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창업 이후 매년 성장, ODM 시장의 개척자
- 지주사 설립 후 M&A 시장 잇단 노크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의류 제조 수출 업체 세아상역이 인수·합병(M&A)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세아상역이 대어급 매물에 속하는 태림포장의 새 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진행한 지분 매각 작업에서 본 입찰에 참여한 세아상역, 샤닝페이퍼·베인캐피털 컨소시엄,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세 곳 가운데 세아상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10월 중 계약 체결이 완료되면 국내 1위 골판지 업체 태림포장은 세아상역의 품에 안기게 된다. 세아상역은 의류 제조 외길을 걸어온 국내 1위 의류 벤더사다.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아이티 등 전 세계 10개국, 40개 생산 공장에서 하루 평균 250만 벌의 의류를 제조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 (OEM)방식과 제조업자개발생산 (ODM) 방식으로 의류를 만들어 갭(GAP)·월마트 등 미국과 해외시장에 수출, 지난해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86년 설립된 이후 단 한 번의 역신장 없이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안 의류·섬유 비즈니스에 집중해 온 세아상역이 업태와 동떨어진 의외의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동종업계 수직 계열화 완성으로 1차 도약
세아상역의 변신은 글로벌 시장 개척의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2015년 지주사인 글로벌 세아 출범 이후 세아상역과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확장성 있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먼저는 동종업계에서 의류업계 최초로 수직 계열화를 달성하면서 다각화를 모색했고 지주사 출범 이후 이종업계로 진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이다.
의류 제조 수출업계에서 세아상역은 업계 최초로 ODM을 실시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OEM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발주 받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거나 제품에 작은 하자라도 발생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ODM은 단순 위탁 생산에서 벗어나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파는 것이다. 세아상역은 2000년대 초반 ODM을 실시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제품기획본부에서 연구·개발(R&D)을 통해 원단과 디자인을 고객에게 역으로 제안하며 OEM에서 ODM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세아상역의 1차 성장 전략은 해외 생산 기지 확충을 통한 다각화 전략이었다. 의류 제조 수출 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이익이 나는 구조를 갖는다. 인건비 절감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으로의 접근성이 용이한 방향에서 해외 법인과 공장을 설립하는 게 관건이다. 세아상역은 북중미 6개국(미국·아이티·코스타리카·과테말라·니카라과·도미니카공화국)과 아시아 3개국(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에 진출해 수출에 박차를 가해 왔다. 최근에는 가나와 홍콩 등에 진출하며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 맞춤 전략을 통한 품질관리가 있다. 설비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의류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타는 제조 영역에 해당한다. 손재주가 좋은 인력이 많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공장에서는 특히 정교한 작업을 요하는 우븐(Woven) 제품의 95%가 생산된다. 또한 빠른 작업 속도를 자랑하는 중남미 지역에서는 티셔츠를 비롯한 단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의류 제작 과정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게 주효한 전략이자 차별점이다. 원사→원단→봉제→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자체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코스타리카(원사), 과테말라(원단), 과테말라·니카라과·아이티(봉제) 등에 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여기에 원단을 생산하는 ‘윈 텍스타일(Win Textile)’과 원사를 생산하는 ‘세아 스피닝(Sae-A Spinning)’ 등 계열사를 통해 수익 구조 개선에 나섰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윈 텍스타일은 편직·염색·가공 과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70헥타르 규모의 대지에 자리한 2개 공장에서 연간 3만2000톤의 생산이 가능하다. 윈 텍스타일은 향후 2개 공장을 추가로 건립해 총 4개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생산 기지들에 기존 중국산 원단보다 빠른 수송과 피드백을 제공하고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고객사들에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2015년 문을 연 세아 스피닝은 3만4000추 규모의 방적 공장으로, 무역 특혜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 위한 투자였다. 중미 지역과 미국이 맺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의 무관세 효과를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코스타리카에 설립됐다. 코스타리카 공장은 과테말라와 니카라과의 의류 생산과 연결돼 있다. 코스타리카에서 원사를 생산해 과테말라에서 원단을 짠 의류 제품은 미국 시장으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게 된다. 이와 같은 무관세 효과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CAFTA 지역에서 원사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소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루젠·조이너스·꼼빠니아 등의 장수 브랜드들을 갖춘 인디에프(구 나산)와 컨템퍼러리 골프웨어 ‘톨비스트’를 론칭한 S&A 등 내수 패션에도 진출해 동종업계 내에서의 다각화를 모색했다. 지난해 STX중공업 내 플랜트 부문 인수
의류업계 전역에 걸친 확장성을 모색한 이후 본업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시도가 M&A 전략이다. 성장세로 보면 의류 산업 내에서는 이미 최대치로 확장해 왔다. 그래서 퀀텀 점프를 위해 이종업계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2015년 글로벌 세아가 출범한 이후 본격적으로 새로운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 시도는 아프리카 가나에 있는 합판 공장 인수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는 없지만 아프리카 목재 수요를 내다보고 인수한 곳이다. 이후 동부대우전자 등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M&A 실전 스터디에 나선 세아상역은 지난해 STX중공업 내 플랜트 부문을 분할 인수해 설계·조달·시공(EPC) 전문 계열사 세아STX엔테크를 세웠다. 한때 전 세계를 누비던 STX의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외 환경 시설과 발전소 등 인프라 건설 사업에 시너지를 기대하면서다.
세아STX엔테크는 특히 환경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자사의 의류 공장에 태양광 설비를 도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진출해 있는 세아의 글로벌 생산 기지에서 발전소와 환경 설비를 필요로 할 때 세아STX엔테크를 통해 적극적인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골판지업계 1위인 태림포장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배경도 이종업계로의 다각화 전략에 해당한다. 국내 전자 상거래 시장 활성화에 따른 택배 수요의 꾸준한 증가로 골판지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업계 1위로 꼽히는 태림포장을 매력적인 사업 다각화 소재로 판단했다. 인디에프와 S&A 등 골판지 박스를 소비하는 내수 패션 사업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세아상역의 M&A는 지주사인 글로벌세아가 주도하고 있다. M&A 전문팀을 운영하기보다 외부 자문을 적극 활용한다. 세아STX엔테크와 태림포장은 미래에셋대우에서 자문을 맡았다. 태림포장의 인수 가격은 약 7000억원 중·후반대로 예상된다. 이를 위한 인수 금융으로는 KDB산업은행과 손을 잡았다.
글로벌세아 김기명 대표는 “기존 섬유 비즈니스의 수직 계열화에 이어 또 다른 제조 업태로의 진출을 통해 다양하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그룹의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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