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인공지능(AI)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AI가 더 이상 이론이나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 기술이자 상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AI 스타트업들이 있다. 수아랩도 그중 한 곳이다.
수아랩은 AI 이미지 해석 기술을 기반으로 ‘딥러닝 머신 비전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딥러닝 머신 비전 소프트웨어 ‘수아킷(suakit)’을 선보여 다양한 제조업 분야의 제품 검사에 적용하고 있다. 송기영(38) 수아랩 대표를 비롯해 창립 멤버들은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 업체 출신으로 구성돼 있고 인력의 약 70%가 엔지니어다.
수아킷이 투자시장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요즘 뜨는 AI 분야에서 2013년부터 선도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둘째, AI를 활용하는 스타트업 중 실제 매출을 일으키며 성과를 내는 손꼽히는 기업이다. 송 대표는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4차 산업혁명 논의가 시작되고 딥러닝 열풍이 불면서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서울대 출신들이 만든 스타트업으로 주목
수아랩의 대표적인 성과는 주요 거래처들이 보여준다. 삼성·LG·한화·SK·도요타·파나소닉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수아랩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사용했다.
각종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2016년 세계 최대 머신 비전 협회인 미국영상협회(AIA)가 주최한 ‘글로벌 톱8 스타트업’에 선정된 데 이어 한독상공회의소(KGCCI)가 주최한 ‘2017 KGCCI 이노베이션 어워드’ 디지털 혁신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대 머신 비전 매체인 ‘비전 시스템 디자인’에서 2017년 대상, 2018~2019년 은상 등도 잇달아 받았다.
각종 투자자들의 러브콜도 이어진다. 올해 초에만 19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스타트업들 가운데 기술에 특화된 곳은 많지 않다. 더욱이 최근 급부상하는 AI와 딥러닝으로 제조 현장의 혁신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수아랩의 특별함이 부각된다.
그렇다면 주력 상품인 수아킷의 강점이 무엇이고 기존 현장의 어떤 문제점을 개선해 줄까. 송 대표는 “제조 현장에서 품질 검사를 할 때 기존에는 룰-베이스 시스템을 적용했다면 새로운 딥러닝 검사 방식을 통해 기존 머신 비전 검사 방식 대비 높은 불량 검출률을 보이면서 효용 가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수아랩의 핵심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AI와 딥러닝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AI의 목표가 사람의 두뇌라면 사람처럼 판단할 수 있도록 기계를 학습시키는 게 중요하다. AI의 여러 갈래 중 딥러닝은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다.
기존의 AI 시스템도 사람의 뇌를 모방했지만 계산 능력이나 컴퓨터 파워 등에 한계가 있었다. 딥러닝은 오늘날의 AI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딥하다’는 수식어처럼 여러 단계의 신경망을 거치며 더 똑똑한 방법론을 선보인다.
수아랩은 딥러닝 중에서도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라는 이미지 처리 기술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쉽게 보면 사람이 개와 고양이를 판별하고 나아가 페르시아고양이·샴고양이 등으로 종을 구분하는 것처럼 특정 이미지를 학습해 판단의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고 기계 스스로 일정한 결과 값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AI 기술을 제조 공장의 검수 과정에 적용하면 보다 자동화된 방식으로 불량품을 걸러낼 수 있다. 수아랩의 AI 기술을 응축한 소프트웨어인 수아킷은 각종 제조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셀, 인쇄회로기판(PCB), 카메라 모듈, 자동차 부품(베어링), 식음료 이물, 산업용 필름, 철강 표면 등의 검사에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다.
제조업에서 불량률을 줄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스마트폰은 배터리 폭발 이슈가 발생하면 기업의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불량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으로 품질관리 단계에서 머신 비전이라는 검사 장비가 쓰인다. 영상을 판독해 제품에 흠집이 나거나 문제가 감지되면 불량품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수아킷의 강점은 기존 룰-베이스 머신 비전 시스템이 접근하지 못해 사람이 직접 검수해야 했던 까다로운 제품들(울퉁불퉁한 가죽 제품 등)을 판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머신 비전 검사 장비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탑재해 물체의 유형·수량·위치 등을 보다 세밀하게 살피고 규칙적이지 않은 비정형 패턴을 감별한다.
송 대표는 “기존 검사에서 미검출돼 육안으로 재검사해야 했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불량이 있는데 발견하지 못하는 미검률, 불량이 없는데 있다고 판단하는 과검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며 “나아가 빅데이터로 불량의 유형을 분류해 제조 공정상의 주요한 문제점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똑똑하게 불량품 걸러내는 딥러닝 소프트웨어
송 대표가 AI와 딥러닝을 기반으로 제조 공장의 자동화를 꿈꾸게 된 데는 무엇보다 엔지니어로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에서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머신 비전 소프트웨어 업체에 취업한 송 대표는 혁신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창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송 대표는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고 싶었지만 보수적인 문화에서는 한계가 있어 직접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뛰어들게 됐다”며 “무엇보다 역량 있는 엔지니어들을 영입하고 그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서울대 출신인 송 대표는 동문 엔지니어들과 함께 힘을 모았고 ‘서울대 출신이 만든 AI 스타트업’이라는 타이틀이 초창기 사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송 대표는 학부 시절인 2006년부터 독학으로 AI와 딥러닝 기술을 꾸준히 공부해 왔다. 이후 머신 비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딥러닝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
수아랩은 엔지니어들의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국과 중국 법인의 총 120명 가운데 약 3분의 2가 엔지니어들이다. 크게 세 분야의 엔지니어들이 자리하고 있다. 머신 비전에 특화돼 있거나 딥러닝 전문가이거나 혹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컴퓨터공학·전자공학·산업공학 출신이 대부분으로, 학력이나 경력보다 실력 위주로 까다롭게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우리는 가성비가 아닌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는 원칙입니다. 그래서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필요했고 투자의 대부분을 인재 확보에 쏟았습니다.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송 대표는 수아랩의 가장 큰 성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딥러닝 기반의 머신 비전 시스템을 선보이는 경쟁사들 가운데 기술력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둘째, 국내 AI 스타트업 가운에 10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하며 실제 매출을 일으키는 손에 꼽히는 업체라는 점이다.
송 대표는 목표는 글로벌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한 것도 제조 공장이 밀집해 있는 현장에 침투하기 위해서였다. 송 대표는 “한·중·일이 큰 시장인데 먼저 중국을 공략한 다음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기영 대표
약력 : 1981년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컴퓨터공학부 졸업. 2006년 에스엔유프리시전 리서치 엔지니어. 2012년 인텔코리아 MCG VIED 에스엔유프리시젼 연구팀. 2013년 수아랩 대표(현).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4호(2019.05.13 ~ 2019.05.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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