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티몬과 포잉 등을 거친 서문교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하면서 시스템 개발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완성된 시스템을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aaS) 클라우드 형식으로 크로스 보더 이커머스 회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론칭할 계획이다.

◆나우픽-즉시 배달 온라인 편의점
롯데·신세계 위협할 ‘제2의 쿠팡’은 어디?
잠이 오지 않는 새벽 3시, 라면과 콜라를 사기 위해 집 앞 편의점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스마트폰으로 ‘나우픽’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주문하면 20분 내에 문 앞까지 배송된다.

나우픽은 도심 물류센터 기반의 24시 즉시 배달 온라인 편의점이다. 물류센터는 강남과 강서 화곡동 등 도심에 자리 잡고 있다. 주문이 이뤄진 즉시 3000여 개의 제품이 구비된 물류센터로 전송되고 바로 물건을 픽업해 이륜차로 배달한다. 배달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20분 내외다.

기본 배송료는 3500원, 2만원 이상은 1000원이 부과된다. ‘한 집 건너 한 집 있다’고 할 정도로 소비자와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에도 배달이 필요할까.

송재철 나우픽 대표는 “대부분의 고객은 같은 조건(가격이나 서비스)이라면 더 편리한 것을 사용하려고 한다”며 “점점 더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 비대면 형태로 소비하는 언택트족 증가, 배달 서비스 대중화, 1인 가구 증가, 최저시급 인상, 근무시간 제한에 따른 영업시간 축소 등 사회적 변화 또한 24시 배달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이 고객과 가장 가까운 판매 거점이라면 나우픽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배송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국내에서는 아직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알리바바 신선식품 전문 매장 허마셴성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주요 고객층은 온라인 쇼핑이나 편의점을 많이 이용하는 1~2인 가구다. 나우픽은 배달이 되는 편의점이 아니라 ‘온라인 편의점’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오프라인 편의점이 24시간 영업하듯이 온라인 편의점도 24시간 언제든지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는 즉시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 전달한다.

송 대표는 “현재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배달 서비스는 24시간 운영이 안 되고 있다”며 “나우픽은 오프라인 고객을 받지 않고 물류 창고 형태로 운영하기 때문에 온라인 주문 처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상품군도 나우픽의 차별점이다. 나우픽은 3000여 개의 편의점 상품 외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케아 구매 대행 상품, 과일·채소·정육·달걀 등 다양한 신선식품,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상품의 소분 상품,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롯데·신세계 위협할 ‘제2의 쿠팡’은 어디?
2년 이상 운영하며 쌓은 빅데이터도 나우픽의 무기다. 나우픽은 자체 통합 시스템을 개발해 도심 물류센터의 재고와 온라인의 재고가 실시간 연동된다. 이를 통해 정확하고 빠른 배달이 가능하다. 또 바코드 검수 시스템을 통해 배송 오류도 최소화하는 등 더 효율적인 온라인 편의점 운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정 재고를 설정해 결품률과 폐기율을 낮춘 것은 기본이다.

송 대표는 물류센터와 온라인을 실시간 연동하는 통합 물류 시스템 개발에 가장 큰 힘을 쏟았다. 송 대표가 전 회사에서 3PL(제3자물류) 물류센터를 운영했던 경험을 최대한 살렸다. 배달 시간을 줄이는 것은 라이더의 안전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상품 진열, 주문 접수, 상품 피킹과 검수, 배차 처리 등 배달 전 프로세스를 최적화했다.

송 대표는 주문 빈도에 따라 상품 진열을 수시로 바꾸고 상품 피킹과 검수를 동시에 처리하는 시스템을 적용하며 물류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갔다. 송 대표는 “현재 재고 회전율에 따라 자동으로 상품별 적정 재고를 조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우픽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3.4% 증가했다. 2019년 1분기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0.3% 성장했다. 지난 1월에는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통해 3억원을 투자받았다. 서비스 지역도 늘었다. 지난 3월 강서 화곡센터 오픈으로 강서구와 양천구 일부 지역이 서비스 지역에 추가됐다.

나우픽은 내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40개 이상의 도심 물류센터를 추가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확장된 서비스 지역과 고객을 바탕으로 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사용자 경험(UX)과 결제 편의 등 사용자 주문 환경 등을 개선해 고객 편의성 증대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로(라스트오더)-우리 동네 마감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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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식당도 백화점·대형마트처럼 마감 할인이 있다면 어떨까. 미로가 개발한 앱 ‘라스트오더’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식품관의 마감 할인을 동네 식당에 적용했다. 오후 5시 이후 우리 동네 음식점 중 마감 할인하는 식당을 골라 퇴근길에 찾아갈 수 있다.

라스트오더는 위치 기반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앱을 켜면 가까운 동네 음식점의 마감 할인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재 서울 시내 강서·마포·영등포·서대문·동작·용산·은평·관악 등 7개 지역 800여 개 식당이 라스트오더를 통해 마감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경석 미로 대표는 소상공인의 고민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마감 할인 중개 플랫폼을 기획했다. 마감 할인을 통해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 1만2000톤, 처리 비용만 1조원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소상공인은 앱을 사용하는 젊은 고객을 유인할 수 있고 폐기되는 식자재 손실을 매출로 전환할 수 있다.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윈-윈’인 것이다. 오 대표는 “버려지면 0원의 가치지만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면 그만큼의 수익이 된다”고 말했다.

방송사 PD였던 오 대표는 유럽 출장 중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식당들의 마감 할인 음식을 중개하는 앱 ‘투굿투고(Too Good To Go)’라는 서비스를 발견하고 한국형 모델을 만들었다. 음식점을 입점시키기 위해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관악구 일대 모든 음식점을 돌며 소상공인 사장들을 직접 설득했다.

미로는 정부의 사회적 기업 육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다날·소풍(SOPOONG)을 비롯한 대기업의 투자금도 10억여원 유치했다. 라스트오더의 일간 실이용자 수(DAU)는 1000명대 수준이다.

업주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앱에서 선결제를 완료한 고객이 방문해 비치된 포장 용기에 직접 음식을 담아가야 한다. 위생 문제를 줄이기 위해 보험사와 함께 보험 상품도 개발 중이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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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0호(2019.04.15 ~ 2019.04.2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